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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 마음의 표현을 눈으로, 혹은 글로, 몸짓으로, 언어, 그림으로 그리고 춤으로... 내 속에 가지고 있는 답답함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함으로써 가슴속에 담겨진 슬픔을 스스로 조금이나마 위로하려고 한다. 이렇게 내가 글로 책을 읽은 느낌을 쓰는 서평 또한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의 한가지는 아닐까... ’발레리나를 사랑한 비보이’라는 공연을 연상케하는 표지속에 담겨진 발레슈즈와 운동화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듯하지만 그들은 묘한 어울림을 보여주는 듯 하다. 우리는 개개인이 모두 다 다른다. 외모도 생각도 다르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어울려서 살아가고 또 그렇게 살아감으로써 자신이 가지는 개성과 매력을 느껴간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또래 여자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자신을 질책하면서 살아가는 로빈이라는 여자아이가 있다. 모두들 처음엔 남자아이라고 생각하는 여자아이. 자식을 버리고 전쟁으로부터 고통당하는 나라의 난민을 구하겠다는 엄마에 대한 원망을 춤으로 표현하는 아이..로빈. 로빈이 기대기엔 아빠 ’맛시모’는 로빈의 모습을 감당하기에 벅찬 어른이다. 로빈은 서로 대조적인 두 세계의 음악을 들으며 컸다. 웅장하게 연주되는 영화 음악과 절망적으로 사랑을 부르짖으며 귓속을 파고드는 감상적인 음악 말이다. 35p 이런 로빈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할아버지 알도는 로빈을 ’힙합’ 무용학원에 등록시킨다. 로빈은 힙합이라는 춤을 통해서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다. "동작에 의미를 두는 게 중요해. 맞아, 우린 단순히 즐기기 위해 춤을 추는 게 아니야. 여기는 디스코텍이 아니거든. 우린 뭔가를 표현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춤을 배우는 거야.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는 춤의 의미이고, 우리가 넘어야 할 선이지. 나 혼자만을 위애 춤을 추느냐, 아니면 뭔가를 말하기 위해 춤을 추느냐." 89p 발레니노를 꿈꾸는 귀도는 또래의 남자아이와 조금 다른 자신과 완벽함을 요구하는 엄마속에서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서로 다른 처지의 귀도와 로빈의 만남은 어울리지 않는 관계 속에서 서로를 통해서 다른 세상과의 의사소통을 시작하게 된다. "나는 항상 나와 같은 사람을 찾아 왔어.누군가 나에게 괜찮다고 내가 맞다고 말해 주기를 기다렸어. 네가 나를 이해해 줬지. 너는 네가 하는 일이 모두 쉽다고 내게 말했어. 그건 사실이 아니야. 너는 절대 예측할 수 없는 아이야. 너 같은 여자 애는 처음봤어. 왜냐하면 너는 다른 애들과 다르기 때문이야. 네겐 다른 사람과 달리 진실한 사람이 되려는 용기가 있어." 237p 조금씩 단절되었던 세상 속으로 다가가는 로빈은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할아버지와 귀도와의 만남으로 조금씩 열린 마음을 갖게 되는 듯 보인다. 그 와중에 엄마와의 재회는 로빈에게 '엄마'가 주는 따스함을 느끼게 된다. "사랑한다, 내 소중한 딸아." 그런 말에 로빈은 동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친숙한 향긋하고 오래된 냄새가 로빈의 코를 가진이고 눈에 눈물을 고이게 했다. 256p 세상과 접촉을 시작하게 되는 아이들은 설레임과 두려움이 동시에 공존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시기를 겪으면서 힘들어하고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러운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알도' 처럼 세상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지혜를 얻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시작하는 십대의 아이들에게 도전,용기, 우정 그리고 가족이라는 끈끈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댄스'를 주제로 한 독특한 이야기는 신선하고 공감을 형성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아이들의 생각과 어른과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갈등 해소가 아이들의 성장에 이해를 돕고, 또한 어른들에게는 아이들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싶다. 현대적인 힙합과 고전 무용인 발레로 구분되어지는 아이들의 성장이 서로 다른 누군가를 이해요소로 재미있게 표현 된 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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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이 책을 보더니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울 것 같기도 하다며 약간 멈칫한다. 그러더니 하필이면 내가 읽으려고 하는데 학교에 가지고 가서 읽겠다며 챙긴다. 하지만 아무리 딸이라고 해도 양보할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는 법이다. 아무래도 내가 먼저 보아야겠기에 다른 책을 안겨줬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 아무리 두꺼워도 어른을 대상으로 쓴 책이 아니면 책장이 잘 넘어가곤 했는데 이 책은 그렇지가 않았다. 