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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생각하다(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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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만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일이기도 한데, 그것은 지난 8월에 비가 엄청나게 내려서 집 안에 물이 들어온 일이다. 이 책은 그때 살아남은 책 가운데 한권이다. 집 안에 물이 차 있었던 게 몇 시간이어서 물에 빠진 책은 부피가 커지고 누르면 물이 줄줄 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런 책을 보며, 이걸 대체 어떻게 하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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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만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일이기도 한데, 그것은 지난 8월에 비가 엄청나게 내려서 집 안에 물이 들어온 일이다. 이 책은 그때 살아남은 책 가운데 한권이다. 집 안에 물이 차 있었던 게 몇 시간이어서 물에 빠진 책은 부피가 커지고 누르면 물이 줄줄 나왔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그런 책을 보며, 이걸 대체 어떻게 하나 하다가 한주쯤 되어갈 때 마음먹고 책을 버렸다. 하지만 아직도 그렇게 버린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언제나 나는 그때 왜 그렇게 했을까(하지 못했을까) 하며 아쉬워한다.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 날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문제지만, 지난 날을 질질 끌고가는 것도 문제다. 사실 이 책은 친구한테 받은 책이다. 물에 빠진 책 가운데 다른 사람한테 받은 것도 좀 있었다. 그것을 버린 게 정말 미안하다.

소설 형식이지만 작가 자신의 이야기, 곧 작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여서 소설보다 수필처럼 보인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 아버지는 이 책을 보고 조금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니, 언젠가 작가가 아버지 이야기를 쓰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느 나라 사람이든 어머니에 대해서는 남다른 마음을 갖고 잊지 않나 싶다. 어머니가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어머니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일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좋아질 것이다고 믿고 길을 건널 때만 어머니를 생각했다. 어머니한테는 평소처럼 했다. 그렇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나’가 어머니와 있었던 옛일을 떠올리는 것은 어쩐지 어머니를 떠나보내기 위한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른 형제도 어머니와 함께 한 일이 있었겠지만, ‘나’와 어머니가 더 자주 무언가를 같이 한 느낌이 든다. ‘나’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일하는 곳에 가서 영화를 보다가, 어머니와 극장에 가기도 하고 그 일은 나이를 먹어서도 이어졌다. 그리고 어머니가 유대인이었던 자기 친아버지(작가한테는 외할아버지)에 대해 알려고 했을 때도 ‘나’가 함께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는 유대인 모임에 같이 가지 않았지만. ‘나’는 덜했겠지만 어머니는 유대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머니는 태어날 때는 유대인이었지만 돌아가셨을 때는 유대인이 아니었다.(‘나’는 어머니를 유대인 무덤에 묻으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되었다) 이 말을 봤을 때는 어쩐지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지금도 독일에는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나’는 믿지 못했다. 부엌 물건을 깨끗하게 닦아두면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머니 물건을 쉽게 정리하지 못했다.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다른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먼제 세상을 떠나기를 바랐다. 얼마 뒤 ‘나’는 아내가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것은 마치 어머니가 준 선물 같았다.



희선


이달의 사락 n***8 2012.10.25. 신고 공감 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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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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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참 예쁘네요. 내용도 별로 길지 않고. 하지만 감동은 책의 크기와는 관계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두꺼워도 지루한 책이 있고, 짧지만 강렬한 감동을 주는 책이 있듯이. 바로 이 책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작은 책에 죽음과 삶의 의미가 몽땅 들어있는 듯했으니까요.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본인의 경우라면 정말로 이 책의 어머니처럼 그렇게 받아들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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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참 예쁘네요. 내용도 별로 길지 않고. 하지만 감동은 책의 크기와는 관계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두꺼워도 지루한 책이 있고, 짧지만 강렬한 감동을 주는 책이 있듯이. 바로 이 책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작은 책에 죽음과 삶의 의미가 몽땅 들어있는 듯했으니까요.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본인의 경우라면 정말로 이 책의 어머니처럼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모든 것에는 승화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주인공 어머니가 바로 그러한 경우 같습니다. 하지만 승화에 이르기까지 내면의 고통이 있었겠지요. 아마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그렇지 않을까요. 오월이 다가오니 갑자기 어릴 적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는군요. 그래서 이 책이 더 가슴 깊이 다가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내게도 오월에 되면 한 송이 꽃을 드릴 어머니가 있었으면. . .
l******5 2007.04.2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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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도 아름답게 :이별에, 삶에 대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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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좋아하는 사람과 짧은 이별을 했다. 안녕, 잘 지내 따위의 말들과 함께. 그리고 다른 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밥을 먹고,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고, 강의도 들었다. 잠깐의 이별이었다. 몇 개월 후면 잠깐이나마 얼굴을 볼 수도 있는. 그런데도 마음이 휑했다. 그 때 나보다 길고 완벽한 이별을 만났다. 야콥 하인의 <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영림카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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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좋아하는 사람과 짧은 이별을 했다. 안녕, 잘 지내 따위의 말들과 함께. 그리고 다른 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냈다. 밥을 먹고,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고, 강의도 들었다. 잠깐의 이별이었다. 몇 개월 후면 잠깐이나마 얼굴을 볼 수도 있는. 그런데도 마음이 휑했다. 그 때 나보다 길고 완벽한 이별을 만났다. 야콥 하인의 <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영림카디널.2007).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죽음 앞에서 써내려간 기록이다.

