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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도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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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거대해진 빗소리는 세상 그 어떤 것도 삼켜버릴 듯한 기세로 나의 귀를 때리기 시작했다. 유대인 세계가 무너지던 날도 이러했을까 아니면 베수비오 산의 화염에 로마가 휩쓸렸던 날도 이러했을까? 이제는 역사가 되어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고대 시대와의 만남을 축하라도 하듯 비는 하염없이 쏟아지던 그 때, 빗소리에 마음이 차츰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난 티투스의 짧은 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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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거대해진 빗소리는 세상 그 어떤 것도 삼켜버릴 듯한 기세로 나의 귀를 때리기 시작했다. 유대인 세계가 무너지던 날도 이러했을까 아니면 베수비오 산의 화염에 로마가 휩쓸렸던 날도 이러했을까? 이제는 역사가 되어 책에서나 볼 수 있는 고대 시대와의 만남을 축하라도 하듯 비는 하염없이 쏟아지던 그 때, 빗소리에 마음이 차츰 젖어드는 것을 느끼며 난 티투스의 짧은 제위 기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문화의 풍성함을 많은 이들이 칭송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풍성함은 강력한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시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못할 때가 많다. 로마의 화려함을 인류가 오늘날 기억하는 까닭은 로마의 강력했던 역사 덕분이었다. 제국이라는 단어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로마는 넓은 영토를 향유하고 있었고,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새로운 땅 정벌에 나설 수 있었다. 그에 비하면 유대는 어떠했던가. 유일신을 섬기는 이 부족은 오늘날 세계의 부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능력을 소유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세워지기 전까지 그들의 역사는 혹독함의 연속이었다. 아니, 지금도 중동 땅은 평온과는 거리가 먼 곳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수천 년을 버티었다. 그들의 생존을 가능케 했던 게 무엇인지 사람들은 각기 다른 평가를 내리겠지만, 신의 선택을 받은 민족이라는 선민사상 역시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런 민족을 로마인들은 지배했다. 정신적인 무장을 해체시키는 작업이야말로 얼마나 고된지 그래서일까? 작가가 그린 전투 장면에서 나는 눈을 감고야 말았다.

오늘날과 같이 매스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전쟁은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포탄이 떨어지는 불꽃놀이와 같은 것으로 사람들에게 이해되고 있다. 하지만 단 한 순간도 전쟁이 참혹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우리 자신의 일이 아니기에 외면할 수 있는, 하지만 우리가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에도 무고한 생명들은 자신들이 왜 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 체 사늘한 주검이 되고 있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버튼 조작을 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죽일 수 있기에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전엔 달랐다. 직접 칼을 들고 상대의 목을 베어야 비로소 누군가를 죽일 수 있던 시절, 전투에서의 승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많은 이들은 아마도 계속되는 죽음에 치를 떨었을 것이다.

주인공 세레누스의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유대 민족은 로마 제국의 적이기 이전에 자신과 같은 사람이었다. 그는 그 사실을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다. 레다를 향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 역시 인간이 인간을 향해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존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로마 시민이 세계 제1 의 민족이라는 사고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레다가 유대인으로서 자유로이 죽기보단 좀더 우월한 로마 시민이 되어 자신의 곁에 머물러 주길 바라고, 결국에는 그녀의 몸을 탐했던 세레누스의 모습은 여느 점령자의 오만한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잔인한 황제의 대명사로 오늘날까지 이해되고 있는 네로는 민중들에 의해 권좌에서 축출당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갈바, 비텔리우스 등은 오히려 네로를 향한 향수를 정당화시킬 정도로 잔인했다. 베스파시아누스, 티투스의 집권 시대에는 잠시 안정을 되찾는 듯했으나 대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로마는 도미티아누스라는 또 한 명의 잔인한 황제 치하에 놓이게 되었다. 굳이 책의 마지막을 작성하고 있는 한 편의 글을 읽지 않더라도 결국 승리하는 것은 선이라는 생각을, 나는 로마의 역사를 접하면서 하게 되었다. 뒷표지에 쓰여져 있는 성공은 도덕이다!라는 짧은 문구의 강렬함에 내가 공감한 것은 당연하다.

q*****2 2007.07.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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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이전의 인간 티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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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바로 전에 신간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를 읽었다. 아마 책을 구매할 때  비슷한 테마로 묶어 선택하게 되는 습관 때문에 생긴 우연일 것이다. 제정 초기의 황제일 뿐 아니라 10년이 넘는 통치기간, 그리고 나름대로 역량을 발휘했던 클라우디우스는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티투스는...?   가물가물한 이름은 아니었으나 로마사라는 시간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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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바로 전에 신간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를 읽었다. 아마 책을 구매할 때  비슷한 테마로 묶어 선택하게 되는 습관 때문에 생긴 우연일 것이다. 제정 초기의 황제일 뿐 아니라 10년이 넘는 통치기간, 그리고 나름대로 역량을 발휘했던 클라우디우스는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티투스는...?

