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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도로 '간 사람들'을 추적하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기록한 인도 역사서이다. 알렉산더부터 바스코 다 가마를 거쳐 비틀스, 히피까지.
지금까지 내가 읽은 인도사는 통사로는 딱 한 권이었다. 대한교과서주식회사에서 만든 세계각국사 시리즈에 있는 인도사였는데, 그리 두껍지는 않지만 글씨가 작고 빡빡하며, 결정적으로 화보가 흑백이었다. 즉, 쉬 질리게 만드는 요소를 다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얇고, 화보가 찬란하며 10개의 주제별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다 읽고 나면 인도 통사를 대략 한 번 훑어본 느낌을 준다. 김영사의 이 표정이 있는 역사 시리즈는 대중적이면서도 가볍지 않아 좋다.
인도사를 읽다보면, 왜 이리 정복 왕조의 역사 중심일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이 책의 저자는 알렉산더 시기부터 그 이유를 알려준다. 인도에는 원래 역사 기록이 발달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알렉산더의 인도 원정시 기록부터 1차 사료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알렉산더가 중요하다고. 사실 그는 인도 서북부 쪽을 조금 건드리다가 실패했을 뿐이라고. 인도측 사료는 없고, 서구인의 시각으로 확대기록해 놓은 사료는 있어서 우리가 알렉산더 인도 원정의 의의, 따위를 속아 배운 것이라고.
그리고 저자는 말한다. 인도에는 역사 기록이 없다고 하지만 그들은 신화와 서사시를 통해, 즉 구비문학으로 인도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를 유구한 세월을 거쳐 전했다고. 외부의 침입자에 대한 인도측 기록이 없는 점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도는 잊기 위해 기록하지 않은 것이라고. 외부세계에 대한 무관심과 무거운 침묵은 인도 나름의 생존방식이었다고. 즉, 인도는 망각과 무시를 선택하여 정복한 존재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인도인들의 정신세계, 문화와도 관련있는 듯하다.
유럽의 근대 사가들도 유럽 중심의 시선으로 인도에서 유럽인의 활약을 과장했다. 유럽인이 기록을 많이 남긴 데 비해 구비 전통이 강한 인도인은 유럽인의 등장에 침묵했고, 그래서 기록을 남긴 자들의 유리한 입장이 부각된 것이다 - 본책 120쪽에서 인용
그밖에 소소한 에피소드가 있어 읽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인도의 면직물산업을 무너뜨리기 위해, 모슬린을 제작하는 숙련공들의 엄지손가락을 베어낸 영국의 만행, 포르투갈에서는 위인이지만 인도에서는 악마로 통하는 바스코 다 가마, 인도에 온 서양 여인들의 일화,,, 등등.
또 인도와 파키스탄이 왜 이리 앙숙간인지를 역사적으로 알아 볼 수 있어 좋았다. 현재 파키스탄이 인도를 겨냥하여 만든 미사일의 이름이 왜 가즈니, 구르, 티무르, 바부르 등 인지. 파키스탄은 자신의 지역 출신으로 인도를 정복한 왕조의 이름을 따서 미사일 이름을 명명한 것이다. 이런 점들 읽기도 흥미로운 책이다.
즐거운 독서 경험이었다.
* 궁금한 점 : 저자는 영어 자료를 주로 이용했다. 그래서 베니스, 더캣, 오스만 터키 하는 식으로 표기되어 있다. 이럴 경우 현지 발음대로 베네치아, 두카토, 오스만 투르크로 바꿔 표기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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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미치다. 책에 미치다.
철학을 전공한 친구와 여행 얘기를 할 때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인도를 꿈꾸어 왔다. 일단 한 달 정도 인도에 가고 싶다는 우리의 꿈. 벌써 십년도 넘었다. 인도학의 대부라는 막스 뮐러와 고등학교 시절 우리를 신비하게 이끌던 헤르만 헤세와 같이 우리는 아직 인도에 가지 못했다. 그러다 이 책 '인도에 미치다'를 보았다. 책을 만난지 이틀여. 잘 짜여진 내용을 따라 야간 열차의 불빛 속에서도 손에서 떼지 못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인도에 미치다."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인도의 고단한 역사에서 드러나는 미래와 연계된 인도의 질긴 생명력과 생존능력을 말하고 싶었다. 이 책의 행간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인은 굴욕적인 패배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악착스럽게 부를 모아서 또 다른 침입자의 눈독을 받았다. 전쟁은 누가 옳은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살아 남는가를 결정하는 거라면, 되풀이되는 침입자에게 패배하고 파괴와 약탈을 당한 인도는 늘 패배했으나 살아남은 기이한 승리자였다. 인도의 정복자들은 인도에 부가 있기에 그곳에 갔고, 인도는 약탈한 재물을 가졌기에 천 년이 넘게 이민족의 침입을 받았다. 불법을 구한 승려와 자유를 찾아간 히피에게도 인도는 안성맞춤이었다. 이 책은 모든 것을 다 가진 인도, 정신주의=인도와 물질주의=인도를 상상할 수 있는 자료를 담았다.
