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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서유기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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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로서는 힘겹게 구입했다. 처음에는 서유기 세트(1~3권)를 주문했으나 품절이 되어 구할 수 없다는 인터넷 서점 측으로부터 사과와 함께 양해를 바라는 글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각 권을 낱권으로 다시 주문해서 구입한 것이다.     어린 시절에 고우영 화백이 추동성이라는 필명으로 그렸던 <짱구박사>와 <아짱에> 이래 성인이 되기까지의 열렬한 독자인 나는 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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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로서는 힘겹게 구입했다. 처음에는 서유기 세트(1~3권)를 주문했으나 품절이 되어 구할 수 없다는 인터넷 서점 측으로부터 사과와 함께 양해를 바라는 글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 각 권을 낱권으로 다시 주문해서 구입한 것이다.  

 

어린 시절에 고우영 화백이 추동성이라는 필명으로 그렸던 <짱구박사>와 <아짱에> 이래 성인이 되기까지의 열렬한 독자인 나는 언제부터인가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구입하여 소장하기 시작하였다.

 

가루지기 2권, 거북바위 2권, 놀부전 1권, 바니주생전 1권, 삼국지 10권, 십팔사략 10권, 연산군 3권, 아라노와 오가녀 2권, 열국지 6권, 오백년 4권, 일지매 8권, 임꺽정 5권, 초한지 8권, 통감투 2권, 홍길동 2권, 흑두건 2권, 80일간 세계일주 2권…. 지금 소장하고 있는 고우영 화백의 작품 70권이다. 장르를 떠나서 어떤 개인의 책을 이렇게 소장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 테니 나는 고우영 화백의 팬이자 마니아로 자부해도 될 듯하다.

 

지난 주에 고우영 화백의 홍길동 2권을 구입한 이래 오늘 서유기3권을 구입함으로써 내가 가지고 있는 그의 작품은 18종 73권이 되었다.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작품 중에 남은 것은 수호지 20권, 수레바퀴 8권, 대야망 5권의 33권이 남았을 뿐이다. 수호지는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다 작가가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타계한 미완성 작품이라 주저하고 있지만, 다른 두 작품은 여유가 생기면 구입할 생각이다.

 

사흘 전에 <서유기 3권>을 구입하면서 망설이는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고우영 화백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으로 그의 작품들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그의 작품 모두에 대해서 만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작품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다 자란 나의 정서에는 맞지 않았고, 어떤 작품은 화백의 집중도가 떨어지지 않았나 싶은 마음에서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혹시 <서유기>가 실망을 주는 경우가 아닐까 싶어서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만족이었다. 소설 서유기의 원본을 읽은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원작의 내용에 얼마나 충실한지는 가름할 수 없지만, 어차피 만화는 또 하나의 창작이 아니던가. 큰 줄거리에 있어서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화가의 번뜩이는 재치와 독창적인 해석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어린 시절에 서유기를 읽을 때는 앞 부분에서 지루했던 느낌이 있었는데, 고우영 화백의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우영 서유기>는 1980년대 초에 신문에 연재되던 작품이다. 작품이 발표된지 한 세대인 30년이 흘렀는데도 옛날 영화를 보는 듯한 생경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최근에 연재되고 있는 인기 있는 인터넷 만화에 비해서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발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고우영 화백의 열독자라는 것이 즐겁게 느껴질 정도의 걸작이었다.


 

1편은 손오공의 탄생과 삼장법사와의 만남, 그리고 불경을 얻기 위해 서역으로 떠나는 장면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직 저팔계나 사오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200쪽의 분량을 단숨에 읽었을 만큼 나는 이 책을 흥미있게 열독했다. 서유기를 읽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차원에서의 즐거움,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서유기의 입문서 역할을 충분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서유기 2편에서는 손오공이 불경을 구하려는 삼장법사를 도와서 서역으로 여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술을 부려 부잣집 사위가 된 뒤 식탐을 밝히고 있던 저팔계와 유사하에서 물귀신 노릇을 하고 있는 사오정을 만나는 등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2편에서도 역시 고우영 화백의 시공을 초월한 톡톡 튀는 재치를 만나는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가끔씩 등장하는 인물이나 조력자들은 때로는 현대의 병원 모습을 하기도 하고, 고속정이나 로켓의 형상으롤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 장면들이 원작의 분위기를 해치거나 생뚱맞지 않고, 작품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 절묘한 조합이 고우영 화백의 강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을 덧붙인다면 이 작품은 신문에 연재될 당시에 36칸을 기본으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매장(2쪽)마다 필요 이상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치가 숨어 있다. 이것은 장점일 수도 있겠으나 신문 연재 만화가 지닌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할 것이다. 

 

고우영 화백이 지금까지 생존하면서 인터넷 연재 만화를 창작할 수 있었다면, 그래서 지면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신의 창작 욕구를 지면에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인터넷 만화 최고의 작가라는 강풀 화백과 필적하는 걸작을 남기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면 안타까움도 느껴진다. 시대를 잘 만났다면 세계적인 만화가가 되었을 지도 모를 재능이 70~80년에는 독재자를 만나서 원작이 훼손되는 제약을 받았고, 인터넷의 장점을 활용할 시기를 만나지 못하고 타계했으니 본인이나 한국 만화계를 위해서 애석한 일이다.

