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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박이별처럼 한 직장에 몸담고 온 지 18년 째다. 근무 횟수가 늘어난 만큼 동료들에 대한 내 감정은 사랑보다는 미움으로 치달아 겉잡을 수 없이 흘러만 간다. 사소한 다툼이 도화선되어 서로 침묵하고 질시하는 생활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지금 일촉 즉발의 위기의 순간이 다가올 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쉽게 부딪힐 수 없음은 중이 절이 싫어 떠나지 않는 한 이곳에 머물러 있어야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 가야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는 내내 마음이 무겁기만 했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증오의 불길을 거두고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타인을 미워하면 할수록 내 마음 역시 무거운 돌이 짓눌러 숨쉬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내 안에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면서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적군을 사랑하며 포용하는 보리스와 조우하며 용렬했던 나를 돌아본다. 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진정한 사랑의 위대한 힘은 바로 용서라고 규정하며 서로 반목하는 속에 무모하게 총구를 겨누는 현실을 매섭게 질타하고 있다. 독일군에게 포위된 레닌그라드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일들은 인간으로서 수긍하기 힘든 일들이 핏자국을 남기며 러시아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열네 살 소년 보리스는 이웃의 잔혹한 살육을 봐야 했고, 극도의 굶주림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 했다. 목숨을 내걸고 식량수송을 돕는 트럭은 무서운 괴물이 활개치는 라도가 호수를 건너야먄 했다. 자칫하다가는 라도가 호수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서도 보리스의 아버지는 용기를 잃고 포기하는 것이 나쁜 일이라며 적극성을 보이지만 전쟁의 불길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누구보다 의협심이 있고 성실했던 아버지의 유품인 권총을 가슴 속에 품고 지내며 보리스는 언젠가는 군인이 되어 일상의 행복을 앗아간 독일군에 맞서 싸우는 군인이 되리라 다짐한다. 병석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위해 따뜻한 무 수프를 받으러 가는 길 미래의 아내로 점찍어둔 나디아를 만나 교감하며 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하나의 영상으로 떠올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식권을 조작하였다가 그 사실이 발각되었을 때 바로 처형되는 극한 상황 앞에서도 나디아는 용기있게 행동한다. 무 수프를 덜어서 보리스가 들고 있던 냄비에 부어 줬을 때의 행복한 마음도 잠시 폭격을 피해 이리저리 숨다 바닥에 그것을 쏟았을 때의 안타까움은 극에 달했다. 잇따라 아버지와 오빠를 잃고 신경이 극도로 쇠약해진 나디아는 보리스와 함께 감자창고로 식량을 구하러 떠나는 길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만다. 하지만 적군으로 여기며 타도 대상으로만 알았던 독일 병사가 나디아를 돌봐줘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배려하는 대목은 사랑의 힘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늘 가슴 속에 권총을 소지하며 적군을 무찌르는 용사가 되겠다던 보리스도 생각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한다. 비록 감자는 얻지 못했지만 나디아와 함께 걸어오는 길은 가슴 설레는 기쁨으로 물이랑을 이뤘다. 하지만 보리스의 이런 마음도 모르는지 나디아는 극도로 쇠약해져 일기장만 남긴 채 영화배우의 꿈은 천상에서나 실현해야만 했다. 나디아의 일기장을 가슴에 품고 나오던 보리스를 그려 본다. 다리는 풀린 채 저벅저벅 걸어 나오며 무연한 표정으로 하늘을 봤을 것이다. 그리고는 마음 속으로 나디아를 부르며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 번 떠올렸을 듯하다. 전쟁은 많은 이들의 행복을 앗아 절름발이 인생을 살게 하며 독일군이 항복한 채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하지만 눈 앞의 폭격이 사라졌다고 해서 모든 일이 원위치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꽉차 올라 부풀어 올랐던 가슴에 구멍을 내고 도려내어 황량한 마음은 쉽게 치유할 수 없게 만들 어 버렸다. 