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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의 영화, 한 번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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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영화들을 보아왔다. 수많은 헐리웃 영화들. 그속엔 언제나 주인공이 있고 악당이 있다. 그것이 액션이건 로맨스건 간에. 영화는 언제나 주인공을 관객의 편에 앉혀주었고 그에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당으로 규정지어주었다. 선과 악의 이분법. 관객은 누가 옳고 그른지 고민할 필요없이 그냥 익숙한 공식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일백년간 역사를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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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영화들을 보아왔다. 수많은 헐리웃 영화들. 그속엔 언제나 주인공이 있고 악당이 있다. 그것이 액션이건 로맨스건 간에. 영화는 언제나 주인공을 관객의 편에 앉혀주었고 그에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당으로 규정지어주었다. 선과 악의 이분법. 관객은 누가 옳고 그른지 고민할 필요없이 그냥 익숙한 공식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일백년간 역사를 지배해온 영화의 공식이다.

‘아버지의 깃발’과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그런 면에서 단지 잘 만든 전쟁 영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사실 이 두 편의 영화는 한편의 영화이다. 이오지마에서 벌어졌던 전투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벌어진 두개의 다른 전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투. 여기에 주인공과 악당은 없다. 모두가 주인공 혹은 모두가 악당이 될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누구보다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것은 결코 한 편의 영화에 담을 수 없으리란 것도 알고 있었다. 이 두 편의 영화를 보면 이상한 기분이 종종 든다. ‘아버지의 깃발’에서 등장한 장면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 그대로 등장할 때의 그 생경한 기분. 우리편의 영웅적인 무기가 우리 편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악몽으로 변할 때의 그 기분. 내가 타자가 되고 타자가 내가 될 때의 그 기분.. 분명 이 두 영화들은 공통적으로 역사의 표면아래에서 휩쓸려간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것은 분명 자유주의자 이스트우드의 생각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각편의 영화를 두고 이야기할 때이다. 결국 이 두 영화는 한편의 영화가 결코 말하지 못할 이야기들, 즉 각자의 시각에서 진행되면서 거의 신경쓰지도 않는 악당에 관한 이야기. 그 악당들의 사연. 그 악당들이 사실은 정말 악당이 아니었음을 서로 말해주고 있다.

이 뗄레야 뗄 수 없는, 떨어져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영화 중 우리나라에서는 식민지 시대의 일본에 관한 감정을 우려하여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개봉을 하지 못했다. 이것은 시리즈 물에서 중간 편을 보지 못한 기분이 아니라, 한 편의 영화 중에서 후반 뒷부분을 놓친 것과도 같다. 그래서 이번 DVD 합본 발매는 ‘아버지의 깃발’만을 본 사람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그나마 DVD로라도 볼 수 있으니.. 거기에 이 DVD가 더욱 가치를 지니는 건 출연 배우, 스텝들의 인터뷰가 수록된 스페셜 피쳐스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현재 헐리웃에 있는 최고의 ‘장인’이라 할 수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찍은 전쟁 영화 현장은 어떨 것인가 에 대한 궁금중을 해결해줄만한 영화 메이킹 필름과 이오지마 전투에 관한 고증 기록들은 이 타이틀을 must have 목록에 올려놓게 만들 것이다.

e******e 2007.08.10.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