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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성을 향한 작가의 사유의 범주를 작은 오빠, 어린 시절에 만난 중국인 남자를 통해서 보여준다. 번역가의 해설을 통해서 또 다른 한 명의 사람을 함께 열거하면서 그녀의 인생과 철학과 작품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작은 오빠가 죽은 이후에 불멸성을 기억하였던 그녀가 쇼팽 음악을 들으면서 그때의 남자를 향한 감정과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불멸성에 대해 거듭 설명되는 그녀의 사유의 진폭을 소설을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작은 오빠는 불멸이었다 123
순수한 불멸성의 영향력... 그는 교육도 받지 않았고, 그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다. 그는 말할 줄도 몰랐다. 겨우 읽고, 겨우 쓸 줄만 알았다. 우리는 그가 괴로워할 줄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해라는 걸 할 줄 모르기 때문에 125
우리는 속내 이야기를 한 적이 거의 없었다. 큰오빠에 대해, 우리의 불행이나 엄마의 불행에 대해 126
그녀의 작품에는 작은 오빠가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또 다른 작품들까지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한 가정을 지배한 권력자와 피지배자의 구획은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머니와 큰 오빠는 권력자이며 여동생과 작은 오빠는 피지배자로 순종하는 계급구조를 지닌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세 명의 자녀를 키워야 했던 어머니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된다. 어머니를 향한 혐오와 분노, 눈물과 사랑도 기억된다. 어머니는 큰 오빠만을 사랑하였다는 사실이 분명하지만 "밑의 애들"이라고 불렸던 두 아이는 사랑을 받고자 갈구하였을 거라고 짐작하게 된다. 많은 어머니들이 첫째 아들에 기대하는 기대감은 상당하다. 반면 소외되는 수많은 다른 자식들은 소외되고 차별이라는 이름으로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폭력 속에 노출된다. 그녀도 큰 오빠의 살인성이라는 공모에 어머니가 공조하면서 그녀를 폭행하는 사건을 기억하게 된다. 작은 오빠는 여동생이 어머니에게 맞아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렸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한다. 사실주의 소설이라 감정과 기억들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머니가 맹목적으로 사랑한 큰 아들은 평생 건달이었으며 도둑질을 하였던 인물이다. 어머니가 농사를 지은 큰 오빠라는 인물은 온전한 인격체로 삶을 살아내지도 못하고 흐릿한 생애를 살게 된다. 이런 모양새로 살아간 장남들을 주변에서도 무수히 지켜보았기에 우매한 부모의 선택과 결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오직 큰아들에게만 "내 아가"라고... 나머지 두 아이들은 "밑의 애들"이라고 불렀다. 우리들의 불행에 대해 침묵하는 것을 배웠다. 첫 번째 고백을 듣는 사람들은 우리의 연인들이다. 75
딸은 어머니에게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지지하지 않는다. 딸이 1등한 과목을 선생님은 칭찬하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딸을 질투한다. 자신의 아들이 아니었기에 질투한 어머니의 모습도 낯설지가 않았다. 자신의 아들들이 아니었기에 어머니는 전혀 기뻐하지 않는다. 딸의 능력과 아들들의 능력은 비교되고 질투라는 감정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어머니를 사랑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그녀가 있다. 어린 시절의 어머니와 가정에서 탈출한 이후의 어머니를 구분하면서 기억하게 된다. 어머니와 큰 오빠를 그리워하지 않았던 이유들이 그녀의 어린 시절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마땅히 누려야 했던 것들이 그녀의 어린 시절에는 존재하지 못했다. "집에는 잔치도, 크리스마스도, 수놓은 손수건도, 꽃도 없었다. 죽은 사람도, 묘지도, 그와 관련된 기억도 없다. 오직 어머니만이 유일하게 존재한다." (71쪽) 어린 시절 그녀가 생활한 시공간은 삭막하였고 존재한 것은 어머니만 있을 뿐이다.
그녀의 가난은 생활 속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중국인 남자를 만나서 연인이 된 이야기와 그의 두려움이 무엇인지도 감지한 어린 소녀는 노예근성에 깃든 그의 생활들을 보게 된다. 그의 사랑을 반대한 그의 아버지와 소송을 당할까 봐 두려워한 그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어린 소녀도 이야기된다. 어린 소녀에게 어머니는 부족함이 넘친 모습으로 그려진다. 가난은 어린 소녀를 지치게 하고 늙게 한다. 그녀는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에서 늙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그 가정에서 유일하게 꿈이 되어 돈을 벌어줄 사람은 그녀 혼자였음을 알게 된다. 평생 돈을 벌지 않을 어머니의 두 아들과 돈을 벌어야 했을 그녀만이 존재한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며 광적인 사랑을 그려내는 이야기이다. 죽음과 슬픔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된 소설이다.
