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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귀던 여자 친구에게 차인 돈은 열아홉 살짜리 아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익명의 편지를 받게 되고 과거에 사귀었던 여인들을 상대로 편지의 주인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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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로큰 플라워 Broken Flowers>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 들도록 만드는 짐 자무쉬 감독의 2005년 작품이다. 본디 이름은 <시든 꽃다발 Dead Flowers> 이었는데 영화로 나올 때 바뀌었다.
사랑하다 헤어진 지 20년이 지난 다음 다시 만난다면 어떤 마음일까? 애틋한 마음이 다시 살아날까? 아니면 헤어질 때의 섭섭함과 성난 마음이 속에서 솟아오를까?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져 웃어야 하는데, 줄곧 멀뚱한채 담담하게 바라보는 빌 머레이 때문에 웃음이 나오기 보다는 오히려 씁쓸해지면서 삶이 주는 무게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2. 같이 살아도 혼자 같은 돈 존스턴(빌 머레이)은 컴퓨터 일로 돈을 많이 벌어 먹고 사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람을 깊이 받아들이지 못해 같이 살던 쉐리(줄리 델피)마저 집을 떠난다.
거실에서 흑백 영화인 <돈 주앙>을 보고 있는 돈 한테 한마디 하고 떠난다. "한물 간 돈 주앙과는 같이 살 수가 없어. 결혼한 아내가 없는데도 나는 당신한테 정부 같아. 당신은 가정을 가질 생각을 해봤어?"
("아니야. 쉐리, 가지마! 나는 당신을 사랑해. 같이 결혼해서 살자. 아이도 낳고..." 이렇게 이야기 해서 붙잡아야 하는데, 돈은 그냥 보낸다. 참 웃긴다. 사람을 깊이 사랑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여기다니...떠나고 나면 가슴 속이 텅빌텐데...)
쉐리가 떠나 괴로운 마음인 돈한테 분홍빛 편지가 온다. "살다보면 이상한 일도 있지. 헤어진 지 20년이야. 당신 곁을 떠날 때 아이를 가진 줄 알고 있었는데, 아들을 낳았어. 나 혼자 키웠는데, 열 아홉 살인 아들이 며칠 전 말없이 떠났어. 아마 아버지를 찾아간 것 같아..."
늘 사귀고 같이 살았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던 나한테 아들이라니, 이 무슨 우스개 같은 이야기람...게다가 날 찾아온다고? 뭐 하러? 큰 집에서 혼자 섬처럼 살아온 돈한테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3. 돈은 애가 다섯이나 되는 형사 콜롬보 같은 옆집 사내 윈스턴(제프리 라이트)한테 이 일을 털어 놓는다. 콜롬보의 답이 나왔다. "흠, 보아하니 분홍빛을 좋아하는 이가 보냈군. 주소는 없고, 글씨는 타자를 쳤고...쉽게 알아낼 수가 없겠군" "단서가 없으니, 20년 전에 사귀었던 사람들을 생각해봐. 목록을 만들어 하나씩 찾아가서 알아내는 게 낫겠군. 내가 항공편과 렌트카, 묵을 곳을 다 알아봐줄게"
그리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아들이 걸린 일이라 윈스턴의 말에 따라 돈은 여행을 떠난다. 아들과 그 엄마를 찾아 3만리...
수사 대상(?)에 오른 이는 다섯이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헤어졌으니 잊어야 할 사람들인데 반겨줄까, 걱정도 된다. 그래도 타자기를 찾아 편지에 찍힌 글자와 같은지 알아내야 해... 잠자리를 같이 해서 아들을 낳을 수 있는 사람한테 꽃다발을 하나씩 들고 찾아간다.
4. 맨 먼저 찾아간 이는 로라(샤론 스톤)다. 카레이서인 옆지기 래리가 사고로 죽은 뒤 말썽꾸러기 딸 로리타와 같이 살고 있다. 엄마의 옛날 애인이 왔는데도 벌거벗고 돌아다닌다. 쇼파에 앉아서 쳐다보는 돈이 더 민망하다. 이 때문에 이 영화를 18세 이상만 볼 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는 옆지기와 같이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사는 도라(프란시스 콘로이)를 찾아 간다. 집은 멋있고 그 옆지기 론과 알콩달콩 살고 있지만, 로라가 바쁘다고 싫어해 아이가 없다. (사람 좋은 론이 불쌍하다.)
세번째는 짐승들의 말을 알아듣는 솜씨를 가진 칼멘 박사(제시카 랭)를 찾아간다. 그런데 20년 만에 만났지만 얽힌 게 많은지 같이 보내길 싫어한다. 나중에 술 한잔 하자니 "난 술 안해", 그럼 밥이라도 먹자고 하는데 "난 밥 안 먹어" (밥을 안 먹고 사는 사람도 있나? 미국이라 고기만 먹고 사나...), 그럼 같이 조금 걷자 하니 "들어가 봐야 해" 하면서 끝내 틈을 주지 않는다. (쩝...돈이 칼멘한테 한 만큼 했겠지만, 그래도 20년 만에 만난 사람한테 너무 하다.)
