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2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67%
  • 리뷰 총점8 29%
  • 리뷰 총점6 5%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8.0
  • 40대 9.0
  • 50대 8.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품에 안고 있어야 할 책
"품에 안고 있어야 할 책" 내용보기
책을 덮고있는 주황색, 옥색의 큰 띠지를 벗겨내자 책에는 꽃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어디론가 가는 길처럼 보이는 그림의 흔적은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노름마치: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했다. 이
"품에 안고 있어야 할 책" 내용보기

책을 덮고있는 주황색, 옥색의 큰 띠지를 벗겨내자 책에는 꽃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어디론가 가는 길처럼 보이는 그림의 흔적은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노름마치: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했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앞으로 우리가 책 속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이 바로 노름마치이다. 지금이야 예인의 길을 걷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하나의 진로 중 하나가 되버린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예술을 한다고 하면 뚜렷한 자기만의 분야를 가지고 있는 요즘은 세상에서 노름마치들을 찾아보기란 힘이 들다. 진정한 흥과 멋을 찾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 신명나게 판을 벌이는 노름마치들은 과연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있는 것일까.

 

지금이야 예술한다고 하면 다들 우와 하는 탄성과 함께 왠지모를 동경을 느끼게 된다. 그 사람이 대단해보이고 나도 예술을 해보고 싶다는 작은 욕심을 부려보기도 한다. 하지만 예술을 전공하려면 기둥 뿌리 세개는 뽑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에게 예술을 멀고도 먼 길처럼 보인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 노래와 춤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천민이고 또 천민이었다. 사람 대접은 커녕 짐승 대우만도 못한 천민 중의 천민이 바로 광대였다. 신분제도가 없어진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노래와 춤을 하는 기생들은 몸을 파는 작부로 전락했고, 춤과 놀이를 했던 광대들은 시장에서 각설이 타령을 하는 일당 받는 홍보꾼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우아하고 기품있는 예술만이 진짜 예술이라고 믿는 사람들 덕분에 그들은 한없이 어렵고 또 어려운 세상을 살다 그렇게 한 명 한 명씩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는 노름마치들의 한 많은 삶과 그들의 노래와 춤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글들로 가득 차 있었다. 보도자료를 엮은 것이라는 소개글이 있었지만 단순한 보도자료로서의 딱딱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에 대한 저자의 한 없는 존경심과 전통예술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한 명 한 명 직접 찾아뵙고 삼고초려하여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했던 저자의 이야기에서 한 많은 노름마치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동네노인들과 온천에 간다고 집을 나와 세탁소에 몰래 맡겨놓은 고운 한복을 들고 상경했던 장금도의 삶 속에서는 가족들에게조차 떳떳하게 말하지 못하는 과거가 되버린 노름마치들의 삶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연구에 매진했고 또 발전시켜나갔다. 타고난 춤과 노래에 대한 그들의 열정은 새로운 것에 대한 목마름을 가져왔고 계속해서 배움을 더해갔다. 모든 것을 전수해줄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는게 참 아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요즘은 뚜렷한 한 분야만을 연구하는데 반해 노름마치들은 판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재주꾼들이었으니까.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답답하기도 하고 울컥 무언가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올랐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누가 노름마치들을 이토록 구석으로 몰았을까. 왜이리 우리는 전통예술에 무관심했던 것일까. 국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님께서 초빙하신 채수정선생님의 판소리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시원시원한 목청에서 나오는 그 매력적인 소리에 한참을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아 정말 판소리가 멋지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항상 그때뿐이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감동에 감동이 또 더해졌다. 글로 읽고 있었지만 내가 그들의 혼이 담긴 판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신명나는 판을 보러 앞으로 자주 가야할 것 같다. 그래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YES마니아 : 골드 c******4 2007.05.12.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진옥섭, 노름마치
"진옥섭, 노름마치" 내용보기
삶과 예술의 변증법, 노름마치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로 되는 것이다.’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의 첫 구
"진옥섭, 노름마치" 내용보기
 

삶과 예술의 변증법, 노름마치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런 시대에서 모든 것은 새로우면서 친숙하며, 또 모험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결국은 자신의 소유로 되는 것이다.’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의 첫 구절을 읽었던, 어스름한 태양의 귀갓길에 천장이 높았던 대학원 도서관 공기의 밀도에 저는 아직도 숨이 막힙니다. 그날 밤의 진회색 치맛자락 밝는 저의 귀갓길에 본관 정문 앞에서 올려다본 서울 하늘의 가냘픈 별빛은 그 ‘별이 보낸 마지막 미소’일 것 같아 한없이 애잔했던 기억 또한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가당찮은 소망과 그런 삶을 살겠다는 허망하기 짝 없는 결심은 의지의 부족 때문인지, 다행히 이제는 버렸습니다. 그러나 가끔 그런 글을 읽고 싶다는 욕심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는데 최근에 그런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게으름과 성급함의 우물에서 후회를 한 바가지 오지게 퍼 올려야 했습니다.

사촌동생 결혼식이 있어 새벽차를 타고 고향에 가는 중에 몇 번의 전화가 왔습니다. 여수에 도착해서 전화를 해 보니 출판사 <생각의나무>였습니다. 며칠 전에 논술교재 출판과 관계해 연락이 오고간 상태여서 혹 그 일인가 싶어 전화한 분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엉뚱하게도 제가 며칠 전에 주문한 『노름마치』라는 책 출판기념으로 예인명인 공연을 하는데 특별히 초청을 하겠다는 겁니다. 그리 탐탁찮게 여기고 산 책이라 시간이 없다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서 저는 수도 없이 후회했습니다. 어떤 일에 이렇게 후회를 해 본 경험이 없었을 정도로 말입니다.

