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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릿저릿한 맨발의 언어
"저릿저릿한 맨발의 언어" 내용보기
내가 스무살 때 나온 시집이다 무려 3판 5쇄절판되지 않고 계속 나왔다는 것은살아남은 시집 저릿저릿한 맨 발의 언어로계속 반성을 하고 있다그 중 인상적인 시 읽어본다(모든 시 제목이 반성이고 숫자가 붙어있다 순서대로는 아닌데 까닭을 모르겠네)- 반성 100 - 김영승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
"저릿저릿한 맨발의 언어" 내용보기
내가 스무살 때 나온 시집이다 무려 3판 5쇄
절판되지 않고 계속 나왔다는 것은
살아남은 시집 저릿저릿한 맨 발의 언어로
계속 반성을 하고 있다
그 중 인상적인 시 읽어본다
(모든 시 제목이 반성이고 숫자가 붙어있다
순서대로는 아닌데 까닭을 모르겠네)

- 반성 100 - 김영승

연탄장수 아저씨와 그의 두 딸이 리어카를 끌고 왔다
아빠, 이 집은 백 장이지? 금방이겠다, 머.
아직 소녀티를 못 벗은 그 아이들이 연탄을 날라다 쌓고 있다.
아빠처럼 얼굴에 껌정칠도 한 채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딸을 낳으면 이 얘기를 해 주리라.
니들은 두 장씩 날러
연탄장수 아저씨가 네장씩 나르며 얘기했다.

- 반성 743 -

키 작은 선풍기 그 건반 같은 하얀 스위치를
나는 그냥 발로 눌러 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선풍기의 자존심을 무척 상하게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나는 선풍기에게 미안했고
괴로왔다

ㅡ너무나 착한 짐승의 앞이빨 같은
무릎 위에 놓인 가지런한 손 같은

형이 사다 준
예쁜 소녀 같은 선풍기가
고개를 수그리고 있다

어린이 동화극에 나오는 착한 소녀 인형처럼 초점 없는 눈으로
'아저씨 왜 그래요 ' '더우세요 '
눈물겹도록 착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얼 도와줄 게 있다고 왼쪽엔
타이머까지 달고
좌우로 고개를 흔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더운 여름
반 지하의 내 방
그 잠수함을 움직이는 스크류는
선풍기

신축 교회 현장 그 공사판에서 그 머리 기름 바른 목사는
우리들 코에 대고
까만 구두코로 이것저것 가리키며
지시하고 있었다

선풍기를 발로 눌러 끄지 말자
공손하게 엎드려 두 손으로 끄자

인간이 만든 것은 인간을 닮았다
핵무기도 십자가도
콘돔도

이 비 오는 밤
열심히 공갈빵을 굽는 아저씨의
그 공갈빵 기계도.
k*****7 2017.07.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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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반성 훌륭하다 - 김영승 시인의 시집 "반성"
"이런 반성 훌륭하다 - 김영승 시인의 시집 "반성"" 내용보기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까지일 것이다제도 교육안에서 걸핏하면 반성하라는 소리를 들은 것은..선생님들이 수시로 하는 얘기.."너는 반성의 기미가 안 보이냐?" (선생님때문에 생긴 내 얼굴의 기미는 안 보이슈?)"니가 반성하기는 하나?""반성한다는 놈의 태도가 그래?" 등등도대체 무얼 반성하라는 건지..없는 반성을 만들어내고선생님의 입맛에 맞는 반성을 적어내야 하는 시절이었을 것
"이런 반성 훌륭하다 - 김영승 시인의 시집 "반성"" 내용보기

아마도 고등학교 시절까지일 것이다
제도 교육안에서 걸핏하면 반성하라는 소리를 들은 것은..

선생님들이 수시로 하는 얘기..
"너는 반성의 기미가 안 보이냐?" (선생님때문에 생긴 내 얼굴의 기미는 안 보이슈?)
"니가 반성하기는 하나?"
"반성한다는 놈의 태도가 그래?" 등등

도대체 무얼 반성하라는 건지..
없는 반성을 만들어내고
선생님의 입맛에 맞는 반성을 적어내야 하는 시절이었을 것이다..

