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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99%의 다크 초콜릿 같은 치명적 매력의 사나이 이라부가 돌아왔다. 넘치는 살과 솟구치는 힘, 농담으로도 결코 점잖다 할 수 없는 천부적인 경박함에 말할 때 마다 소름 돋는 과도한 콧소리. 게다가 한 번 붙잡히면 나을 때까지 절대 놔주지 않는 투철한 직업 정신. 덧붙여 환자의 혼을 쏙 빼는 다양한 진료 방법까지 이라부는 흠잡을 곳이 한 군데도 없다. 환자들은 그를 만나면 몽롱해진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그 무엇처럼. 그를 옴므파탈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렇게 멋진 의사가 존재하다니! 신의 입담을 가진 신경과 의사 이라부의 활약상이 '면장 선거'에서도 유감없이 펼쳐진다.
투실투실한데다 무례하기 짝이 없는 그 의사는 VIP 대우는 커녕 하찮게 취급하기까지 한다. 그것도 모자라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부글부글 화가 끓어 호통을 쳐봐도 그 의사는 동요하는 기색도 없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대한다. 다나베 미쓰오는 언젠가부터 자신의 발길이 자꾸 이라부에게 향함을 느낀다. 이라부는 그에게 신경안정제였다.
그 또한 이라부와 대면하게 된다. 나른한 말투와 은근한 콧소리로 이라부는 그의 병이 '청년성 알츠하이머'라 알려준다. 침착과 여유, 논리적 판단으로 삼십 평생을 살아온 그였단 말이다.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것인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이라부 앞에 앉아 있는 자신을 보며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이라부는 뇌합리화를 진행해온 그에게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과 놀라고 한다. 졸지에 어린 아이가 돼버린 어처구니 없는 상황 속에서 그는 마침내 자유를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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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한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만들어내며 인기를 구가한 작품들이 있다. 바로 사회에 지친 강박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괴짜의사 '이라부' 시리즈로 총 3부작 소설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국내에 유명하게 소개되며 일본의 문학상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한 <공중그네>가 바로 그것인데, 이 작품은 아직도 '오쿠다 히데오'를 대표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실은 이 <공중그네>가 2부에 해당되고, 그 전에 1부가 <인 더 풀>이다. <인 더 풀> 또한 우리 주위에서 보는 평범한 사람들이 강박증 환자로 나와 이라부를 통한 치료기였다면, <공중그네>는 좀더 특정 분야 전문인을 환자로 설정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3부인 이번 <면장 선거>는 특정 분야에서 더 나아가 특수성을 더욱더 살리면서 사회에서 명망있는 실제 유명인을 소재로 소위 '공인'에 대한 풍자를 곁들인 작품이다. 표제작 '면장 선거'를 제외하고 나머지 3편의 이야기가 다 그러한데, 그럼 이들의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해 본다. 세 편은 실제 유명인을 모델로 한 이야기, <면장 선거> 첫 번째 이야기 <구단주>는 일본에서 잘 나가는 78세의 고령의 노신사로 그는 전쟁시대를 대표하며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그런 인물이다. 실제 일본 최고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신문사 대표이기도 하고, 일본 프로야구 인기구단 구단주이기도 한 이 노신사는 한마디로 제대로 된 사회 지도층 권력자다. 즉, 자신이 지금껏 해온 전력으로 이만큼 일본이 발전해 왔다는 옹고집의 아집이 강한 그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부터 권력의 종말을 의미하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일종의 패닉 장애와 강박을 겪는다. 어두운 곳을 무서워하며 폐쇠된 공간을 싫어하는 등 그는 그렇게 인생의 종말에서 위기 의식을 느끼며 '이라부'를 찾아가 치료를 받는다. 이라부의 치료 방식이나 응대에 마뜩잖고 버릇 없는 놈이라 홀대했지만 점점 더 그의 치료에 익숙해져 가는데, 과연 이 구단주는 그 어떤 패닉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까? 