진옥섭, 결코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될 것 같습니다. 책의 제목인 ‘노름마치’는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라고 합니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 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고 한다네요.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진옥섭은 ‘글마치’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의 글이 워낙 찰지고 야무져서 ‘솔찬하구마이’라는 전라도 수도 없이 중얼거렸습니다. 진옥섭은 <왕의 남자>에서 춤 선생으로도 참여했다고 하는데 직업은 전통예술 연출가입니다. 그래서 그가 지금까지 우리가 잊었고 그래서 잃어버렸던 ‘기생, 무당, 광대, 한량!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합니다. 물론 이 분들은 진옥섭이 연출한 공연에 이미 출연해서 책의 곳곳에 존재의 숨결을 남겨 놓고 계십니다.

『노름마치』1, 2권은 모두 여섯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고 각 주제에는 세 분의 예인 명인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데 총 18분의 생애는 그야말로 ‘빼먹고 이야기해도 『삼국지』일곱 권’에 이를 만큼 파란만장합니다. 그런데 예인 명인이 되기까지의 인고의 과정의 만 길 높이로 치솟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또 그 과거를 덮고 사는 또 다른 인내와 고통의 만길 낭떠러지의 삶이었습니다. 그 분들이 삶에서 느낀 희열은 만길 높이로 치솟는 파도의 꼭지점, 그 아슬아슬한 찰나였을 뿐입니다. 그것이 내내 가슴 아팠습니다.

  그러나 좋은 날이 있기는 있었습니다. ‘먹고 살기위해’ 권번에 들어가 춤을 배웠고, 그녀의 춤을 보기 위해 ‘김제 만경에서 손님이 오면’ 인력거 두 대를 보냈다고 합니다. 앞 인력거에는 장금도 할머니가 타고 뒤 인력거에는 아기를 안은 유모가 탔다고 합니다. 그렇게 춤을 춰 가족을 건사했지만 가족들은 할머니의 과거를 묻어 두고 싶어 했습니다. 진옥섭의 끈질긴 설득 끝에 오른 <여무, 허공에 그린 세월>에 참석차 서울로 오기 위해 미리 한복 두 벌을 세탁소에 맡겨두고 며느리에게 친구들과 2박 3일로 온천 간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 공연엔가 아드님이 할머니 공연에 와서 물었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 춤이 그렇게 대단합니까?” 진옥섭의 대답은 단칼입니다. “어머니의 관절염은 국가의 우환입니다.”

또 한 분의 사연. <고성오당대놀이>의 고장 경남 고성. 저는 그곳이 우리나라 전통춤의 메카인지 몰랐습니다. 그곳에서 10대 독자로 태어나 2명의 아버지와 3명의 어머니의 애지중지 속에 큰 이윤석. 할아버지는 농사를 지으면서 어렵게 <고성오당대놀이>를 전수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진옥섭은 순 농사꾼으로만 구성된 춤판을 기획하게 됩니다. <춤의 고을, 고성 사람들> 그 전에도 3만 명에 가까운 대학생들이 전수를 받아갔고 2002년에는 코리아 소사이어티의 초청으로 미국  6개 도시 순회공연을 갖는데, 전수를 받은 사람들 중 미국으로 건너간 이들이 이윤석의 공연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샌디에이고, 뉴욕, 워싱턴, 필라델피아에서 소식을 들은 학생들이 몰려와 춤을 추며 대륙을 횡단하는 장관이 연출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고성의 농사꾼 춤이 말입니다. 

이 책의 묘미 중 하나는 진옥섭의 글입니다. 한자의 음성적 동일성을 이용한 언어유희가 가끔 지나치게 현학적인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무대의 생동감과 현장감에서 체득된 진솔함이 충분히 작은 결점을 덮고도 남습니다.

예인 명인들의 회고된 삶을 진옥섭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가장 신선한 기억은 슬픔 근처에 있었다. 눈물에 절여져 부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분들이 흘린 눈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흘러나오는 내부, 그것은 눈물이었다. 온몸의 각 끝에서 차근차근 밀어올린 눈물, 떨구면 체중이 줄 정도로 큰 방울, 방치하면 떨어져 발등 깨질까 싶어 손수건을 갖다대자 금세 흥건히 젖는다.’ 또한 그가 전하는 예인 명인들의 예술은 ‘짜디짠 슬픔이 삼투압처럼 관객의 남은 습기를 마저 빨아들였다. 한없이 눈물을 퍼올려, 마침내 뽀송뽀송한 카타르시스에 도달케 하는 것’입니다. 그의 눈길과 글을 지나면 ‘미신’인 ‘굿’은 다시없는 ‘양생술’로 변합니다. ‘굿판은 그렇게 우리가 풀어내야 할 것을 풀어내게 한다. 몸속에서 피어오르는 신명 같은 것이 그것이다. 혈구의 앙금 앙금에 머물던 흥들을 풀어내지 못하면 멋대로 뭉쳐서 몸에 담석으로 남는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될지 모르는 그 응어리를 풀라고 굿판이 있는 것이다. 혈전이나 삶의 앙금이 다 빠지는 피부 호흡의 체험, 이쯤이면 굿은 굿(good)이다.’ 이제 그분들의 삶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원은 속을 비워야 원이 되는 법, 그러지 못하면 단지 점(點)일 뿐이다. 스스로 가운데를 비우며 원을 그려내는 것, 무대라는 종교에 올라선 전무후무한 분들의 일생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심수봉의 외할아버지가 일제시대의 유명한 가야금 명인이자 판소리 명창이었던 심정순 선생이라고 합니다. 그 집안이 유명한 소리 집안이라고 하네요. 또한 우리나라 판소리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무형유산 걸작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저는 이제야 들었습니다. 책을 통해.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속울음을 몇 줄기로 흘렸습니다. ‘모든 현대인은 절망한다. 절망은 기교를 낳고 그 기교로 인해 다시 절망한다.’는 ‘박제가 된 천재’ 이상의 다른 초상들에 대한, 그리고 나도 한 발 들여놓고 있는 인간 존재의 연민으로, 온몸으로 체화했던 완벽의 가장자리에 도달한 예술이건만 ‘구식’이라는 이름으로 잊혀졌던 전통을 위해, 그리고 걷지는 못해도 춤은 추는, 아흔이 넘어서도 여전히 ‘옥당(玉堂)’ 같은 소리를 하는 그분들의 열정을 위해. ‘조선의 마지막 광대’, ‘백 년의 가객’ 정광수 선생의 다음 말을 위해 마지막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일생 동안 발 족(足)자가 들어간 만족(滿足)과 부족(不足)이 무서웠소.”


