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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소설과 영화를 보고 스칼렛이란 인물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전쟁 전에는 이쁜 여자의 특유한 싸가지 없음으로 남의 남자 빼앗기 등 주위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었고, 전쟁 후에는 돈독이 올라 또 다시 레트와 주위 사람들을 다 불행하게 만드는 인물.
그러다 몇달 전 케이블에서 다시 해준 영화를 보았는데 지금껏 가지고 있던 스칼렛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바뀌었다.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게 잿더미가 되고, 더이상 기댈 곳이 없어 스스로 냉정해 지고 독해 져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살피기로 다짐한 용감한 인물이었던 것이고, 그래서 소설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내가 그 입장이 되었더라면 똑같이 할 수 있었을까. 지금 나는 남부가 패했을 때, 잿더미가 된 타라를 바라보며 절망하던 스칼렛보다 훨신 나이가 많지만, 가족들을 건사하기는 커녕 스스로의 앞가림도 못하고 있으니...
스칼렛과 "바람과 함꼐 사라지다"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렇게 정말 용감한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있지만, 그 용감한 주인공은 또한 모든 문학 작품을 통틀어 아마도 제일 결점이 많은 주인공일 것이기 때문이다.
불굴의 의지를 빼 놓으면 사실 내세울 것이라고는 미모 정도 밖에 없을 뿐더러, 불굴의 의지도 "표독스러움" 에서 옛 시절의 예의, 미덕을 저버린 "천박함" 으로 전락해 가고, 너무나 이기적이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하고, 정치 사회적인 정황에 관심이 없으며, 본인이 만들어 놓은 환상에 빠져 애쉴리의 실제 모습을 보지 못하고 등등 그녀의 결점은 셀 수 없다. 하지만 소설이 결말로 치다을 수록 스칼렛의 망가짐의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는데 그렇게까지 망가트릴 필요가 있었을까, 영화에서 보여준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마가렛 미첼은 900 페이지가 넘는 이 방대한 소설을 써 내려 가면서 세심한 묘사와 톡톡 튀는 심리 묘사를 적절히 구사해서 독자들이 방심할 틈을 절대로 주지 않는 데 특히 아틀란타가 함락되기 직전 레트와 함께 도시를 빠져 나가는 스칼렛 일행의 여정과 그 이후 타라에서 바둥바둥 살아가는 스칼렛 가족의 모습 등은 압권이다.
또한 하이틴 로맨스를 다시 보는 것 같은 레트의 사랑 (스칼렛을 대할 때의 표정, 눈빛, 말투 등등) 또한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점은 고루한 남녀의 역할 분담 뿐 아니라 흑인 노예들이나 해방 노예들에 대한 관점. 물론 마가렛 미첼이 남부 출신의 작가이고, 소설을 썼을 때가 남북 전쟁이 끝난 지 채 100년도 지나기 전이었다고는 해도 거슬리는 대목이 많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