우선 책을 펼치면 영화 "트로이"의 후반부를 보듯하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기원전 326년의 어느날, 말을 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어둠과 굵은 빗줄기를 뚫고 젤롬 강을 건넜다로 시작되는 약탈의 역사 서막. 불경과 보이지 않는 황금을 찾아 인도에 간 - 현장, 혜초, 법현, 의정. - 그리고 여성 선교사와 비틀스와 히피들 까지. 요가와 명상을 배우며 산란한 마음을 평화로 바꾼다. 희망을 가지기 위해, 많을 것을 가지지 않기 위해 그들은 오늘도 인도에 간다. 인도가 거기 있기에. 책의 체제와 내용, 사진 자료에 이르기 까지 훌륭한 시간을 보냈다. 별 네개씩을 준 이유는 모두 다섯개가 충분하나, 좀더 두툼한 내용의 책 세 권 쯤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여행과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당연히 선택해야 한다. 친구와 다시 '최후의 여행지'라는 인도 여행에 대해 다시 끝없는 얘기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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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 수강계획서를 보면서 이옥순이라는 저자를 알게 되었다.
실은 나는 요즘도 심심하면 나의 모교 수강신청란에 들어가서 무슨 과목들이 있나, 나의 재학생 시절과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확인해보곤 한다. 학교가 너무 그리운가보다. 그래서 먼 발치에서나마 아직도 학교에 있는 복받은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그네들의 생활에 무한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좋은 일은 우리 조정부 09학번 후배들을 알게 되면서 학교의 최신 소식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설하고, 문화인류학 수강계획서에서 이옥순의 우리안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참고도서로 실어놓은 것을 보고, 무슨 책일까 궁금해했었다. 우리안의 오리엔탈리즘이라,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용어가 지식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지도 오래, 에드워드 사이드가 세상을 버린지도 벌써 수년.
내가 오리엔탈리즘이란 용어를 접한 것은 일학년 이학기때 들은 서양문화의 유산의 설혜심이란 강사(몇해 전 교수가 되었지)에게서였다. 그 수업 참 재밌었는데, 그 강사가 당시 가을동화의 원빈을 너무 좋아했었터라 맥락에 관계없이 수업시간에 원빈이란 이름을 몇번씩 불렀더랬다. 참 웃겨.
다시 각설하고, 오리엔탈리즘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고정화된 시선을 뜻하는데, 내용을 살피자면, 禪의 나라, 물질보다는 정신의 나라 등으로 이성과 최첨단의 기술을 자랑하는 서양과 대비해서 동양을 고정화시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가장 오리엔탈리즘이 강하게 투영되는 나라가 인도이다. 우리가 류시화 같은 이들의 책을 읽고서, 책장을 덮을 때 즈음 느끼게 되는 감정들을 되새기면 된다. 속세에 관심이 없는 현세와 내세의 중간 즈음으로 살고 있는, 정신적 가치만 중요한 인도인들, 뭐 대충 그런거 말이다.
이옥순이 그 책에서 주장하는 바는 오리엔탈리즘이 서양인 뿐 아니라 우리 안에도 깊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 우리가 보고 듣고, 또 이상화하는 것이 서양 것이니, 속세를 버리고 살지 않고서야 어떻게 독야청정하는 지성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보는대로 읽는대로 생각하다보니 경도될 수 밖에.
