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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악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우리가 만나는 그 많은 잘못된 일들의 대부분은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 혹은 소설에서 만나는 악당의 손에 의해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평범한 이들이 단번에 악당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에서 우리가 만나는 잘못된 일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이들은 우리가 흔하게 많은 이야기에서 만날 수 있는 악당은 결코 아니다. 아니 이 영화에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그 잘못된 일이 일어나게 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흔하디 흔한 평범한 이들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콘스탄트 가드너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더 잔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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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고난 다음에도 자꾸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뭔가 개운하게 끝나지 않았거나 아쉬움이 남는 영화들이 그렇다.
2005년 브라질의 페르낭두 메이엘레스 감독이 만든 <콘스탄트 가드너 The Constant Gardener>.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의 진한 느낌이 다가오는 영화다. 존 르 카르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다 보고 나면 돈만 밝히는 세상이 싫어지기도 한다. 돈이 뭐길래 사람까지 죽이나 싶어 성이 난다. 그것도 바르게 살고자 애쓰던 사람을...
2. 잘 산다는 게 뭘까? 돈을 많이 벌어서 남부럽지 않게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차를 타고, 커다란 집에 사는 게 잘 사는 것일까?
나라도 마찬가지다. 큰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길은 쭉쭉 뻗어 있으며, 공장에선 팔려나갈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앞장서서 다스리는 사람은 말 한마디로 세계를 주름잡고...이런 게 잘 사는 걸까?
차에 기름을 더 넣고 미국의 사랑을 받고 싶어 평화를 지킨다고 둘러대면서 이라크로 쳐들어간 영국. 돈을 아끼려 제 나라에서 만든 약품을 못사는 아프리카 사람들한테 시험해보는 나라인데, 그런 틈바구니에서 약 때문에 아프리카 사람을 죽게 만들고 이런 잘못이 들통나자 약을 만드는 일터에 벌주지 않고 오히려 그런 잘못을 밝힌 사람을 죽이려 한다. 이런 나라가 잘 사는 나라가 맞을까?
3. 집뜰이나 가꾸며 조용히 살기를 바라는 저스틴 퀘일(랄프 파인즈)은 영국 외교관이다. 아프리카 땅 케냐 대사관으로 일터를 옮기게 되었는데, 사귀던 테사 퀘일(레이첼 와이즈)도 같이 간다.
테사는 세상의 잘못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지 않는 사람이라, 영국의 큰 제약회사(KDH)가 앞으로 결핵이 크게 번질 것이라 생각하고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약을 아프리카 사람들 몸에 넣어 죽은 이가 생긴 것을 밝혀낸다.
같은 영국 사람이라면 사람한테 나쁘지 않다는 것이 밝혀질 때까지 그런 약을 쓰지 않고 기다렸을 텐데... 영국 대사관에서는 제 나라 일터를 벌주고 싶지 않아 오히려 테사를 몰아부친다.
착한 옆지기 저스틴이 이런 일에 끼어드는 것을 꺼려한 테사는 검둥이 아놀드와 같이 일을 한다. 저스틴을 나쁜 무리들로부터 지켜내긴 하지만, 제 목숨은 지키지 못한다. 아놀드도 마찬가지.
이틀 뒤에 집에서 보자며 유엔 사람들을 만나러 로키로 떠난 아내 테사가 돌아오던 길에 총맞아 죽었다니 저스틴한테는 날벼락이 따로 없다.
저스틴은 테사와 나눈 사랑을 되돌아보지만, 이미 가고 없는 사람이다. 무슨 일로 스물 네 살의 테사가 총을 맞아야 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나서서 파헤칠 수밖에. 테사가 지나간 자리를 하나씩 찾아가는 저스틴. 그럴수록 아름답고 바르게 산 테사가 그립기만 하다. (나한테 무슨 일인지 이야기를 하지...나도 힘이 되어줄 수 있었는데...혼자 그 힘든 일을 하다니...)