d********n 2008.11.26.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또 하나의 춤판, 노름마치
"또 하나의 춤판, 노름마치" 내용보기
전무후무(前無後無),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     저자가 한 팸플릿에서 썼다는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 전무후무(全舞珝舞), 가장 완전한 춤. 그 춤판의 고수들이 노름마치다. 과연 앞으로는 다시 볼 수 없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그들의 이야기가 이 두 권의 책에 묶였다. 최고의 명인이라 불리는 18인의 고수들을 만나러 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편히
"또 하나의 춤판, 노름마치" 내용보기

 

전무후무(前無後無),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

 

  저자가 한 팸플릿에서 썼다는 말을 그대로 인용한다. 전무후무(全舞珝舞), 가장 완전한 춤. 그 춤판의 고수들이 노름마치다. 과연 앞으로는 다시 볼 수 없는,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그들의 이야기가 이 두 권의 책에 묶였다. 최고의 명인이라 불리는 18인의 고수들을 만나러 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편히 앉아 그들의 삶을 엿본다는 게 송구스러울 따름이었다.

 

  누군가가 예술은 곧 놀이라 하였다. 그러나 놀이가 단순한 유희를 넘어 예술이 되려면 참으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 만만치 않은 놀음판에서 예술의 경지에 오른 분들이 있다. 놀음을 마치게 할 정도의 최고의 명인을 일러 남사당패 은어로 '노름마치'라 하니 되뇌여볼 수록 과연 그보다 적절한 말이 또 있을까 싶다.

 

  4무[武·舞·巫·無]에 사무친 한 사내가 있다. 그 사내가 바로 진옥섭, 이 책의 저자다. 그는 전국 여기저기에 흩어져, 심지어는 자신들의 과거를 꼭꼭 숨기며 사는 명인들을 찾아가 그들을 무대에 올리고 이제는 책으로까지 엮었다. 장단을 따라 춤을 추는 듯한 그의 문장은 그대로 춤판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 눈이 활자를 읽는 게 아니라 춤추는 문장이 저절로 내 마음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진양조로, 때로는 휘몰이로 치달으며.

 

  그 장단에 따라 18인의 명인들의 삶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내 마음은 위로 치솟다가 아래로 푹 가라앉기를 수없이 반복해야만 했다. 초야에 묻힐 뻔했던 춤꾼이 무대에 올라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을 땐 내 마음엔 뜨거움이 치밀어 오른 반면, 끝내 그토록 기다리던 빛을 보지 못하고 작고하신 분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착잡하게 하였다. 일생을 기다리던 명무전에서 춤추고픔을 억누르며 북을 쳐야 했던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춤꾼 허종복의 이야기에선 새어나오는 한숨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판소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걸작'에 지정되게 만든 '조선성악연구회'를 이루던 명인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국밥집에 들어섰다는 이야기는 또 어떠한가. 또한 재주로 인해 남다른 삶을 살아온 각각의 명인들의 한 많은 세월에 감히 어떤 감상을 드려야할지. 그들조차도 가족에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함구해온 이야기들이다. 나로서는 그저 책으로나마 그들을 알게 되어 송구스러움과 감사함을 느낄 뿐이다.

 

  책은 때때로 크고 작은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읽고 나서 혼자 간직하고픈 책이 있는 반면, 드물긴 하지만 세상에 알려야할 의무를 느끼게 해주는 책들도 있다. 이 책이 그러하다. 타인에게 책을 추천하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각자의 취향이 유독 개성을 드러내는 것이 책이므로. 감히 말하건대, 이 책은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울고 웃게 만드는 책, 무엇보다 우리 것이라 더 무심했을 지도 모르는 우리의 예술을 말하고 있는 책이다. 한 많은 삶을 살아온 명인들의 구성진 입담과 저자의 재기 넘치는 말놀이가 당신을 웃게 하고 또 울게 할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j***7 2007.05.20.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국 최고의 명인을 만나다
"한국 최고의 명인을 만나다" 내용보기
노름마치 - 진옥섭   4무(武, 舞, 巫, 無)에 사무치다. 이 武이건 이 舞이건 이 巫무이건 모든 무가 이 없을 無로 화해버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책에 나온 명인들은 절실했고 그것밖에는 없었다. 그것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걸 못하는 죽을 것만 같아서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사무치게 그리워하다 결국 먼저 저세상으로 가신 분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
"한국 최고의 명인을 만나다" 내용보기

노름마치 - 진옥섭

 


4무(武, 舞, 巫, 無)에 사무치다. 이 武이건 이 舞이건 이 巫무이건 모든 무가 이 없을 無로 화해버리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 책에 나온 명인들은 절실했고 그것밖에는 없었다. 그것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그걸

못하는 죽을 것만 같아서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사무치게 그리워하다 결국 먼저 저세상으로 가신 분들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명인들은 모두 노름마치들이다.

 

노름마치는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이름한다고 한다.