이옥순의 그 이후 저작들은 다 이런 맥락에서 저술되었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그리고 [인도에 미치다] 등등
인도에 미치다는 이전에 읽은 조선의 최대 갑부 역관과 같은 시리즈물이다. 다 '표정있는 역사'라는 기획 아래 엮인 책들인데, 선이 굵지는 않지만 잔주름을 살필 수 있는 에피소드 위주의 역사서술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인도에 미치다 또한 그간 이옥순이 견지하고 있는 입장이 깊이 배여 있다. 서문에 아예 명시적으로 그 말을 박아 놓았다. 하지만 역사의식이 적은 인도인들의 그간 역사를 기술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서양인의 역사기록을 참조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의도가 반감될 수 있다는 사실도 병기하였다.
가장 인상적인 사실이 그것이었다. 역사의식이 없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기록으로 남기려는 시도가 전무했다. 사실이 존재하더라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교훈적으로 각색해서 표현하는 방식이 새로웠다고나 할까. 기록문화가 발달하는 원인이 현실을 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많은 침략자들이 엄청난 보물을 강탈해가고, 혹은 정착해서 나라를 세우고, 또 누군가는 제국을 확장하는 전진기지로 삼고, 이제는 영혼의 나라니 어쩌니 하면서 이국을 경험하기 위해 방문한 큰 나라, 인도에 대해 알고 싶다면 간결한 서술이 돋보이는 이 책을 읽어보시는게 어떠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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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인도여행 가기 전주에 사서 읽은 책. 3분의 1은 여행 가기 전에 읽었다가 나머지는 다녀와서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인도가 못사는 나라라고 나 역시 생각했었다. 예전부터 못사는 나라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귀국해서 이 책의 저자가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저자와 같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문체가 꽤 달랐기 때문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가 좀 건방져 보이는 투였다면 '인도에 미치다'는 좀 딱딱? 곳곳에서 나오는 무역정도나 부의 정도를 알려주는 부분은 좀 지루했다. 그리고 구루들에 대한 설명에서는 아쉬운 점도 많았다. 비틀즈나 Goa에 대한 부분은 괜찮았지만 속임수였다는 것으로 밝혀진 구루들에 대한 설명(슬픈 인도에서 봤음)이 그저 신기하다는 것까지만 나오고 거짓도 있다는 언급은 있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역시 인도는 부유한 나라였고 그래서 외세의 침략이 많았다는 (이슬람이랑 사이가 안좋은 이유를 알 만했다) 것과 인도의 역사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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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두 번이나 다녀왔다. 그런데도 나는 인도를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사람을 끄는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인도를 제대로 보고 왔던가하는 후회,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사람들만 보고 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부처의 깨달음을 얻으러 갔건, 약탈이었건, 선교였건 간에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캐내면 캐낼 수록 새로운 것이 솟아나는 나라여서 인도를 찾았을 것이다. 봄베이에서의 인도는 화려했다. 호텔의 웅장한 모습. 그런데 그것이 영국과 포루투갈이 인도를 점령했을 때 세운 것들이란다. 장거리 버스에 올랐을 때, 계급이 높은 젊은 사람이 늙은 아버지의 뺨을 때려도 아무말 못하는 자식을 바라봤을 때는 카스트를 떠나 비인간적인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도 오랜 시간 동안 다른 나라에 침략을 받고, 빼앗기면서 생긴 제도였고, 그걸 받아들이는 인도사람들의 정신과 종교라는 것을 알았다. 아주 많은 걸 가진 인도였다. 황금과 이루말할 수 없는 보석들... 그리고 향신료... 불교와 힌두교...지금의 구루들... 인도에는 역사서가 없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모두 외국에서 쓴 자료에서의 인도만 볼 뿐이란다. 자신들 침략 받은 것을 글로 남기기 보다 언어로 구전되기를 바랐다는 인도. 어쩌면 남길 틈이 없지 않았을까. 끊임없이 침략을 당하고 빼앗기며 살았기 때문에 오히려 가슴 깊이 구전되기를 바랐을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힌두교를 설파하던 비베카난다를 따라 인도로 간 마거릿 노블은 철저하게 인도인이 되어서 살았고, 간디를 사랑한 미라 벤은 간디가 죽기 전까지 헌신적인 여성이 되었고, 인도의 매력에 빠졌던 비틀스는 마헤시 요기의 아슈람에서 기거했으며, 그것에 영향을 받은 많은 히피들이 인도를 찾았다.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인도를 찾고 있다. 내가 다녀온 10년 전만해도 인도에 관한 책은 많지 않았다. 가이드북이 다였으니까. 만약 지금 인도를 가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도에 대해서 좀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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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인도에 관한 정보를 관심이 있지않으면, 매스컴을 통해서 아니면 좀 처럼 접해볼 기회가 없죠.남자로서는 그다지 - 편견인가?!카레.요가.밸리댄스.등과같은 여성들이 아니면 접해볼기회가 잘 없었는데 작년부턴가 영화카페에서 인도 영화를 접해볼기회가 생기더군요.3시간 가까운 -인도영화가 대체로 러닝타임이 무척이나 길더군요.보는 내내 역동적 춤사위에 강한인상을 받고선 조금씩관심을 가지게 되더군요.
