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65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 모디캐이 저스타인 전하림 옮김 보물창고 2007.5.25. “달밤에 춤을 춘다”는 말이 있으나 이보다는 “별밤에 춤을 춘다”고 해야 알맞지 싶습니다. 지구 곁에 달이 있고, 햇빛을 받아서 비추는 달빛인 터라 다른 별빛보다 크거나 환하다고 여길는지 몰라도, 달이 안 보이는 밤이 제법 길어요. 달은 안 보일 수 있어도 별이 안 보이는 날이란 없습니다. 다만 달빛이라는 남다른 결이 있기에 굳이 ‘달밤춤’을 말할 텐데, 밤마다 뭇별을 마주하는 곳에서 살아간다면 스스럼없이 ‘별밤춤’을 말할 만하지 싶고, 참말로 날마다 별밤춤을 추며 꿈나라로 가면 매우 포근하게 안기다가 날아오르고서 새벽을 맞이합니다. 《거인을 깨운 캐롤린다》에 나오는 캐롤린다는 아마 ‘달아이’나 ‘별아이’이지 싶습니다. 아스라이 먼 옛날 큰님(거인)은 달님을 그리다가 그만 스스로 슬픔에 잠겨서 쓰러지고, 큰님 몸이 고스란히 이 별에서 숲이 되었다고 해요. 큰님은 슬픔더미가 되어 쓰러졌다지만, 이 슬픔더미는 외려 온누리를 푸르게 적시고 가꾸는 터전이 되었습니다. 아마 다들 알지 않을까요? 큰님은 노래님이면서 춤님이었어요. 숲님이란, 푸른님이란, 별님이란, 늘 사랑스레 노래하고 춤추며 웃고 어우러지는 빛이지 싶어요. ㅅㄴㄹ
|
|
주로 실화를 다룬 이야기를 많이 하는 작가라서 이 책도 혹시...? 하며 보았다. 역시 이것은 이야기일 뿐이다. 신화나 옛이야기(물론 신화도 옛이야기에 포함되지만)를 보면 자연이 생겨난 이야기가 많다. 산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화산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 모든 자연이 저마다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까지 들어보지도 못했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이야기로 산과 폭포와 연못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무게가 생성에만 쏠려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배경일 뿐이고 실제로는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본능 중 하나가 음악을 즐기는 것이라고 한다. 힘들거나 슬플 때도 음악이 있었고 기쁠 때도 물론 음악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음악이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기 어느 마을은 음악이라는 것이 없다. 아니 음악은 커녕 말소리도 제대로 내서는 안된다. 바로 거인이 잠들어 있는 곳에 마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거인은 달님을 너무나 사랑해서 오천 년이나 사랑의 노래를 불러주지만 달은 그저 아무 반응이 없다. 상심한 거인은 누워서 애원하다가 마음 아파하다가 울기까지 한다. 그러다가 그만 잠이 든다. 몇 백 년이 지나고 다시 만 년이 지날 때까지도 거인은 잠들어있다. 그동안 거인의 몸에서는 풀과 나무가 자라고 온갖 동물들이 살고 급기야는사람까지 찾아와 터전을 이룬다. 산의 모습을 보고 거인을 깨우면 안 된다며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살아가는 푸픽톤 마을 사람들.
그러나 시끌벅적한 캐롤린다가 태어나면서 지금까지의 평화가 깨지고 만다. 너무 큰 소리로 울고 웃고 이야기하며 심지어는 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소리를 만들어내는 바람에 그만 거인이 깨어난 것이다. 캐롤린다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기 위해 거인을 찾아가고 결국 거인의 오래된 소원까지 풀어주고 자장가까지 불러서 거인을 잠재운다. 사실 소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그저 한마디 이야기를 한 것 뿐인데... 거인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매일 저녁마다 산에 올라가 거인에게 노래를 들려준다. 그동안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서 큰소리조차 내지 못하다가 캐롤린다 덕분에 이제는 마음껏 노래부르고 즐겁게 생활하게 된 것이다. 이게 모두 거인과 캐롤린다가 마음 열기에 성공한 덕분이다. 마음을 열고 누군가를 대한다면 의사소통에 문제될 일은 없을 것이다. 거인과 캐롤린다처럼... |
|
언젠가 그런 상상을 해 본 일이 있다. 혼돈에서 하늘과 땅이 분리될 때, 그 둘은 얼마나 서로를 애타게 그리워했을까. 그리고 시작된 그들의 사랑은 영원이라는 시간을 단위로 이어질 것이라... 이 그림책을 보고 깜짝 놀라며, 감동 받은 것은 그렇듯 영원한 사랑에 대한 내 상상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거인은 대답 없는 달님에 대한 사랑을 서서 노래 부르기 만 년, 누워 눈물 흘리며 그리워하기 만 년, 또 만 년... 지속한다. 왜냐하면 사랑이란, 진정한 사랑이란 사그라드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큰 산이 되어 잠 든 거인. 그 위에 집 짓고 마을을 이루며 사는 사람들은 거인을 깨울세라 쉬쉬하며 오랜 세월을 살아가지만 캐롤린다는 그렇지가 않다. 태어날 때부터 크게 울고, 재미있으면 크게 웃고, 크게 노래부르기 좋아하는 캐롤린다는 짝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채 잠든 거인을 깨우고, 그의 상처를 치유해 준 뒤 다시 평화로운 잠에 빠져들게 한다. 참,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기발한 상상력이다. 그리고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정 많은 아이 캐롤린다는 그야말로 혁명가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지레 겁을 먹어 영원히 못해보고 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캐롤린다는 그렇지 않았다. 그 아이의 자기 표현과 거침없는 밝음은 거인을 깨우면 안 될 것이라는, 자신들이 만든 금기에 갇혀 영원히 소리 없이 살아갈 수도 있었을 사람들을 아름다운 소리의 세계로 이끈 셈이다. 그리고 짝사랑에 영원히 아파하며 불온한 잠을 잘 수도 있었을 거인에게 사랑이란 시끄럽게 주고받지 않아도, 주는 일만으로도 족하다는 감정을 일깨워, 그야말로 평화롭게 잠들 수 있게 하였으니, 캐롤린다는 어느 의미로 세상을 바꾼 아이인 셈이다. 나이 들어간다는 건 움츠러드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러나 때로는, 방금 태어나 내면의 소리에만 귀을 기울이는 저 거침없는 캐롤린다처럼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캐롤린다는 나 같은 어른 독자에게도 매력적인 아이다. |
|
"딱 십 분만 조용히 있어 봐~"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니까 당연히 하게 되는 행동도 시끄럽다는 이유로 하지 못하게 말리거나 야단치는 경우가 많다. 케롤라인처럼 웃고, 노래 부르고, 뛰어다니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그들의 본성을 억누르고 살 것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캐롤린다로 인해 동물들도 제 소리를 내고, 나중에 마을사람들도 웃음소리와 노래를 다시 되찾게 된다. 아이들의 조잘거림과 웃음소리, 노랫소리가 있기에 우리집이 행복한 것이라는 것을 가끔 잊고 사는데 이 책을 통해 그 소중함을 되새기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