 

'어느 날 어머니가 우리에게 전화를 해서 저녁때 집에 좀 들르라고 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유는 어머니 병의 재발. 죽음과 맞닥뜨린 마지막 시간 앞에서 야콥 하인은 어머니와의 추억을 돌이켜본다.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둔 기억들을. 특별한건 없다. 어느 집에서나,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을 법한 이야기. 어머니를 떠올리는 건 엄청난 사건이 아닌, 소소한 삶의 에피소드들이다.

 

이별. 더군다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을 반기는 이가 있을까. 어떻게해서든 미루고, 거부하고 싶어지는 게 마땅하다. 그러다보니 이별을 주제로 삼은 책들은 슬프다. 눈물이 주룩주룩까지는 아니더라도 읽고 나면 짠해진다. 괜시리 마음이 저려와 애초부터 기피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또한 마찬가지. 꽤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었지만 읽지 않고 미루던 이유가 그러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야콥이 이별을 받아들이고 겪어내는 과정은 담담하다. 책 어느 장면에서도 '마음 아프지? 눈물 좀 흘려봐. 슬프잖아.' 라며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슬그머니 웃음도 나오고, 모자의 부러운 모습에 시샘도 하게된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 얘기하듯 써내려간다. 심지어 나도 모르게 '아, 야콥 어머니 꼭 한 번 만나뵈고 싶다.'란 생각까지 했으니.  

 

그렇다고 이 책이 하염없이 즐겁기만하냐고 묻는다면 또 다른 얘기. 어느 새 눈엔 물방울이 어른어른. 야콥만의 이별 공식에는 어느새 그의 어머니대신 나의 이별 대상이 들어가 앉아있다. 그리고는 야콥과 꼭 같은 방식으로 이별을 받아들이게 된다. 지금이야 이렇게 한줄씩 풀어쓰고 있지만 읽는 순간에는 이 모든 게 자동적으로.

 

여기서 살짝 야콥식 상처 어루만지기 노하우를 공개해볼까? '어머니의 죽음을 알려온 소식은 다른 슬픔을 한꺼번에 집어삼켜 버리는 요란한 천둥번개가 아니라, 그런 슬픔들 곁에 또 하나의 슬픔의 모자이크를 가만히 더해 높은 것이었다.' (197) '그날, 나는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일터로 나갔다.' (197) '나는 서서히 깨달았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임을.' (212) 그리고 그는 계속 살아간다. '왜냐하면 나는 그래야 하므로. 삶이 언제까지나 예전과 똑같을 수만은 없는 일이니까.' (212) 

 

그렇다. 삶은 변화하고 우리도 언제나 똑같을 순 없다. 이 모든 건 삶의 과정. 야콥 하인은 그걸 이겨내는 방법을 현명하고 유쾌하게 일러준다. 2006 서울 젊은 작가들에 초청받은 야콥 하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한다. '시간은 비극을 유머로 만들었으나... 슬퍼도 아름답게... 그래야 문학이다.' 살아가는 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슬퍼도 아름답게. 그렇게 기억하고 이렇게 살아가는거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이별, 아니 삶을 대처하는 바람직한 방법을 보여준 책. 책도 예쁘고. 가을의 첫머리에 추천.

 

 

 

 

 

YES마니아 : 골드 z*****x 2009.08.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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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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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기에 앞서 먼저 겪게 되는 일들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이다. 그것이 할아버지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있으며 부모님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그런 일들이 눈앞에 닥치는 순간 언제 그랬냐 싶게 우리는 그것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내게만은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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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누구나 한번은 겪게 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기에 앞서 먼저 겪게 되는 일들은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이다. 그것이 할아버지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있으며 부모님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그런 일들이 눈앞에 닥치는 순간 언제 그랬냐 싶게 우리는 그것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내게만은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매순간 바라게 된다. 누구도 죽음과 관련된 일에서는 예외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에서는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때가 많다.


