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리도 죽음을 갈망했던 전신불수 환자를 통해 '죽음의 윤리'를 물어 오는 스페인 영화다.
'행복한 죽음'이라는 표현, 그것은 적절한 것일까? 아니, 타당하기라도 한 걸까?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 인간에게 '산다는 것'은 과연 의무일까 권리일까? '죽음보다 못한 삶'을 마감하기 위해 애쓰는 남자, 동병상련의 아픔에 이끌려 그를 돕는 변호사, 사랑하기 때문에 자살을 돕게 되는 꿋꿋하지만 아픔 많은 여인, 28년 병간호에 지쳐가는 가족들, 먼저 가겠노라며 떼 쓰는 아들을 지켜보는 아버지, 인위적 생명단절을 방조하지 않겠다는 법의 잣대... 그 모든 것들이 어우러지면서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는 '살아 있다는 사실'의 무게!
<씨 인사이드>는 죽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저 너머의 세상을 갈망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로만 간간이 그리고 우연히 접하게 되는 그래서 쉽게 잊고 마는 '안락사 문제'의 핵심을 던짐으로써 그저 숨을 쉬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당연하다는 듯 삶을 영위해 가고 있는 인생여정 속에서 많은 것을 끄집어 내서 되짚어 보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곱씹어 보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만약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전신불수가 되어 침대에만 누워서 지내야 하는 운명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는 그런 하루하루를 28년 째 살고 있다면, 그 숫한 날을 나는 어떤 생각으로 채우고 또 어떤 방향의 운명을 선택을 하고 싶어 질까?
바로 그런 이유로, 자신의 '죽음 선택권'을 위한 '투쟁의 삶'이라는 평이하지 않은 소재와 그 누구도 쉽사리 결론 지을 수 없는 안락사 문제라는 어려운 주제를 선택하고,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가감 없이 던지는 <씨 인사이드>는 겪어보지 않은 자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궁극의 논쟁(각자 속에 가두어 둔 내면의 논쟁)을 향해 치닫게 만든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이 영화의 주인공(라몬 삼페드로)은 청산가리 탄 물을 마시고 끝내 생을 마감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어코 '삶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기에 생명을 준 그 '원천'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일각까지도 충실히 삶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종교적 도덕론과 죽음마저도 선택할 권리가 진정한 천부인권이라며 조용한 싸움을 싸우고 있을 안락사를 간절히 염원하는 현실에 갇힌 사람들 사이에서 그 어느 쪽의 손도 당당히 들어줄 수 없는 사면초가의 기분은 상당히 심란한 상태의 인간적 고뇌로 다가온다. 주절주절 많은 내용을 썼지만 모든 것이 명확하게 그리고 한꺼번에 정리되지 않는 것은 나의 심약함 때문일까? 아니면 죽은 자에 대한 연민 때문일까?
창 가득 바다가 보이는 호텔방, 하얀 침대보에 싸인 채 VTR을 앞에 두고 꿀꺽꿀꺽 청산가리 탄 물을 마시던 라몬 삼페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