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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은 우리 시대의 작가 박완서 선생님의 첫 장편이자, 데뷔작이다. 시대 배경은 우리나라가 전쟁의 화마에 휩싸였던 1950년대의 암울한 상황이다. 꽃다운 20대의 주인공 ‘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피난도 못 간 채 가족들과 함께 서울 집에 머물고 있다가 돌연 날아든 폭격에 한옥의 문간채가 형체도 없이 날아가는 변을 겪는다. 그때 문간채에서 잠을 자고 있던 두 오빠가 창졸간에 폭격의 희생자가 되어 세상을 뜬 뒤, ‘나’는 마치 이들의 죽음이 자신 때문인 양 괴로워하며 어지러운 시대의 한복판에서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된다. ‘나’는 미군부대 PX의 한 초상화부에서 일하며, 가게 주인의 속물근성을 속으로 비웃는 걸 유일한 낙으로 여긴다. 또한 초상화 그려주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서너 명의 환쟁이들을 업무적으로 쩔쩔매게 하는 것으로 따분한 일상을 견디곤 한다. 이들 환쟁이들도 주인 못지않은 속물이긴 마찬가지이다. 그밖에, PX의 여러 가게엔 기회만 있으면 미군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옆 가게의 아가씨, 미군들이 벌여놓은 춤판에 서로 가기 위해 꾸역꾸역 몰려가서 공짜 콜라를 얻어먹기 위해 안달이 난 한국인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이 그려져 있다. ‘나’는 초상화부에 새로 들어온 환쟁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그는 여느 환쟁이들하고는 달리 속물이 아닌, 진지한 그림의 세계에 몰입하고 있는 화가였다. 그는 시대의 고민을 앓고 있는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지녔으면서도, 예술에 대한 정열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예술가였다. 유부남인 그와 ‘나는 퇴근길에 지나치곤 하는 나목(裸木) 앞에서 어깨를 감싸 안은 채 플라토닉한 사랑만 확인한 채 사랑의 진전을 이루진 못한다. 그 일이 있은 뒤 몹시 앓아누웠던 화가 옥희도를 찾아간 ‘나는’ 옥희도가 그려놓은 대작 그림을 보고 깊은 감동을 느낀다. 어느 날 밤, 두 사람이 포옹하던 자리에 서 있던 나목이 화폭 안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나목은 모든 낙엽들을 떨군 채 한겨울의 추위를 당당하게 견디고 있었고, 그것은 무시무시한 전쟁의 한복판을 묵묵히 통과하면서 새로운 봄을 기다리는 듯한 강인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었다. 죽음 속에서 일군 거대한 희망, 그것은 곧 암울한 시대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상징 언어였다. 한편, PX에 아르바이트로 들어온 전공(電工) 청년과 가끔 데이트를 즐기곤 하던 ‘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그와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죽음과 상처, 혼란과 속물의 시대 한복판을 건너게 된다. 먼 훗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옥희도의 유작전에 가서 전시된 여러 작품을 감상하다가 <나목> 앞에서 형언할 수 없는 감회에 빠진다. 젊은 날의 회색빛 절망 속에서 길어올린 희망의 메타포는, 속물인 남편과 살고 있는 현재의 일상적 우울을 이겨낼 수 있는 또 다른 희망이자 에너지원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나목』은 박완서 소설의 첫 출발이자, 박완서 문학의 근원이 만만치 않은 최현대사의 한복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밀도 높은 구성, 섬세한 인물의 심리 묘사, 전쟁과 사랑이라는 인류의 유구한 테마를 잘 버무림으로써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소화하기엔 버거운 장편이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내놓은 점은 분명 돋보이는 대목이다. <교과서 한국문학>이 논술 시장을 겨냥해 출판됐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명작을 토대로 논술 학습의 훈련을 쌓는 장점을, 학부모들은 여태 읽고 싶었으나 사는 일이 바빠 미뤄두었던 책읽기를 아이들과 함께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 하겠다. 모처럼 좋은 아이템의 학습 교재가 나와서 무척 반갑고 기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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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이란 잎이 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를 말한다. 일제 강점기의 싸늘하고 우스스한 겨울같은 시절을 보내고 독립이 되어 봄이 오는 것 같았지만, 꽃샘추위라고 할까? 한국전쟁이 발발해 한반도엔 봄도, 봄꽃도 늦게 피었다. 그 꽃이 피기까지 나무는 앙상하게 봄을 맞이해야 했다. 그런 시절을 한 단어로 너무나 잘 표현한 것이 '나목'이지 싶다. 전쟁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서울, 고향은 북쪽이지만 월남한 사람들이 가족과 헤어지고 홀로 또는 이산의 아픔이 있지만 새가정을 꾸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전쟁 중 죽은 두 오빠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경, 미8군 PX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외롭고 허전하다. 그런 경에게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전기 기술자 태수와 그림을 그리는 환쟁이 옥희도이다. 태수는 경이 있는 PX에 전구를 갈아끼워주며 만나게 되고 그 뒤 적극적인 황태수의 행동에 경은 못이기는 척 따라간다. 하지만 경의 마음속엔 옥희도의 슬프고 외로운 모습이 자꾸 보인다. 옥희도는 북쪽에 아내와 아이들을 두고 혼자 월남해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었다. 경이의 눈엔 옥희도의 슬프고 외로워 보이는 모습이 꼭 자신의 모습으로 보였는지 자꾸 마음이 간다.
경이는 불안하고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옥희도를 좋아하지만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관계이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옥희도는 분명 유부남이기도 하다.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경이와 옥희도는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경이는 태수와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옥희도가 그린 그림이 말라 죽은 고목 나무가 아니라 잎만 떨어진 '나목'인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전쟁이라는 상황에서 만나게 된 상처 많은 사람들. 그 상처는 전쟁이라는 시대의 상처이자 우리의 얼굴이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과 그 가족을 잊지 못하는 가족의 모습은 전쟁에서만 볼 수 있는 일이지 싶다. 같은 민족(이자 가족)끼리 전쟁을 한다는 것만큼 비극은 없을 것이다. 젊은 시절의 전쟁 후의 삭막하고 피폐해진 도시와 사람들의 모습은 참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경아 역시 젊은 나이에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정신까지 혼미한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부담감은 경이를 더욱 짓눌렀을 것이다. 그런 경의 마음처럼 나무의 모습도 희망이 없이 죽어가는 '고목'으로 보였고, 나이가 들어 다시 본 나무의 모습은 생명을 가지고 있는 '나목'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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