  가물가물한 이름은 아니었으나 로마사라는 시간의 흐름 안에 있는 기억이 아닌 것 같았다. 막상 그의 치세 기간을 담은 [로마인이야기] 8권을 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첫 머리에 그의 앞뒤를 통틀어 8명의 황제의 얼굴을 담은 동전이 페이지를 가득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통치기간은 불과 3년여. 가만 생각해 보니 이 책에서 남은 기억이 아닌 이스라엘 역사, 특히 로마항전사를 접하면서 그 주인공으로 기억에 남은 이름이었던 것이다.

  책을 펴기 전에 이 사실을 먼저 접하고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전임 황제였던 그의 아버지 베스파시아누스는 10년, 후임이었던 동생 도미티아누스는 15년을 통치했는데, 달랑 3년을 통치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을 이야기거리는 무엇인가?

 

  책은 짐작했던대로 가상인물의 회상형식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직전에 읽었던 책 역시 클라우디우스 황제의 회고 형식의 3권이었는데, 마치 약간의 시간차를 둔 한사람의 기록인 것 같아 생경함이 없었다. 사실 클라우디우스의 이야기 결말부에 등장하는 네로가 이 책 전반부에서도 주인공처럼 등장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리고 책의 내용은 티투스가 황제가 되기 이전의 유대정복사를 담고 있다. 말하자면 황제의 치세를 담은 위인전이 아닌 특정한 한 시점을 중심으로 인간 티투스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티투스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맨 첫머리에 "39세에 즉위한 티투스만큼 좋은 황제가 되려고 애쓴 사람도 없지 않을까 싶다. 당시에도 公僕이라는 표현이 존재했다면, 티투스야말로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철저한 공복이 되려고 애썼을 게 분명하다. 백성이 원치 않으면 평생의 사랑까지도 포기하는 그런 사람이었다"라고 적고 있다.

  사실 권력쟁취와 유지를 위한 온갖 술수와 잔인한 인간의 모습으로 점철된 로마사에서 이 티투스만큼 인간적이고 수더분한 황제는 아마 없을 것이다. 서민층에서 출신해서 자란 자신의 됨됨이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았고, 흠모했던 이민족의 여왕과의 결혼이 불가하게 되자 평생 독신으로 살다 죽었던 세계 최강국의 황제. 여러모로 소설의 주인공이 될만한 점이 충분했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소설의 매력 또 한가지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투쟁과 전쟁터를 무대로 영웅을 주로 그려내는 로마시대 이야기와는 달리 그 가운데에서도 사랑에 집착하는 주인공 티투스와 화자 세레누스의 심리묘사와 로마에 끝까지 저항하다 철저히 괴멸되는 당시 유대인들의 입장도 잘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의 이런 시도는 로마인이지만 유대인을 동정하고, 극렬분자인 한 여성을 흠모하고, 결국 유대인의 신앙을 넘어 그리스도까지 믿게되는 기사 세레누스가 화자가 되는 것으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점은 아무리 객관적인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고 하지만, 로마사를 지나치게 로마인대 이방인, 문명인대 야만인의 구도로 '이야기'하고 있는 시오노 나나미의 저술과는 확연한 대조를 이룬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의 포멧임에도 문장이 절제되고 여운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훈의 글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로 담백한 단문으로 글이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는데, 갈로의 원작 탓인지 번역자의 궁금하다. 전자이건 후자이건 번역의 뛰어남이 아니고는 전제될 수 없을 것이다.

 

  소설의 맨 끝장면에 티투스는 황제에 등극한다. 하지만 전쟁에 승리해 유대를 정복했으며 참으로 드물게도 아버지로부터 평화롭게 황위를 이어받아 세계 최고의 권력자가 되었지만, 흠모했던 여인 베레니케를 남의 이목에 밀려 결국 유대로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아쉬움으로 그에 대한 인상이 마무리된다. 실제로 티투스는 3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동안 베수비오 화산 폭발과 폼페이 매몰, 로마의 대화재, 이탈리아 전역의 전염병 창궐 등의 엄청난 재앙의 뒷수습에만 매달리듯 숨가쁘게 일하다가 결국 4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시오노 나나미는 페이지 한곳에 8개의 동전을 가득 채워두었으나, 이 책을 덮은 후 나는 티투스의 얼굴을 담은 동정을 더 자세히 보게 되었다. 흥미롭긴 하지만 애써 집중할 곳이 적은 로마사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작은 창이 하나 난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l****e 2007.07.2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