우선 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그 부분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그동안 보아왔던 춤들을 연상하며 최대한 비슷하게 상상하려고 애쓰다 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도 내가 상상한 춤이 과연 작가가 의도한 모습과 비슷하기나 할런지 여전히 의심스럽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비보이들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전에는 약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고리타분한 어른들조차 대단한 일을 했다며 칭찬을 할 정도였으니까. 사실 나도 그 고리타분한 어른들에 끼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추는 춤은 멋있어 보이고 즐겁지만 만약 내 아이가 그런 춤에 빠져 있다면 쉽게 용납하진 못할 것 같다. 춤에 빠져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듯 열정적으로 추는 것은 좋아보이지만 바닥을 쓸고 다니는 옷이며 건들거리며 걷는 모습이 아무래도 내 고정관념 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나보다. 하지만 그들이 춤을 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라던가 음주와 흡연을 하면 힘들기 때문에 그런 것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이 다시 보였다.
주인공 로빈은 분명 여자임에도 대개의 여자애들이 관심 갖고 좋아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혼자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아이다. 여린 몸집에도 불구하고 헐렁한 바지와 커다란 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 쓰고 다니며 주로 남자애들과 어울려 다니는, 한마디로 부모들이 걱정하는 스타일의 아이다. 로빈의 안에는 자신을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로 가득차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로빈의 엄마 역시 자신이 버림받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에 딸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난 것이다. 불혹의 나이가 넘었음에도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로빈의 아빠에게 쉐인(로빈의 엄마)은 강한 거부감을 느끼며 비난하지만 모두는 자기만의 상처에만 집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상처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어쨌든 로빈은 정식으로 춤을 배우러 학원에 다니면서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또한 귀도를 만나서 서로 다른 춤을 이해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서 로빈은 비로소 진정한 춤을 알게 된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편이 맞겠다.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았던 속을 귀도에게 드러냄으로써 무언의 위로를 받는 동시에 그것을 헤쳐나갈 힘을 얻었던 것이다. 비록 작가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엄마와 할아버지가 팔짱을 끼고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행복한 결말을 상상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적어도 로빈이 엄마를 받아들이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역설적인 표현과 심히 비꼬는 투의 문장을 자주 쓰기 때문에 아마도 아이들은 읽으면서 일종의 쾌감을 느끼지나 않을런지... 그러나 오타와 매끄럽지 못한 문장이 가끔 있어서 아쉬웠다. 대개 아이들 책은 부자연스러운 문장이 많지 않던데... 중간중간 나오는 춤 설명 때문에 상상하느라 애쓰기도 하고 왔다갔다 하는 시점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로빈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가슴 뭉클했다. 과연 내 딸도 춤을 추면서는 아니겠지만 어떻게든 이런 과정을 거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과연 그 시점에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대해줄 수 있으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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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59페이지, 22줄, 26자.
로빈은 열네 살 소녀입니다. 그런데 어른들뿐만 아니라 비슷한 나이대의 아이들도 소년으로 착각할 만한 모양으로 다닙니다. 너무 눈에 띄여서 눈에 안 띄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요. 비사교적이고 할 줄 아는 것은 스스로 익힌 힙합 댄스 몇 동작뿐.
엄마는 두 살 때인가 세계 평화를 위하여 집을 나갔습니다. 지금은 파키스탄의 어떤 곳에서 자원봉사자로 봉사중입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사 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연말 파티(아빠를 아는 사람들의 단촐한 사교모임) 때 한 참석자가 춤에 소질이 있다고 하여 할아버지와 함께 가서 힙합 댄스 학원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옆 방에서는 전통 발레를 교육하는가 봅니다. 한 분홍빛 소녀가 준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따로 떠도는 것 같은 소년이 다가옵니다. 귀도라고 하네요. 그 소녀는 샹탈이고.
할아버지 알도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가끔 만나시나 봅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있어 안정감을 갖게 됩니다.