두 번째 이야기 <안퐁맨>은 일견 우리에 소개된 '호빵맨'을 떠오르게 하는 이름인데, 그렇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개릭터인 '안팡맨'을 연상시키는 여기 주인공의 별명으로 그의 성 '안포'에서 따온 것이다. 그래서 여기 30대의 젊은 주인공 '안포'는 한마디로 잘 나가는 IT업계의 총아로 견실한 기업가다. 아니, 견실하기 보다는 어떤 고생없이 쭉쭉 치고 나가며 성장해 온 소위 잘나가는 CEO 벤처 사업가다. 그러면서 안퐁맨은 그 어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해가는 극단적인 효율성만을 추구해오며 청년성 알츠하이머에 걸린다. 즉 문득문득 기억 상실에 걸리는데, 바로 일본의 글자 '히라가나'를 순간 못 쓰는 낭패를 겪는다. 이에 이라부를 찾아가 상담하며 급기야 유치원까지 찾아가 아이들과 같이 어울리며 치료를 하는데, 어떻게 그의 순간 기억 상실은 다시 돌아왔을까? 세 번째 이야기 <카리스마 직업>은 바로 연예계 이야기다. 젊은 배우는 아니지만 마흔을 넘기고도 변함없는 미모와 젊음을 자랑하는 여배우가 하나 있다. 그런데 그런 미모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그녀는 항상 바쁘다. 즉, 남들한테 유명인으로써 잘 보이기 위해서 소위 뼈를 깍는 아픔이 필요하다는 견지하에, 오로지 자신의 미모를 유지하기 위한 미용과 다이어트 문제에 병적으로 매달리며 이성을 잃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말 눈물겨울 수가 없는데, 결국 심적 고통에 이라부를 찾아가지만 그곳에서 이라부의 간호사인 '마유미'를 통해서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여기서 바로 그간 안 알려졌던 마유미의 전력이 나오는데, 그녀는 바로 펑키 락밴드의 기타를 치며 자신의 표현했던 시크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 마유미가 속한 락밴드 공연을 보러 간 여배우는 그곳에 그 어떤 해방감을 찾는다. 네 번째 이야기 <면장 선거> 이 책의 표제작이도 한 이야기로,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바로 선거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 선거가 도심에서 펼치는 그런 선거가 아니라, 바로 작은 섬에서 펼쳐지는 선거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아주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어찌보면 더 공명정대할 그 작은 선거판이 그 섬의 내력이 이어오듯 양 진영으로 나뉜 채, 서로 흑색선전에다 돈 선거가 판을 친다. 이에 중간에 낀 도시에서 파견나온 24살의 젊지만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한 공무원의 눈을 통해 이들의 선거 이야기를 펼친다. 그리고 우리의 이라부는 여기에 두 달간 파견나온 의사로 나와 그 또한 선거판에 개입돼 돈을 먹는 등, 이라부식의 멋진 호연을 펼친다. 양 진영을 왔다갔다 하며 선거 지원성 찬조 연설을 하는 등 말이다. 이렇게 양 진영이 혼탁한 선거에 치쳐갈 때쯤, 이들은 서로에게 눈을 뜨고 그 섬의 전통놀이 방식으로 선거를 치르게 되면서 마지막에 작은 감동까지 선사하는 맛이 느껴지는 이야기로 맺는다. ![]() 이렇게 본 네 편의 이야기들을 간단히 살펴봤듯이 모두 사회성이 짙은 이야기들이다. 단순히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그 이야기에 담고 있는 메시지들이 묵직하다. 더군다나 앞에 세 이야기는 모두 일본의 실제 인물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구단주>는 인기구단 구단주이자 요미우리 신문사 대표 '와타나베 쓰네오'를 모델로 삼으며, 이를 통해서 옹고집의 70대 후반 노신사의 권력의 정점을 들여다보면서 그가 느낀 인생의 종말에 대한 회한과 고통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펼쳐냈다. <안퐁맨>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벤처기업가 '라이브도어'의 대표였던 '호리에 다카후미'를 모델로 삼아 극단적인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어떤 강박을 보여주며 치료에는 유연함을 강조했다. 사회성이 짙은 '이라부'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면장선거> 또한 <카리스마 직업>에서 나오는 여배우 이야기는 바로 영화 <실낙원>의 여주인공을 맡은 '구로키 히토미'를 모델로 했다. 물론 실제 여배우가 여기 이야기처럼 그런 타입인지 몰라도, 적어도 인기 여배우라면 그 어떤 미용에 몰두하는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표제작 <면장 선거>는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아닌 가공의 이야기지만, 의미하는 바는 실로 크다. 우리네 정치사회판을 주름잡고 그 어떤 정치적 행위로써 펼쳐지는 선거판에 대한 풍자로 가득하다. 이른바 흑색선전에 돈선거 특히 돈선거는 돋을 정도로 주고받는 게 가관도 아니다. 