 

이 책은 읽기가 매우 쉽지 않다. 어렵다. 전통, 전통하지만 우리와는 정말 먼 시대의 일들이 아닐까 할 정

도로 우리에게 낯설다. 그런데 작가는 전통의 예술에 사무치도록 허기가 져서 한사람한사람 찾아다녔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대부분이 일흔, 여든, 심지어는 아흔을 넘기신 분들도 계셨다. 찾아주는 이 없어 날마다

속에 있는 불같은 끼를 억누르고 힘없이 늙어가고 계신 것이다. 한분은 왜 이제야 찾아왔냐고 하셨다 했다

. 그 분들은 무대에서의 리허설이 없다고 한다. 리허설이 필요 없다고 한다. 정형화된 춤 기법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다만 춤판이 시작되면 느낌대로 속의 것을 터뜨릴 뿐이다.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느

새 하나가 되어 장단 맞추고 추임새 넣게 하는 커다란 힘을 가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안타까웠던

것은 그 속에 내가 들어가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신명나고 즐거운 일일지. 우리 민족임이 분명하기

에 나도 그 신명속에 들어갈 수 있을텐데...아쉬웠다. 후학이 거의 없어 지금 생존에 계신 명인들이 거의

마지막 예능 보유자여서 안타깝다는 작가의 말이 정말 안타까웠다.

 

본문 중에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에서 말했다. "모든 성스러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 2권 p132 중에서

 

이 부분을 읽는데 불현듯 얼마전에 읽었던 [바다에서 길을 읽어버린 사람들]에 나왔던 D의 말이 생각났다.

"소말리아 사람은 여기 소말리아에 있어야 행복하고 한국 사람들은 한국에 있어야 행복한데 지금 억류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니 불행한것이다"라고,, 뜻이 같은 말은 아니지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있어야 할 위치도 제자리가 있는 것이고 제자리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듯이 우리의 성스러운 전통

도 우리의 안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점점 과거의 것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다시 한번 가슴 아

팠다.

 

굿판은 그렇게 우리가 풀어내야 할 것을 풀어내게 한다. 몸속에서 피어오르는 신명 같은 것이 그것이다.

혈구의 앙금 앙금에 머물던 흥들을 풀어내지 못하면 멋대로 뭉쳐서 몸에 담석으로 남는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될지 모르는 그 응어리를 풀라고 굿판이 있는 것이다. 혈전이나 삶의 앙금이 다빠지는 피부 호흡의

체험. 이쯤이면 굿은 굿(Good)이다.  - 2권 p138중에서

 

굿은 굿이다. 말장난 같지만 얼마나 딱떨어지는 말인지.. 사실 나는 무당 굿,,점,,,사주 이런것 별루다.

미신이라 생각했구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그런걸루 좌지우지 한다는 사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나도 결혼

을 한 사람이고 또한 사주 이런 걸로 신경쓰고 했던 과거를 겪었기에 정말 별루였다. 그렇지만 한국사람인

지라 뭐해서 안좋단다...하면 사실 신경쓰고 걸려서 되도록이면 안할려고 하게 되는데 어쩔 수 없는 한국

인이기에 그렇겠지...이런 신명나는 굿이란 것을 우리 조상들은 많이 했다는데.....음지가 아닌 양지라면

마음 두지 않고 즐겨보고 싶은 마음도 들더라.

 

또한,
"할머니 몸이 뭐에요?" 라는 어이없는 질문에
"장독대지..위장, 간장, 대장, 장자만 죄 모아놨으니 장독대"라 대답했다는 어느 할머니의 대답이 가슴친

다. '가죽부대에 뼈다귀 담은 것'인줄 알았던 몸을 '장독대'라 했다. 아이 낳고 금줄을 걸었고, 장 담그고

금줄을 걸었던 어미였다. 그런 어미이기에 완성할 수 있는 정갈한 말이었다. - 2권 p161중에서

 

기나긴 삶을 살고 삶보다는 죽음에 더 가까울만큼 인생을 사신 분이기에 이런 말도 나올 수 잇겠지...
우리같은 사람들은 결코 생각할 수 없는 말일듯 싶어 인상깊다.

 

가장 인상깊던 명인을 꼽으라면 무당이 된 김금화 명인대목이다. 멋있다 멋있다 하며 읽어가다 김금화 명

인 부분에선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신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가슴아픔이 가슴을 치고 다가온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눈물을 흘렸다. 도와주신 분들이며 전무후무라는 작품을 올리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해

놓은 에필로그에서 눈물을 흘리게 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내 어미의 그 일로 먹고 살았지만 세상이

다 멸시하는 일이어서 마음을 닫고 서로가 아프게 살아왔는데 음지가 아닌 양지도 받아들여주는 세상이 되

어서 인지...마음을 열고 손을 맞잡을 수 있게까지 됐다. 그분들이 정말로 행복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

었으면 하고 희망한다.

 
k****3 2007.05.14.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노름마치'를 담은 노름마치를 닮은 책
"'노름마치'를 담은 노름마치를 닮은 책" 내용보기
임방울 명창의 쑥대머리를 틀어 놓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책은 언제나 내게 머리를 숙이게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배꼽 인사를 하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 <노름마치>(생각의 나무. 2007)는 아마도 오래도록, 고개를 절로 짓숙이게 되는 첫 번째 책으로 내 안에 자리할 것이다. 눈 앞에서 한판 놀고 나니 다른 이야기가 무색하여 그대로 판이 맺어진 듯 하다.
"'노름마치'를 담은 노름마치를 닮은 책" 내용보기

임방울 명창의 쑥대머리를 틀어 놓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책은 언제나 내게 머리를 숙이게 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배꼽 인사를 하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이 책노름마치>(생각의 나무. 2007)는 아마도 오래도록, 고개를 절로 짓숙이게 되는 첫 번째 책으로 내 안에 자리할 것이다. 눈 앞에서 한판 놀고 나니 다른 이야기가 무색하여 그대로 판이 맺어진 듯 하다. 제목 그대로 이 책 또한 노름마치.

