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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셀프 대관식을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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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있는 책은 이 페이퍼백이 아니지만 이 서점에 그 하드커버판이 등록되어 있지 않아 여기다 리뷰를 쓰겠다. 킹이 처음 등단했을 때 많은 독자들은 당혹했다. 시종일관, 철저히, 플롯과 사연의 그로테스크함을 통한 매혹을, 독자를 향해, 거의 폭력적으로 시도하는 스타일에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대체로는 적극적 반대 진영에 가담하는 이들보다 이 새로움에 열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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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고 있는 책은 이 페이퍼백이 아니지만 이 서점에 그 하드커버판이 등록되어 있지 않아 여기다 리뷰를 쓰겠다.

킹이 처음 등단했을 때 많은 독자들은 당혹했다. 시종일관, 철저히, 플롯과 사연의 그로테스크함을 통한 매혹을, 독자를 향해, 거의 폭력적으로 시도하는 스타일에 반발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대체로는 적극적 반대 진영에 가담하는 이들보다 이 새로움에 열광하며(새롭다는 그 자체가 문예에선 권력이다) 충성스러운 지원군에 자원 입대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니고서야 어찌 오늘날의 명성, 평판, 장르 자체로 존재하는 킹이 우리 앞에 우뚝 설 수 있었겠는가?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읽으면 사실 그 저자가 더글라스 케네디인지, 마이클 코넬리인지, 혹은 리 차일드인지, 다루는 소재의 개성이나 프랜차이즈 캐릭터의 명시된 부분이 없고서야, 그 독특한 문채(文彩), 문장의 호흡, 쓰는 어휘의 이상스러운 맥락화 따위가 구분될 턱이 없다. 그런 걸 다 살려서 번역하려면 독자로부터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욕이나 먹기 딱 좋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번역자 대부분이 애초에 그런 민감한 개성을 변식해 낼 능력 자체가 없다. 개중에는 돼지처럼, 자신이 아는 세계가 실세계의 전부라며 '모든 인식 지평의 저 너머'를 깡그리 부인하는 늙은 자폐아 수준도 없지 않기에, 선량한 대중이 마주치는 이중고는 한층 악화한다.

킹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스토리 전개나 어휘의 선택 방식부터가 다분히 폭력적이다. 어렸을 적 원서 읽기의 걸음마를 처음 뗐을 때, 어디서 못된 욕설이나 저속한 표현, 혹은 파편화된 문장(유난히 그의 작품에는 많이 등장함)을 영어로 익힌 건 전부 그의 책을 읽고 배운 것들이었다(예를 들면 SSDD 같은 것. 어디 나오는지는 구태여 밝힐 필요도 없을 만큼 유명). 요즘 같은 세상에 영어 네이티브라도 그 상당수는 아마도 독서의 첫 체험을 그의 '험악한' 소설로 시작하는 이들이겠으므로, 이런 나의 사정은 문화의 주변부에 사는 덕분에 행운의 유리천장을 짜증내할 만한 이들 외에도 어느 정도는 글로벌스러운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해도 별반 틀리지 않다. 그런데 이걸 한국어로 '순화'된 버전으로 읽으면(한국 문학은 명예의 전당 쯤에 낄 명작 고전이라 해도 욕설 비속어로부터 자유롭질 못하다 -외국은 사정이 많이 다름), 최소한 문법의 파격이나 어휘의 저속성 여부만으론 이게 킹의 것인지 뭔지 분간이 안 됨.

