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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살면 뭐하나 싶을 때가 있다. 아침 출근길 만원전철 안에서 옆 사람과 조금이라도 많은 공간을 차지하겠다며 무언의 신경전을 벌일 때,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좀더 빨리 주는 줄을 찾아 힐끔거릴 때, 남의 행운 때문에 배가 아플 때 등등.. 아무리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아도.. 어제가 오늘 같고.. 또 내일이라고 다를 것 없는 게 인생이란 생각이 들면.. 정말.. 딱.. 다 집어치우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책을 집은 것도 그런 날이었다. 머릿속엔 지우개가 있는지 맨날 까먹고.. 그 덕에 있는대로 구박받곤 외근을 핑계대고 나와버린 어느날.. 날씨는 기막히게 좋고.. 기분은 그에 비례해서 우울했던 날.. 책이라도 읽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를까 싶어서 서점을 찾았다. 그리고 신간소설 코너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이 아이를 만났다. 무겁고 우울한 건 사양하고 싶었던 차라 A급 코미디라는 광고문구에 낚여.. 낼름 집어오고 말았다. 참.. 책을 읽으며 많이 키득거렸다. 대들었다가 밟히고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대드는 주인공을 보면서.. 이 아저씨.. 어쩔라고 그래.. 싶다가도.. 주인공이 흔들릴 때마다 조금만 더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나 할까.. 솔직히.. 주인공만큼 구박받고 사는 것도 아니면서.. 책 읽는 내내 어찌나 내 처지와 오버랩되던지.. 키득거리면서도 마음 안쪽은 싸해왔다. 다 읽고 나니 마음 한켠이 후련해지는 것 같다. 아.. 이걸.. 카타르시스라고 하는 건가보다.. 싶기도 했다는.. 쨌든.. 우울한 날.. 기운 내고 싶을 때 읽으면 딱 좋은.. 나와 당신에게 화이팅을 외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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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다. 별 말이 다 있지만 나는 여전히 내 주인공으로 고결한 사람을 택할 수 없다.
한국어 번역본은 영국 코미디 영화 캐릭터 ‘미스터 빈’을 연상시키는 제목과 얄궂은(?) 표지 그림 때문에 가벼운 코믹물 같지만, 작가가 하진이고 보면 작품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걸 예감할 수 있다. 습자지처럼 얇아서 첫 장만 읽어도 결말까지 훤히 알 수 있는 작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차피 결론이란 새드 엔딩 아니면 해피 엔딩, 둘 중에 하나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하진만의 매력. 주인공과 그가 처한 상황에 완전히 몰입하여 작품을 끝까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같이 웃고 같이 우는. 중국이라는 특정한 국가의 특정한 시기, 특정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그 모든 경계를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진 이야기이다. 주인공 샤오 빈은 비료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이다. 모든 사건은 아파트 배분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아내 메이란, 딸 샨샨과 함께 아내가 일하는 백화점 기숙사의 작은 방에서 사는 빈은 이번엔 꼭 비료 공장의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의 예상을 깨고 엉뚱한 사람들이 입주를 하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한 빈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비료 공장 고위층들의 부조리와 부패를 비판하는데(공정하게 일을 하지 않고 뇌물을 받고 부당하게 일을 처리한다 등등)… 그러다보니 비료 공장이나 지역의 지도자들과 사사건건 부딪힐 수밖에 없다. 리우나 마, 양에게는 이 ‘하찮고 보잘 것 없는’ 빈이 파리나 모기처럼 귀찮은 존재가 된다. 손바닥으로 탁 쳐서 죽여버리거나 손을 휘휘 저어 쫓아내버리고 싶은. 빈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비료공장의 고위급들은 어떻게든 빈을 몰아내려고 하는데… 여기서 빈의 눈물겨운 악전고투가 시작된다. 결국 고위급 지도자들의 훼방과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어찌어찌하여 대학에 도전, 대학 진학에 성공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대학 입학을 위해서는 비료 공장 지도자들의 허가가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지도자들이 빈을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이 빈의 보너스를 삭감하고 그를 때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대학에 못 가게 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빈의 인생을 망쳐버렸다. 희망이 없다면 난폭해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166) 이를 부탁하기 위해 마를 찾아가는데, 뇌물로 준비한 게 인도 사과 네 알일 정도로 빈과 메이란은 매우 순진하다. 그런데 그게 덜컥 뇌물 공여로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거다.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그냥 조용히 살면 됐을 걸, 부러 일을 만드는 건가? 긁어 부스럼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자신을 ‘큰 거북이’라고 생각하는 빈은 이 작은 연못 속에서의 삶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 뼛속까지 프롤레타리아인, 조상 대대로 무산자 계급이었던 빈의 좌충우돌 인생기는 시종일관 의도하지 않은 유머를 동반하지만 그 웃음의 뒤엔 씁쓸함이 묻어 있다. 빈에게는 빈을 도와주는 친구들인 옌, 지앙, 송이라는 친구들이 있다. 이들의 도움으로 결국은 전화위복이 되는데, 이 과정이 가히 유쾌하지만은 않다. 물론 결론적으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라고 당사자들은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누가 더 큰 거인의 어깨에 타느냐의 문제라는 점에서 말이다. 역으로 말하자면 거인의 도움이나 힘을 빌릴 수 없는 난장이들은 억울하지만 참거나 분노하며 사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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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빈이란 영화때문이였을까? 책이 왠지 코믹하거란 생각으로 읽게 된 것이.. 사실 중국소설은 많이 접하지도 못했고 알고 있는 것들이 많지도 않다보니 자주 접하지는 못한것 또한 사실이라 조금은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고르게 된 책이였다.
