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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잃어버린 15년..
"남북관계, 잃어버린 15년.." 내용보기
내가 역사학자 김기협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밖에서 본 한국사]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책에서 대부분의 역사는 안에서 보는 시각에 너무 지나치게 얽매여 있기 때문에 민족의 역사를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것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는 국외사와의 관련 속에서 전개되는 것이고 또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밖에서 볼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남북관계, 잃어버린 15년.." 내용보기

내가 역사학자 김기협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밖에서 본 한국사]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책에서 대부분의 역사는 안에서 보는 시각에 너무 지나치게 얽매여 있기 때문에 민족의 역사를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것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역사는 국외사와의 관련 속에서 전개되는 것이고 또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밖에서 볼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역사에 대한 소양이 부족하여 통사로 쓰지 못하고 에세이 형식을 빌렸다는 그는, 시종일관 우리역사를 문명의 흐름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때 책을 읽은 감흥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오마이뉴스에서 실시한 [10년래 최고의 책 세 권](?)이란 이벤트에 리영희 교수의 [대화], 신영복 교수의 [강의]와 함께 내가 추천한 책이 되었다. 그걸 보고 그는 댓글을 통해 10년 동안 책 세 권밖에 안 읽었냐고 핀잔(?)아닌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 후 해방된 우리민족이 분단건국에 이르는 과정을 일기형식으로 써 내려간 [해방일기]는 해방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내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 그리고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실들을 알려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 그가 새 책을 냈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주저 없이 읽을 수밖에..

 

그는 우리가 해방 후 제대로 된 민족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분단건국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냉전이 그 원인이었다고 말한다. 한반도를 이용대상으로 여긴 외세, 특히 미국이 친일파와 권력에 눈이 먼 불량분자들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구 소련과 동구권의 붕괴로 마침내 냉전이 종식되었지만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지금의 한반도가 냉전으로 인해 분단이 되었다면 냉전의 종식은 당연히 한반도 통일에 중요한 조건이 되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남과 북은 통일은 고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적대적 관계 속에 있다. 북은 미사일과 핵으로 위협하고, 그에 맞서 남을 비롯한 세계는 북을 제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이처럼 왜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에 머무르고 있는지,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려고 이 책을 서술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역사를 시사로 보고 시사를 역사로 읽는 자세로, 이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상식적인 이해 속에서 그 원인을 얻고자 했다고 말한다. 동서냉전이 종식되던 시기 전후의 남북관계와, 1차 핵 위기가 발생하는 시점에서 남북의 지도자들은 민족문제 해결에 어떤 관점과 자세를 견지했는지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문헌고찰과 통찰을 통해 우리에게 상식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명하고 있다.

 

그는 1989년의 냉전종식은 동유럽의 냉전종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2차대전 이후 미국패권으로 번영을 누려온 자본주의가 1970년대 들어 거시적 지표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1980년대 들어서는 미국의 위치가 위기상황까지는 아니래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압력에 직면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동유럽의 전선은 사라졌지만 동아시아에서의 전선은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따라서 냉전종식은 냉전시대의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계기가 아니라 현대사회의 문제들이 새로운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냉전종식 이후 10, 1990년대의 한반도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1988년 노태우의 7.7선언은 냉전 이후 남북관계의 출발점이라고 저자는 바라본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정략적발상이든, 아니든 간에 그 동안 경쟁과 타도의 대상으로만 보았던 남과 북이 서로를 민족공동체의 일원으로 본 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어서 1991년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 그리고 미국의 남한내 전략핵무기 철수에 맞춰 한반도비핵화 선언, 남한 및 미국의 팀스피릿 훈련 중단, 북한의 NPT가입은 비로소 동아시아에도 냉전이 종식되는가 하는 희망을 갖게 만들기 충분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든, 남한에든 북한과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세력의 존재는 항상 한반도의 화해무드에 걸림돌이 되었다. 그들은 겉으로는 평화공세를 펼치다가도 막상 서로 합의가 되려 하면 틀어버렸다고 한다.

 

1993 1차 북핵 위기가 그 대표적 예라고 한다. 초기에는 미국의 의도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에 대한 추측이 만발했고, 북한 봉쇄작전만을 고수한 미국은 IAEA의 북한내 핵사찰 결과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영삼 정부와 클린턴 정부는 팀스피릿 훈련을 재개했고, 이는 북한의 NPT 탈퇴와 뒤이은 핵무기 개발로 이어졌다. 이른바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북의 핵기술은 핵무기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핵실험은 2006년에 이르러서야 이루어졌다. 핵무기 없는 핵카드가 북한 손에 쥐어진 것이다. 이는 소련이라는 주적이 사라진 상태에서 군사력을 쓸 상대를 찾기 바빴던 미국 해당관리들의 밥그릇 싸움과, 아무런 철학 없이 승리만을 추구한 김영삼의 한계가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내에서는 정치적 이익이나 금전적 이익을 위해 평화를 해치는 세력이 북한의 입장과 사정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을 이용해 책임을 북한에 뒤집어 씌웠고, 한국정부는 북미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이나 남한에서 북한을 적대시하는 세력들은 북한 지도자를 미치광이로 여기고, 북한을 예측 불가능한 나라로 보려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북쪽 태도에 상관없이 항상 적대적 태도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대한민국 역사상 주권국가의 역할에 접근한 경험이었다고 평가하는 저자는, 사실 남북정상회담의 추진은 전두환 정권 때부터 시작되어 노태우, 김영상 정권 때에도 여전히 추진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정상회담은 민족문제 해결이라는 공적인 측면과 집권세력의 지지획득이라는 사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며, 바로 이 사적인 측면이 북한측에 이용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2000, 남북정상회담이 어렵사리 성공한지 15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남북관계는 당시에서 더 나아간 것이 없다. 그는 이 15년이 남북관계에서는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말한다.

 

해방 이후 분단 건국된 지 70년이 지났다. 그리고 동서냉전이 무너진 지 25년이 흘렀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는 냉전 이후의 냉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 새로운 냉전은 한반도의 분단상태가 끝나야만 비로소 해소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분단상태를 끝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민족문제 해결에 통일은 대박이라는 오로지 경제적인 생각과, 저절로 붕괴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고사작전만이 능사라는 고압적인 흡수통일론은, 냉전을 종식시키기보다 더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일이다.

k*****1 2016.05.03. 신고 공감 5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