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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직장이 없이 집에서 뒹굴 거린다는 것은 참으로 눈치 보이는 일이며, 스스로도 짜증나는 일이라 생각한다. 더운 여름날 에어컨마저 그녀를 깔보는 기분. 거울에 비친 스스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숨 막히는 현실에 그녀는 도망치기를 결심. 그녀를 옥죄는 현실에 도망간 곳은 고작해야 옆 동네. 목적지 없는 가출에 그녀를 맞아준 이는 다름 아닌 고양이
30분 전 가출하여 옆 동네로 온 참인 동미는, 갈 데도 없고 할 일도 없는 동미는, 고양이를 따라 간다._P.16
일명 사람 낚는 고양이 보키는 길 잃은 사람을 안내해주는 표지판 같은 느낌의 고양이로 소설 속에서 나른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그렇게 고양이에게 낚여 도착한 곳은 찻집. 길모퉁이에 위치한 찻집은 상호도 ‘모퉁이’다. 일할 사람을 찾는 쪽지에 찻집에 들어가기로 한다.
길모퉁이에 위치한 모퉁이와 밥집 만나에서 만난 유쾌한 인연들로부터 삶을 힐링 받는 이야기로 큰 굴곡이 없는 잔잔한 이야기이다. 29살에 직장을 잃고 모아놓은 돈이라곤 500만원이 전부. 연인과도 헤어지고 직장구하기는 힘든데, 날은 덮고, 에어컨틀기에는 백수고. 되는 것 하나 없는 현실에서 느끼는 우울함이 어느 정도 공감되는 요소였다. 가족도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힐링을 하고 싶어지는 시간이 있는 법. 방황 끝에 삶의 즐거움을 찾은 동미에게 박수를 보네주고 싶다. 다행이다-!
큰 대기업일 필요도 없고, 스펙터클한 삶일 필요도 없다. 마음 맞는 이웃을 만나 소통하며 사는 게 가장 멋진 삶이라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즐거움이 녹아있는 일상을 그린 이 소설은 읽는 사람도 소박함에 젖어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끝까지 기발한 서사나 자극적인 갈등의 힘을 빌리지 않은 그 소박함이 심사위원들에게는 이 작품의 최고 미덕으로 읽혔다._‘심사평’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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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집 떠나 집 작가는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1983년생인 하유지씨다. 올해 한경 청년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책을 덮을 때까지 들었던 생각은 일본 작가 다니 미즈에의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라는 작품이 계속 생각났다는 것!!! 각자 상처를 입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랄까? 그런 것들이 겹쳐지는 따뜻한 소설이었다.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시리즈를 좋아라 하는 나로서는 반가운 이야기들의 연속이었다.
작가의 말에 쓴 그녀의 생각은 나와 비슷한 생각을 참 많이 갖고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글쎄, 철저히 나 혼자 생각이지만 만나서 대화를 해본다면 비슷한 구석이 얼마나 될까, 정말 그렇다면 나이는 다르지만 대화가 잘 통하는 친구 하나를 사귈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가이다. 작가의 말에 대체 뭐가 있길래 그러냐 궁금하신 분? 궁금하면 500원!!! (때지난 농담 한 번 던져 봤습니다.) 심플하지만 나도 하고 싶었던 말들을 깔끔하게 할 말 다 한 느낌적인 느낌이다.
집 떠나 집 작가의 말 中 (p.278-279)
1 나에게 소설은 흔적이다. (…) 그 자취 말이다. (…) 내가 걸어간 길마다 소설이 남기를 원한다. 쓰지 못한 소설, 쓰지 못할 소설까지도. 빙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왠지 공감이 팍팍 간다)
2 돈 보다는 시간을, 지식보다는 통찰력을 얻고 싶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책을 읽고, 길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겠다. 그리고 기도하겠다. 빙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나 길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준다는 말에 감동받은 일인!!!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좋은 글이 나올 것이다.
3 나이 들어간다는 일, 두려워하며 기대해왔다. 늙어서까지 소설을 쓰고 싶다. 빙고!!! 나 역시 글을 쓰고 있다면 나이 들어서까지 계속 쓰고 싶다. 박완서 작가님처럼 펜을 놓지 않을 것이고, 모지스 할머님처럼 붓을 놓지 않겠다. 그리고 나이 먹는 것에 두려워 할 시기는 어느 정도 지난 것 같다. 이제 멋지게 나이들고 싶다.
5 이 책을 읽었거나, 읽을 운명이거나, 읽다가 말지라도 첫 장을 펼친 이들. 그렇게나 좋은 사람들. 집 떠나 집을 읽은 지금!!! 어쩌면 나도 이 책을 읽을 운명이었던 것 같다. 작가님에게 한마디 하자면… 앞으로 좋은 작품으로 늘 독서가들의 곁을 지키는 글쟁이가 되시길 바랍니다.