그냥 어울리는 또래가 아닌 귀도와 샹탈 때문에 정말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로빈입니다. 그게 반가운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학원에서 거울에 비치는 사람은 자기인데, 정말 생소하게 보이네요. 그게 남이 보는 자기겠지요.
쉐인 포레스트는 너무 어린 나이에 덜컥 자기를 낳은 다음 버리고 떠나가버린 엄마에게서 상실감을 느끼지만, 막상 자기도 아이를 버리고 온 처지입니다. 누구나 자기의 판단은 옳은 법이니까요. 엄마와 대화하지 못하였으므로 딸과도 대화할 줄 모르는 엄마이기에 조직과 결혼하였습니다. 그런데 조직은 그녀를 돌려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150305-150305/15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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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의 청소년기를 위해 꽤 많은 성장소설을 읽었지만 이런 성장소설은 처음이다. 주로 내가 일본 성장 소설을 읽다가 서양의 성장소설을 읽어서 그런 것이리라. 이 책은 춤에 관한 성장소설이다. 주인공들은 나 보다 몇살이나 어린 14살. 14살짜리 꼬맹이들이 뭘 알까 생각하면서 코웃음을 치며 책장을 펼쳤다.
지금까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성장소설이라 과연 내가 빨리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의혹심도 들었지만 어제 4분의 1정도 읽고 오늘 그 나머지를 싹다 해치웠다. 결론은 나의 착각. 이 책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아마 내 또래의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서양에서 14살이면 한국에선 15살 정도...난 16살. 고작 1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공감이 되는 내용도 많았다.
책 내용은 특이했는데 목차는 4개의 장으로 나뉘어져있다. 그 장마다 애티튜드, 샹쥬망, 데벨로페, 앙레르 이렇게 4가지로 나뉜다. 장의 이름은 발레의 동작 단어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주인공 소개를 하자면 아빠와 할아버지와 함께살고 힙합을 좋아하는 헐렁한 티와 질질끄는 바지를 입고다니는 소녀같지 않는 소녀 로빈, 무용학원에서 만난 로빈의 친구 귀도. 무용수가 꿈인 이 친구는 예의바르고 교양이 있는 그야말로 귀공자이다. 뭔가 이상하다. 오히려 여자아이인 로빈이 교양과 예의가 있어야하고 남자아이가 힙합을 좋아하며 옷을 그렇게 입는게 낫지 않을까? 서로의 모습이 바뀐 것 같다. 그것들은 나의 고정관념이기도 하지만...
처음엔 힙합을 좋아하는 로빈이 이해가 안 갔다. 아니, 힙합을 좋아한다 쳐도 옷차림 만이라도 여성스럽게 입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나 처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기에 로빈이 앞머리를 길러 시선을 가리는 걸까? 2살배기 어릴때 로빈의 어머니 쉐인은 로빈을 내버려두고 저기 먼 파키스탄에 자원봉사자로 간다. 어릴때부터 엄마의 손길을 받으며 자라지 못한 로빈이 가엾다. 몇년전만에도 일년에 한 번씩 로빈이 엄마를 만나는 것을 좋아했지만 이젠 더 이상 엄말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나라도 나르라 내버려두고 외국에 자원봉사자로 나가버린 엄마가 미울 것 같다. 이 어린 아이는 벌써부터 그런 것들을 이해한 걸까? 엄마에 관한 말이 나올떄면 성숙한 느낌이 든다.
아버지의 친구에게서 춤에 재능이 있단 소리를 듣고 무용학원에 다니게 된 로빈은 그곳에서 춤을 배운다. 사람들은 로빈이 춤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과연 춤을 이해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나는 심각한 몸치이다. 그런 탓에 이 책에 나오는 춤을 추는 아이들이 먼 세상의 존재같다. 춤을 이해한다는 로빈을 보고 과연 내가 춤을 춰도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기도 했다. 춤에 대한 열정이 있는 로빈은 춤을 열심히 춘다. 그 곳에서 고전무용발레를 배우는 귀도와 만나게 된다. 고슴도치처럼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지니고 다니는 로빈에게도 친구가 생기게 된 것이다. 그렇게 둘은 우정을 쌓아간다.