나는 늙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도 그것을 알았다. "당신은 지쳐 있어" 59
우리 셋과 너무도 다른 인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어머니를 사랑했다. 그녀는 신중하지 못했고, 주책스러웠고, 무책임했다. 늘 그랬다. 그저 살아가기만 했다. 우리 세 아이는 소위 사랑이라는 것을 넘어 그녀를 사랑했다. 어머니는 침묵을 지킬 수 없는 여자였기 때문에, 숨길 줄도 모르고, 거짓말도 할 수 없는 여자였기 때문에 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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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트리드 뒤라스의 연인 우연히 읽게 된 책이다. 어떻게 이 책을 선택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냥 끌리게 되어 골라잡았다. 1929년 프랑스령 베트남, 메콩 강을 건너는 한 프랑스 소녀가 같은 배의 탄 부유한 중국인 남자와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소녀는 남자를 만나 처음으로 욕망을 경험한 소녀는 가난한 식민지 생활과 비정상적인 가족에 대한 혐오감이 쌓여 갈수록 남자와의 관계를 몰입하게 된다. 이 둘의 사랑은 광적인 욕망과 사랑으로 치닫는다. 이 소설은 두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녀의 입장에서 소녀의 일대기?를 얘기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고, 한편으로 소설속 주인공이 소설을 적었는지 말이다. 약간의 두 해석은 어느 정답은 없지만 문득 나에게는 그런 생각이 스쳤다. 마치 '모렐의 발명'처럼 말이다. 모렐의 발명도 화자가 작가라고 밝힌바 있다. 아무래도 몽환적이면서, 교묘한 배치는 모렐의 발명이 더욱 뛰어나지만, <인연>또한 없지 않아 다르게 바라 볼 수 있는 관점 생긴다는 얘기이다. 소설은 소설속 주인공이 옛기억을 회상하는 방식의 일기처럼 전개된다. 기억을 더듬어 글로 기억을 남기듯이 말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해석의 여지도 내가 생각했던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캐릭터라이징이 범상치 않다. 우선 가족들의 정신세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그리는 가족의 관계라고 하기 보다는, 광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광기의 시초는 모두 상처에 있다. 어머니가 '미쳤다'는 사실을 분명 소설에서 기재하고 있으며, 큰오빠는 직업도 없이 마약과 노름에 빠져 있으며 집안 재산을 탕진해 버린 미치광이다. 열다섯 나이에 중국인 남자와 섹스 행각을 벌이는 주인공 조차 정상이라고 보기엔 거리가 멀다. 그치만 이 소설을 무작정 창녀의 이야기를 비춰진다면 그건 정말 잘못 봤다는 생각이다. 다르게 얘기하자면, 동네에 정신이 이상한 한 여자가 있다고 하자. 그 여자가 정신나간 사실을 알지만 서도 서로 욕정을 나눈다면 그 정신나간 여자를 창녀를 볼 것인가? 이 소설속 소녀도 단순히 우리가 창녀나, 몸 파는 여성으로만 바라보는건 개탄스러운 일이다. 소설속 주인공들은 모두 상처를 받은 환자로 보는것이 오히려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즉 그 상처가 가족의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로 인하여 각자 채우려고 하는 욕망적인 부분이 일반적인 사람과 다를 뿐이고, 해선 안되는 일들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혼 경력이 있는 어머니는 인도차이나에서 현지인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킨다. 그런데 재혼한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자 세아이와 함께 가정 살림을 도맡아 책임져야 중압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성격은 사나워지고 난폭해 졌다. 엄마가 믿는것은 장남인 큰오빠 뿐이다. 장남이 빨리 자라서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장남은 가정을 부양할 인물로 비춰짐과 동시에 장남이 어떤 잘못을 하여도 무조건 옳다고 하고 감싸게 된다. 결국 엄마와 큰오바, 작은오빠와 소녀는 집안에서 쓸모있는 존재와 쓸모없는 존재로 구분되듯 '지배계급'과 '피지배 계급;으로 나뉘게 된다. 그렇다고 작은오빠와 소녀가 어머니와 큰오빠를 사랑하지 않는것은 아니다. 소녀는 엄마와 큰오빠를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한다고 소설속은 표현한다. 소녀 또한 엄마와 마찬가지로, 어떤 탈출구가 필요했고 그 탈출구가 중국인 남자인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소녀에게 입에 담기도 험한 말을 했다. 중국인을 만난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태도는 중국인이 돈이 많다는 이유로 금새 태도가 바뀌게 된다. 어쩌면 소녀 또한 새로운 욕망으로 탈출구가 필요했다. 소녀는 중국인 남자와 사랑하거나 결혼 하지 못하는 것을 알지만, 그녀 또한 엄마와 같이 중국인을 '지배'하는 지배계급처럼 무의식 행동하듯 보인다. 그러나 조금 더 이해하자면, 소녀는 사랑받은 적 없다. 그럼 다르게 보자면, 나의 생각은 이렇다. 그녀는 사랑받기를 두려워하고, 가질 수 없는 미래를 미리 자신이 판단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받기를 두려워 함과 동시에 중국인 남자에게 사랑을 받는 것을 확인하는 것을 즐긴다. 