네번째로 찾아간 이는 산 속에서 제 멋 대로 사는 페니(틸다 스윈튼)다. 어렵게 찾아 갔으나 마약이나 하면서 지내는 페니와 이야기가 잘 될 리 없다. "행여나 아들이 있어?" 묻자말자 "칵~" 페니의 외치는 소리에 달려온 사내 둘이 돈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으이구, 아파.
미셸 페페한테는 가지만 교통 사고로 일찍 죽은 탓에 무덤에 꽃다발만 두고 나올 수 밖에.
5. 누가 내 아들을 낳은 엄마일까? 옛날 애인 답사 여행은 끝났지만 돈은 마음을 정할 수가 없다. 무슨 일이든 뿌린대로 거둘테지만, 아들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내 삶의 무게인가? 갖고 간 꽃다발은 모두 시든 꽃이 돼버렸고, 내 젊은 시절의 삶도 시들어 버렸다.
나이가 들어 머리가 희끗해진 빌 머레이나, 잘 나갈 때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이젠 원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줄리 델피, 제시카 랭, 샤론 스톤도 볼만 하다.
2주 반만에 각본을 다 쓴 짐 자무쉬 감독은 '인생에서 빠진 그 무엇에 대한 갈망'을 담고자 했다는데, 빠진 게 뭘까? 과거는 흘러 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여기 있는 현재에 모든 걸 쏟아 살라는 뜻인지...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화면과 소리는 좋다. 영화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 보너스는 있으나 그리 좋은 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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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토리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단선적이고 간단합니다.
(언제나 그랬듯 여기서 영화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안합니다.;;)
그리고 그 영화를 끌어가는 방식도 '흥미진진'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건조한 느낌이죠.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난 순간 주변 관객의 반응은 '생활의 발견'의 그것과 비슷했습니다.
(사실 저는 두 영화 다, 거기서 아 끝났구나. 라고 느꼈었지만.. ^^;;;)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주인공의 대사 중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과거는 지난 것...미래는 아직 오지 않는 것...그러니 현재는 현재일뿐....'
감독이 의도한 것은 이 불가항력적인 사실을 다시 한번 되뇌이는 것이었을까요?
영화 중간 중간 장면 전환 및 장소 이동을 위한 씬에서 사이드 밀러를 자주 보여주고는 했습니다.
사실 그 장면들이 예전 사랑했던 여인들을 찾아가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딴 생각이 들더군요.
과거를 보려고 뒤돌아보지만 이미 나는 시간에 밀려 앞으로 가고 있고,
따라서 내가 뒤돌아보는 과거도 이미 그 (내가 원하는?) '과거'는 아니다, 라는 것.
더불어 사이드밀러를 보는 순간 정면은 볼 수 없기에 내가 현재 있는 곳도 이미 '현재'가 아니라는 것.
현재라는 그 '찰나'가 존재하는 것이기는 할까? 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아주 잠깐했습니다.
영화 중간중간 스토리와 맞물려 핑크색에 관련된 물품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또 타자기나 아들뻘 되는 청년 등도 그렇구요. (영화 처음부터 나오죠, 그 나이대의 청년들은;;)
이러저러한 소품들을 보고 영화가 막을 내리는 순간, 딱 한 문장으로 이 영화를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과거에 집착하는 순간,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은 과거시제가 된다.
결국... '시제는 나의 것'이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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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으로부터 편지가 도착하고 아는 여자는 떠난다. 이것이 브로큰 플라워의 이상한 시작이다. 돈 존스턴에게 당도한 편지는 말한다. 19년 전 그가 알지 못하는 동안 옛 애인이 낳아기른 아들이 생부를 찾으러올 테니 놀라지 말라고. 짐 자무시의 영화에서는 흔히, 순수하고 열정적인 이방 출신이 무감동한 미국인을 충동질해 인생의 정체를 발견하게 한다. 브로큰 플라워에서도 이야기에 발동을 거는 것은, 에티오피아계 옆집 남자 윈스턴이다. 탐정 흉내가 취미인 윈스턴은 돈에게 편지의 발신인을 찾는 여행을 권한다. 돈의 여행은 본질적으로, 흉터를 방문하는 일이고 오래전 빗장 지른 빈 방을 차례로 열어 퇴락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돈과 다섯 여자의 조우를 그린 에피소드들은 뒤로 갈수록 더욱 짧아지고 메말라간다. 단일 내러티브를 지닌 짐 자무시의 장편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브로큰 플라워도 고전적 3장 형식을 취한다. 출발 전 - 여행 - 귀향 후의 3막 구조 안에서 에피소드들은 운문처럼 행을 갈며 흘러간다. 브로큰 플라워는 배우 빌 머레이가 베푸는 향연이다. 그는 온갖 사물과 사건, 공격과 위로에 대해 모든 감정이 철거된 공터 같은 표정으로 대응하면서도 매번 다른 효과를 내는 데에 성공한다. 감독은 돈이 과거를 추적하는 여행을 하는 동안, 정작 그의 집 화병에 피어 있던 꽃은 시들어버렸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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