전쟁에 지칠 대로 지쳐 극도로 피폐해진 독일 병사에게 다가가 초코릿을 전하는 보리스는 인간을 향한 사랑을 전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핍박받으며 지내온 러시아인들 중에는 보리스의 행동을 핀잔하였지만 잘했다며 격려하던 아줌마가 있었다. "증오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자유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고통을 많이 겪은 이가 용서하는 힘은 그만큼 기적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서운 독일의 나치 탄압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았던 안네와 페트, 독일군의 폭격에 위태로웠던 잔혹함 속에 놓인 레닌그라드의 보리스와 나디아는 시대의 우울한 자화상으로 비춰진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워 타국을 짓밟는 현실 속에서 전쟁을 일삼아 평화를 깨는 일은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이 함께 호흡하며 편안히 숨쉬는 그 날을 꿈꾸며 전쟁 없는 기적같은 세상이 도래하길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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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소재로한 많은 작품의 공통점은 전쟁의 잔혹함과 인간애가 부재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든 소설이든 내내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드는 건 아닐까? 2차대전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독일이 러시아를 침공하고 레닌그라드(지금의 상뜨페떼르부르크)의 사람들이 2년 가까운 세월을 저항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레닌그라드를 둘러싼 독일군에 의해 식량 공급로는 차단되었고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폭격세례에 레닌그라드의 모든 사람들은 굶주림과 공포에 지쳐있었다. 그 가운데 보리스라는 소년과 나디아라는 소녀가 있다. 둘은 식량(그래봤자 멀건 무 스프지만)을 배급받기 위해서 발을 종종 거리면서 나서는데 나디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가능한 일일까? 바로 간밤에 아버지가 굶주림으로 죽고, 눈이 퉁퉁 붓도록 밤새 울고 아침에 눈을 뜨니 오빠가 바로 옆에서 죽어있었다는 것이다. 가능한 일일까? 그렇지만 소설이 아닌 현실이었다.
이 작품은 실제로 러시아사에 관심이 많던 아동문학가 얍이 러시아의 보리스를 만나서 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2차 대전을 경험한 보리스의 어린시절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책을 읽는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는 때가 많았다. 공습이 시작되는데도 낡은 냄비에 배급받아오는 멀건 무 수프가 쏟아질까 종종거리다가 폭격에 쓰러지면서 자신의 몸보다도 쏟아져버린 냄비때문에 더 가슴 아파하는 아이들..먹기위해 살기 위해 감자를 찾아서 눈밭을 헤메다가 쓰러지는 아이들..레닌그라드를 탈출하기를 바라는 엄마를 두고는 절대 떠날 수 없다며 초대받아 받아 품에 숨겨온 음식을 데워서 내는 모습..순간순간이 목이 메이도록 절절하고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만약 이 책이 전쟁의 비참함만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했다면 큰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그런 비참한 전쟁 속에서도 살아있는 인간애와 용서와 화해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리스와 나디아가 눈밭에 쓰러져 있을 때 그들에게 다가온 사람은 다름 아닌 독일군 정찰병들..이들은 아무 죄없이 절망적인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 오히려 목슴을 걸고 이들을 러시아군 진영까지 데려다주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러시아 진영에서는 어땠을까? 지금의 이 끔찍한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독일군을 살려줄 것인가? 논쟁하는 러시아군 앞에 우뚝 선 것은 다름 아닌 보리스였다.
"이 사람은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에요. 나의 친구에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전쟁..그 허무한 어른들의 놀음 앞에서도 아이들이 지켜내는 순수함과 인간애가 가득 담긴 장면이었다. 결국 독일군은 무사히 돌아가고 이 과정에서 누구도 전쟁을 원치않는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항상 소수 지도자들에 의해서 민중을 선동하여 일으킨 전쟁에서 피해자는 일반 국민이었던 것이다. 싸움보다 그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작은 평화와 행복인 것을...