즉 그녀는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 사랑을 두눈을 통해 확인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것이다. 그녀는 한발 더 나아가 자신의 친구인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친구가 자신과 함께 지내는 중국인 남자와 몸을 섞는걸 보고 싶다고 했다. 그건 어쩌면 불순한 의도로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 정말로 안쓰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랑이 무엇일까? 다른 누군가의 섹스의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소녀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어한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만큼 이책은 정신분석적으로나 인물들의 캐릭터들이나 하나같이 평범하진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다르게 바라본다면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는 사람들을 판단하는것을 좋아하는 것처럼... 소녀와 가족이 평범하지 않다는 이유로 우리가 그들이 잘못됬다고 얘기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우리도 어쩌면 일상에서 수 없는 판단을 함과 동시에 우리 또한 누군가의 판단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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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대표작 연인입니다. 사실 책 두께가 많이 두껍지 않아서 선택했는데 너무 재미있게 익었어요. 뒤라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적은 자전적 소설이에요. 베트남에서 겪었던 어린시절과 중국인 남자와의 사랑을 묘사한 책이에요..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사랑을 갈구하는 자신과 점점 더 광기로 치닫게 되는 위험한 관계.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느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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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그저 하나의 습관이 되고 싶었던 사람. 누군가 일어나 먹는 물 한잔만큼만 나를 대해주는 것. 그게 아니라도 그 물을 담는 컵만큼만이라도 나를 보살펴주는 것. 어릴 적 사랑의 부족은 자연스레 무언가의 전유물로 치환되곤 했다. 상처가 나고 아픈 것은 아닌데, 침식시키고. 칭얼거릴 만 한 일은 아닌데, 반대로 입은 굳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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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열다섯 살 반이었고, 그 나라에는 계절이 없었다. 우리는 오직 한철뿐인, 무덥고 단조로운 계절에 묻혀 있었다. 봄도 없고, 봄소식도 없는 지구의 긴 열사 지대에 살고 있었다. (p.11) <연인>은 프랑스령 베트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뒤라스가 열다섯 살에 그곳에서 부유한 중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졌던 과거를 회상하는 자전적 소설이다. 프랑스어 교사였던 뒤라스의 어머니는 가난에 허덕이며 절망을 오가는 여자였고, 큰오빠는 지배자로 군림하며 패악을 부리고 심지어 도박에 빠져 얼마 되지 않는 가산마저 탕진한다. 열다섯 살이지만 조숙했던 뒤라스는 분노와 외로움을 느끼며 탈출을 염원하고 있었다. 그녀는 메콩강을 건너는 배 위에서 운명처럼 그를 만난다. -첫 순간부터 그녀는 그 어떤 것, 다시 말해 그가 그녀의 마음대로 움직이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 만약에 기회가 생기면 다른 일들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임을 안다. 또 그녀는 다른 종류의 어떤 사실도 안다. 즉 언젠가 그녀가 자신이 지니고 있는 그 어떤 책임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때가 닥치리라는 것을. (p.45) 뒤라스의 다른 책을 불어 원서로 읽는 분을 본 적도 있고, 아무튼 뒤라스의 문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예전부터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소설이라지만 인물의 대사는 거의 없고, 섬세한 묘사가 주를 이룬다. 문장의 길이는 간결한데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몽롱하다. -나는 늙어 있었다. 불현듯 나는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도 그것을 알았다. 그는 말했다. “당신은 지쳐 있어.” (p.59) 특히 내가 느끼기에 뒤라스의 글에는 시간을 마법처럼 사용하는 독창성이 있다. 우선 이야기의 흐름에 과거와 현재가 자유롭게 끼어 든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과거 일을 설명하려면, 반드시 먼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으로만 말하지는 않을 테다. 그러니까 말하는 이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는 자유롭게 과거와 현재를 오갈 수 있다. 뒤라스의 글도 그렇다. 