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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만난 살풍경한 성냥갑 속에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엔 흙냄새, 나무냄새가 물씬 풍기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TV를 틀면 하루 종일 만화가 나오는 채널이나 현란한 컴퓨터 게임이 없었던 그때, 개구쟁이들의 즐거운 놀이중 하나가 새총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 시절 새총은 단순히 새를 잡기 위한 도구가 아닌 소년의 자존심이었다.― 사실 이 새총으로 새를 잡는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잘 만들어진 새총을 가지기 위해 미묘한 경쟁을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좋은 새총을 가지기 위한 조건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솜씨 좋은 아버지 밑의 아이는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었다. 솜씨 좋은 아버지는 곧 솜씨 좋은 목수인 까닭이다.
물론 새총을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해서 그 시절 아버지를 목수라 부르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명절에 산소를 찾을 때마다 주변에 당신이 심었다는 나무 이름을 줄줄이 꿰고 나무라기보단 식물줄기에 가까운 개나리나무로 멋진 새총을 만들어주던 아버지는 나무의 품성을 아는 어른이자 목수임에 틀림이 없다.
이 책 <목수 김씨의 나무작업실>(시골생활. 2007)은 바로 그런 목수의 이야기이다. 목물, 곧 나무의 품성을 깨우쳐가는 목수 김진송. 그는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린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 이전에 나무를 배운다.
흔히 목수라 하면 장인정신을 떠올리고 그것은 그네들의 고된 작업으로 탄생한 창조물로 귀결된다.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찍어내는 기성품은 흉내 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목수의 흔적. 때문에 목수의 손을 거친 나무는 작품이라 불리고 세월의 흔적까지 더해져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가치 있는 물건을 빼어난 재능과 각고의 노력으로 만드는 것만으로 목수를 말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올곧은 기개를 상징하는 소나무에서부터 이름을 알 수 없는 수많은 나무. 이들은 나무라는 명칭으로 묶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마다 성질이 다르다. 책상이나 의자를 만들어두면 평생을 써도 끄떡없는 나무가 있는가하면 힘없는 대패질에도 바스러지거나 뒤틀려 있어 도저히 쓸 수 없는 나무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베는 시기와 관리상태에 따라 같은 나무라도 판이한 성격을 드러내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개성이 강한 나무를 만나게 된 인연에서부터 각각의 성격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무를 만지고 사는 인생을 말한다. 편리한 기계를 사용한다면 십수분만에 끝날 일에 하루를 바치기도 하고 서투른 욕심에 질 좋은 나무를 망치기도 하며 작가는 나무를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수많은 종류에 따라 품성이 다른 나무 이상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 고정된 진리란 없을 것이다. 또한, 단 한번으로 인생의 해답이 뚝딱 나오는 깨달음도 없을 것이다. 익히 그 성질을 알고 있어 익숙한 대패질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갈라지는 나무처럼 말이다.