집을 떠나서 다시 집!!! 그 집은 예전의 집일 수도 있고, 다른 집일 수도 있다. 마음의 집은 또한 어떠한가? 녹록치 않고 팍팍한 생활에 편안함과 휴식을 줄 수 있는 집. 그곳은 어디인가? 눈으로 보이는 현상에서만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곳운 아닐 것이다. 마음의 안정이 되어야 비로소 그 집이 온전히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내면이 치유되어야 할 곳이기도 하다. 친근한 상처를 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상처 치유도 가능한 곳이 바로 집이다.
집이라는 존재는 누군가에게는 상처 혹은 위안이다. 동전의 양면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상처 받았었지만 어느 순간 위로가 되기도 하고 평온했지만 상처를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삶을 견디며 살아간다. 비정하고 희망이 없는 세상이라도 살아가야 하고, 참 살아갈 맛이 나고 희망적인 세상이라면 더더욱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우리는 담담하게, 사람답게 살아간다. 사람다워진다.
주인공 오동미. 성격이ㅠㅠ 나랑 비슷한 것 같다. 사람 낚는 고양이 보키에게 이끌려 폐인에서 개과천선(?)한 봉수의 카페에서 일하게 되고, 연옥색 대문집 나름 집 있는 여자인 부르주아 나리의 집에 살게 되고, 동본인 밥집 언니 리경에게 밥심을 얻고, 야채 가게 총각 선호에게 설레임과 편안함으로 인해 점점 소심함에서 변화하는 동미를 보며 순간 나 자신이 바뀌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마도 엄마 미소처럼 므흣하게 웃으며 읽었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잔잔하고 소박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 그들의 사연을 겪으며 공감하게 되고 이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소시민으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뜬금없이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영화 동감이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뭐 어쨌든!!! 왠지 오늘 밤은 내 가슴도 두근거린다는 것이다. 동미처럼!!! 나도 운신의 주파수가 맞아 떨어지는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네. 내 오른쪽 뺨에도 어쩌면 예쁜 별이 도담도담 반짝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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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가게로 자식들을 키운 엄마의 큰딸 오동미는 회사에 사표를 내고 재취업에 실패하고 백수로 집안일을 도맡아하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덥디더운 여름날, 동미는 갑자기 집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굳게 결심하고 집을 나섰지만 기껏 도착한 곳은 옆동네..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우연히 만난 고양이를 따라갔는데 알바생을 구하는 카페를 만나게 되고 그 카페에서 일하게 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생활하는 이야기였다.
카페 주인인 봉수, 봉수의 사촌이자 동미의 집주인인 나리, 카페 옆 밥집 주인이자 동미의 룸메이트인 리경, 야채가게 아들 선호.. 그외에 긴밀하게 엮이진 않았지만 카페나 밥집을 오가던 사람들 모두 저마다 상처와 좌절이 있고 상실이 있다. 하지만 이야기는 어둡게 흘러가지 않고 착한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보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게다가 이 등장인물들을 보다보면 세상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사정은 있다는 느낌이 들어 내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모두가 각자 견디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니 내 발목을 잡고 있던 과거가 별 게 아닌 것 같이 느껴졌다.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어둡지 않을 뿐더러 각자의 상처를 통해 타인을 보듬을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좋았다. 우린 모두 상처받고 무언가를 잃으면서 살아가지만 모두가 그것을 통해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해보이는 이 책의 인물들이 특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망가져가는 자신을 구해준 이모가 음식이 목에 걸려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봉수가 카페에서 목에 빵이 걸려 숨이 넘어가는 할아버지를 구하고 바닥에 드러눕는 부분이었다. 이모가 자신을 구했던 것처럼 봉수는 동미를 구했고, 이모를 구하지 못해 원통했던 마음이 할아버지를 구하면서 풀어져가는 그 순간에 가슴이 찡했다.
그 외에도 가슴 졸이면서 봤던 부분은... 주요인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엄마의 반대로 힘들어하는 커플이었던 견우와 직녀 에피소드였다. 동미가 까막까치가 되어 오작교가 되어주는 그 순간.. 나도 같이 응원하고 있었다.
버티고 또 버티고, 견디고 또 견디는 삶에서 힘을 빼고 생각도 조금 덜고 살아가야한다는 조언과 위로를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이 소설 속 모두가 조금더 가벼워지길.. 더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은 책이었다.
그래, 나 또한 견디고 있었구나, 동미는 생각했다. 회사에서 살다시피 하는 동안, 친구도 잃고 직장도 그만두고 남자도 떠나보내고 집안에 틀어박혀 있는 동안, 나 누군가에게 밤처럼 어두운 내 속에 쌓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구나. 그런데 그러지 못해 그걸 견디고만 있었구나. 에어컨을 노려보며, 거울을 바라보며 혼잣말이나 했구나. - p.168
이혼 서류 갖다놓고도 고민하고 있으니까, 친정 엄마가 그러시데요. 다들 머리에 가시관을 얹고 산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화관도 가시관인 줄로만 안다. 너도 머리 달고 있으면 생각 좀 해봐라.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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