나또한 내 주변의 누군가가 갑자기 사라지거나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나도 무섭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될까봐, 가까운 미래에 그러한 일들이 생길까봐 가슴을 졸이기도 했었다. 마냥 어릴 땐 부모님이 조금이라도 늦게 들어오시면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덜컥 겁부터 났었고 그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시기만을 바랬었다. 그러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늦은 귀가만을 걱정해야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주위에 누군가가 아프다는 얘기를 들을 땐 그저 걱정했었다. 누군가의 아픔이 내 것이 아닌 만큼 그 걱정도 크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루하루를 살지만 그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랄까. 내게 있어 아버지의 암은 그런 것이었다. 그날 하루가 무사히 지나가면 그것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했었으니까.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실지도 모른다는 그 불안함은 내가 아버지의 암 소식을 들은 것만큼 충격이었으니까. 물론 암이라는 것이 금방 어떻게 된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켜보기도 하고, 때론 기적을 바라기도 해본다. 기나긴 일상 속에서 지금은 아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없었던 것처럼 치부해버리기도 하고, 아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래보기도 한다. 일상에서는 잊고 살고 싶지만 내게 있어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가 내게 가장 가까운 이가 죽어간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크나큰 충격이다. 그래서인지 잊고 살아도 ‘죽음’라는 생각만 들어도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내게 있어 아버지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듯 그것은 나의 일일뿐이다. 내게 있어 아버지의 죽음은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만큼 큰 충격이었지만 세상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 그렇게 돌아간다. 그러한 모습을 실제로 경험하게 되면 나만이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 착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며 나는 나와같이 공감해줄 수 있는 친구 한 사람을 만난 듯 했다.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들을 작가만의 독특한 색채로 쓴 글이 아니라 그저 일상에서 누구나 느끼는 것들을 썼기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어머니가 죽음을 앞둔 이에게 했던 말은 의미심장하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에게 “도리어 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 몰라요. 아직까지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이 없는 걸보면”이라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가 두려워하던 그 죽음의 세계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닐지, 죽음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g***i 2007.05.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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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아름다운 문학으로 승화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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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표지와 제목이 무척 강열하게 와닿았다. 어머니의 죽음을 소재로한 점에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요즘은 이유없이 눈물이 많아진다.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는 읽어낼 자신이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설명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첫 장면은 유방암이 재발했음을 암시하는 어머니의 전화 한 통화로 시작한다. 불길한 예감과 함께 뒤이어 어린시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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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표지와 제목이 무척 강열하게 와닿았다. 어머니의 죽음을 소재로한 점에서 조금은 망설였지만, (요즘은 이유없이 눈물이 많아진다.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는 읽어낼 자신이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설명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첫 장면은 유방암이 재발했음을 암시하는 어머니의 전화 한 통화로 시작한다. 불길한 예감과 함께 뒤이어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와 어머니의 사연들도 흥미롭지만 어머니의 출생과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나치시절 독일을 배경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여느 모자의 사연과는 구별된다. 작가의 외할머니는 순수 독일인 혈통이고, 외할아버지는 유대인의 피가 섞인 반유대인이다. 어머니는 말하자면 1/4 유대인으로 나치에게는 반유대인보다 더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힌 사람이었다.

 

어머니의 부모님은 정식으로 결혼조차 할 수 없었고, 어머니는 어린시절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것을 빼앗기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자랐다. 목숨을 잃게 되는 그 병에 걸린 것만으로도 어머니는 철저히 유대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죽어서는 유대인 묘지에 묻힐 수 없는 존재, 진정한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어머니를 떠나 보낸다는 것은 감히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 아무도 없는 황량한 벌판 한가운데 고독하게 홀로 버려진 듯한 슬픔이라고 표현하였다. 그렇다고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어린시절부터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어머니와의 추억에 대한 회상, 어머니의 집안, 출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서술되어 무작정 슬픈 내용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 나는 어머니 무덤의 묘석을 고르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묘지를 둘러보는 중이었다. 그때 아내가 산부인과 병원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임신이었다." p. 215

 

어머니의 죽음은 분명 끝이 아니었다. 막연히 고민해왔던 유대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확실히 매듭짓는 계기가 되었고, 한 인간으로서의 성숙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남은 자들에 대한 책임감은 또 다른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어머니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존경과 사랑을 가득 담은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m******n 2007.05.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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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죽지 말아요, 이건 너무 이르잖아요.”
"“어머니 죽지 말아요, 이건 너무 이르잖아요.”" 내용보기
붉은 표지의 아담한 책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자궁을 통해서 성장하고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혈육을 중시할 것이다. 기르는 정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지만 낳은 정이 피가 당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책에도 자신을 포함하는 부모의 핏줄에 얽힌 가족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에는 어머니와의 작별에 관한 자식의 마음이 담겨
"“어머니 죽지 말아요, 이건 너무 이르잖아요.”" 내용보기
 