어쩌면 목수라는 업은 이렇게 변덕스러워 정답이 없는 나무의 비위를 맞추는 일인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나날이 변화하는 혼란스러운 삶에서 존재하지 않는 정답을 얻기 위해 무엇인가에 비위를 맞추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비위를 맞추는 일은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수틀린다고 해서 토라져 이내 외면한다면 그것은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낫다. 하지만 그 고단한 길을 가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그 빈자리를 멀리보이는 장애물에도 몸을 사라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름모를 나무를 만나면 대패부터 잡고 보는 목수, 굳이 고된 노동을 자처하는 목수, 실패의 원인을 나무나 연장이 아닌 자신에게 돌리는 목수. 목수 김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차분해지고 숙연해지는 이유는 공장에서 찍어낸 반듯한 가짜 나무에 익숙한 게으른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기 때문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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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평론, 기획, 출판등의 일을 하다가 마흔이 조금 안 되어서 목수의 길로 접어들어 10여년째 목수일을 하고 있는 저자의 남다른 이력이 눈길을 끈다. 목수라는 직업이 나무를 다루는 일 이라는 것 밖에 몰랐던 내가 저자 김진송이라는 이름을 알리가 없었다. 책을 읽기 전 김진송씨에 대해 검색해 보니 여러편의 전시회를 열었고 그의 첫 전시회에서 거의 모든 작품이 팔려나갔으며 관객들이 그의 작품에 열광했다고 한다. 그리고 5년전에 목수일기 라는 책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목수라는 직업에 대해 백지상태라고 말해도 좋을만큼인 나에게 이책은 접해보지 못하는 직업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살아가면서 어느 직업, 어느 일 쉬운게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목수라는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싶었다. 또 하나 다른 이유는 누구나가 꿈꾸는 시골에서의 전원생활, 나 또한 나이가 어느정도 들어서 지방의 소규모 도시나 시골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끌렸다. 이책은 목수일을 하면서 나무를 구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부터 목수일, 목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사진들과 함께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서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느껴볼수 있다. 미술 평론가라는 그의 이력에 맞게 표현력과 글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것도 알수 있다. 나무들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구하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보면 저자의 자연사랑과 나무에 대한 애정, 목수일에 대한 열정이 얼마만큼 인지를 알수 있다. 김진송씨의 목물 작품들과 그 작품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들, 디자인에 대한 저자의 생각, 그리고 목수는 목수일 뿐이라는 저자의 목수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들을 이책을 통해 느껴보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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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좋은 것은 만듬세가 무척이나 좋은 책이다. 처음 받았을때 이렇게나 기분이 좋은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책을 펼치면 마치 어릴적으로 돌아가 동화책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인생을 새로이 기획하는 시점에서 만나게되어서 인가? 알 수없는 환상에 젖기도 한다. 마치 내가 목수라도 된양.
작가는 글장이기도 하지만 목수이다. 그는 목수라고 할 만한 일을 해내고 있다. 규격에 딱맞는 그런 목물을 작업하는 것이 아니다. 나무를 바라보고 나무가 품고 있는, 나무가 무엇이 되려고하는 것을 깍아내는듯 하다.
예전에 미켈란젤로가 그랬듯이 재료속에 숨어있는 그 무엇을 꺼내기라도 하는 듯.
나무를 대하는 마음과, 나무를 알아가려는 자세와 더불어 삶을 관조하는 그의 마음 씀이 좋다. 막연하게 목수(소목수) 일을 배우고자 했던 희망에 먼 육지에서 망망대해의 조각배로 날아온 갈매기를 본듯하다. 이제 육지가 멀지 않았음을 위안 삼는다.
아쉬운게 있다면, 출판된지 한참이나 된 책이건만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1쇄로 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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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푸근해지고 따뜻해지는 책을 만났다. 제목에 자신이 '목수'임을 내세우는 책, 그래서 이 책엔 그의 작업물들과 그 작업일기들이 담겨있음을 알려주는 책, 바로 <목수 김씨의 나무 작업실>이다. 크고 넉넉한 판본에 반지르르 질 좋은 종이로 인한 묵직함, 책의 중간중간 아낌없이 담아주는 생생한 그의 작품 사진들과 적당한 크기와 줄간격으로 나열된 글자 등은 적지 않은 가격에 보답하듯이 기품있게 서로 어우러져 속과 겉이 모두 만족스러운 탐스러운 책으로 마무리되었다. 안팎으로 만족스러우니 이런 책을 만난다는 것은 참 설레는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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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봤을 때는 살짝 거리감도 느껴지고 나랑은 맞지 않은 책 같았는데, 보면 볼수록 제목도 그렇고, 표지도 그렇고 내게 정말 친근감있게 다가온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 재미있고 '나도 한번 목수가 되볼까?' 하는 어림없는 생각도 해봤다.