단순히 과거의 어떤 일을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가 얽혀서 기억을 짜 맞춰 나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이 독특함 때문에 과거의 뒤라스와 현재의 뒤라스는 마치 둘 다 동시에 살아있으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처럼 보인다. -온몸에 퍼붓는 입맞춤이 나를 울게 만든다. 그 입맞춤이 위로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나는 울지 않는다. 그날 그 방 안에서 눈물은 과거를 달래 주었고, 미래 역시 달래 주었다. 나는 그에게 언젠가 나는 어머니와 헤어질 것이라고, 언젠가는 어머니에 대해서 더 이상 사랑을 품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운다. 그는 나를 베고 누워,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함께 운다. (p.58) 그녀의 글에서 시간의 마법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전반적인 이야기의 평균 속도와는 다르게 특정한 부분(주로 뒤라스가 그 남자와 함께하는 장면들)에서 갑자기 슬로우 모션이 작동하는 것처럼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하는 순간 그들의 눈빛과 손짓,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풍경, 이런 것들을 묘사하는 시선이 어찌나 천천히 또 남김없이 훑어 내리는지 책을 읽는 나의 호흡도 덩달아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그는 그녀를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그녀가 보인다. ...(중략)... 그녀의 육체는 점점 경계가 희미해지고, 그는 이제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이 육체는, 다른 몸들과 달리, 무한하다. 침실 안에서 그녀의 육체는 점점 확대된다. 정해진 형태도 없다. 육체는 매 순간 생성되어, 그가 보고 있는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 (p.118) 그러나 열다섯 살의 어리고 가난한 백인 소녀와 나이 많고 부유한 중국인 남자의 사랑에는 시작부터 끝이 있었다. 탈출을 염원하던 소녀만큼이나 남자도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억눌려 지내 왔다. 남자에겐 아버지를 거역할 힘도 용기도 없었고, 소녀는 처음부터 사랑의 마음을 감추어 두기로 작정한다. 이별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이별한다, 한 번의 저항도 없이. 여기까지 쓰다보니 소설 내용이 신파 그 자체처럼 들리겠지만, 막상 직접 읽는다면 독자의 마음에 남는 것이 이 뻔한 줄거리는 아닐 거라고 말하고 싶다. 이 소설의 독창성과 문장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훌륭하게 옮길 수 없을 거라고 감히 속단하기에, 또 소설의 호흡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이번만큼은 이 소설을 영화화한 제인 마치 주연의 <연인>을 보지 않으려 한다. -그의 큰 승용차가 거기 있었다. 길고 검은 승용차. 뒷자리에 보일 듯 말 듯 앉아 있는 게 바로 그였다. 그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풀 죽어 있었다. 그녀는 맨 처음 배에 탔을 때처럼 난간에 팔을 괴었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도 그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 그가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검은 승용차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승용차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항구가 시야에서 사라졌고, 곧이어 육지도 사라졌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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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의 영화 소개 영상을 본 이후로 계속 머릿속에 내용이 맴돌아서 영화도 보고 책까지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이 읽기 어려운 편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가장 쉽고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이 책마저 이정도라면 다른 책들은 얼마나 난해할 지 고민스러웠습니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읽으니 내용이 잘 이해가 가고 촉촉한 감성에 젖기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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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구입해 읽게 됐다. 영화나 책 내용이나 너무 선정적이다라는 의견을 접했지만, 이 연인이 처한 억압적 환경들...그리고 그로 인해 더욱 애절해진 사랑을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느껴지진 않는다. 우울증에 가까운 정서 상태의 어머니. 그리고 한량에 가까운 큰오빠를 편애하는 그 어머니의 모습에서 어린 사춘기 소녀가 받았을 상처.