 

한 문장 한 문장 아로새기다

 

첫 장을 대면하면서부터 쥐고 있던 연필이 바삐 움직였다. 그러다 채 다섯 쪽을 넘기지 못하고 연필을 내려 놓았다. 마음과 손을 움직이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 밑줄 긋기를 포기했다. 한 문장 한 문장에 담긴 세월과 의미를 마음 속에 아로새기고 싶어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읽는 시간이 다른 책의 두 배는 더 걸렸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감탄사를 마구 내뱉다가, 히죽히죽 웃었다. 책 두 권이 무색할 만큼 저마다 길고도 깊은 사연들을 풀어놓아 주셨다. 켜켜이 인고의 세월 쌓인 이야기들을 가만히 앉아 듣는 것이 송구스러울 만큼, 고스란히 보존된 옛날이 여기 있다. 읽는 내내 감사했다. 묻혀 살다 언젠가는 잊혀져 버릴 그 분들을 우리가 만날 수 있도록 저자 진옥섭이 들였을 수만 번의 발품에, 꽁꽁 싸매두었던 지난한 세월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 흘렸을 노름마치들의 눈물에 그저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되돌려 드릴 말이 없음이 안타깝다.

 

샘이 나고 애가 탄다

 

그 분들의 삶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지만 오랜 세월 그 분들을 사모하고 함께 해온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이기에, 그 분들의 춤과 노래를 독자들의 눈 앞에 펼쳐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재미나고 멋스러운 문장들과 한자를 통한 말놀음에, 읽는 내내 참 즐거웠다. 하지만 저자는 직접 본 것을 듣기만 하는 처지이기에 자꾸 샘이 나고 보고픔에 안달이 났다. 다음 번 공연에도 그 분들이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 주시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수 밖에.

 

기특한 내 두 다리

 

이 책을 통해 만난 분들의 춤사위를 직접 보지도, 노랫자락을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그 분들의 존재나마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한 사람의 독자로서 내가 할 일은 앞으로 있을,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열리고 있는 공연에 열심히 참여하는 관객이 되는 것이다.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저자가 남긴 에필로그를 보며 그 동안 연극, 뮤지컬, 무용 공연 등을 보기 위해 바삐 움직였던 내 다리가 기특하게 느껴졌다.

 

노장들의 신명 나는 연주가 있는 문글로우

 

홍대 근처의 재즈 바 문글로우(Moon Glow)에서는 매주 목요일 9, 재즈 1세대들의 연주가 펼쳐진다. 처음 그 곳을 찾았을 때의 마음의 울림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연세 지긋하신 백발의 노인들이 드럼과 피아노, 색소폰과 클라리넷을 연주한다. 얼굴 한 가득 함박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절묘하게 어울리는 즉흥 연주에 그 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의 어깨가 들썩인다. 어떤 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제 나름의 신명 나는 춤판을 벌인다. 이런 게 신명이구나 싶었다. 저 연세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저렇게 신나는 표정으로, 건강하게 몸을 쓸 수 있구나 싶었다.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정통연극 시련

 

이 책에 소개된 노름마치들의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공연 전무후무(全舞珝舞)가 열렸던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우연찮게 얼마 전 그 곳에서 시련이라는 연극을 보았었다. 아서밀러의 작품을 명성황후의 연출가 호진이 만들어낸 정통연극이다. 그 연극에서도 감초 역할로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낸 사람들은 모두 노년의 배우들이었다. 관객들의 관심에서 잊혀진 줄만 알았던 정통연극은 그 날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제 관객들은 정통을 알아본다.

 

목마른 관객, 읽고 또 읽는 독자로 마음을 달래다

 

정통의 맛과 멋을 알아보는 관객들이 있는 이 시대에 그 시대의 노름마치들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시대를 잘못 탄 노름마치들. 그런 시대였기에 혼을 다한 춤사위와 노래가 나올 수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보고픔에 목마른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 어찌할 수가 없다.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이기에 반짝반짝 빛이 난다. 굵은 눈물 방울 후드득 떨어졌을 아득한 길이기에 차마 다시 가시라는 부탁조차 할 수가 없다. 그저 이 책 두 권 곁에 두고 읽고 또 읽는 수 밖에.  

 

h******k 2007.05.1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 노래와 춤에 대해...
"우리 노래와 춤에 대해..." 내용보기
노름마치란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한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처음 노름마치란 말을 들으면서 과연 무슨 뜻이 숨어있을까 참 궁금했었다.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저 이 말이
"우리 노래와 춤에 대해..." 내용보기
 

노름마치란 ‘놀다’의 놀음(노름)과 ‘마치다’의 마침(마치)이 결합된 말로, 최고의 명인을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다. 곧 그가 나와 한판 놀면 뒤에 누가 나서는 것이 무의미해 결국 판을 맺어야한다. 이렇게 놀음을 마치게 하는 고수 중의 고수를 노름마치라 한다.


처음 노름마치란 말을 들으면서 과연 무슨 뜻이 숨어있을까 참 궁금했었다.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저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았었다. 나중에 노름마치라는 단어의 뜻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 말 속에 담긴 뜻에 또 놀라기도 했다. 고수 중의 고수를 일컫는 은어라지만 이 말만큼 그들을 그럴싸하게 표현하는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은 이렇듯 노름마치라고 불릴 수 있는 고수 18명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이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들이 이어온 우리의 춤과 노래가 다시금 이 땅위에서 되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져 있는 글 같다. 이 책을 모두 읽고 나서 나는 왜 그렇게 우리 것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을까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우리 것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꿔야겠다는 마음부터 들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가슴이 아팠다. 손자의 소풍에 따라간 한 할머니가 다른 사람들의 권유에 노랫가락을 불렀고 그것이 자신이 기생이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아들이 호적을 파자고 하자 할머니는 그날밤 음독을 한다. 이 얘기를 봤을 때 권번이 뭐길래, 기생이 뭐길래 그렇게까지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에서야 기생을 춤팔고 노래파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그당시만해도 그것은 숨겨야하는 그 무엇이었다. 그랬기에 더더욱 조심하며 살았을 그네들의 삶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만 같아 가슴이 아팠다.


또한 무당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네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시집을 가서 신이 내리자 남편은 무당과는 살수 없다며 자신의 사진 반쪽을 떼어가버렸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이 잘못한게 아닌데 그렇게까지 했어야했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리고 대체 신내림이 뭐길래 이렇게 무서운 걸까 하는 마음부터 든다. 다른나라 신들도 이렇게 비정할까. 우리나라 무당은 신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배척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정말 너무한 건 아닌가 하는 마음부터 들었다.