이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모르는 젊은 공무원과 그를 치료하며 선거에 묘하게 개입된 이라부까지, 또 이를 지켜보는 시니컬한 마유미 간호사 등, 여기 인간 군상들은 그 쏠라닥질의 선거판에서 그렇게 묘하게 활약하며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만 봐도 이 소설은 정말 위트와 풍자로 가득한 사회소설이라 할 수 있다. 대신에 그 어떤 유명한 고전류 작품처럼 진중하거나 묵직한 것이 아니라 가벼운 터치로 재밌게 그리며 본질을 꿰뚫는 예리함까지 선보인다. 그것이 일종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유명인으로써 다가오는 그 어떤 강박증을 이라부는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때로는 방관자로써 물러나 그들의 어깨에 얹고 있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렇다. 심리적 패닉으로 몰리는 강박이란 게 어찌보면 신경정신 질환의 일종이지만 이렇게 쉽게 마음을 한풀 꺽고 내려 놓는다면 이를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라부식만의 유쾌하고 독특한 상상이 빚어낸 치료법인 것이다. 아무튼 이번 '면장 선거'를 끝으로 이라부 시리즈 3부작은 모두 마무리됐다. 그런데 계속 이라부가 기달려지는 것은 왜일까.. 그와 함께 마유미도 그렇고, 그것은 아마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이라부를 찾아가 치료받을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다음 이라부 이야기를 막연히 기다려 본다. 무리하게 짧은 다리를 꼬꼬 앉은 그의 히죽거리는 모습과 마유미의 터질듯한 육감적인 가슴 계곡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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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대부분의 시리즈가 3편으로 접어들면 단순히 전편의 후광에만 의지해서인지 긴장감이 떨어지고 마는 경우가 잦다. 물론 문학이라는 쟝르가 다르지만 이라부 의사는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추리소설류 등을 봤을 땐 훌륭한 캐릭터에 의해 엄청 오랜 새월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으니... 큰병원 원장의 외아들이고 신경정신과 의사이지만 진지한 구석이라곤 눈을 씼고 찾아볼 수도 없고 외모도 귀공자풍과는 엄청 거리가 먼 인물. 그를 찾아온 환자들보다 더 환자같은 그이지만 그를 만난 이들은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무거운 짐들을 털어버리고 행복을 찾는다. 3편에 다른 점이 있다면 1편인 <인더풀>에서 평범한 이웃들이고 <공중 그네>에선 전문직 종사자들이 가지는 고민과 문제들을 재미있게 해결해 줬던데 비해 이번엔 엄청난 분들이 그의 환자로 찾아 온다. 그간 그가 명의로 소문난 것 같진 않은데 프로야구단 구단주인 언론사 회장, 잘 나가는 IT 기업의 젊은 총수, 40대에도 미모를 유지한 유명한 여배우. 특별난 환자분들이라 그런지 그들이 겪는 고민들이 배부른 투정은 나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상에 도달한 이들이 느끼는 허무와 외로움, 그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더 힘든 모습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완장"을 한번 차게 되면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도 개구리 올챙이적 기억 못하며 성공한 지금에만 촛점을 맞춰 그들과 대립각을 이뤘던 이들의 아픔은 쉽게 넘어간건 아닌가 했다. 거기다 일본에선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례들을 차용해서 쉽게 갈려고(?)하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작품이자 표제작인 "면장선거"는 많은 걸 느끼게 해주었다. 작은 섬마을 주민들이 50년 넘게 양분돼 서로를 미워하며 면장이라는 하나의 권력을 두고 다투며 서로를 미워하고 자신이 권력을 잡으면 상대에게 복수도 서슴치 않도록 만드는 와중에 나타난 이라부의 모습은 변한게 없다. 보건소를 찾아오는 시골의 할머니들도 그가 바보란 걸 눈치챌 정도다. 하지만 그 바보짓(?)이 상대를 마음 편하게 해주고 관심과 보살핌을 원하는 어려운 이들에게 기쁨을 준다. 그리고 더 큰 건 선거의 승리를 위해 돈봉투를 돌리고 폭력도 서슴치 않던 섬사람들에게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공동체 의식을 찾도록 하는 이라부의 모습을 보며 저제 진정한 명의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3편이 가진 미덕은 개인적인 어려움과 문제를 넘어 집단이, 사회가 가지는 어려움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치유하는 모습이 아닐까? 