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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마술피리 중에서 내게 딱 맞는 음반을 찾아내는 방법은? 물론 다 들어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희망사항이다. 쟁쟁한 가수들의 이름이 확실한 보증서가 되지는 않는다는 건 왕초보만 벗어나도 쉽게 알아채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팝이나 가요처럼 mp3 파일을 구해 미리 들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막막할 땐 모험을 한 번 해본다. 표지가 마음에 드는 걸 산다거나, 이름을 아는 가수가 한 명도 없는 음반을 선택해 본다던가.. 그렇게 해서 쓸모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씨디를 사는 게 싫다면,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의지한다. 특히 많이 들어본 고수들의 추천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도 실패할 때가 있다. 추천해준 사람과 내 취향이 서로 다른 경우이다(아, 이 얼마나 까다로운 취미생활인가!).
개인적으로 뵘이 지휘하는 모차르트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모차르트의 예민함에 두꺼운 피부를 한 겹 덧씌운다. 그래서 모차르트 특유의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고 유머러스한 매력을 발산하긴 커녕, 빛의 속도로 달릴 수 없는 "미스 브라이트" 처럼 자신의 무게 때문에 처져버리고 만다. 사실 기민하게 움직일 생각조차 없는것 같지만.
하지만 워낙 좋은 평을 듣고 있기에 주저하면서도 이 음반을 구입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작품 자체가 워낙 독특해서 해석의 폭이 크지 않을거라는 내 단순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느린 템포 속에 섬세함과 엄격함, 장중하달 만큼의 웅장함이 두드러지는 마술피리라니! 하지만 효과는 별로 좋지 않다. 몇몇 장면에선 속도가 굉장히 느린데, 때문에 귀에 달착지근하게 엉겨붙는 달콤한 선율들이 빛을 잃기도 한다. 둔중하게 느껴지는 관악 파트 역시 이 마술피리를 낯설게 하는 요인이다. 모차르트를 로시니처럼 지휘해도 안되겠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끌고 가는 것도 지루하다.
대신 웅장함이나 슬픔, 비장함이 느껴지는 장면들(O Isis und Osiris, 사제들의 이중창, 군인들의 이중창, 마지막 장면 등등)에 귀 기울여 보면, "이 부분이 이렇게 멋있었나?" 싶을 만큼 근사하다(혹은 장송곡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 음반이 매력적인 이유는 뵘이 아니라 분덜리히 때문이다. 팬들에겐 아마 must-have 가 아닐까. 이탈리아인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서와 표현은 독일적인 분덜리히의 매력은 곧 모차르트 오페라의 특성과도 일치한다. 뵘은 마술피리를 너무 독일적으로 해석했단 느낌이 들지만 분덜리히는 치우치지 않는다. 부드러우면서 거친, 아이스크림 튀김같은 타미노다. 사랑에 빠진 청년의 성급함과 고귀한 영혼을 가진 왕자로서의 순수함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제격인 가수는 드물다. 분덜리히에만 집중해도 이 음반은 들을 가치가 있다.
피셔-디스카우가 부르는 파파게노의 아리아들은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대사를 할 때 코믹한 면이 부족하다. 밤의 여왕의 세 시녀들도 귀한 양념이지만 목소리 자체가 육중해서 조금 전에 바그너라도 부르다 달려온 것 같다. 시녀들 외에도 배역의 대부분이 목소리가 무거운 편이다. 심지어 세 소년들까지!
파미나의 리어는 목소리 자체에 나이가 들어 있다. 탁한 음성이면서 울림이 육중하다. 덕분에 부드러운 미성의 분덜리히와 2중창을 할 땐 연인사이가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 같다. 밤의 여왕은 목소리에 서슬이 퍼렇지만 그 고음과 기교를 감당하기엔 약간 힘겨워 보인다. 자라스트로는 남성답고 단호한 음성으로, 원래의 이성적이고 공평한 캐릭터에 잘 맞는다. 하지만 모노스타토스는 너무 점잖다.
리브레토가 막에 따라 두 개로 나뉘어져 CD 케이스 앞뒷면에 따로따로 들어있는 건 정말 깜찍한 아이디어다. 그만큼 공간이 절약되니까. 오페라 씨디 몇 장만 넣어도 장식장이 확 좁아지는 것이 불만인 사람이라면 이 기발한 세트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마술피리를 처음 듣거나, 모차르트의 천진난만하고 소박한 즐거움을 좋아하는 감상자에겐 권하고 싶지 않다는 게 결론이다. 혹시 진지하고 스케일 큰 연주를 선호한다면 모르지만 처음 듣기엔 다소 딱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술피리 전곡반을 두 번째나 세 번째로 구입하려 하는데 그동안 들어본 것과는 다른 해석을 원한다면 추천이다. 또 무게감 있는 목소리의 성악가를 좋아하는 경우 역시 만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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