붉은 표지의 아담한 책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자궁을 통해서 성장하고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혈육을 중시할 것이다. 기르는 정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지만 낳은 정이 피가 당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책에도 자신을 포함하는 부모의 핏줄에 얽힌 가족사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에는 어머니와의 작별에 관한 자식의 마음이 담겨있다. 현재 나도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는 입장에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아들이 1년마다 있는 열리는 캠프의 친구들을 위해서 직접 원거리로 차를 몰아서 데려다 주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엄마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 자식의 입장이라서 그런지 나에게도 분명 홀로 운전해서 집으로 가셨던 부모님을 금새 잊었나 하는 생각에 가슴을 친다.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일 것이다. 유독 저자인 야콥 하인의 어머니는 더욱 멋지게 보인다. 나는 알뜰한 엄마를 두었다. 그래서 주말에 기분 내어 조조할인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도 TV를 틀면 하루 종일 못 본 영화가 나오는데 왜 엄한 돈을 쓰냐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엄마와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감독을 엄마로 둔 저자가 더 부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알뜰하고 귀여운 우리 엄마를 사랑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전화해서 조잘조잘 이야기할 엄마가 있다는 것이다.


내게는 매일매일뿐 아니라 매달 매년이 생사를 넘나드는 마음이었다. 게다가 어머니는 마지막 몇 년 동안을 병상에 누워 지냈다. 그동안 내내 나는 내가 정한 ‘어머니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어머니의 병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오직 낙관적인 방향으로만 생각했다. 그런 생각 때문에라도 낙관적인 결과를 올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p27)


3년 전이었던가. 나의 어머니도 병원에 입원하신 적이 있었다. 보통 아파도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돌아오지 않으면 큰 병 일까봐 걱정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수술을 하셔야 하고 한 달 동안 입원을 하셔야 한단다. 계속 누워계시는 엄마는 얼굴이 누렇게 변하고 몸도 점점 야위어 가는 듯 보였다. 나는 대학교 4학년이라 임용시험 준비로 바쁘다며 휴학중인 여동생이 병원에서 엄마와 함께 생활했다. 자주 가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미안하면서도 엄마와 더욱 돈독해진 여동생에게 질투가 나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틈나는 대로 하나님, 예수님을 부르고 엄마가 빨리 나을 수 있도록 기도했다. 세상의 자식들의 마음은 모두 같은 가 보다. 부모님의 마음에 비할 수 있을까 싶지만.


타지에서 생활하는 것은 자주 볼 수 없는 점이 아쉽지만 더욱 어머니와 친해진다는 느낌도 든다. 함께 살면 집에 늦을 때만 친구와 놀고 간다고 전화를 하지만, 따로 살아서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부전화를 한다. 자녀는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당연히 독립을 하는 것인데 부모나 자식은 아직 덜 준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함께 살 때는 매일 보는 얼굴이기에 부끄러워서 살갑게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오랜만에 본 부모님 품에는 꼭 안겨보기도 하고 헤어질 때는 못내 아쉬워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만일 어머니와 최후의 대화를 하게 된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사실 나는 한번도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시절에 내가 차분하게 앉아서 그런 걸 생각해낼 마음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그래서 어머니에게 가장 하고 싶은 그 말을 해줄 기회를 가졌더라면, 아마 내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을 것이다. “어머니 죽지 말아요, 이건 너무 이르잖아요.”(p205)


이 책은 저자의 담백하면서도 간결하게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로 내 자신을, 내 가족을 돌아보게 한다. 나는 아직 젊기 때문에 다가올 부모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렇지만 객관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사실 어머니와 죽음이라는 이유를 통해서 작별한다는 것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느끼기 힘든 감정일 것이다. 그 감정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어떤 죽음도 내게 이런 슬픔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것은 커다란 공허감이다.(p212) 또한 그 죽음의 감정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표현하는 문장 또한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죽음으로, 공허감으로 세상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아내의 임신과 같은 멋진 선물로 기뻐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우리를 살 수 있게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n******1 2007.05.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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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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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의사가 본업인 야콥 하인의 소설을 만났다. 빠알간 표지가 강렬하게 와 닿는 책... 어버이 날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그런가... 처음 서두를 접하면서 마음이 짠해왔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어머니의 투병소식...너무나 평범했던 일상에서 울려퍼진 그 소식과 그 소식을 들은 형제가 집으로 돌아와 한 자리에서 식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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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 의사가 본업인 야콥 하인의 소설을 만났다.

빠알간 표지가 강렬하게 와 닿는 책... 어버이 날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아서 그런가...

처음 서두를 접하면서 마음이 짠해왔다.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으로 성공한 어머니의 투병소식...너무나 평범했던 일상에서 울려퍼진 그 소식과 그 소식을 들은 형제가 집으로 돌아와 한 자리에서 식사하는 그 풍경이 많이 공감이 갔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상상으로 풍경을 그려볼 것이다.

그러나 비슷하게라도 겪어본 사람들은 그때의 힘들었던 상황에 울컥하고 목이 메일지도 모르겠다.