 

고우영 화백의 <서유기>를 구입하면서 내가 걱정한 것 중에 하나가 이 작품이 원작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일관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제목만 <서유기>이지 원전과는 관계 없는 별개의 창작이라면 굳이 <서유기>라는 제목을 붙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일전에 읽은 <홍길동>이 그러했다. 허균의 원작은 서자로 태어난 길동이 호부호형을 못하는 설움과 입신양명의 뜻을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여 집을 나가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작품의 큰 줄기였다. 그러나 고우영 화백의 <홍길동>은 그와 달랐다. 길동은 서자가 아니었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것도 아니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홍길동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원작과 공통점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물론 고우영 작가가 새로운 캐릭터를 개발했다는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그 인물의 이름이 굳이 홍길동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만약에 <서유기>도 그렇다면 곤혹스럽지 않을까라는 부담을 느꼈던 것이다.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학창 시절에 서유기를 5번 이상 읽었다. '손오공'이라는 제목의 동화집을 비롯하여 <서유기>라는 제목의 세계명작 시리즈, 다시 제법 원전에 가깝게 두툼하게 만들어진 <서유기>도 읽었다. 즉, 서유기의 내용에는 익숙할 정도의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고우영 화백의 <서유기>를 읽는 동안 생경함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이 작품은 원전에 충실하면서 작가 나름의 해석이 가미된 이상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우영 화백이 그린 수십 편의 작품 중에서 수작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은 삼장법사와 손오공(1권), 저팔계와 사오정을 만나다(2권), 머나 먼 땅 서역 천축국(3권)의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장법사 일행이 천축국을 다녀오는 동안 겪은 고난이 81 가지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 중에 10여가지의 사건들이 작가 나름의 해석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

 

엄밀하게 헤아리면 이 책이 서유기 원전에 충실한 것은 아니다. 원작에서는 꽤 비중있게 등장하는 우마왕과 철선공주 부부의 이야기가 이곳에서는 철선공주만 언급되는 등 생략된 부분도 많다. 그러나 그들이 겪은 80여개의 고난을 우리가 모두 알 필요야 있겠는가? 만화에서 그런 것을 세세히 소개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알고 싶으면 서유기 원문을 읽으면 될 것이다.

 

나는 삼국지를 여러 편 읽었다. 어린 시절 박종화 선생의 <월탄 삼국지>를 비롯해서 <정비석 삼국지>, <이문열 삼국지>, <황석영 삼국지>를 읽었고, 그밖에 이름없는 사람들이 번역한 작품들도 여러 편 읽었다. 그중에서 가장 흥미있게 읽은 것은 고우영 화백이 그린 <삼국지>였다. 다른 어떤 삼국지보다도 고우영 화백의 작품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의미를 느끼면서 읽었다는 뜻이다. 고우영 화백의 <서유기>에 대해서도 <삼국지>를 읽었을 때와 같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 원작보다 더 흥미있게 읽었다는 만족의 마음을….    

 

  


 

서유기 1~2편 표지와 3편의 앞뒤 표지

1~2편의 뒷표지도 3편과 같다.



y******3 2011.05.18. 신고 공감 5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고우영 서유기
"고우영 서유기" 내용보기
우와 30년이나 지나서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필자가 서유기를 처음 접한 때가 초등학교 시절이다. 당시에 너무 푹 빠져서 선생님 몰래 수업시간에 이 책을 들여다봤었더랬다. 마지막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이 깊어서 영구기억으로 각인된 것 같다. 천축국, 그러니까 지금의 인도에 도착한 삼정법사와 손오공은, 자신들의 육신의 껍데기가 강물에 흘러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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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30년이나 지나서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필자가 서유기를 처음 접한 때가 초등학교 시절이다. 당시에 너무 푹 빠져서 선생님 몰래 수업시간에 이 책을 들여다봤었더랬다. 마지막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이 깊어서 영구기억으로 각인된 것 같다. 천축국, 그러니까 지금의 인도에 도착한 삼정법사와 손오공은, 자신들의 육신의 껍데기가 강물에 흘러내려가는 것을 본다. 즉,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의 사슬을 벗어나서 자기자신을 관조하며 깨달음을 얻는다는 메타포 일 것이다. 캬오~ 놀랍기 그지없었으며 당시 너무나 감동을 받아서 나도 모르게 감격해 눈시울이 붉어졌었다. 나도 수행을 거듭하여 이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품었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잠깐 개구장이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빠져서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흘러가 버렸다. 이제 어른이 되어 고우영 화백의 서유기를 다시 읽게 되니, 어릴때는 몰랐었던 어떤 인식의 전환이 생기는 것 같다. 강추한다. 꼭 한번 읽어 보시다.


서유기는 워낙 매력적인 주제라서 수많은 영화로도 재창조 되었고, 허영만 화백의 톡톡튀는 서유기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각기 나름대로의 시각과 장점이 있는데, 전자가 아이들에게 좀더 친근하게 다가서고 그 쪽에 촛점을 맞췄다면, 후자는 어른들에게 좀더 어필하는 작품인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 고우영 화백의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ㅎㅎㅎ

j***z 2013.04.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