이 책의 저자는 국문학과 미술사를 전공한 후 미술평론, 전시 기획, 출판 기획 등의 일을 했고, 현재는 목수일을 하고 있다. 자신이 하던 일과는 상관없는 나무일을 하고 있다는 점, 이해가 안되기도 했지만 흥미롭게 자신을 소개한 것을 보고 기대되는 책이었다.
저자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점이 많았지만, 저자보다는 책 내용이 더 흥미로웠다(당연한건가?). 글과 사진과 그림이 어우러진 책 내용은 충분히 이 책 속에 풍덩- 할 수 있게 해주고, 고가의 책이지만 그 책값을 톡톡히 해주었다(아쉬웠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그리고 나무로 만든 작품은 초보 목수라지만 갖고 싶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어떻게 만드는지 부럽기도 하고...
일기처럼 글을 써내려간 이 책은 평범하고 편안하게 글을 썼는지 재밌게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나무 먼지를 마신지 겨우 10년 밖에 안 된 초보목수인 만큼, 열심히 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나무를 다루는 것, 힘들겠지만 부럽게도 느껴지는 일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일하는거,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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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밖에 살지 못하여 나무의 이름을 판단할 때에는 일단 열매를 보게 된다. 열매나 꽃을 맺지 않는 나무는 소나무와 버드나무, 그 외의 나무로정도밖에는 구분을 못하니, 이름을 물어대는 아이 앞에선 몰라로 일관할 수밖에.
책 속의 나무엔 참 많은 이름들이 있다. 이름도 정겨운 난대나무, 오리나무, 귀룽나무, 가래나무, 엄나무, 시무나무 등이 그것이다. 나무를 보고 이름을 아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신기하기도 했는데, 그만큼 나무와 벗하여 살아온 까닭일 것이다, 나무마다 고유의 성질에 맞게 물건을 만들어내는 김목수도 원상태의 나무를 인공적으로 바꾸긴 하지만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은 군데군데 나타나있다.
목재로 만들어진 물건의 매끈함과 유려한 나뭇결을 보면, 길가에 심어져 있는 나무의 뻣뻣한 껍질 속에 어찌 이리도 예쁜 것이 숨어있는지 감탄할 때가 있다. 겉만 보고 속은 못보는 사람의 감탄이다.
-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리고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상투적인 시각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로 상상력이다.-
거의 직접 짓다시피한 집의 작업실에서 나무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목수 김씨의 삶은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도 생활을 염려해야 하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보니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어 그 점을 고민한다.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데, 경제가 돌아가는 매커니즘에 포함되어야만 먹고 사는 것에 걱정이 없어지니 여기서도 시계 챗바퀴 도는 듯한 삶으로 등을 떠밀리는 느낌을 받는다.
목수 김씨의 작품은 그 사람의 생각과 삶의 한 단편에 대해 조영해볼 수 있게 해주어 삶을 사는 여러 방법들이 존재함을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줄 맞추어 서서 앞만 바라보고 살아 상상력조차 부재해진 한 인간의 모습이 내가 아닌지 생각해 보며, 그의 작품을 통해 다른 세계에 들어간 듯한 신선함으로 스스로를 감싸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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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작품 기록장