어휘의 自己 冒瀆이 작품 속에서 정당화하려면, 플롯 혹은 캐릭터와 미학적 조화를 이루는 구석이 일부에서라도 마련되어야 한다. 킹이 이 작품 속에서 창조한 애니 윌크스는 그래서 일종의 불멸이라 할 독창성과 성취를 지니는 존재다. 애니 윌크스 역시 태어난 후 자아의 의식을 지니는 그 순간, 저주받은 DNA의 파국적 조합이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일생을 근본에서부터 망쳐 놓으리라 예상한 바 있었을까? 혹은, 주위의 따가운 시선, 경멸, 혐오의 눈빛이 가득 서린 그 차가운 각성을 마주하고서야 비로소 저주받은 운명이, 안식이나 보상, 작은 기쁨조차 마련되지 않아 길게 연명되는 인생을 내내 채우리라는 직감이 들었을까? 영화에서보다 훨씬 폭력적이고 막무가내이며 자폐적 성향이 강화된 채 등장하는 애니 윌크스는, 망치와 톱, 샷건을 손에 쥐고 오래 억눌러 온(이미 핏줄 속에 범죄자의 넋이 흐르며, 또한 전과자 신세이다) 악의 본능을 마음껏 행사한다. 비틀린 망상을 현실에 실현하는 방법은 그녀만의 개성이 담뿍 담긴 허위선전, 과장, 그리고 때이른 각종 '선언'이다. '선언'을 통해 추녀는 각종 망상과 유아적 희구를 자기만의 세계에서 기정사실화 하려 든다.

일생 동안 친구가 없었고, 끝없는 공명을 병들고 사악한 공간에서 울려 펴지게 할 벗은 그녀에게 그저 망상뿐이었다. 늙고 추한 얼굴, 병들고 비틀린 심성이 그대로 발현된 추녀의 찌든 안면은 이제 가상의 세계에서 대관식을 올리려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의 고사처럼, 왜 이 여자는 세계를 미숙하고 병든 개인적 자아에 끝까지 끼워맞추려 들까? 추녀는 모든 실패자들, 거짓말쟁이들, 부적격자의 챔피언을 자청하며, 그들조차도 자제하는 선의 마지막 경계를 넘은 후, 준법과 합법의 테두리에 온몸 던져 그 돌파에 성공하였다. 결기와 광기의 차이가 비틀린 영혼에게는 백짓장 차이라는 걸 열심히 증명하나, 관객들은 그녀의 분투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차피 궁지에 몰리면 하층민 특유의 비굴한 특기가 줄줄 스며 나올 것이 예측 가능하며, 이 추녀는 몇 개월의 속박을 거친 후 메멘토 신공을 통해 상처를 또다시 아물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s****o 2016.06.19.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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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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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아카데미 오프닝에서 영화 속에 들어간 빌리 크리스탈이 운전중인 진 핵크먼에게 '조심해,스티븐 킹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죠. 아마 '프렌치 커넥션'의 한장면이 아니었던가 싶은데요. 그 장면에서 킹 씨 비슷한 사람이 나왔었는데, 킹 씨가 카메오로 출연했던 영화 필름을 사용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남의 교통사고를 가지고 코미디를 하다니 좀 잔인하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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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아카데미 오프닝에서 영화 속에 들어간 빌리 크리스탈이 운전중인 진 핵크먼에게 '조심해,스티븐 킹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죠. 아마 '프렌치 커넥션'의 한장면이 아니었던가 싶은데요. 그 장면에서 킹 씨 비슷한 사람이 나왔었는데, 킹 씨가 카메오로 출연했던 영화 필름을 사용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남의 교통사고를 가지고 코미디를 하다니 좀 잔인하단 생각도 들었는데, 킹 씨가 유명하긴 유명한 것 같습니다. 1999년에 스티븐 킹 씨는 도로 가를 걸어가다가차에 치여서 중상을 입었었는데,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을 정도의 중상이었고, 회복후에도 한동안 소설을 쓰지 못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제는 다행히 회복되었다고합니다.. 스티븐 킹 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수많은 팬들로부터 위문편지가 쇄도했었다는데, '그래도 애니 윌크스를 안 만난게 다행입니다'란 편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캐쉬 베이츠 주연의 '미져리' 덕분에 유명해진 것 같은데요-한국에서는-, 캐쉬 베이츠는 정말 대단한 연기였습니다. 주인공 애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를 사고에서 구출해서 간호하고, 완치시킨 후에 다시 다리를 부러뜨리고 소설을 쓰도록 강요하는 사이코 여자인데, 여성에게 항상 우호적인 스티븐 킹 씨의 경향으로 볼 때 예외적인 주인공입니다. 베이츠 씨 연기가 훌륭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긴박함과 스릴이 있는 소설입니다. 킹 씨 소설답게 재미있습니다. 참고로 미저리는 사이코 여주인공 이름이 아니라, 소설가 폴이 쓴 소설의 주인공 이름입니다.
b***1 2002.07.1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