나를 이해못하는 어른들을 생각하는 로빈의 마음이 왠지 공감이 갔다. 왜 어른들은 우릴 이해하지 못하지? 왜 우리들을 자신들의 틀에 가둬놓으려고 할까. 시선에서 자유롭고 싶다. 이게 내가 로빈에게서 느낀 감정이다. 헐렁한 티와 질질끄는 바지를 입으면 안 되나? 개인 취향의 문제지만 내가 로빈이었다면 그런 시선들이 지긋지긋할 것 같다.
작가는 우리가 어떻게 만나서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를 존중해 주고 어떻게 친구가 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겉모습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고 가까워지는 과정을...덕분에 나는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겉모습이 다가 아닌건 알지만 몇마디 말보다 이렇게 책으로 간접경험을 통해 깨닫는게 더욱 효과적으로 다가온다.
춤에 대한 열정을 통해 서로 감수성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특이했다. 발레와 힙합. 이상한 조화이지 않는가? 마치 물과 기름이 섞인 듯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가 다르다고해서 연연해 하지 않고 자신쪽으로 끌어들이려고도, 다른 종족을 보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보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공존하는 모습이다.
- 그 순간 로빈은 순수한 힘을 느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나는 영원히 춤을 추고 싶어. 로빈은 이 순간을 끝없이 잡아들여 영원히 춤을 추고 싶었따. 바로 그 순간 로빈은 하늘과 땅 사이에 떠 있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작은 별이 된 것 같았다.-p266
마지막 장면에서 예쁘게 화장하고 힙합이 아닌 새로운 무용을 배우기 위해 로빈과 샹탈과 함께 스텝을 맞추어 춤을 추는 로빈의 아름다운 모습이 연상되었다. 로빈의 춤에 대한 열정은 내 마음 속 깊이 파고 들어와 뜨거운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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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묵직했던 이 책을 읽어내기가 힘들었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반드시 마지막 장까지 넘겨야만 하는 내 오랜 습성이 없었다면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포기했을 것 같다. 내가 너무 심하게 말하고 있다고 인정하지만, 번역서의 한계가 이처럼 크게 느껴졌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떠난지 오래됬고 학교에서나 집에서도 별로 마음붙일 상대가 없어서 늘 자기세계에만 빠져있는 주인공 로빈은 힙합춤을 좋아하는 십대 소녀다. 적어도 엑스라지 사이즈는 될 것 같은 헐렁한 옷과 야구모자를 삐딱하게 쓴, 길거리에서 끼리끼리 모여 춤추는 아이. 로빈은 어찌어찌하여 무용학원에서 제대로 된 힙합춤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 덕분에 춤으로 자신을 발산하기 시작한다. 또 학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두 명의 친구는 힙합과는 정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발레를 배우는 학생이었는데, '춤'이라는 공통분모가 그들을 하나로 묶는다. 줄거리는 재미있는 편이다. 고민과 방황과 절망과 반항이 가득한 십대 소년 소녀들의 면면을 잘 짚었고, 등장인물 각자의 사연도 잘 버무렸다. 특히 힙합과 발레, 랩과 클래식의 대결만큼이나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장르의 춤이 또래들끼리만 통하는 어떤 것처럼 자연스럽게 통하게 된다는 설정이 신선하다. 하지만 그런 심리묘사나 상황묘사가 참으로 어색한 곳이 자주 눈에 띈다. 몇 번을 읽어봐도 무슨 느낌인지, 어떤 모습(특히 춤동작을 묘사하는 장면에서)인지 감잡기가 어렵고, 문장 자체가 무슨 뜻인지 해석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또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저 이야기를 하고 있거나, 이 사람의 관점이었다가 저 사람의 관점으로 예고없이 훌쩍 뛰어넘기도 한다. 아무래도 번역의 문제인 것 같다. 저자가 이탈리아 사람이고 이탈리아어로 씌인 것 같은데, 내가 이탈리아 작품을 접해본 경험이 적었기(아니, 이것이 처음인지도 모르겠다) 때문일 수도 있다. 작가의 표현방식이나 의미가 영어권의 그것보다도 훨씬 더 생소한 것이니. 그래도 여전히 번역의 아쉬움은 남는다. 일부러 소리내어 읽어봐도 입에 착 붙지 않고 서걱서걱 입 속에서 돌아다니는 것 같은 느낌의 문장들이 영 개운치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