목수(木手)-나무를 다루어 집을 짓거나 가구, 기구 따위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나무를 깎아 물건을 만드는 저자의 목수일기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여행 관련 서적이든 예술 관련 서적이든 책에 쓰여있는 글자 외의 것을 먼저 훑어보는 나는 이번에도 그랬다. 맙소사! 목수 김씨의 작품들은 정말 나무로 만든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매끈거리는 표면이 매혹적이었다. 멋진 작품만큼이나 구수한 말솜씨로 여러 종의 나무를 설명하고, 작품 만드는 과정을 자세하게 알려 준다. 국외 유명 화가는 물론 국내의 소박한 감성이 돋보이는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언젠가부터 내 관심사가 되었다. 그림뿐이겠거니 했는데 톱질을 하고 사포질을 하며 만들었을 나무 작품들을 보면서도 만족감이 컸다.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 모두 같게만 보이는 나무들이 다 다르다? 껍질이 다르고 나무 냄새도 다르고 쓰임새도 다르고 자라난 태생도 다를 터이다.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내가 나무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직접 목수일을 한다면야 더없이 좋은 정보들이 많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작품들은 나 혼자서 조용히 감탄하게 만들었다. 딸아이가 그린 캐릭터를 보고 나무를 깎아 만든 노랑이. 딸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려는 순간, 노랑이는 결국 목수 김씨 자신을 위해 만든 것이라는 게 밝혀진다.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책의 바다에 빠져들다'- 책을 읽는 모습은 물론 시원한 색상의 책 표지가 가슴 속까지 후련하게 한다. 낮은 천장에 좁은 차고에서 처음 나무 작업을 시작했다는 목수 김씨. 연장의 쓰임새를 전부 알지는 못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엉터리 목수가 아님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작품만이 대단하다는 것은 아니다. 목수일을 택한 그의 용기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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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깍이 목수 김진송씨의 나무와 그가 만든 목공예, 그리고 그의 삶과 가치관이 녹아있는 책을 읽으며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그의 아름다우면서 실용적인 의자와 탁자 등 나무로 만든 공예품들을 보며 한참씩 작품에 눈을 떼지 못하곤 했다. 정말 아름다웠다. 어떻게 나무로 이렇게나 매끄럽고 아름다운 나무결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곡선의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을까? 그가 만든 장난감들을 보며 그의 상상력에 놀라곤 했다. 정말 목수일을 늦게 시작한 것이 사실일까 의심이 들곤했다. 감탄에 감탄을 하며 나도 손으로 뭔가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려웠다.
각양각색의 그가 다루는 나무를 소개해주며 그 쓰임새와 목리를 알기 쉽게 그의 경험을 담아 소개해줘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며 흥미롭게 읽어내려 갔으며 가끔씩 눈을 가만히 감으며 상상 속의 나무 냄새를 맡곤 했다. 나무의 향이 내 코를 스치는 느낌마져 들었다. 그 냄새가 실제 그 나무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면 어떠랴. 이내 다시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책갈피마다 소개된 그의 작품들을 보는 즐거움에 어서 책장을 넘기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곤 했다. 실제로 작품을 접한다면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그가 만든 의자나 책상들이 어찌나 갖고 싶은지... 그가 딸을 위해 혹은 그 자신을 위해 만든 장난감들을 보며 눈요기를 하기도 하고 장난감 하나하나에 얽힌 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어느 작품하나 무심코 만든 것이 없음을 깨닫곤 했다. 많은 장난감 중에서도 나무로 깍은 책벌레 이야기를 테마로 한 목물들이 인상적이다. 벌레하면 징그러움이 떠오르는데 그가 만든 작품은 친근하다. 그 중 책 속을 헤엄치는 벌레는 귀엽기까지 하다.
나무와 쇠는 상극인 듯 하면서도 서로 뗄 수 없다. 나무를 더 잘 다루고자 나무 다루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쇠를 자유자재로 다루고자 스스로 익힌 용접을 이용하여 만든 그의 쇠로 만든 작품 속에서 그의 타고난 솜씨, 손재주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그의 상상력으로 각기 다른 독특한 작품도 볼만 했지만 그가 만든 목물에 더 큰 관심이 갔다.