‘그래. 어쩌면 이러한 아픔이 그들에게 있었기에 그들의 춤과 노래가 더 절절한 것일수도 있겠지’ 하며 생각해보지만 너무나도 기구한 그들의 삶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이 책에서 한껏 감정을 드러낸 부분들을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한편이 저릿하다. 아직 내가 우리 노래와 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고 난 지금 그네들을 보면 가슴으로 안아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이것 또한 내 욕심이고 자만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들을 바라봐주고 공감하는 것이 그네들이 원하는 것은 아닐지...


씻김굿을 준비하다 돌아가신 故김순태씨를 대신해 부인이 씻김굿을 하며 “다시는 손가락질 받지않는 곳으로 가라” 라고 했던 그 한마디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남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g***i 2007.05.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전통, 춤, 고수 중의 고수
"전통, 춤, 고수 중의 고수" 내용보기
놀음과 마침의 합성어로 노래와 춤에서의 최고의 명인, 고수 중의 고수가 노름마치란다. 은어라지만 우리말은 뜻도 뜻이지만 모양새도 참 예쁘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노름마치. 모두들 과거 옛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예술을 우리 민족 구성원 모두가 즐겼던 춤과 노래를 하나의 문화로 발전시켰으며 활짝 꽃 피워 열매까지 맺게 했다. 이러한 사실은 진짜 우리 것, 우리 춤과 노
"전통, 춤, 고수 중의 고수" 내용보기
놀음과 마침의 합성어로 노래와 춤에서의 최고의 명인, 고수 중의 고수가 노름마치란다. 은어라지만 우리말은 뜻도 뜻이지만 모양새도 참 예쁘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노름마치. 모두들 과거 옛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예술을 우리 민족 구성원 모두가 즐겼던 춤과 노래를 하나의 문화로 발전시켰으며 활짝 꽃 피워 열매까지 맺게 했다. 이러한 사실은 진짜 우리 것, 우리 춤과 노래를 보기 위해 알리기 위해 숨어살며 드러내길 꺼리는 그들을 끝까지 뒤좇아 그들의 지나온 삶에 대해 묻고 또 물은 이가 있었기 때문에 알게된 것이다. 

 

 노름마치. 그들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그들 모두 기생으로 통하는 예기들, 춤추는 처용아비들, 떠돌며 재주를 파는 유랑인들, 무당들로 이런 저런 사연을 안고 살다가 세월의 흐름에 묻어 구석으로 숨어 사라져갔다. 지금에야 전통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이다, 무형 문화제로 지정하거나 그들의 춤과 노래를 배워 계승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노름마치 그들이 속한 직업은 그 당시 천대받던 평범한 사람이라면 꺼리는 직업들로 지금 여느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로 그런 과거가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고 계신다.

 

 상처받고 아프기까지 한 자신의 삶을 애써 잊고 싶을지도...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지금도 환영받는 직업은 아니기에 지금의 소중한 가족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가족을 위해 굳이 끄집어내고 싶지 않았으리라. 

 

 전통예술 연출가 진옥섭 그가 아니었다면 그의 전통예술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조금이라도 부족했더라면 노름마치의 치열했던 삶의 자취와 그들 자신인 노래와 춤이 우리의 아름다운 유산이 그렇게 그렇게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진옥섭 그 덕분에 우리가 몰랐던 우리 이야기, 노름마치들의 이야기를 글과 생생한 사진으로나마 엿볼 수 있어 감사하다. 

s***i 2007.05.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노름마치 - 후회하지 않을 책.
"노름마치 - 후회하지 않을 책." 내용보기
#  오래전 답변해 주지 못한 답을 책에서 만나다.         '책 읽는게 왜 재밌어요?'라고 후배가 물은 적이 있다.      '여러가지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아. 그리고 쌓인 지식들 사이에서 작은 지혜를 얻곤 해. 그 날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행복해진다는 느낌이라 할까?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어.'      '지혜는 책을 읽지 않고, 여행이나 사람들과 경
"노름마치 - 후회하지 않을 책." 내용보기

#  오래전 답변해 주지 못한 답을 책에서 만나다.
   
  
  '책 읽는게 왜 재밌어요?'라고 후배가 물은 적이 있다.
  
  '여러가지 지식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아. 그리고 쌓인 지식들 사이에서 작은 지혜를 얻곤 해. 그 날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러. 행복해진다는 느낌이라 할까? 이 느낌이 너무 좋아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어.'
   
  '지혜는 책을 읽지 않고, 여행이나 사람들과 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요?'
  
  '그래, 그렇기도 해. 책을 읽지 않아도 바른 품성과 울림으로 더 많은 걸 몸으로 보여주는 분들도 많아. 하지만 지혜라는 걸 인식하는 것도 지식이 바탕이 되어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해.  지식에만 매달려도 안되지만, 지식의 중요성을 소홀히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아. 
 

  돈도 감당할 수 없이 갑작스레 많이 찾아오면 부담이 되잖아.   적당히 잘 운용할 수 있는 경제지식이 필요해. 독서를 하면 경제 지식등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 또한 문학작품을 읽을 때는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지. 간혹 운이 좋으면 지혜를 만나기도 해. 생각의 힘은 각자 다르잖아. 그 세기에 깊으면 깊은 통찰력을 얻기도 해. 중요한 건 그런 생각의 힘, 사유의 힘을 얻기 위해, 가장 최소한의 비용과 장비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책이라는 거지.'