전쟁은 마음만으로 피해 갈 수는 없는 현실임은 분명했다. 결국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던 꿈만은 소녀 나디아 역시 죽음을 맞이한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쓰기 시작한 자신의 일기장..그 일기장에 담긴 나디아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공포와 슬픔이 베어난 가슴 아픈 진실이었다. 보리스는 그 일기장을 간직하고 나디아를 기억한다. 그 기억은 어른이 된 지금에도 그 때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는 힘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또 하나 이 책에서 놓칠 수 없는 장면은 패저군이 되어 돌아가는 독일군을 대하는 보리스의 태도이다. 모든 러시아 사람이 야유하지만 보리스는 절망적인 눈빛으로 부축받아가는 어린 병사를 보면서 자신들을 구해준 독일군을 떠올린다. 나디아와 보리스가 절망적일 때 그들이 보여준 작은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안이 되었는지 떠올린다. 그리고는 그 병사에게 다가가 독일군이 자신들에게 했듯이 작은 초콜릿 한 조각을 그 병사에게 건넨다. 작은 초콜릿이지만 그것은 힘이 되고 희망이 되고 용서가 되어서 그들의 가슴에 녹아들기에 충분함을 어린 보리스도 알았던 것이다. 그런 보리스를 야유하는 러시아 사람들을 향해 한 노파가 내뱉는 말 한마디는 우리 인류를 향한 말이기도 하다.
"증오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자유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낳고 그 악순환은 결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용서하고 화해하는 그 힘이야 말로 인류를 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작가는 말해주고자 한 것이다.
지금도 이 세상의 어느 한 편에서 원치않는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투사가 되거나 희생자가 되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저려온다. 레닌그라드에서의 그 기적같은 일이 이 지구상의 곳곳에서도 바이러스처럼 번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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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보리스는 이제 12살 소년입니다. 아빠를 잃고 아픈 엄마를 돌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씩씩한 소년입니다. 아빠를 죽게하고 도시의 사람들을 굶게하며 엄마를 아프게 한 원인 제공자인 독일군을 무조건 미워하던 보리스는 나디아와 함께 도시 밖으로 감자를 가지러 갔다가 독일군의 도움을 받습니다.. 보리스는 자신을 구해준 독일군 장교의 눈에서 슬픔을 발견하고 어쩌면 독일군이 무조건 나쁜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레닌그란드의 군인들이 독일군을 죽이자고 했을때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줍니다.. 나디아가 굶주림으로 죽고 패한 독일군 병사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오고 사람들은 독일군들을 향해 증오를 내뱉습니다. 보리스는 머리에 상처를 입은 어린 독일군 병사에게 초콜릿을 건네고 독일군 병사는 미소로 받습니다.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견뎌내고 어른이 된 보리스는 작가가 되어 자신이 겪었던 전쟁을 기록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알립니다. 우리 아이는 굶주려 보지 않았습니다. 굶어 볼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게 맞겠지요..^^ 전쟁이라는 어른들의 놀음 속에서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는지 알겠다고 우리 아이는 말하더군요.. 그리고 앞으로 모든 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대견한 말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읽어 보겠다고 이 책을 가져 가네요..^^ <기억에 남는 한마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때 자유가 시작된다."-나디아의 일기장 "증오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자유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고통을 많이 겪어본 사람이 그만큼 용서도 많이 해줄 수 있다.." 마음에 와닿는 말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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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라는 극한 상황하에서 열두살 소년의 눈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소중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2차대전 중 레닌그라드는 500일이 넘도록 독일군의 포위에 갇혀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한다. 자원봉사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시 밖으로부터 식량을 구해오고는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그마저도 원활치 않다. 보리스는 아버지를 여의고 몸져 누워계신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무료식량배급소에서 만난 나디아는 보리스보다 나이가 많지만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그렇듯 친구로써 지내고 있다. 나디아는 아버지와 오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긴채 식량을 배급받고, 얼마되지 않는 양이지만 보리스에게도 나누어 준다. 돌아오던 중 폭격을 피하면서 배급받은 식량을 잃고, 낙담한 보리스에게 식량을 구하러 가자고 한다. 독일군과 러시아군 사이의 전쟁터에서 감자를 캐가지고 오자는 것이었다. 어렵사리 도착한 곳에서 나디아는 쓰러지고 그곳을 지나던 독일군에 의해 도움을 받는다. 적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살아있는 생명의 존엄함을 배우게 된 보리스.