 

2년 전 아이들 여름방학을 맞아 동생네 집으로 언니네 가족들과 함께 신나게 가서 놀고 있을 때 엄마께서 그 보다 앞서 해놓았던 검사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다들 두려워하는 "암" 이었다. 놀이를  멈추고 급하게 시골집으로 가서 엄마 모시고 서울로 바로 직행해서 수술을 하고 그로 부터 2년이 지났다.  지금 엄마는 별탈없이 지내시고 정기적인 검사에서도 별다른 소견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런 사이 엄청 쇠약해지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딱 1년이 됐다. ㅠ.ㅠ

곧 기일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많이 슬펐고,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에 많이 두려웠고, 지금도 믿기지는 않지만 계시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 해야만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이 소설은 그렇다.

잔잔한 한 가정에서 어느 한 사람에 촛점을 맟추기 보다 그 가족들 전체를 아우르는 그런 모습이다. 가족사를 아주 조용조용히 돌아가는 무성영화처럼 보여주고 있다. 작가 자신의 경험담이라고 하는 이 책에서 울컥울컥하는 장면들도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내 가족을 이 책으로 끌어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작년 이맘때 아버지를 떠나 보내던 기억도 명치가 아릴 정도로 생각나게 하고...

암판정을 받고 서울로 급히 떠났던 2년 전 엄마와의 일도 생각나고...

이렇게 지난 기억을 아주 가까이로 불러 오게 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그곳...은 죽음의 세계다. 죽어서 가는 곳..

그런데 그곳이 알 수 없는 세계이다 보니 여기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을지도 몰라요. 아니 그건 어쩌면 아름다울지도 몰라요. 아직까지 죽음에서 되돌아온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역설적으로 까지 들리는 이 구절이 어느 날 꿈에 환하게 웃고 오셨던 아버지를 생각나게 한다.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나니 저리 환한 웃음이 나오는 구나.. 하고 스스로 위안을 했었는데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쩌면 그곳이 편하고 아름다워서 그런 환한 표정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살아계실 때 잘 하라는 말...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늘 옆에 그 모습으로 계실거라 생각하다 어느 순간 바라볼 때 너무나  변해버린 모습에 가슴아파 하지말고 지금이라도 후회않을 일들 차곡차곡 쌓아가야 겠다.

마지막에..

영림카디널의 대표께서 쓰신 딸에게 보내는 절절한 마음이 너무 가슴 아프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 내가 부모 되어 자식 키우는 입장이고 보니 충분히 전해진다.

가족을 이루고 사는 누구 한 사람.. 귀하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삶은 우리가 가게 될 그곳에 가기 전 잠시 머무르는 곳...

하루하루 귀하게 사랑해야 하겠다.

s*****3 2007.05.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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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겨진 이들에게로의 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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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의 일부를 서문으로 도용하여 죽음에 대한 작가의 변을 암시하듯 시작하는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어머니 죽음에 대한 그의 시선을 잘 편집해 놓은 한편의 다큐같다.   발문에서 옮긴이 배수아 작가의 눈으로 본 야콥 하인은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매력적이다.  작가 아버지의 명성을 등에 업지도 않으며, 소아정신과 의사로써도 충실하고, 작가로써도 열씸
" < 남겨진 이들에게로의 위로.. >" 내용보기

커트 보네거트의 [제5도살장]의 일부를 서문으로 도용하여 죽음에 대한 작가의 변을 암시하듯 시작하는 이 책은 작가 자신의 어머니 죽음에 대한 그의 시선을 잘 편집해 놓은 한편의 다큐같다.

 

발문에서 옮긴이 배수아 작가의 눈으로 본 야콥 하인은 책을 읽기도 전에 이미 매력적이다. 

작가 아버지의 명성을 등에 업지도 않으며, 소아정신과 의사로써도 충실하고, 작가로써도 열씸인 다재다능한 젊은 청년..

이 사람의 글쓰기 방식도 무쟈게 맘에 든다.

소설가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속에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겠으나 자신의 삶을 마치 영화찍듯 고스란히 그대로 찍어놓은 책은 그닥 많지 않으리..

야콥 하인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어야함은 선택에 여지가 없어졌다.

이 사람의 담백한 글쓰기도 맘에 든다! ㅎㅎ

 

배수아 작가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하자면.. 그이도 참 다재하다!

많은 책을 내었으면서, 번역가로도 활동하는..

야콥 하인을 콕 찍어서 한국으로 들여온 그의 안목도 박수칠만 하다.

사실, 그녀의 책들은 제목에서 주는 가벼움이 요즘 가요들의 직설적이고 유치한 가사같은 느낌이라 한번도 읽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가 야콥 하인을 발견해냈다는 것만으로 그녀가 다시 보이고, 이 참에 그녀의 책도 찾아 보리라 하여진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같은 것만 빼고.. ㅋㅋㅋ

 

이 책에서 저자의 가족사를 통해 유대인과 독일인, 나치시절부터 동독과 서독의 갈림상황과 통독 이후까지를 엿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마치 멀고 먼 과거의 이야기 일것 같은 역사적 사실들이 시간의 흐름을 타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어머니가 모유를 먹였다거나 규칙적이고 바른 식생활을 하고 있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거의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걸린 이유를 그는 유대인의 유전자적 소인을 통계로 들고 있기도 하다.