일단 '김영사' 추천도서라 신뢰할수있다는점과 개인적취향인데,그림이 있는 책을 좋아해서인지 인도 곳곳에 건축물과 조형물, 벽화사진등이 내용과 잘 서술되어서 인도의 색다른 면을 볼수있어 좋습니다.
인도에 관심이는분이라면 읽어보시구요. 이제까지 없던 분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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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도에 미쳐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나는 내가 가랑비 같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하곤 한다. 조용히 오는 듯 마는 듯 내리는 가랑비 같은 사람.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조용히 스며들어서 어라 하는 사이에 바지가랑이를 적시는 떠난 후에도 어느새 내가 젖었구나 하면서 기억되는 그런 가랑비 같은 사람. 마음은 이러하지만 가랑비 같은 사람이 되려면 어찌 해야 할지를 나는 모른다. 앞으로도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평생의 바람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랑비 같은 사람이 되는 방법은 모르지만 내게 가랑비처럼 스민 나라는 있었다. 인도. 나는 아직도 그곳을 그리워하고 있고 인도에 미쳐있음이 확실 하다. 진짜 원하는 것에는 이유를 붙일 수가 없다. 그저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지면 이유 따위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좋으니까 가고 싶은 거다. 지금도 가끔 내가 꿈꾸는 표정으로 인도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묻는다. ‘인도가 왜 그리 좋은가요?’ 그럼 난 이야기 한다. ‘가랑비처럼 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 새에 적시거든요’ 그럼 사람들은 저 사람이 미쳤나란 아리송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곤 한다. 그러나 어쩌랴 그게 사실 인걸. 껌정언니가 내게 선물한 ‘인도에 미치다’는 이런 내게 인도에 대한 향수에 불을 화르륵하고 질러버렸다. 그리고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인도에 미쳐있구나. 미칠 수밖에 없는 매력이 가득한 곳이구나. 내가 인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 내가 가진 인도에 대한 지식은 미술사 지식이 다였다. 굽타양식이니 머니 하는 내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종교와 어우러진 화려한 그들의 그림과 섬세한 조각품들만으로도 내게 인도는 충분히 가고도 남을 만한 이유를 만들어 주었었다. 이 책은 인도에 가기 전에 읽어도 좋고 인도에 다녀 온 후에 읽어도 좋으며 인도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너무나 유용할 책이다. 가기 전에 읽으면 그들의 삶과 역사를 엿보고 현재 인도의 위치가 보일 것이고 다녀온 후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던 의구심들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해답이 될만한 내용들이 그득하다. 그리고 인도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이들에겐 아마 인도에 가야겠다는 마음에 불을 지필 것이다. 단 한 권의 책을 읽고 그 나라를 이해했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지만 한 권의 책을 읽고 조금 더 알게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나의 이해심의 범주가 확장되었음을 알 게 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책에서처럼 인도에는 금이 참 흔해 보인다. 여행자의 입장에서 농부들이나 집시나 평범한 중인의 사람들이 어른이나 아이를 막론하고 도금이 아닌 진짜 금붙이를 관절마다 꿰차고 다니는 모습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고 나도 꼭 머 하나 꿰차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금이 흔해 보였었다. 아마 인도인들의 금사랑은 홍콩보다 더 하다라고 난 장담할 수 있다. 실제로 농부의 아내가 금목걸이에 금 팔지를 차고 밭에서 맛살라를 수확하는 모습도 보았다. 처음에 그 모습이 생경하고 신기했는데 머 겪다보니 그려니 하게 되었고 이 책에서 인도인들의 금에 대한 사랑과 보석에 대한 애정 그리고 풍부한 매장량에 대한 설명을 읽고는 저절로 고개를 끄떡였다. 사람에서 사람으로 구전되는 그들의 역사.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모르나 기록의 역사는 사람의 기억을 믿지 못 하는 근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한다. 