사실 대학 이후로 반성이란 것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입힌 사람들과 오해에 대해서
그런 나의 행동에 대해서 되돌아 볼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반성이라기 보단 후회에 가까운 감정일 것이다

한살 한살 먹으면서 느끼지만
우리 생활에 반성이 없어지는 것은
나의 행동을 되돌아 볼 만한 시간이 없어지는 것일까
반성이 필요없는 교만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허나 서점가를 둘러보면 반성에 관한 책들은 넘쳐나는데
이쯤 되면 반성을 하든 안 하든
우리의 반성에 대한 방식이 잘못 된 것은 아닌지 반추해 볼 일이다

한 개인과 가족, 즉 혈연 공동체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고민할 일이 아니라
생각의 지평을 넓혀 이 사회와 이 시대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허나 너무 무거우면 개인이 사회에 짓눌릴 것이고
무관심과 조소만 날리기에는 사회가 점점 무서워지고 저급해지고 있다

그러던 참에
김영승 시인의 "반성"이란 시집을 읽게 되었는데
원래 시를 잘 읽지 않던 위인이라 (시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쓰여진 글이 너무 많아서..ㅡ.ㅡ;;)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첫장을 넘긴 이유는
그 시집이 너무 오래된 시집이라 왠지 모를 이끌림이 있었다...-.-;;

1987년에 찍어내고 가격도 2,000원 할 때이니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나온 시집인데
(짜장면은 한 400원 내지 600원 할 때 쯤이겠군...ㅋ)
출판사는 민음사이고 시집 디자인도 한 면을 가로로 절반쯤 나누어
윗부분은 녹색이고 아래부분은 흰 바탕에 낙서같은 사선으로 처리되어 있다(조금 촌스럽다..)

인터넷 검색을 하여 찾아보니
잠시 판매중지되었다가 2007년에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책 디자인은 깔끔하긴 한데 왠지 1987년 판이 더 정감있긴 하다

이 시집은
반성이란 제목의 연작시 모음인데(반성 16, 반성 187, 반성 173.. 이런 식으로 순서는 무규칙...)
이 시인의 반성이 참으로 재미있고 감칠 맛 난다

몇 개를 소개하자면

                      반성 187

茶道니 酒道니 무릎 꿇고 정신 가다듬고
PT체조 한 뒤에 한 모금씩 꼴깍꼴깍 마신다.
차 한잔 술 한잔을 놓고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들이
나한테 그 무슨 오도방정을 또 떨까
잡념된다.


지겹다.

                      반성 163

코끼리들이 문득 가엾다.
코끼리 발바닥에
어느 정도 두께의 굳은살이 박혔을까.
그 거대한 몸뚱이를 지탱하며 먹이를 찾아
뛰어다닌 벌판.
굳은살이라곤 입술과 유방과 성기밖에 없는
불행한 남녀들이 다투어 몰려온다.
귀족적이려고 매력적이려고 그리고
지성적이려고 무지무지 애를 쓰고 있다.
가엾다.

                     반성 745 (중 발췌)

(전략)

이력서엔
뒷간에 갖다 붙여 놓으면
왼갖 잡다한 잡귀는 다 물러갈 것 같은
잡귀 쫓는 부적 같은
내 반명함판 사진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정성껏
결국 삐뚜로 붙여 놓고

자기 소개서엔 '나는 천재다'
나는 왜 그렇게 쓸 수 없는가

신문에서 오린 사원 모집 광고 문안엔 왜
식욕 있는 남녀, 성욕 들끊는 남녀
라는 자격-

그자식들은 왜 나에게
자기네들의 소개서를 써서 보내지 않는가

(후략)

                     반성․ 序 (중 발췌)

언제나 그랬지만
갈수록 개인의 영역이 축소되고 말살되는
시대에 있어서 결코
한 개인의 노래만은 아닌 극복해야 할
자조적 실존의 비극적 아름다움-

(후략)...



짧은 시만 옮겨서 이 시집의 진가를 다 옮길 수 없지만
이 외에도 현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의 문제를 진단하고
시로 풀어냈는데
가볍게 읽히지만 그 울림은 심상찮다

참으로 쉽게 씌어진 시 같지만
소리내 읽어보면 시인의 의도된 운율이 있고
연과 행의 나눔도 절묘해서 조금 되새겨 읽을 필요가 있고

시집을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성경 내용의 인물이나 일화를 차용해서 시에 녹여내는 방식과
여과없이 드러내는 성적 단어와 묘사들
현대 사회의 물질적 풍요에 대한 관조를 바탕으로 비틀어낸 서정
현대 사회의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과
자본주의의 한낱 나사로, 특히 적극적으로 부품이 되어가는 사람들의 위선과 위악에 대한 조소

등등
내 어휘가 짧아 다 표현을 하지 못하겠으나
이런 것들에 얹혀진 삶에 대한 애증의 시선과 유머로
시를 하나하나 완결해간다

1959년생이니 28세에 이 시집을 출판하게 되는데
그 당시의 사회의 모습이나
현재의 사회 모습이나
이 사회의 그림자 부분의 천박함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사회는 진보한다라는 명제의 반박?)

성적 단어에 거부감이 심한 사람이거나
기독교적 내용의 인용을 극단적으로 싫어하시는 부분은 일독을 권하지 않고 싶고..
(사실 저 같은 일반 사람도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었으니 과장된 표현일 수도..)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에선 읽지 마시길..
킥킥거리며 웃다 주변 사람들에게 쪽 팔릴 수도 있어요..

b******5 2011.03.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