글의 배경은 현재가 아닌 중국의 과거가 된 공산당시절에 노동자의 부당함을 미스터 빈이란 사람의 행동과 모습들을 통한 이야기구조였는데..
과거나 현재나 중국이나 우리나라나 정치적관료들의 행동거지들은 어쩜 이리도 닮은 곳이 많을가 하는 공감을 하게 만든 소설이였다. 그래서 다소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이지만 주인공 빈의 엉뚱하기도 하고 즉흥적이기도 한 계산되지 않는 행동들의 모습들이 오히려 웃음을 짓게 하여 울고 싶어지고 답답해 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미소가 나게 하는 그런 소설이라..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것같다.
역사적사명감으로 무장하여 정의에 대항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인간적인 연민도 느낄 수 있었고...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어떤 식으로라도 대항 할 수 있는 미스터 빈이 나보단 훨 멋진 사람이란건 인정하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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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을 통해 조사해 보니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하진 선생의 책은 모두 8권이다. 그중에서 이달에 알게 된 하진 선생의 책을 6권을 샀고, 이 책까지 해서 모두 4권을 읽었다. 지난 열흘 동안에. 그리고 지금은 <기다림>에 이어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른 <전쟁 쓰레기>를 읽고 있다. 읽을수록 진국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가다. 기회가 된다면, 영어로 쓴 그의 원작도 한 번 읽어 보고 싶다.
<니하오 미스터 빈>은 사회주의국가 중국의 비료공장에서 일하는 소시민 샤오 빈의 이야기다. 6년 동안 비료공장에서 열심히 일한 샤오 빈은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아파트가 당연히 자기 몫으로 돌아올 줄 알았지만, 돌아온 건 실망뿐이다. 정규 교육을 받진 못했지만, 중국 고전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서예와 시가에도 일가견이 있는 샤오 빈은 자신의 특기인 예술적 감상을 살려 비료공장의 리우 서기와 마 공장장을 비판하는 풍자만화를 발표한다.
샤오 빈의 이런 시도에 가만있을 지도자들이 아니다. 그들은 즉각 샤오 빈에 대한 보복을 감행한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샤오 빈을 그들이 과소평가했던 걸까? 발끈한 샤오 빈은 하마성의 당 우두머리인 양 서기의 선거판에 뛰어들어 부패한 지도자들을 비판하면서 그의 낙선을 주도한다. 자, 이제 샤오 빈과 비료공장 지도자 간의 대결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리우 서기와 마 공장장은 샤오 빈이 과거에 저지른 사고한 잘못까지 모두 밝혀내 그를 정신질환자를 몰고 간다. 한술 더 떠서 전직과 대학진학을 원하는 샤오 빈의 소망을 무산시켜 버린다. 인민을 위해야 하는 자리에 고위직에 있는 지도자가 개인적 원한으로 소시민을 탄압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뛰어난 전략가인 샤오 빈은 이 사태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동지의 지원을 받아 아파트 주거권 때문에 시작된 이 사건을 전국적인 이슈로 몰고 간다. 자, 이들의 막장 대결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그 전개가 흥미진진하다.
<니하오 미스터 빈>에서 하진 선생은 아파트를 얻겠다는 작은 꿈에서 시작된 어느 소시민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전 프로젝트를 독자에게 보여준다. 샤오 빈이 무슨 거창한 것을 소망했는가? 단지 아내와 딸이 살 작은 자신만의 공간을 원했다. 하지만, 지독하게 편협한 사고로 똘똘 뭉친 공산당 관료들은 자신들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물론 샤오 빈의 끝 간 데 모를 자신감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지도자가 보여주는 부조리에 같은 소시민으로 공감대가 절로 형성됐다.
샤오 빈의 작은 소망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어느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구조적 모순을 겨냥한다. 리우 서기와 마 공장장은 샤오 빈에게 인격적 모독을 가하고, 엉덩이로 깔아뭉개는 부당한 대우를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억울한 경우를 당했을 때, 소시민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가? 그냥 참고 넘어가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의 샤오 빈은 순간의 수모를 참고 반격을 도모한다. 물론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옌 푸 같은 동지들과 연대한다. 이 연대가 궁극적으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된다.