며칠 후 나디아의 죽음에 목격하고 슬퍼하지만, 그녀가 남긴 일기장을 보며 살아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일기장에는 전쟁으로 인해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를 받았지만, 희망을 잃지말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적혀있었다. 크리스마스 아이들을 위한 공연 후 받은 음식을 보리스는 어머니를 위해 남겨둔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드린 음식은 가족의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고, 다시금 삶에의 희망을 갖도록 만드는 계기가 된다.
러시아군은 포위하고 있던 독일군을 제압하고 외부와의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듦으로 레닌그라드에 기적을 가져온다. 보리스는 길에서 포로로 잡혀 이송되는 어린 독일 장병에게 초코렛을 전하며 한 때는 적이었지만 지금은 소년에 불과한 부상병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인류애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 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아무도 몰라. 그러나 대포들이 조용해질 날이 언젠가 올 거야. 그렇게 되면 레닌그라드의 돌 하나 하나들로 집을 한 채 한 채 다시 세울 거야. 그 때를 생각해. 어린 친구. 그런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있을 거야. 항상 그 목표를 기억하렴." 내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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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논술했던 6학년 민정이가 제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책으로 소개한 책이다. 그렇구나, 하고 웃으며 넘겼다가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어린이책을 관심 갖고 찾던 중 또 다른 분이 이 책을 추천해주었다. 왠지 이 책, 자꾸 곁을 맴도는 느낌이라 주문목록에 넣었다. 그리고 함께 온 몇 권의 책들 중 이 책을 가장 먼저 집어들었다. 얼마 전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과 <로베르토>를 리뷰 행사에서 받아 읽으며 전쟁이 일으킨 쪽이나 당한 쪽 모두에게 비참한 현실이었음과 그 모든 고통이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내려앉는다는 사실의 절감에 머리를 때리는 듯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이 책 역시 그런 슬픔과 아픔을 고스란히, 더 증폭해 전해주었다.어린아이에게 내린 전쟁은 그야말로 재앙이다. 그 조그만 손과 여린 어깨로 받아내기에 전쟁은 너무 무겁다. 독일군에게 둘러싸인 러시아 레닌그라드, 그 속에 갇힌 사람들은 점차로 춥고 배고파서 죽어가고, 보리스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 병든 어머니 곁을 지킨다. 친구인 나디아는 가족 수에 딱 맞춰 배급해주는 무 수프를 조금 더 받기 위해 밤새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을 숨기는데, 그건 굶어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당시 상황에서는 사형감인 행동이다. 두 사람 몫을 더 받아들고 걷는 겁에 질린 아이들 걸음 뒤로 폭격이 퍼부어지고, 무 수프는 그만 엎질러지고 만다.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했던 두 어린아이는 눈밭을 걷고 걸어 감자를 찾으러 떠나고, 거기서 독일군과 맞닥뜨린다. 결국 모두 끝나버리는 걸까? 하지만 독일군은 쓰러진 나디아를 안아들고 러시아군으로 데려다주며, 맛있는 초콜렛과 소세지까지 내준다. 그들에게도 전쟁은 춥고 배고픈 일이었음에도. 그러나 배우가 되고자 하며, 밤새 언 손으로 일기를 써내려간 나디아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보리스는 어느새 전쟁의 비밀을 알아버린다. 전쟁은 독일 병사와 러시아 병사 사이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 전쟁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고, 전쟁을 치르는 것은 그저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누나 그리고 나라는 것을. 전쟁은 모두에게서 눈물마저 빼앗아가 버리는 괴물이라는 것을. 나디아는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하루종일 비가 오고 있어. 하늘이 울고 있어. 그러나 레닌그라드에는 더이상 눈물이 없어. 모든 사람들은 너무나 용감해. 내가 겁쟁이라는 것이 비극이야." "엄마가 어젯밤에 돌아가셨어. / 나는 이제 혼자야. / 밖에는 눈이 내려. 레닌그라드는 이제 찢어진 외투를 입고 싸워야 해. 내가 아는 한 자유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진 다음에 오는 것이야... / 사는 것이 좋지만 죽는 것도 어렵지 않은 것 같아. 