물론 그런 치유의 과정이 과장된 모습과 억지스런 설정일 수도 있지만 즐겁게 치유해 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레이싱카로 공공도로를 달리면 좀 위험하지. 성능을 조금만 내리면 어떨까?"(P104) "혼자만 이기면 놀아주는 사람이 있겠어?"(P124)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이라부의 촌철살인같은 말들이 웃음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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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만 보고는 무슨 이야기일까? 생각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재미있는 의사 이라부와 섹시한 간호사 마유미의 3탄이다.
좀 과장하면 배를 잡고 킥킥거리다 마루바닥을 세바퀴 정도 구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라부의 이야기를 한참 읽다 보면 문득 히데오와 동일인이 아닐까? 라는 착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항상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이라부는 히데오의 분신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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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공중그네>에 이어 이 작품이 두 번째다. 형식은 <공중그네>와 같고 <공중그네>의 연작이다. 연작이란 게 맞는 표현인가? 그의 작품은 재밌다. 통쾌하고 시원한 웃음보다는 킬킬거리는 웃음에 더 가깝다. 그렇게 책을 읽는 내내 킬킬거리다 보면 세상 뭐 그렇게 심각한 게 뭐 있을 까 싶다. 또 심각하면 심각한데로 내비두면 되지 하는 생각도 든다.
분명 내가 처한 힘든 상황은 변함이 없겠지만 킬킬거리며 웃는 동안 내 속에 침잠되어 있던 단순함이 나타나 문제를 단순하게 보게 한다. 그럼 문제는 단순해지고 그 해결방법도 단순해진다. 그래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 좋다. 킬킬거리며 웃게 하고선 엄청난 삶의 무게를 덜어가는 그의 작품이 좋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이야기 '구단주'가 좋다. 무례하고 다혈질이며 배려심이 부족한 구단주이자 신문사 사주인 미쓰오. 하지만 실은 솔직하고 성실하며 저돌적이고 반면 여린 심성을 가진 할아버지다. 마치 우리 아버지같은. 그래서 그의 무대포며 버럭대는 모습 뒤의 다정하고 어린 아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네번째 이야기 '면장선거' 표면적으로 추하고 지저분해 보일지라도 그 본질은 아름다울 수 있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그 생각이 틀리고 그 사람이 나의 적이 아니라는 사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그 사람도 그 자신의 입장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 또한 싸움 자체도 인생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자 열정일 수 있다는 것.
이라부를 찾아오는 이들은 모두 무례하고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실은 위로와 격려, 따뜻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불안이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로 인해 몸도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네와 닮았다. 결국 해결책이란 건 아주 단순한다. 내 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 그리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마음을 마음을 편하게 먹는다는 것. 이 단순한 일이 어찌 이토록 어려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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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네작품, '구단주', '안퐁맨', '카리스마 직업', 그리고 '면장 선거'가 실려있다. 표제작인 '면장 선거'가 그 중에서도 최고였다. '구단주'는 조금만 읽어봐도 현재 일본의 요미우리 신문과 요미우리 구단을 소유한 회장이 모델임을 알 수 있고, '안퐁맨'은 라이브도어의 CEO를 가리키는 줄 알 수 있다. 그러나 '카리스마 직업'의 주인공은 옮긴이의 말을 읽기 전까진 알기 어려웠다. 그저 우리나라의 40대 탤런트 또는 배우들이 떠올랐을 뿐...