목수 일을 하며 다루는 날카로운 연장에 심하게 상처입기도 했지만 그 두려움에도 계속 목수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나무 사랑과 일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나무를 다루는 일이 무척이나 즐거운 그의 마음이, 목수 일이 천직이라 여기는 그의 마음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
그가 만든 목물과 목물과 관련된 그의 소소한 경험을 옛 이야기 듣듯이 읽으며 그의 이야기 에 잠시 한눈팔 틈이 없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따라가며 그의 가치관도 엿볼 수 있었으며 목수 생각에 나타나는 그가 사색들은 나도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자연, 시골, 도시, 문명,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정말 멋진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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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우리집 옆집에는 목수 아저씨가 한분 계셨다. 덥수룩한 머리에 수염, 너털 웃음을 지으시는 소박한 모습의 아저씨. 사실 어릴적에는 그 아저씨를 아버지로 둔 옆집 언니가 매우 부러웠었다. 항상 멋진 물건들을 손수 만들어 주셨기 때문이다. 그 언니가 나이가 들어 더이상 어릴적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책상을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는 운좋게도 그 책상을 물려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어찌나 정교하고 정성스럽게 만들었던지, 네모난 책상에서 뽀족한 모서리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서랍 손잡이도 둥글게 깍아서 예쁘게 모양을 내놓았고,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책장도 아주 견고하게 만들어진 책상이었다. 그런 물건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아버지를 둔 언니가 정말 부러웠었는데, 정작 그 언니 자신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았다. 왜냐하면 적어도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목수'라는 직업은 전문직이라기보다는 서민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목수는 목수일 뿐이다. 처음 이 책의 표지에 스케치 되어있는 도안들(디자인들)을보면서 나는 DIY 관련 서적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한장 두장 책을 넘기면서 그건 나의 오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DIY와는 거리가 먼 책이다. 목수 김씨는 국문학과 미술학을 공부하고, 목수일을 시작한지 겨우 10년 밖에 되지 않는 초보 목수이다. 사실 한 분야에서 10년 동안 일을 했으면 숙련직이라고는 할 수 없더라도 초보는 아닐텐데, 목수 김씨는 자신을 그렇게 말하고 있다. 쇠를 다루는 대장장이는 시대에 따라 연금술사가 되기도 하고, 기술자가 되기도 하며 과학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무를 다루는 목수는 과거든 현재든 그냥 나무를 다루는 목수일 뿐이다. 예술가도 디자이너도 아니다. 목수는 물질의 변화를 꿈꾸지 않는다. 다만 물질의 변형이 주는 이로움을 생각할 뿐이다. 목수는 목수일 뿐이다. (p. 343) 목수는 디자인을 하지 않는다. 목수가 예술가도 디자이너도 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목수는 예술적인 감각을 살려서 디자인을 하며 물건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목수 김씨가 말하는 목수는 단지 이 산 저 산 굴러다니는 나무들을 구해서, 그 나무들을 보고 쓰임새를 생각하며, 나무의 형태나 결을 따라서 디자인하고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다. 예술성을 고려해서 디자인을 만들고, 그 디자인에 어울리는 나무를 구해 물건을 만드는 것은 목수가 하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목수는 어느 누구보다도 나무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나무의 성격과 심성을 잘 파악해서, 거기에 어울리는 물건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목수는 나무에 칼을 대고 잘라내지만, 어찌보면 나무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은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야. 단지 재료와 용도를 연결해주는 데 필요한 절차이기는 한데, 이미 재료가 결정되고 용도가 분명해지면 그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단순한 통로를 찾아내는 것이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지... 쓰임을 찾다보면 디자인은 뒤따라지고, 거기서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아닌가?...아름답게 보여야 한다거나 세련되게 보여야 한다는 의도를 디자인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그게 우선되어서는 주객이 전도된다는 말이지. 물론 그게 예술가와 목수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말이야. (p. 279~280) 소박해도 목수가 좋다. 영화 속에서 나무를 다루는 사람들을 보면 매우 화려하고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목수 김씨는 아직도 초보에서 벗어나지 못한 소박한 목수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좋아졌다. 나무는 쇠붙이나 플라스틱과 같은 다른 재료들에 비해 매우 소박한 재료이다. 그러니까 그 나무를 다루는 사람은 소박할 수 박에 없다.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는 솔직하고 겸손한 사람, 목수 김씨. 소박해도 나는 그런 목수 김씨가 좋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