 

p137

우리가 배우는 역사교과서에 사실과는 거리가 먼 그런 사진이 하도 많이 나오므로, 심지어는 유대인이 박해받은 데는 뭔가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며 그 이유를 지금은 사람들이 공개적으로는 입 밖에 내서 말하지 못하고 있을 거라는, 그런 막연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많을 정도였다. 단지 유대인 자체가 너무 눈에 띄지 않게 되어버린 덕분에 반유대주의라는 것도 사라져버린 것이다.

독일이 나치의 만행을 인정하고 교과서에 까지 실려 널리 알리고 있긴하나 독일에서의 유대인이미지에 대한 실상은 그런것인 모양이다.

유대인 스스로의 정체성도 많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에게도 유대인으로서의 삶을 어떤 형식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p 73

"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 몰라요. 아직까지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이 없는 걸 보면."

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시선이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그녀가 다큐멘타리 영화감독이라 시각이 남다른지도 모르고, 아직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지 않기에 여유가 있어서였는지도 모르지만.. 참, 위트있는 멘트다!

그도 어머니의 죽음을 수선스럽게 논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더 아련한지도..

아이의 모습으로 어른인척 기생하고 있는 것 같다하던 그가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그의 통증이.. 상실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 수 있다.

 

병상에 있는 저자의 어머니 크리스티아네의 모습을 쫒아가면서 간암말기로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눈시울이 절로 붉어졌다.

할머니 손에 자란 내게 어머니 다름 아닌지라..

병상에서 퉁퉁부어 고무장갑만해진 손으로 손녀딸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이가 아기낳아 키우누라 고생한다"고 말해주신..

그렇게 말해주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 오롯이 할머니 혼자였음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았기에 더 하다.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고아가 된 듯함..

연세 지긋한 도올 할아버지도 모친의 작고함으로 고아가 된 듯하다 모 강의에서 토로했었다. ㅎㅎ

이 땅의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삶의 기둥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저자는 다섯살의 기억을 서술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일주일간 출장을 떠나는 엄마에게로부터 떨어져 나가기 싫어 투정부리는 아이..

 

내 어머니..

내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을 접하면 내 마음은 어찌 움직일까..

나는 자식을 버리고 돌아선 비정한 어미를 용서하지 못한다.

내가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서는 더 더욱 그러하다.

시간이 더 지나면 달라질까..

나이를 더 먹으면 또 다를까..

 

사실, 이 책은 내 어머니를 용서함으로 찾아가는 길에 도움이 될까해서 선택한 책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직은 아닌 모양이다..

아직은..

 

이 책의 마지막은 딸의 죽음을 상처로 안고 있는 발행인의 변이 함께 실려 있다.

죽음..

돌아간 그네들에 대한 추억은..

남아있는 사람에게 깊은 그리움의 골을 패고 만다..

부디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저자는 자신을 위로하듯 남아있는 사람들의 통증을 위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먼저 간 그들이 머무는 그곳은 아름다울지도 모른다고..

아니, 저자의 어머니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말이었는지도.. 혹은, 두고 가는 이들에게 남겨주는 위로 인지도..

 

o****1 2007.05.0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그곳이 아름답다면, 당신이 거기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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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의 어머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선 로맹 가리의 에세이『새벽의 약속』에 등장하는 모자지간이다. 영화 <전함 포템킨>에 출연했던 배우이기도 했다는 아버지를 가진 로맹 가리는 러시아 이민의 후손이다. 그의 어머니는 호텔 잡역부로 일하면서 그를 양육했다. 아들이 돌아오면 어머니는 스테이크를 굽는다. “엄마 것은 어디 있어?”라고 묻는 어린 아들에게 “엄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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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들의 어머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선 로맹 가리의 에세이『새벽의 약속』에 등장하는 모자지간이다. 영화 <전함 포템킨>에 출연했던 배우이기도 했다는 아버지를 가진 로맹 가리는 러시아 이민의 후손이다. 그의 어머니는 호텔 잡역부로 일하면서 그를 양육했다. 아들이 돌아오면 어머니는 스테이크를 굽는다. “엄마 것은 어디 있어?”라고 묻는 어린 아들에게 “엄마는 낮에 더 좋은 걸 먹어서”라며, 어서 먹기를 재촉한다. 로맹 가리는 몇 시간 뒤, 부엌에서 접시에 남은 스테이크 소스를 롤빵에 발라 먹는 엄마의 모습을 본다. 로맹 가리든, 에밀 아자르든, 그의 눈부신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에게 남루함을 벗게 해주기 위해 종종거렸던 어머니가 떠오른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어머니를 빼놓을 수 없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1부인 <스완네 집 쪽으로>의 한 장면. 병약하고 심약한 소년 마르셀은 엄마가 잠자리 키스를 해주러 오기만을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아버지는 마르셀이 이제 다 컸고, 나쁜 버릇이 들기 때문에 이런 아들의 습벽을 못마땅해 한다. 엄마의 발소리가 침실 밖에서 울리기만을 애끊는 심정으로 갈구하는 그의 모습은 소설을 벗어나 그의 인생의 모든 시간에 깃들어 있다. 프루스트의 어머니는 자신도 신장이 좋지 않았지만, 천식을 앓는 아들을 위해 곁에서 품어주기를 게을리 한 적이 없다. 그가 죽음의 순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엄마...”였다.