(오죽하면 어머니와 건기에 마차를 타고 야경을 보러 갈 때 어머니를 독차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식의 서술이 등장한다)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이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심지어 왜소하다는 이유로 샀던 가족의 비웃음까지. 그 중국인 연인도 사실상 아버지의 유산이 집안 내에서 본인의 정체성과도 같았으니 부친의 뜻은 거역하지 못하고...그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길 바랐을 뿐. 소녀에 대한 사랑에 대해 설명하고 애걸복걸해도 소용없었으니. 영화와 비교했을 때, 중국인 남자가 영화에 표현된 것보다 훨씬 더 스윗하고 여렸던 면모를 지녔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계속하여 자신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는 태도(돈이 없었더라도 자신을 사랑했을 것이냐고 묻고, 자신을 당신이 만났던 보통 여자들과 똑같이 대해달라는 소녀의 말에 좌절하는 모습). 첫 성관계 직전 우는 모습(영화에선 운다기보다는...그냥 일종의 현타였던 것 같다), 혹은 소녀의 가족들의 무례한 태도에 당황하며 울먹이는 행동 등. 물론 정점은 마지막, 작가가 된 나이든 소녀에게 걸려 온 전화일 것이다. 혹자는 영화에서나 소설에서나 이러한 씬이 없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아쉬움을 드러내지만 개인적으로 오히려 이 장면이 그 남자의 로맨틱한 면을 더욱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죽을 때까지 너'만'을 사랑할 것이라고...(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음에도) 또, 영화상 마지막 장면이었던 쇼팽의 왈츠 씬의 묘사가 정말 머리를 치는 듯한 충격을 주었다. "이제 그는 모래 속에 스며든 물처럼 이야기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이미 끝나버린, 아쉽지만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절절하고 아팠다. 인생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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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살에 그녀는 없었다.
그녀에게는 어머니만이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일부이고자 했고, 어머니는 그녀의 꿈이었다. 어머니의 원피스를 입었고, 어머니가 반액세일때 사준 하이힐과 중절모를 썼다.
어머니는 절망이었다. 절망은 자신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자기자신은 없다. 어머니는 뻣뻣하게 굳은 채, 미소조차 띠지 않고, 그저 살아가기만 했다.
그녀는 그런 어머니를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욕망했다. 그러나 도달하지 못한다. 그런 결핍은 어머니에 대한 부정으로 발현되고, 어머니와의 일체를 원한 그녀에게 그것은 곧 자기부정이 된다. 어머니에 대한 열정, 곧 자신에 대한 열정은 다른 대상에게 버려진다.
중국인 남자. 어머니가 편애하는 큰오빠의 모습과 대조되는 왜소하고 연약한 남자에게로. 자신을 남자에게 내버리자 허무함이 찾아온다. 그 남자는 부끄러운 사랑이며, 그녀 자신은 부끄러운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그녀 또한 그녀의 어머니처럼 절망하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욕망을 찾아낸다. 그녀의 어머니는 욕망을 억눌렀지만 그녀는 욕망을 끄집어 낸다.
그녀 스스로 태어나기 위해 그녀의 어머니에 기생하던 자신을 죽이는 것이다.
엘렌 라고넬은 욕망의 실현을 상징하며, 절망의 상태에서 벗어나 실존으로 이르기 위한 매개로 작용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자신을 찾을수 있게 된다.
자신을 찾고나서야, 그 남자는 도피처가 아니라 연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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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이다. 이 책은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더라.꽤나 오래전 개봉했었던 영화로 알고 있고 표지의 여자애 얼굴도 아마 영화에 나왔던 제인 마치가 아닐까 싶다. 난 영화도 보지못했었고 소설도 보지못했었다. 대강의 줄거리는 찾아봐서 알았는데 보고나니 영화는 안봐야겠다라는 결론이 생겼다. 스케일이 큰 소설이면 화면으로 봐도 괜찮겠지만 이런 감정은 본인이 느끼는게 더 나을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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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접했던 '연인' 20대 초반인가.. 처음 영화를 봤을땐 야한 영화로 각인이 됐었는데 30대 후반이 된 지금 다시보니 그때의 마음과는 전혀 다른 가슴아픈 이야기로 다가왔어요. 같은 책, 같은 영화여도 어느 시기, 어떤 나이인가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는 걸 다시한번 절감했습니다. 여주를 창녀처럼 대하려했으나 점점 커지는 사랑으로 힘들어했던 남주. 남주는 절절하게 고백을 하는데 여주는 그렇지 않아서 마음 아팠습니다. 그러나 헤어진 이후 사랑을 깨닫고 오열하던 여주의 모습에 같이 눈물을 흘리며 봤었어요..ㅋ 여운이 깊게 남아 도서로도 읽어보고 싶어 구입하게 됐습니다. 책도 역시나 좋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