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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글을 쓰면서 '톺아보다'라는 어휘를 처음 사용해 본다. '톺다'라는 말은 '틈이 있는 곳마다 모조리 더듬어 뒤지면서 찾다.'라는 뜻이다. 장석주 시인이 8년에 걸쳐 정리한 이 한국문학의 역사에 대한 방대한 기록에 이만큼 잘 어울리는 서술어가 있을까 싶다. '20세기 한국문학의 탐험'이라는 책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 딱 100년 동안 한국문학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 시대의 흐름, 사조의 변천, 작가의 신변과 작품세계까지 망라한 대작이다.
총 다섯 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에 다시 읽은 것은 1935년부터 1956년까지의 기록이 담긴 제2권이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가는 물론이고 그 주변 인물과 비화, 대표작 등도 고루 실려 있기 때문에 문학 수업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썰'의 자료로 그만이다. 예컨대 대학 교수님들이 쓰신 진지한 문학사 책에는 김유정이 임자있는 기생 박녹주에게 반해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담아 연애편지를 썼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흥미만을 추구하기 위해 신변 잡기에 얽힌 이야기만 서술한 것이 아니다. 각종 논문, 잡지, 신문기사와 주변인들의 증언까지 정말로 다양한 1차 자료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연대기이기 때문에 국어교육이나 국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기초 자료로 학습하기에도 그만인 책이다.
개화기~일제강점기~광복~6.25.~산업화와 군사독재~민주화에 이르는 거대한 과정들을 겨우 100년에 압축해서 살아낸 우리 선조들. 그들 자신이면서 타자로서 그들을 관찰하고 또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끊임없이 탐구해 온 지적(知的) 작업의 유장한 흐름에 한편으로는 경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도 든다. 내가 그 물줄기 하나 새로 팔 능력은 없어도 물 속에 발 정도는 담가볼 수 있게 우리 아이들을 수업을 통해 안내해주고 싶었다.
<본인이 읽으려고 고른 작품들의 목록> 그래서 지난주 2학년 문학 수행평가로 한국 현대단편소설을 읽고 비평문을 써 오는 것을 과제로 냈다. 머리들을 싸매고 끙끙댔지만 제법 괜찮은 글을 쓴 녀석들도 있고 책을 읽으며(몽실언니) 줄줄 운 녀석도 있었다. 내가 어려웠던 시절 그때의 한국문학을 읽으며 치유받았듯 우리 아이들도 그런 경험 한 번쯤 해보는 계기였기를 바란다. 감정의 정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과거에 대한 이해, 우리 역사에 대한 긍정의 마음 정도만 가져도 성공이라고 생각할 거다. 쨌든, 그러자면 이 녀석들이 글을 읽게 꼬셔야 하고, 그 이야기보따리를 채우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이 책을 다시 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