 

    또 한 분, 어느 작가의 어머니가 뇌리에 들어와 박힌다. 야콥 하인의 어머니, 크리스티아네 하인. 야콥 하인에 대해서 역자 배수아 씨가 전해주는 정보 말고 아는 것이 없다. 그의 세 번째 작품인 『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를 먼저 만나게 된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작가로서의 그를 짐작케 하는 것보다, ‘아들’된 입장으로서 어머니를 추모하는 애잔함에, 어떠한 평가를 내리기보다는, 내게도 닥칠 일이라는 공감과 두려움을 더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여기, 야콥 하인의 눈부신 어머니, 크리스티아네가 생생히 살아 숨쉬기 때문에 그가 가진 상실감과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공허함은 한층 배가되고, 죽음의 문제과 더불어 다루어지고 있는 거대한 또 하나의 테마인 ‘통독에서 유대인 공동체로 살아가기’에 대한 고찰은, 200여 페이지의 분량의 책을 단숨에 읽어 내리지 못하게 하는 구속복이 되어 심신을 옥죄어온다.

 

    야콥 하인은 전작들을 통해 냉소와 지성이 번뜩이는 젊은 작가라는 평을 구축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 크리스토프 하인은 이미 대작가의 반열에 오른 인물로, 아들에게는 무너진 베를린 장벽과는 달리 넘을 수 없는 단호한 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아버지가 부재한다. 아니, 이 책은 오로지, 아들이 떠나보낸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만이 다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온전히 크리스티아네 하인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며 제대로 된 헌화와 묵념을 바칠 수 있게 된다.

 

    어머니는 두 아들을 모유수유해서 키우신 분이며, 건강한 식단을 평생 지키셨고, 담배는 진작 끊으셨으며, 지성과 인정이 넘치셨던 자신이 아는 가장 빛나는 존재감을 가진 분이다. 그런데 유방암이다. 왜 병이 어머니를 택했는지, 의사이기도 한 아들은 납득해낼 수가 없다. 두 차례 발병을 통해 어머니는 점점 생명이 점차 소진되어가지만, 아들은 아무런 준비를 할 수가 없다.

 

“어머니, 이건 너무 빠르잖아요......”

 

   

    크리스티아네 하인이 ‘크리스티아네 안네 에바’였던 무렵, 그러니까 어머니는 유대인이다. 법률에서 인정하지 않는 유대인. 가족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은 나치와 홀로코스트, 또는 쇼아, 동독과 서독과 통독으로 이어지는 독일의 혼란상과 겹쳐지면서 증폭된다. 통독의 옛 동독 지구에서 유대인 공동체로 속해 사는 것은 ‘시대착오적 부산물이자 오도된 교과서적 잔존물’이라는 대다수의 시각과 ‘정통’이 아니기에 기나긴 가족사를 풀어낸다 해도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 유대인 공동체와의 괴리감은 어머니의 출생과 죽음의 순간까지 명확하게 그 소속감을 부여하지 못한다.

 

   유대인인 외할아버지와 아리안 정통의 핏줄을 가진 외할머니의 결합은 유대인, 나치독일,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그래서 법률상의 결혼이 불가능해졌고, 어머니 크리스티아네가 ‘사생아’로 태어나고 나서, 할아버지는 수용소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탈출하지만 그 후 어디서도 소식을 들을 수가 없다. 야콥 하인은 ‘4분의 1 유대인’이라는 태생을 가졌고, 어머니와 함께 동독의 유대인 공동체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녹아들게 해보려하지만 시대와 장소가 그것을 좌절케 한다. 그리고 통독에서의 옛 동독 지구 유대인 공동체는 쏟아져 들어오는 러시아이민자 출신의 유대인들과 정통을 고수하려는 ‘시온주의자’들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없어 부유할 뿐이다.