'구단주'는 전후 1세대로 일본의 부흥을 이끈 독재적인 할아버지가 새로운 세대로부터 단절되어 점차 고립되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 공간에 대한 공포 등으로 고통을 느끼는 과정이 나름 설득력있게 표현되어 있다. 걸작 '이라부'의 엉뚱하기 그지없는 치료와 여기에 공명하는 '다나베'가 주는 웃음은 책속에 나오는 표현만큼이나 '씁쓸하다.' 특히 마지막 생전 장례식에 고이즈미의 패러디 수상이 읊는 연설은 특히 감동이었다. '이라부'의 치료 메세지는 명확하다. 그냥 둬도 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지 신경따위 쓰지 않고 내버려 둬도 세상은 돌아간다. 오히려 남을 걱정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해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라는 것이다. 워낙 카리스마 강한 주인공이라 그는 아예 부조금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생전 장례식'까지 치르라고 한다. 그리고 '다나베'는 모든 걸 놓아보내고 나서야 다시 세상과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되는 점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안퐁맨'은 실제 라이브도어의 CEO를 모델로 한 것인데, 그의 야구단 인수시도, 방송사 인수시도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그가 걸린 병은 히라가나 알츠하이머... 실제 이런 병이 있으려나.. 사실 이 에피소드가 결코 딴나라 얘기가 아닌게 컴퓨터를 많이 쓰는 요즈음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니까.. 키보드를 통하지 않으면 생각이 잘 안나는 그런거 말이다. '안퐁맨'은 IT계의 총아니까.. 게다가 '이라부'가 '안퐁맨'에게 한번도 부하로 있어 본 적이 없어서 '뇌합리화'가 빨리 진행되었다는 말은 '구단주'의 주인공과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공명을 일으켰다. 상반된 출발로 비슷한 지위에 오른 두 사람, 한사람은 뇌합리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었고 한사람은 뇌 속에 너무 지선이 많지만 정점에서 이를 통제해야 하니까. 우리나라는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서 불합리한 상사, 아니 고참들에게 불합리한 명령과 처우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안퐁맨'을 만나려면 돈으로 빽으로 군대 안간 자식들 중에 골라야 하지만.. 일본은 '안퐁맨'이 좀더 많을 게 분명하다. '이라부'의 치료 방법이 웃기는데 유치원 애들과 같이 놀게 하고, 혼자 다 먹어치우면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사실 이 역시 앞의 '구단주'와 같은 것인데, 혼자서 모든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혼자서 모든걸 다 할려구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직접 안해도 세상은 다 돌아가고, 혼자서만 하려고 하면 사람들이 안놀아주니까... ㅎㅎ
'카리스마 직업'은 사실 네 에피소드 중에 가장 공감이 가지 않았던, 그저 얼굴만 끄덕였던 그런 얘기였다. 우리나라의 누구누구랑 비슷할 것 같다. 뭐 이런 생각을 했다. 그네들도 엄청 운동중독에 빠졌을 것 같다. 단지 흥미로왔던 건 일본 연예계의 너무나 일본스런 위계질서를 그린 모습이었는데, 우리나란 어떨까 궁금했다. 우리나라도 선후배간에 위계질서가 일본과 비슷할까 뭐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가 좀 유연하지 않을까...