죽는 것이 한 순간에 일어날까? 보리스는 전쟁이 끝나고 포로로 잡혀 길거리를 걸어가는 부상당한 어린 독일군에게 초콜릿을 건넨다. 자신들에게 초콜릿을 건네주었던 독일군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사람들은 보리스를 잡어먹을 듯 노려보았지만 한 나이든 아주머니의 말은 모두의 가슴에 커다란 종소리로 울린다. "증오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자유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참으로 저릿한 이야기. 보리스같은 사랑을 품은 아이가 전쟁을 견디고 살아남았음이 우리가 세상을 이어나가는 힘이고, 희망이라는 안도감이 들지만 그 많은 죄없는 목숨의 값을 우리 삶에서 제대로 치르며 살아가는가 하는 회의도 든다. 역사에는 늘 비극이 도사리고 있으면서 불쑥불쑥 고개를 쳐드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나디아나 보리스처럼 사랑과 용서로 세상을 매만지며 나아갈 수 있을까? 이 책, 그저 비참하기만 한 이야기이거나, 잔인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 숨은 사랑과 용서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여운이 오래가는 책. 표지에는 무 수프 냄비를 든 보리스가 서 있다. 그 얼굴을 가만히 만져본다. 이 책을 소개해 준 민정이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조그맣게 내뱉는다. 동그란 뺨이 보리스를 닮은 민정이는 지금도 책을 많이 읽고 있겠지? 부디, 부디 너희들 인생에 전쟁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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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중 레닌그라드에서는 3년동안 독일군에게 포위된 채 주민들이 기아와 전염병, 폭력등으로 인해 아비규환의 삶을 살았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멋스러운 궁전이나 광장, 운하들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조형물로서 존재하는 삭막한 죽음의 도시로 말이다. 다시 러시아군이 독일의 공격선을 끊고, 식량을 실은 첫 번째 기차가 들어오기까지는......
아빠가 식량보급차를 몰고 가다가 깊은 호수에 빠져 영영 이별하였기에 항시 보리스는 악몽에 시달리게 된다. 사춘기에 접어 들기전 아직은 어린 소년, 소녀인 보리스와 나디아. 그 둘이 전쟁의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저 평범한 이웃아이들로서 지냈을 뿐이었겠지만...... "식량을 배급 받는다는 것" 너무도 먹거리가 풍족한 지금의 아이들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한 먹거리를 챙겨야 하는 상황은 더 더욱....., 그런 그들에게 외곽에 숨겨놓은 감자를 훔치러 가는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행동일 수도 있다. 물론 목적 달성을 하지는 못하지만 의미 깊은 일을 겪게 된다.
상황이 전쟁중임을 감안할때, 적군인 독일병들의 인도주의적인 실천의 모습은 용기를 내지 않으면 감행키 어려운 일이며, 러시아군의 대응도 감동적이었다. 전쟁이란 커다란 걸림돌이 있을지라도 인간적인 모습의 교환을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아쉽게도 전쟁은 모든이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다는 명목하의 행해지지만 그누림을 행해야 하는 이들은 서로 엇갈려 싸워야 하는 운명도 갖고 있다.
나디아 가족의 급작스런 죽음 만큼이나 나디아의 죽음도 허망하다. 살려고 노력하고 애썼는데 아쉽게도 그녀의 꿈은 이루지 못하고 일기장만이 그녀의 흔적을 알려준다. 그녀의 기록처럼 '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서운 것이 전쟁이고,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아쉬움도 말한다. 사는 것도 좋지만, 죽는 것도 어렵지 않는 것 같다' 라는 끄적임이 암시처럼......, 삶을 통달한 이처럼.
전쟁은 인간성을 파괴하고 잃게도 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는 이들이 더 많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분명 우리는 평화를 거론 하지만 유지하는데 있어서는 책임을 회피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피해나 억울함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유, 평화의미와 존재에 대한 할애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 그럼으로해서 아직도 곳곳에 야기되고 있는 분쟁, 전쟁을 종식 시켜서 진정한 평화를 모두가 누리길 바라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바라는 기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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