 

    어머니는 유방암에 걸릴만한 아무런 징후가 없는 듯했지만, 유럽의 유대혈족들 사이에서의 암 발생률을 따져보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어머니는 법적으로는 유대인이 아니지만, 태생적으로, 그리고 ‘병적’으로는 유대인이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의 아들인 야콥 하인도 유대인이라고 자부한다. 문제는 어머니의 사후, ‘법적’ 유대인이 아니기 때문에 유대인 묘지에 뭍힐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어머니는 거부당했다. 그리고 이제 야곱 하인도 굳이 유대인으로 남을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

 

    이 책의 서장을 장식하는 것은 커트 보네커트의 『제 5 도살장』의 일부분이다. 독일의 비무장 유대지구인 드레스덴을, 무의미하게 침공하고 은폐했던 연합군의 폭격에서 살아남은 빌리가, 자신이 트랄파마도어 행성에서 온 외계인들에게 잡혀갔다왔다는 것을 주장하는 편지의 일부. 트랄파마도어인들은 시간 개념은 지구와 다른데, 과거, 현재, 미래의 매 순간이 공존해왔기 때문에 어느 곳에 시선을 두느냐에 따라 인생의 전부이자 일부를 목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므로 죽음은 ‘그저 죽어 있는 상태’이므로, 다른 순간은 행복하게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빌리가 외계인의 시선을 고안해내지 않았다면, 더 진작에 미쳐버렸을 것이 분명한 것처럼, 야콥 하인이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겪는 투쟁이 이미 예고되어 있는 것이다.

 

    네 살, 스무 살, 스물일곱, 서른 즈음의 야콥 하인과 어머니 크리스티아네의 이야기가, 생명을 꺼트려가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섞여 들어 있다. 현재에서 눈 돌리면 어디서든 어머니가 어머니답게 존재하고 있다. 그가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트랄파마도어’의 시야를 투과시켜보기도 하는 그 모든 과정 속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짙게, 한없이, 대체할 수 없는 의미로 존재하기 때문에, 추억의 무게는 생의 무게를 더욱 육중하게 하고, 죽음의 무게를 조금은 받아들이도록 도와야 마땅하지만, 누가 할 수 있겠는가. 내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일을.

 

    읽는 내내, 작가의 어머니들에게 사로잡혀 있던 나지만, 책을 덮은 후, 어느 작가의 아버지가 아른거린다. 폴 오스터의 『고독의 발명』의 등장하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살해한 어두운 가족사를 짊어진 유대인 아버지. 아버지의 사후, 폴 오스터가 아무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을 ‘발견’해내는 이야기, 그의 인생의 고비 때마다 ‘아버지스러운’ 어딘가 핀트가 맞지 않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분. 폴 오스터의 ‘낯선’ 아버지와는 달리 야콥 하인의 어머니는 아들과 인생을 함께 논하면서 가꾸어왔던 내 전 생애에서 유일무이한 살가움이다.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끔찍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아니, 그건 어쩌면 아름다울 지도 몰라요.

아직까지 죽음에서 되돌아온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누구에게든 닥쳐온다. 그리고 깨닫는다. 언제가 내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순간이 오고, 거기에는 아무런 준비도 필요 없으며, 그것을 위안 삼을 적절한 말과 마음은 없다는 것을. 다만 그 상실감이 무뎌지는 어느 순간과 아무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완고한 부재 또한 있다는 것을. 간절히 바란다. 내 어머니, 내 아버지, 내 소중한 사람들, 언젠가 그곳으로, 어쩌면 아름다울지 모를 그곳으로 떠나겠지만, 내 앞에 가는 그 시간이 최후의 최후까지 늦장을 부려주기를.

 

 

    그곳이 아름답다면, 당신이 거기 있기 때문에. 그래서 내 삶의 아름다움이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어딘가로 옮겨가버린 것이겠지. 삶이 있고, 죽음이 있고, 다시 삶이 있다.

a******i 2007.05.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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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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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소중한 사람을 잃는 다는것은 힘들고 슬픈 일입니다. 저에게 있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일이 있었습니다. 몸이 많이 쇄약해 져서 항상 침대에만 누워 계셨었죠. 할아버지는 항상 제 이름을 부르시곤 했었어요. 그럴때마다 귀찮게만 느껴졌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철이 없었던것 같아요.소중한 사람을 잃는 다는것이 좋은일은 아니지만... 그 사람과 있었던 추억들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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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소중한 사람을 잃는 다는것은 힘들고 슬픈 일입니다.

저에게 있어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일이 있었습니다.

몸이 많이 쇄약해 져서 항상 침대에만 누워 계셨었죠.

할아버지는 항상 제 이름을 부르시곤 했었어요.

그럴때마다 귀찮게만 느껴졌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철이 없었던것 같아요.
소중한 사람을 잃는 다는것이 좋은일은 아니지만...

그 사람과 있었던 추억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

때론 기쁘고... 때론 슬프지만...

함께 했던 시간들은 행복했던거 같습니다.

이런 일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해주는 책 같네요.

k*****6 2007.04.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