'면장 선거'는 정말 재밌었다. 새벽 1시가 넘어서 다 읽었는데, 너무 배꼽잡고 웃어서 '무한도전' 볼 때도 이렇게 웃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센쥬시마라는 도쿄에 속하지만 외따로 떨어진 섬에서 벌어지는 '면장 선거'를 두고 벌이는 일인데, 인구규모가 적어서 민주주의는 성립될 수가 없다면 나름 합리화시키지만 실상 우리네 민주 선거역시 '면장 선거'와 다르지 않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면장 선거'의 합리성에 대해서도 아주 그럴듯하게 합리화 시킨다. 그들이 온갖 부정을 저지르고 있지만 사실 양쪽다 모두 센쥬시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결코 잘못된 결정은 아닌양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정말 그럴까? 너무 일본스러운 것은 아닐까? ㅎㅎ 아무튼 센쥬시마에 2개월 부임한 '이라부'의 활약상은 정말 웃긴다. 포르쉐를 타고 작은 섬을 종횡하며 아이들과 노인들과 노닥거리는 모습이 진짜 볼만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궁지에 몰린 끝에 처방한 '장대 쓰러뜨리기'를 선택한 마을 사람들도 그렇고, 모든걸 전통놀이인 '장대 쓰러트리기'에 집중시켜 다소 거창하게 얘기를 마무리 짓는 오쿠다 히데오의 역량이 빛나는 작품이다.
음, 마지막 마무리는 좀 구조적인 문제를 얘기해야 할 것 같다. 이라부의 치료 방식은 이라부 종합병원 지하에 환자를 몰아 넣고 대뜸 주사부터 놓은 다음, 그것도 가슴이 훤히 보이는 미니스커트의 백의 천사가 쑥 쑤셔넣은 다음, 킬킬거리며 조롱하는 식이다. 이 과정을 좀더 들여다보면 마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연상시키는데 환자가 이라부의 치료실에 가는 과정은 어머니의 자궁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어둡고 침침한 곳에서 성적욕망과 공포를 버무려서 환자를 일순간에 마비시키는 것이다. 그 순간 의사는 자신이 규정한 개념을 환자의 머리속에 침투시키는 것이다. '안퐁맨'이 느끼듯 실제로 '이라부'는 환자의 머리속에 자신의 장난감 벌레를 심어버리는 것이다. 마유미의 풍만한 가슴과 미니스커트 그리고 폭력적인 주사와 손찌검이 난무하는 가운데 킬킬거리며 '너 바보지?' 그러는 거다. 그들은 이미 육체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완전히 해체된 상태에 놓여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이미 판단력을 상실했을 뿐만아니라 침투한 벌레들에게 조종을 받고 있고 또 '이라부'가 굉장히 유치해 보이고, 장소 또한 자궁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수법은 너무 위험해서 아마 현재도 많은 의사들이, 정치가들이, 또는 경찰에서 매스컴에서 엄청나게 응용하고 있을 것이다. 왜 노태우가 시도했던 3S를 연상시키지 않는가!
'이라부'가 웃기긴 해도 바보가 아니고 정말 무서운 현실성있는 악마일지도 모른다는 거다. 마지막 '면장 선거'에서 보여준 아이들과 놀고, 노인네들과 노는 모습, 그리고 한 노인네가 말하는 것처럼 '멍청이지.' 하지만 누구나 알면서도 그런 멍청이를 좋아한다는 그 문장을 읽을 때 정말 낄낄 거리며 나자신 배꼽을 잡고 웃었다. 웃었지만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이라부'처럼 하고 싶다.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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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3번째 시리즈 드디어 읽었다. 여전하다. <공중그네>의 그 내공 그대로다. 뒹굴뒹굴 굴러다니며 웃었다.
오쿠다 히데오 붐이라고나 할까? 공중그네를 시작으로 해서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들이 꾸준히 변역되어 나오고 있다. 유쾌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현대 사회 그늘의 모습을 꼬집어 독자에게 한번 더 생각하게 해서일까. 그는 요즘 한창 인기있는 일본문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인 더 풀>, <공중그네>에 이은 이번 이라부 시리즈 3탄에서도 역시 이라부는 바뀌지 않았다. 그 만의 독특한, 아니 엽기적인 치료방법은 여전히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며 독자들에겐 큰 웃음을 준다. 전작인 <공중그네>에 비해서 흥미가 떨어진다는 평이 몇몇 있는데 내용 자체가 환자 치료라는 반복되는 패턴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면장 선거 역시 강력하다.
