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포스트모던이니, 미시**학이니해서 민중의 생활상 분석을 통해 뭔가 의미를 찾아보려하는 시도가 요즘 많이 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역사학의 경우에서 이런 시도가 실제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거대 담론이나 지배층 내지는 지도층의 움직임만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 서술에서는 놓치는 지점을 밝혀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무만 보다가 숲을 보지 않아서는 안되겠지만, 숲만 바라보며 나무를 무시하는 것 역시 바르지 않은 것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정확하게 지점을 짚었다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도 느낌이 물씬 풍겨나지만, 20세기 초중반 한반도와 대만에서 자행되었던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가 민중의 실생활 수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를 분석하고, 더 나아가 그것의 영향이 현재까지 어떤 방식으로 미치고 있는지를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구체적으로는 대표 저자인 미즈노 나오키는 일제가 조선인의 이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였으며 어떤 정책을 통해 실제로 조선인의 이름에 개입하여 조선-일본의 분리를 시도했는지를 서술했고, 또다른 저자 정근식은 한반도에서의 건강 관리를 강조하며 조선인의 생활에 미친 영향과 그 이면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있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고마고메 다케시와 마쓰다 요시로는 대만에서의 식민지주의를 대상으로 삼았는데, 전자의 경우 대만인에게 강요했던 신사참배에 대하여 기독 계열 학교에서의 반응을 중심으로, 후자의 경우 대만 원주민(한족이 아닌)들에게 교육을 확대하였던 일제의 정책이 그 원주민족의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으며 저의는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측면에서 일본 제국주의가 어떤 의도로 접근하였던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책이다. 특히 건강 관리나 교육 같이 어떤 사람들이 식민지 근대화론의 근거로 주장하는 것들에서, 식민지 시절 분명히 수치 상으로 향상된 결과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지만 식민 당국의 저의와 수치에서 드러나지 않는 내면, 즉 실제 식민 치하 민중들의 삶에서는 그렇게 '근대화론'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만한 것이 많지 않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건강을 강조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의도가 실은 태평양 전쟁에서 말기를 향해 갈수록 일본인만으로는 동원이 어려워진 군인의 확충을 위해서였으며, 여성성의 보호나 아동 사망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 것 역시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한 식민 당국에서 미래의 군 자원을 얻기 위해 시도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잘 나타나있다. 어쨌건간에 보건 수치 상으로 나아진 것이 사실이지 않냐고 한다면, 그렇게 나아져서 전쟁 끌려가려는 의도인데 그걸 인정할 수 있냐고 반문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진 않은데, 조선을 소재로 서술한 앞의 두 글이 자료와 사실을 바탕으로 당시의 지배 정책이 민중에게 미쳤던 실제 영향까지 포괄하여 지어진 반면, 뒤의 대만을 다룬 두 글은 거의 자료 나열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이다. 특히 세번째 글인 '식민지에서의 신사참배'에서 한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대만 전체에서 신사참배라는 소재가 어떻게 강요되고 삶 속으로 침투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이 책의 기본적인 의미인 '생활 속의 식민지주의'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모자란 점인 셈이다. 두번째는 식민 시대에서 나타난 '생활 속의 식민지주의'를 잘 보여주었지만, 그것이 반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까지 어떻게 남아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모자라다는 점이다. '식민지지배, 신체규율, '건강''에서 매스게임 같이 아직도 한국에서 많이 하는 단체 운동의 뿌리가 일제의 식민지 정책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정도가 만족스러울 뿐, 대부분 1945년 이전에 대상을 한정하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다. 특히 서문에서 식민 시대에 형성된 식민지주의가 그 이후에도 영향을 어떻게 발휘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던 바가 있었으므로, 아쉬움이 더 남을 수 밖에 없다.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을 처음 접한 것이나 다름 없으니 나에게는 꽤 인상적이긴 했다. 좀더 넓은 범위에서 민중의 생활상을 담은 책을 좀더 찾아봐야겠다.
식민지지배 아래서 형성된 생활양식이나 생활과 관련된 규범에 식민지주의가 어떻게 투영되어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식민지지배로부터 해방된 후에도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얼마나 구속하게 됐는가. 식민지주의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그 구체적인 양상을 밝히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산처럼, 水野直樹 외 3인 지음,정선태 옮김, 200 p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