기록을 남기지 않았던 인도인들은 어쩌면 그들 스스로 인도인을 믿었던 게 아닐까. 기억 속에 구전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문명은 파괴되었지만 사람은 살아 남아 사람에서 사람으로 자신들의 역사가 이어질 것이라는 걸 알았을 지도 모르겠다. 역사의 마지막 강자는 살아 남는 이들이라는 걸 몸소 증명한 이들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 지려나 모르겠다.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도 구전으로 이어진 역사만큼이나 불완전한 것은 자명한 일이니까. 기록 또한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인도인들은 너무나 일찍 이 깨달음을 얻은 건지도 모른다. 서양의 많은 사람들이 제창한 ‘오리엔탈리즘’의 밑바탕에는 인도가 자리하고 있다. 그들만의 오리엔탈리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요가와 명상의 시발점이 인도라는 걸 생각해 보시길. 그리고 오리엔탈리즘하면 떠오르는 화려한 색상의 천들과 무늬의 옷들은 인도를 떠올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인도 또한 사람이 사는 곳이었고 서양인들이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환상에 목말라 할 때 인도인들은 미국으로 그리고 유럽으로 건너가 자신들의 문화와 정신을 팔았다. 일본인들이 사무라이와 게이샤를 치장하여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건 과연 나뿐일까? 인도인들은 철저히 팔았고 인도인으로 남았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들만의 오리엔탈리즘에 미친 많은 서구인들은 그들만의 오리엔탈리즘을 찾아 인도로 인도로 가고 있다. 어쩌면 나도 나만의 오리엔탈리즘을 찾아 인도로 갔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난 사람을 보았고 2달이 안되는 시간동안 그곳에 머물면서 인도를 겪었고 인도인을 겪었다. 입맛에 맞지 않았던 맛살라향이 없으면 찾게 될 지경에 이르고 어느새 수저를 버리고 손으로 밥을 먹고 시골길을 걸을 땐 맨발로 도시를 걸을 땐 운동화 대신 인도인들이 신는 장에서 파는 싸구려 집신을 닮은 슬리퍼를 신고 길을 걷는 게 편해질 즈음 인도는 내게 소리 소문 없이 내리는 가랑비처럼 내 마음에 스며 있었다. 인도를 아웃하기 1주일 전 마지막으로 봉사를 한 자원봉사지에서 문 앞에서 3-4번째 침상에 눈만 멀끔하니 뜨고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여인을 돌본 적이 있다. 이젠 기력이 다해 점점 입구 쪽으로 자리가 옮겨지고 있던 그녀를 거의 안은 채로 밥을 먹였다. 반은 먹고 거의 반은 그녀의 턱을 따라 흘렀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눈이 천장을 향한 창문을 향해 있는걸 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히고 몸을 닦을 때도 그녀의 눈은 나와 창문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그냥 문득 꼭 그래야만 했었다. 그녀에게 슬며시 나의 등을 내밀었다. 그녀가 내 등에 업혔다. 그녀를 업고 밖으로 나왔다. 내 눈과 마주친 수녀님께서 나를 저지하려다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의 행동은 그곳에서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고 그 사실을 아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난 새털처럼 가벼운 그녀를 업고 밖으로 나와 태양아래를 걸었다. 어깻죽지가 따듯해져 왔다. 그녀가 울었고 나도 울었다. 그녀가 뼈만 남은 앙상한 손으로 내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그때 난 알았다. 내가 이 나라를 무척이나 사랑하게 되었다는 걸. 내가 이곳을 미친 듯이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듣고 다시 그녀를 작은 침상에 뉘였다. 그때 깨달았다. 인도가 내 속에 가랑비처럼 스몄구나 라는 걸. 껌정언니 인도를 그리워하게 해주어서 감사합니다. 아껴가며 읽느냐고 무려 1주일이나 걸렸어요. 책이 한 3권쯤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얼마나 들던지. 전 진짜 인도에 미쳐있나 봅니다. 흐흐흐흐
Ps. 인도의 악기 중 기타를 닮은 '삿다르'라는 악기가 있다. 인도여행 중 가장 강하게 나를 사로잡았던 악기이고 난 아직도 눈을 감으면 싯다르 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듯한 환상속을 헤메이기도 한다. 싯다르의 쨍쨍거리는 소리가 그리워지는 여름이다.
ps. 싯다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비틀즈의 "Norwegian Woo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