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세계대전에서 규모나 전사적 개념에서 가장 손꼽을만한 전투는 아마도 독일군과 러시아군이 대대적으로 맞붙은 레닌그라드 전투와, 일본군의 진주만공격으로 시작되어 해전의 한 단락을 그은 미드웨이 해전 그리고 전쟁을 마감하게되는 결정적인 전기가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일 것 같다.
그런데 동부전선에서 독일군과 러시아의 붉은군대가 대대적인 전차전으로 맞붙은 전투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쿠르스크 전투다.
이 전투는 양국의 전차부대가 총력을 걸고 격돌한 2차세계대전 최대의 기갑전이자, 패배를 모르던 독일 전차군단이 참패한 전투이고 이로써 독일 전차군단은 재기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았으며 결국 동부전선에서의 패퇴와 전쟁의 패배로 연결되는 결정적인 전투였다고 한다.
전차가 힘차게 돌진하는 모습의 표지사진이 역동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이 책은 역시 쿠르스크 전투만을 설명하고 있어서 전쟁의 본질이나 전체적인 환경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기갑전투사에 길이 남을 이 전투를 단편적이나마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4X6배판에 본문 164쪽, 본문보다도 사진, 삽화, 입체적인 지도 등으로 시각적인 이해를 도우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양군의 지휘관으로부터 시작해서 작전계획, 전투진행, 전투가 미친 영향, 전투의 편제, 탱크 등 무기의 장단점 등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 책은 1992년 영국의 오스프리 출판사에서 발간한 <캠페인 16 : 쿠르스크 1943>을 번역한 책이다. 2차세계대전에 관한 책은 역시 영국에서 가장 많이 발간되는데 그것은 결국 "역사는 되풀이 되며 되풀이되는 역사에 결코 당하지 말라"는 의미와도 같은 지 모른다.
이 책을 출간한 플래닛미디어는 이 책 이외에 <인천 1950>, <노르망디 1944>, <프랑스 1940>, <도브룩 1941> 등과 같이 2차세계대전의 각종 전투를 소개하는 책들을 출간하고 있는데 한 가지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노력을 하는 출판사를 보면 그것이 우리 출판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 같아 대견하다는 느낌이 든다. |
| 얇고 설명이 아주 자세한 책입니다. 전쟁사에 관심많은 분들은 한번쯤 읽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전투의 기원과 그 전투를 준비하고 펼치는 양측의 물적 정신적 상황에대해 상세한 설명이 되어있고 왜 그때 그렇게 행동하고 움직였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입니다. 다만 부족하다면 전투시 각 제대의 움직임을 문자적으로 설명하다 보니 수학책을 읽는 듯 했고 중간중간의 배치도와 삽화들이 더 선명하게 머리에 남았습니다. |
|
많은 사람들이 제 2차 세계대전의 승리는 서부전선에서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으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궁극적인 승리의 초석은 스탈린이 이끄는 소련군이 동부전선에서 막강한 독일군을 상대로 엄청난 피해와 사상자를 기록하면서 싸운 크고 작은 전투의 승리에 기인한 것이다. 1942-3년의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승승장구하던 독일군의 기세를 꺾었던 것처럼 1943년 7월의 쿠르스크 회전은 2차 세계대전의 향방을 가른 결정적인 전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41년 6월 22일 바바롯사 작전의 개시 이래 내내 밀리기만 하던 소련군은 1941년 모스크바 전투에서 처음으로 공세에 나섰지만, 1942년 6월 독일의 블라우 작전으로 다시 한 번 괴멸적인 패배를 목전에 두게 됐었다. 하지만 1942년 가을과 겨울 스탈린그라드에서의 영웅적인 전투로 패배를 승리로 바꾼 소련군은 바로 1943년 초 대반격에 나서지만 독일의 천재적인 야전군 사령관 에리히 폰 만슈타인의 매서운 반격으로 힘들게 탈환했던 하르코프를 다시 빼앗기고 모든 길이 진창으로 변하게 되는 라스푸티차를 맞이해서 일시적인 소강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모든 장비와 전술 면에서 우수한 독일군을 상대로 양적인 우수성만으로는 승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1943년 초의 전역에서 확인한 소련군 주코프 장군과 스타프카(STAVKA)는 쿠르스크 부근의 돌출부로 독일군의 하계공세가 집중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고 독일 동방군의 기갑전력을 모두 쿠르스크에서 소진시켜 버린다는 계획을 수립한다. 스탈린그라드 전역 이후, 동부전선에서의 모든 작전과 계획을 독점하게 된 아돌프 히틀러는 전장에서의 사정을 보다 잘 알고 있는 야전사령군보다 자신의 직감에 의한 작전을 점점 더 선호하게 되면서, 전쟁 초반 잘 들어맞던 전략이 전쟁 중반부로 가면서 자꾸만 실패하게 되면서 초조해지게 되고 연달아 전략적 실수들을 저지르게 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쿠르스크 전투 또한 그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43년 초반 승기를 타고 밀어 붙였어야할 시타델레 작전(쿠르스크 전투의 독일측 작전명)을 계속해서 연기시키면서 결국 소련군에게 쿠르스크 일대의 종심 깊은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게 된다. 전 독일기갑군이 거의 모두 투입되다시피 한 쿠르스크 전투에서 결국 소련군이 치밀하게 준비된 지뢰밭과 대전차포 그리고 개량된 보병전술에 더불어 아낌없는 예비대의 투입으로 중형 티거 탱크로 무장한 독일 기갑부대들을 치열한 소모전으로 밀어 넣게 된다. 물론 소련군의 엄청난 피해도 컸었지만, 작전대로 독일동방군의 주요 기갑전력을 모두 소진시키면서 궁극적으로 전세의 역전을 이루게 된다. 결국 엄청난 장비와 병력의 소모로 작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히틀러는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영미 연합군이 이태리 남부의 시칠리에 상륙하게 되면서 작전중지를 명령하게 된다. 결국 독일의 쿠르스크 돌출부 공략을 위한 시타델레 작전은 실패하고 소련군은 전략적 우위를 잡게 되고, 1945년 5월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플래닛미디어에서 출판된 이 책에서는 당시의 전략과 병력규모의 대비 그리고 당시 지휘관들에 이르는 상세한 목록으로 독자들의 당시 전투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게다가 사진은 물론이고 중요 전투지역의 상황을 그린 도면을 제공함으로써, 전문화된 개설서로서의 역할에 충실함이 엿보인다. 앞으로 계속해서 출판될 다른 전사(戰史)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