이번엔 총 4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져 있는데, 구단주, 안퐁맨, 카리스마 직업이라는 3개의 단편과 면장선거라는 중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3개의 단편은 실제 일본 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는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을 패러디 해서 쓰여졌다니 참 과감하고 배짱이 두둑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의 권력자이지만 그 권력의 종말을 의미하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패닉 장애를 일으키는 <구단주>의 언론사 사장. 지나친 효율성만을 추구하다가 청년성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안퐁맨>의 IT계의 젊은 사장. 겉으로는 아닌 척 하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눈물 나는 노력과 강박관념에 휩싸여 있는 <카리스마 직업>의 인기 탤랜트. 이 모든 모습 전부 최근 우리 사회의 병폐로써 그냥 웃어 넘기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리고 표제작이기도 한 <면장선거>는 앞의 이야기들과는 달리 환자 치료가 아니라 도쿄에서 몇백Km 떨어진 어느 섬의 면장선거에 이라부가 얽히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다. 인구 3000명도 안되는 마을의 주민들이 양편으로 갈라져서 아웅다웅 다투는데 결국 이라부가 모든 일을 해결한다(이라부는 정치에 관련된 일 해결도 잘하는 구만). 읽으면서 뭐야 이 동네 사람들 다들 정신치료 받아야 겠는데;;; 결국 이라부가 집단 치료 해주는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끝에는 훈훈했다. 뭐 결국 주민들 모두 자기 마을을 사랑해서 이런일이 벌어졌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로 맺음 했는데 이렇게 끝내는거 역시 좋다.
요즘 참 날씨도 찜통이고 불쾌지수도 높고 했는데 이 책이 마치 이라부의 초대형 주사처럼 나를 치료 해줬다. 웃음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이라부 선생님. 4탄도 나오실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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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
철없는 의사 이라부와 베일에 가려진 유쾌,상쾌,통쾌 간호사 마유미짱.. 그들이 돌아왔다..
네편의 에피소드 중 '면장선거'편을 제외하고는 일본의 현 실존인물을 풍자하고 있다..
현직에 미련이 남아 70세의 나이에도 여론에 휘둘리며 살아가는 언론사 회장.. (요미우리 신문사 대표 '와타나베 쓰네오' )
철저하지만 왠지 모르게 밉살스러운 IT업계의 젊은 총아.. (라이브도어 대표 '호리에 다카후미' )
안티에이징에 목숨을 거는 인기 텔런트.. (영화 '실락원'의 여주인공 '구로키 히토미' )
하지만 필자를 비롯한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에 익숙치 않은 독자라면.. 저으기 읽는데 짜증이 나고 불편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뭐랄까.. 차라리 애니메이션이나.. 약간은 조잡하고 유치한 일본식 코메디 영화로 표현을 하면 모를까..
이렇게 글로 적어 놓으니.. 살짝 왜색이 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어 나갈때 마다.. 마지막엔 저절로 입가에 빙긋 미소가 그려지는.. 그런 흐뭇함은 좋았다..
이라부만의 독특한 치료방식은 이 팍팍한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에게.. 시원한 콜라같은 청량감을 제공해준다..
적어도 이라부는..
지금의 필자처럼..
밤마다 많은 잡념들로..
불면에 시달리는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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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를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인더풀]을 샀다가 기대만큼 재미가 없어서 세번 째 이라부 시리즈인 이 책을 사는 데, 오랫동안 망설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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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 이영미 역, [면장 선거], 은행나무, 2007. Okuda Hideo, [CHOCHO SENKYO], 2006.
구단주 안퐁맨 카리스마 직업 면장 선거
[인더풀]에서는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공중그네]에서는 특수한 전문직 종사자들이 등장한다면, [면장 선거]에서는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여 권력과 돈과 인기를 누리는 고위층 인사들이 등장한다.
최고의 권력을 소유했으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폐쇄 공포증을 앓는 구단주 지나친 효율성만을 추구하다가 히라가나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젊은 CEO 나이보다 더 젊어 보여야만 하는 강박증의 인기 여배우 외딴 섬마을의 피 터지는 선거전
하지만... 권력을 내려놓을 때 새로운 희망이 생기고, 비효율적이라도 본질에서 중요한 것들이 있으며,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어느 한 쪽이 아닌 모두가 행복하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