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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독자리뷰 잘 봤습니다. 님의 끓어오르는 분노가 느껴지는군요. 화내시는 이유도 잘 느껴지고요.
그런데 님께서 잘 못 알고 계시는 사실이 있습니다.
'민비'란 호칭은 왜놈들이 쓰는 호칭도, 그렇다고 비하하는 호칭도 아닙니다. '민비'는 님께서 잘 알고 계시듯 민씨 왕비의 준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통 왕조국가에서는 왕이나 왕비의 생전에 따로 어떤 이름을 붙여 호칭하지 않습니다. 그냥 주상이거나 왕후지요. 만인지상의 위치에 있는 이를 이름지어 부르는 것조차 불경스런 일로 치부했지요.
민비 역시 생전의 역사 기록에선 그냥 '왕후'라 지칭됩니다.
사후에는 공식적으로 추증되는 시호로 불리지요. 그런데 민비 사후에는 상궁 엄씨가 다시 왕궁으로 들어와 엄비로 불려지는데, 이와 구별하기 위해 민비라 불려지게 된 듯합니다. 한일합방이 강제로 이뤄지자 이에 분노해 자결한 매천 황현 역시 그의 저서 {매천야록}에서 민비란 호칭으로 명성왕후를 지칭하기도 합니다. 태조의 비가 여럿이라 후비인 강씨가 강비로 불린 것과 같이 이치지요.
님이 명성황후라고 부르길 고집하는 것은 황후가 왕비보다는 한 단계 격상된 표현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제가 책에서 쓴 것처럼, 황후란 사후추증된 호칭은 나라의 주권을 거의 강탈당한 시점 시점에서 러시아와 주변 열강의 세력관계 속에 억지춘향격으로 이뤄진 '광무개혁'으로 인해 국체가 황제국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광무개혁은 잘 알다시피 민중의 지지보다는 외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던 고종 등 상층부 중심의 복고적 '개혁이었죠. 이 광무개혁이 이뤄진 지 얼마 안돼 나라의 숱한 이권이 외세에 빼앗기고,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을사조약을 맺어 조선을 실질적으로 강점했습니다. 그 얼마나 자랑스런 '개혁'입니까. 이런 개혁의 실체는 보지 못한 채 명복상의 황제국이니, 황후니 하는 칭호에 연연하는 것은 조금은 처연한 노릇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일각의 명성황후 되살리기가 이런 한말의 비참한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우물안 개구리식의 쇼비니즘'에 그치는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명성황후가 부각된 것은 이문열의 희곡 '여우사냥' 이후이고, 뮤지컬 명성황후의 흥행으로 더욱 확대됐습니다. 저는 이들 흥행사들이 구한말의 역사적 실체를 어떻게 파악하고, 거기서 어떤 역사적 교훈을 얻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라가 망하자, 이에 책임을 질 법적 책임도, 지위도 없었던 우국지사 매천 황현은 민비가 시해당하자 이런 기록을 남겼습니다.
"(민비가) 정사에 관여한 지 십년만에 나라를 망치게 하였고, 끝내 천고에 없었던 변을 당하고야 말았다."
우국지사 황현이 왜 이런 기록을 남겼을까요? 그것은 민비가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그려진 것과는 달리 철저히 자신의 가문인 민씨 일족과 자신의 영달을 위해 정사에 관여하고, 힘이 있을 것 같은 외세에 빌붙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님의 분노는 이해하겠지만, 역사의 실체를 한번 더 고민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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