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튼에서 시작한 물리학의 혁명은 20세기 초, 양자 역학과 핵물리학을 통해 혁명의 최고조를 이루었다. 다윈에서 시작한 생물학의 혁명은, 20세기 중반 크릿과 왓슨의 DNA 발견과 유전자 혁명을 통해, 2010년 현재까지도 고고하게 혁명의 최고조를 지속하고 있다. 유전자와 그를 이용한 생물학의 혁명은 학문적인 사실 규명과 함께 의학적인 발전을 통해 인본주의에 기여하였지만, 이미 우리는 상식선에서 유전이라는 본능을 느끼고 있었다. 본성과 양육 논쟁에서, 하버드의 이념적 생물학자인 르윈턴과 굴드의 양육 우선론을 지지하는 사람이라 할 지라도 부모가 되어 본다면 최소한 가정에서는 본능 우선론자가 자연스럽게 된다. "허, 그 녀석 웃는 모습은 날 닮았어" 라는 즐거운 말에서 부터 "넌 누굴 닮아서 수학 성적이 이 모양이니" 와 같은 비웃음까지 자연스럽게 유전에 대한 상식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연적인 일상이 학문을 통해 20세기를 주름잡으면서, 이제 몇번 염색체의 어느 부분이라는 말까지도 하게 되었다는 정말이지 감격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DNA 와 유전자의 혁명적 발전이 주는 지적 유희보다도 눈물 날 정도로 감격스러운 사실들이 드러나게 된 것도 꼭 기억해야만 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특권이 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미트콘드리아에 있는 DNA 가 최초의 생명체인 박테리아의 그것과 거의 유사하다는 사실과, 인간의 눈을 만드는 유전자가 파리, 쥐, 물고기에서도 그들의 눈을 만들어 내는 재료의 유사성은 다윈의 무덤에서 벌떡 일어설 만한, 20세기 분자 생물학과 유전학이 밝혀낸 과학적 사실이자 진화의 강력한 증거의 일부가 된다. 지구상의 생명체 역사 40억년을 아우르는 과학적 발전에 어찌 감격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유전자에 대한 연구에서 우리는 수 많은 날개 달린 인간을 알게 되었다. 여름 어느 일요일 아침 베란다 밖에서 울었던 까치도, 어제 동물의 왕국에서 보았던 대머리 독수리도, 지난 여름 단잠을 방해했었던 우리집 모기도, 캠핑 음식을 두고 한판 승부를 버렸던 강원도 어느 곳에 있었던 파리도 모두 날개 달린 인간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명저 『핀치의 부리』의 저자 조너던 와이너는 이 책 『초파리의 기억』에서, 수 많은 날개 달린 인간들 중에 초파리에 대한 역사적 사건들을 분자생물학과 유전학의 발전과 함께 이야기한다. 특히나, 물리학자이자 행동 유전학자인 시모어 벤저를 위주로, 초파리들을 이용한 혁신적인 실험과 그 결과들을 이용하여 20세기 생물학의 발전의 궤적을 되짚어 본다. 소설과 같이 크릿, 왓슨, 모건을 비롯한 생물학의 거성들의 일상들도 양념하듯이 함께 버무려 놓은 것은 책의 무게를 한층 가볍게 해주어서, 과학에 대한 괜한 거리감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그리 큰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배려한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책을 읽어 가면, 행동의 유전이라는 20세기 초의 화두가 조금씩 그 베일을 벗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따라 갈 수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호모 사피엔스는 수 많은 초파리들에게 빚을 너무 많인 진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게 된다. 과학적 목적을 가진 동물들의 실험에 적대적인 동물 보호론자에게는 가슴 아픈 사실이 되겠지만, 초파리에게는 포유류와 거의 동일한 신경계가 있어 고통도 느끼고 심지어 학습까지도 한다는 사실을, 그런 결과를 낸 실험 결과들과 함께 접하게 된다. 철학적인 논의로 주제를 벗어나는 감이 있지만, 동물 보호론자들은 어디까지가 보호해야 될 동물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생물학의 발전이 어쩌면 항생제가 박테리아를 죽이는 것이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아이러니한 명제를 동물 보호론자들에게 던지게 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인터넷에서 상단에 있는 초파리의 현미경 사진을 구했다. 와이너의 이 책은 초파리의 사진을 무척이나 친근하게 만들어 버렸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유치한 상상인가? 그렇대 해도, 책은 그런 유치한 말이 입에서 나오게 만든다. 또 하나, 정치와 관리 또는 비지니스라는 업무로 그 영역을 자연스럽게 넓히게 되는 수 많은 명성있는 과학자들과 달리 80 평생을 실험과 고민 그리고 해결이라는 과학적 일상에 바친 시모어 벤저라는 진짜 과학자에게도 그 말을 전하고 싶어 진다. 책은 이렇게 영향력이 크다. 수 많은 돌연 변이와 장애로써 호모 사피엔스에게 행동이 주는 유전자 근본을 이해하게 만든 초파리와, 그런 사실들을 밝혀낸 시모어 벤저. 그들은 아직도 진행 중인 생물학의 혁명을 이끄는 또 하나의 수레바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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