 

   이렇게 답변을 했지만, 책을 잘 알지도 깊이도 없었기에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책보다 더 멋진 만남과 여행등의 다른 체험들보다 독서가 더 매력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답답함에 힘겨웠다.  '노름마치' 책을 읽은 후, 후배에게 들려줄 작은 답을 하나 찾아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 네가 말한 체험과 삶의 흔적이 이 책에 담겨있어. 지혜뿐 아니라, 한과 서글픔 그리고 인고의 묵묵함까지 말이야.  체험은 시간과 장소와 사람이라는 세 박자가 만나야 하지만, 책은 시간과 장소는 네가 정할 수가 있어. 만나려하는 너의 의지만 있으면 말이야. 18인의 예술인의 삶과 한 뿐 아니라 네가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을거라 믿어. 네가 생각하려는 의지만 마음에 담고 있으면 말야. 한 번 읽어볼래?'


#  꼭 읽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우리의 문화가 소중하다고 말만 떠벌리고 다니면서도, 국악, 판소리, 마당극 등 전통의 갈래에서 나온 흔적들에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판소리 공연과 콘서트가 있으면 당연히 콘서트에 발걸음이 움직여지고, 우열을 떠나서 우리의 것에 대한 정보와 홍보가 부족했기에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고 인식할 수 있는 콘서트에 더 발길이 갔다.
  
   60에서 많게는 90년까지 한과 삶의 굴곡이 묻어난 18인의 예인, 명인의 삶이 담긴 책을 글로 풀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책을 받고 두 권의 책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한 분야에 세 명씩 묶은 6개의 길을 걷는 느낌이라고 할까. 만개했던 꽃의 순간, 꽃이 저버린 후 발걸음이 사라진 혼자만의 고독의 느낌, 때론 비수보다 더 매서운 사람들의 매도까지도 묵묵히 한스럽게 잘 우러낸 주류문화에 담기지 못했지만, 그보다 훨 나았던 명인의 삶을 느낄 수 있다.
 
   지인은 책을 읽다가 펑펑 울었다고 했다. 안쓰러움과 슬픈 마음이 격해져,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읽고 난 후에 마음이 더 차분해 지는, 감정 조절도 해 준 책이었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분들의 이야기는 아쉬운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더욱 깊게 한다.

 
   이유를 대자면 백가지도 넘게 책의 장점을 말할 수 있지만, 딱 이 한마디의 다른 표현들이라 생각한다.

 

  '놓치지 말고 꼭 읽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책이 많이 팔려, 많은 독자들이 우리 예인과 명인, 그리고 소외되고 있는 부분까지 더 눈길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되었으면 한다. 만남에 공들인 작가의 정성만큼, 우리 문화에 대한 애착의 진정이 독자들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은 따로 설명을 할 필요가 없다. 직접 꺼내어서 읽어보면 된다.

 

   책을 받고 2주간 10번을 넘게 읽고, 서평을 쓰기 위해 하루에 한시간씩 매달렸다. 썼다 고쳤다만을 반복했다. 결국 오늘 수업에 지각하는 걸 감수하면서 마무리 했다. 수업에 늦은 아쉬움보다 서평이 좋지 않으면 어떨까 하는 답답한 마음에 더 힘겹다. 좋은 책을 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7******e 2007.05.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행복한 놀음으로 마치길.
"행복한 놀음으로 마치길." 내용보기
'노름마치'라는 낯선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노름마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노름'은 놀다의 '놀음', '마치'는 마치다의 '마침'. 즉 '노름마치'란 놀음을 마친 사람, 최고의 잽이(연주자)를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라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름마치'들은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고수였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인
"행복한 놀음으로 마치길." 내용보기

'노름마치'라는 낯선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책은 읽는 이로 하여금 추측을 하게 만들었다.

'노름마치'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노름' 놀다의 '놀음', '마치' 마치다의 '마침'. '노름마치' 놀음을 마친 사람, 최고의 잽이(연주자) 뜻하는 남사당패의 은어라고 한다.

책에 등장하는 '노름마치'들은 자신의 분야에서는 최고의 고수였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한 천재들이었다.

'' 자제하고 읽는 것을 최고로 쳤던 나라의 전통 때문에 북치고 장구치고, 춤추고 노래하는 예인들은 한낱  광대에 불과했다. 나라 안에서는 단연 으뜸이었지만, '나는 이런 저런 것을 하는 예인입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칠 수가 없었다. 화려했던 과거를 마치 낡은 흑백 사진처럼 혼자서만 고이 간직하고 밖에 없었다.

 

책에 등장하는 예기, 남무, 소리꾼, 광대, 무당, 춤꾼들은 모두 노름마치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이렇게 '노름마치'라고 불리워질 있었던 것은 화려했지만 아픈 과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기 심화영. 그녀의 젊은 시절 사진을 보고 나는 한참동안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말그대로 "꽃다웠기" 때문이다. 요즘 내놓아라 하는 미인들은 저절로 무릎을 꿇어야 정도로 아름다웠던 그녀, 그녀의 얼굴에 깊이 패인 주름만큼 그녀의 삶에도 굴곡이 많았다. 보통 예기들은 가족의 경제적인 책임을 대신 짊어지고 나선 사람들이 많았다. 춤추고 노래한 돈으로 가족들을 먹여 살리고 동생들은 학교엘 보냈다. 그러나 지나가는 노래에 잠시 어깨라도 들썩이면 가족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가 일쑤다.

 

처용의 아비들 남무. 처음 춤을 추었던 것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 영화왕의 남자에서 공길이처럼 여자의 역할이 필요하면 남자가 여장을 하고 춤을 췄다그러던 것이 조선이 막을 내린 여자들이 춤을 추게 것이다. 선비의 나라 조선에서, 남자라면 당연히 글을 읽거나 농사를 지어야 하는 조선에서 그들의 삶은 얼마나 고달팠을까.