4. 잘 사는 나라에서 더러운 짓을 한 까닭을 살펴보니 다 돈 때문이다. 제 나라에 돈이 되는 일이므로 남의 나라 사람들이야 죽든 말든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썩어빠진 뒷골목을 따라가면 그 길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남들 앞에서는 좋은 말로만 둘러대는 높은 벼슬아치도 있고, 제 나라 사람들한테 일자리를 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대는 돈 많은 장사꾼도 있고, 잘못을 알았지만 뒷돈을 받아 이젠 꼼짝없이 한통속이 되어버린 외교관도 보인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영화 <시티 오브 갓 City of God>을 만든 감독의 솜씨는 바래지 않았다. 영국과 케냐를 오가며 파노라마를 보듯이 빠르게 지나가지만, 할 말은 다 하고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준다.
사랑과 죽음, 그 뒷이야기를 따라가면 '뭐 저런 놈들이 다 있나...'는 생각이 들어 성이 났지만, 영화 속에 볼거리는 풍성하고 영화에 깔리는 소리도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다.
갸녀린 몸이지만 당차게 잘못을 파헤쳐나가는 테사를 맡은 레이첼 와이즈가 돋보인다. 저스틴과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샌디(댄디 휴스턴)가 테사를 꼬시려 하자, "그 자료를 넘겨주면 내 몸을 가져도 돼요..." 하며 한발짝 더 나서고는 나중에 뉘우친다. "쓰레기 같은 놈한테 지키지 못할 그런 말을 하다니, 저스틴한테 미안해..."
저스틴 노릇을 한 랄프 파인즈는 조금 물러터진 듯 어벙해보이지만 끝내 사랑을 찾아가는 모습이 좋다. 저스틴과 테사가 아름다운 사랑을 오래도록 나누었으면 더욱 더 좋았을텐데 몹시 아쉬운 영화다.
디브이디는 나무랄 데가 없다. 화면도 깔끔하고 소리도 좋다. 잘라낸 장면이나, 영화를 만든 뒷이야기 따위들을 넣어 보너스에는 있을 것은 다 있는데, 딱 하나 예고편이 없다. 이런 디브이디도 드물다. 처음 나올 때는 2만 원이 넘었는데 이젠 값도 많이 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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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야 긴 말이 필요 없을 만큼 감명 받은 거라, 평은 몇 마디로 갈음한다. "내 정원은 세상의 정원과 이웃한다."는 사실만 정확히 깨달아도 당신은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이니까.
근데 DVD는 포장은 최악이다. 영화와 다른 내용 구성은 당연히 만족하지만, 포장 상태가 엉망이다. DVD를 고정해 주는 가운데 플라스틱은 반쯤 부서진데다가, 플라스틱 포장 박스 안에 덜렁 디스크 하나만 들어 있는 옹색함이라니! 유통 회사의 성의 없는 태도야 말로 영화를 모독하는 것이다. 당신들 때문에 불법 다운로드가 줄 질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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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삼고 싶어하는 영화들은 종종 여기를 삶의 땅끝으로 생각한다. 갑자기 삶이 뒤집어지거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게 되거나, 영원히 과거를 묻지 않은 채 보듬어주는 그런 곳. 콘스탄트 가드너에서는 한 여성 활동가의 의문의 죽음과 그녀를 이 땅에 묻고 망연자실해하는 한 남자의 사랑을 함께 묶을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선택됐다. 브라질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현란한 액션영화를 만든 감독이 이번에 매혹된 것은 아프리카다. 감독의 연출 방식은 대체로 무책임하고 스타일이 영화 자체를 잡아먹기도 한다. 레이첼 와이즈의 연기는 다소 과잉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콘스탄트 가드너를 추천하자면, 그건 아프리카라는 풍경의 한가운데 낙오되어버린 랠프 파인즈의 절실한 연기 때문이다.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정지된 것처럼 서 있는 그의 몸짓과 힘없이 그 소식을 전해준 친구에게 답례하는 낮고 가는 목소리는 콘스탄트 가드너의 육화에 가깝다. 아내의 의문스런 행적들을 뒤쫓으며 하나 둘씩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랠프 파인즈는 자신이 지닌 재능을 겸손하게 그런 마음껏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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