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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이 많이 들어가는 그림은 현란하고 화려합니다. 색이 없이 하얀 공간은 순수하고 때로는 우아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웨딩드레스처럼요. 범접할 수 없는 순수함. 그런데 그 하얀 공간에 누군가가 흔적을 남겼습니다. 지저분한 흔적은 아닙니다. 은색의 가느다란 선은 순수를 더럽히기는 커녕 그 안에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팝업북 『TRAIL』 이야기입니다.
![]() 『Trail』은 하얗습니다. 은색 선을 빼면요. 책 속의 세계는 탈색되어 있습니다. 그 어떤 것도 쓰이지 않고 그려지지 않은 하얀 종이는 접히고 잘리고 붙는 것만으로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 ![]() 표지의 구멍에서 나온 흔적은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며 뒷장으로 이어집니다.
![]() ![]() ![]() 새, 도마뱀, 잠자리. 작은 생명들이 풀 숲 사이에 숨어 있습니다. 하얗고 투명한 느낌을 전하기 위해 비닐도 쓰이네요. 이렇게 색이 배제된 팝업은 팝업 그 자체의 순수한 조형미를 보여줍니다. 하얀 종이만으로 이렇게 화려하고 복잡한 느낌을 전해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색이 없는 세계 임에도 형태가 분명히 보인다는 게 대단하지 않나요? 작가는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을까요. ![]() 페이지마다 이렇게 짧은 문장이 실려있습니다. 휠을 돌려 가며 읽을 수 있습니다. ![]() 짐작하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책 위에 흔적을 남겼던 건 달팽이였습니다. 긴 여행을 끝내고 연못 옆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 호수에 비친 모습은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기하네요. 그럼 이 하얀 세상은 본래 세상의 그림자였던 것일까요? 팝업으로 만들어낸 시, Trail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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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의 피자, 샌드위치-빵과 야채 등 겹겹의 재료들이 팝업으로 구성- 등 샘시리즈로 유명한 David Pelham의 작품으로, 혹여나 샘 시리즈의 살짝은 먹을 것에 장난치는 팝업을 접한 사람에게는 느닷없이 허연 팝업에 살짝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군요. ![]()
책 표지에 구멍이 있고 뭔가 책 표지에서 나온 듯 합니다. 그리고 긴 흔적을 남겨습니다. 누군가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이 이 팝업을 보는 방법입니다만, 흔적만 보아도 대충 뭔지는 알 것도 같습니다. 전부 흰색으로 만들어진 팝업은 마치 팝업 만들기 전에 모형을 보는 듯 합니다. 하지만, 온전히 흰색으로 입체를 만들고 필름 등을 사용하여 효과를 주었고, 페이지 마다 메시지를 넣어놓았습니다. 식물, 동물, 곤충들을 지나 마지막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뭔가 평온한 느낌이 듭니다.
단조로운 팝업 사이에 잠자리도 있고, 흔적의 끝에는....
달팽이가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컬러를 볼 수 있는 페이지 입니다. 역시 주인공은 마지막에 멋지게 등장하는 것이겠죠!
문득 이 페이들을 보고 나서 앞의 페이지로 다시 돌아가봅니다. 달팽의 여정이 아주 녹녹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밟혀 죽었거나 잡아 먹혔거나 했을 위기를 잘 피해 연못가 풀 숲에 무사히 안착한 달팽이에게 박수를 보내며 마지막 장을 넘기게 됩니다. 책 상태는, 전체적으로 흰색의 책이라 조심해서 다뤄야합니다. 비닐을 두었다가 싸 놓았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없이 놓아서 때탄 느낌이 드네요. 전체가 흰색으로 이루어진 팝업인지라 마무리 작업의 미흡함이 그대로 보입니다. 가격을 생각한다면 모두에게 추천할 만한 팝업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