 

득음의 경지에 오른 소리꾼들소리꾼들도 외모가 바쳐줘야 최고로 인정 받을 있었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외모가 평범한 사람들은 득음으로 소리꾼의 이름을 떨쳐야 했다. 그들은 득음을 하기 위해 일부러 목을 괴롭히고, 급기야는 뒷간의 배설물까지 먹곤 했었다그렇게 득음한 그들은, 이건 순전히 생각이지만, 그나마 다른 노름마치들에 비하면 좋은 대우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통 예인들을 한데 묶어서 광대 혹은 광대 놀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진짜 광대들은 따로 있었다. 유명한 공옥진 여사도 광대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광대 놀음이라고 했을 , 지정한 광대들은 얼마나 섭섭했을까.

 

내림을 받은 무당, 여섯 노름마치 중에서 가장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노름마치가 아닐까 싶다. 한부전이라는 이름보다는 '꼬추가루'라는 별명으로 많이 알려진 그녀의 하나뿐인 결혼 사진은 반쪽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녀가 신내림을 받자 그녀의 남편은 자신이 있는 반쪽을 떼어 갔다고 한다. 피붙이들에게까지 외면당했던 그들은 매일 매일을 작두보다 날카로운 현실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그들에 대해서 몰랐던 그동안은 보이지가 않았다그들의 피와 , 그리고 즐거움과 고통을.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엿보고 나니 그들의 '놀음' 보였고 어설프지만 이해할 있을 같다.

h*******0 2007.05.1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배움’이 아닌 ‘겪음’으로 얻은 삶
"‘배움’이 아닌 ‘겪음’으로 얻은 삶" 내용보기
덩따쿵 쿵따쿵 쿵따쿵 쿵따쿵~ 덩따쿵 쿵따쿵 쿵따쿵 쿵따쿵~ 들려오는 장단 소리에 어깨가 들썩이는 듯하다. 어떤 이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채를 돌리고, 어떤 이는 목청을 돋우어 소리를 낸다. 그리고 어떤 이는 온 몸을 리듬에 실어 선을 그린다. 몰입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오랜 세월 몸으로 익히지 않고서는 다다를 수 없는 세계, 이름없이 그 세계를 만들어온
"‘배움’이 아닌 ‘겪음’으로 얻은 삶" 내용보기

 

덩따쿵 쿵따쿵 쿵따쿵 쿵따쿵~ 덩따쿵 쿵따쿵 쿵따쿵 쿵따쿵~
들려오는 장단 소리에 어깨가 들썩이는 듯하다. 어떤 이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채를 돌리고, 어떤 이는 목청을 돋우어 소리를 낸다. 그리고 어떤 이는 온 몸을 리듬에 실어 선을 그린다. 몰입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오랜 세월 몸으로 익히지 않고서는 다다를 수 없는 세계, 이름없이 그 세계를 만들어온 사람들의 한 많은 이야기가 <노름마치>에 담겨 있다.

 

한때 풍물을 배워보겠노라고 쫓아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잠시나마 양순용 선생님의 임실풍물을 배우고자 임실의 전수회관에서 뜨거운 한여름을 보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겉바람만 잔뜩 든 날라리에 불과했다. 옛것을 배워보겠다는 의지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살려야한다는 주장도 지금 생각해보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된다. 연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얼굴이나 내미는 정도였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면 악기라도 하나 제대로 배워둘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날라리로라도 듣는 가락은 조금 있었으니 선배들의 장구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확실히 다른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풍물은 마당에서 하는 놀이라는 점만큼은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그래서 나 같은 날라리도 소고라도 하나 들고 따라다니면서 판에 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전통 음악 중에서도, 특히나 민중 속에 면면히 전해 내려온 민중의 음악들은 특히 그렇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대중의 악이오, 대중이 만드는 대중음악이다. 그래서 기본가락은 있지만 정해진 형식은 없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사람과 사람을 통해 생활 속에서 전수된다. 이는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다. 판소리, 탈춤, 소리 등 모든 것이 그러했다. 그래서 우리의 이런 전통들이 자꾸 무대로 올려지고, 무형문화재가 되고, 대가 끊기는 일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안타까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서구화된 생활풍조 안에서 우리의 전통을 지켜낼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그 전통들을 생계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지켜내온 그 노름마치들의 삶은 단순히 어느 경지에 오른 장인 정도로만 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속에는 우리의 역사와 한과 개인의 고난한 삶들이 총체적으로 녹아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름마치>를 쉽게 읽어 내려갈 수 없었다. 쉼없이 흘렸을 그네들의 땀방울이 한 글자 한 글자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지켜보며 쉽게만 살아가려고 하는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럽기도 했다. 입으로는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지만, 막상 돌이켜보면 쉽고 편한 삶만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도 풍족했던 생활로 인해 한량이 되었던 사람들도 있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제대로된 것들을 배우기 위해 자신을 버리고 수십 년 동안 한 길만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배움’이 아니라 ‘겪음’을 통해 노름마치가 되었다. 그래서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추어지는 경지에 다다르고,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나오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 것이다. 

 

<노름마치>를 통해 이 땅의 소중한 전통을 이어가시는 분들의 삶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미 작고하신 분도 계시고, 살아 계시더라도 대부분 고령이라 앞으로 얼마 동안이나 그분들의 춤과 노래와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분들의 삶이 이 책을 통해서만 남는 것이 아니라 후대에 계속 전수되어 그 전통이 이어갔으면 한다.

 

* 좋은 글귀

 

“걷는 건 두렵지만 춤추는 것은 두렵지 않다. 몸속에 소리와 음악이 모두 들어 있어, 선율의 흐름 따라 그때그때 춤이 달라진다. 전통이란 이름 속에서 순간순간 새것이 돋아난다. 이런 순간은 맛보는 순간 중독된다. 결국 또 들여다보고픈 과욕이 극성스런 길을 가게 한다. 정녕 보고픔도 극심한 허기의 일종인 것이다.” (1권, 22면)

 

“머리끝엔 채상이 놀고, 손끝에는 소고가 놀고, 발끝에선 몸이 논다. 모두가 제각각이니 뼛속까지 익은 자만이 꺼내놓는 절정이다.” (2권, 53면)

 

by 꽃다지, 2007년 5월 12일

l*******g 2007.05.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