마치 세상 물정 모르고 돈키호테처럼 좌충우돌하는 샤오 빈의 모습을 보면서 후련하면서도 동시에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하진 선생이 만들어낸 이 멋진 캐릭터는 독자의 공감대를 샀는지 모르겠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소시민이 붓 한 자루로 거악에 맞서 싸우는 장면은 정말 통쾌했다. 그건 아마도 현실세계에서는 거의 일어난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역설적으로 더 재밌지 않았나 싶다. 현실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적절하게 녹아 있는 <니하오 미스터 빈>에게 그만 반해 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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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중에 최근에 즐겨 읽는 작품은 위화와 하진이다. 특히 하진의 글은 중국인이 영어로 쓴 소설중에는 최고라고 생각된다. 피아오아저씨의 생일파티, 남편고르기, 또 이 책에서 보여주는 문장은 가독성이 좋도록 쉽고 짧게 쓰면서도 인간의 천태만상 희노애락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묘사할 수 있는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다.
'연의 쫓는 아이' '천개의 찬란한 태양'의 할레드 호세이니도 이렇듯 쉬운 문장을 사용한 것으로 기억한다. 옳거니 타 언어권 출신 작가가 영어로 글쓰기를 할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하나의 힌트를 얻는다. 좋은 글에는 언제나 플롯과 아이러니가 있다.
각각의 책은 각각의 독서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고 한 보르헤스는 천국은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처럼 생겼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또한 지옥도 만지면 가루로 부서지는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일 것이라 상상해 보았다. 천국에서는 책이 매순간 기쁨으로 다시 태어나는 반면 지옥에서 책은 죽음을 맞이하고 고통과 상심을 줄 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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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하마성 화학 비료공장의 6년차 노동자인 샤오 빈은 새 아파트가 간절히 필요하다. 아내의 회사 기숙사에 딸린 단칸방에서 세 식구가 살아 왔는데, 아내의 바가지는 나날이 심해지고 아이는 쑥쑥 자라나고 있으며 무엇보다 아마추어 예술가인 자신이 맘 편히 서예와 그림에 몰두할 수 있는 작업공간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아아, 정말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이 동네나 저 동네나 사는 건 참 고단하다. 인민 공사의 양 첸 당서기, 비료 공장의 리우 슈 당서기, 비료 공장의 마공 공장장이 어리숙한 빈을 무시하고 절망에 빠지게 하는 3인방이다. 상사들의 처사에 화가 난 빈은 풍자화를 그려 지역 신문에 싣는다. 풍자화로 상사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상사들에게 더욱 더 눈엣가시가 되고, 빈은 또다시 풍자화를 그린다. 빈은 모든 노동자를 대신해서 부패한 관리들에 맞서는 투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처럼 코믹한 소설이 조형미, 세상을 바라보는 그윽한 눈, 단순함과 평범함을 가장한 깊이, 빼어난 유머와 아이러니와 페이소스 등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즉, 품격을 갖추고 있다는 말이다. 거의 밋밋함에 가까운 문장에 감정의 힘을 자연스럽게 실어내고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며 그 묘미를 살려내는 건 보통의 작가에게는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소설에서 극적인 부분이 더욱 극적인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평범하고 단순한 문장이 한몫을 한다. 그의 소설이 갖고 있는 흡인력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소설이 쉽게 읽힌다 그러다 보니 쉽게 쓴 것 같은 인상을 주지만, 그것은 작가가 수없이 갈고 닦으며 공을 들인 결과이다.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에서부터 성인독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예술성을 갖춘 소설을 만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을 둘러보면 심각하면서 좋은 소설은 얼마든지 있지만 이 소설처럼 코믹하면서도 호소력이 있는 좋은 소설을 쉽게 찾기 힘들다. 삶의 단편을 때로는 예리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보여주는 그의 단편소설들이 지닌 장점과 삶을 그윽하게 조망하는 그의 장편소설들이 지닌 장점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는, 길지도 짧지도 않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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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읽는 내내 미스터 빈이 떠올라 샤오 빈이라는 주인공이 너무 귀엽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분명 뭔가 잘못된 일 때문에 나 역시 회사에서 한번씩 윗상사에게 대들기도 하고 몰래 궁시렁대기도 하지만, 빈처럼 그렇게 멋지게 일격을 가하지는 못했다. 멋져요, 샤오 빈~ 어찌보면 고집이고 뚝심이지만 그래도 한번 벽에 부딪혔다고 굽히지 않는 모습이 표지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빈 같아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진이라는 작가에 대해서 아는 바 없고, 지금껏 읽은 책도 없지만 왠지 이 작가 좋아하는 소설가 중의 하나로 등록해야 할 것 같다. 돈키호테 같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소시민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미스터 빈, 어쩌면 우리 모두가 돈키호테처럼 부딪히고 터지고 깨지고 싶지만 감히 용기를 내지 못한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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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도 90%
분량도 길지 않고, 쉽게 읽히기도 하고, 재미까지 있는 소설.
사회주의 중국에서 벌어지는 돈키호테 같은 주인공의 인생역전 과정을 보여주며, 중국의 문제 뿐만 아니라 인정받고 싶어하는 한 인간의 욕망을 잘 보여준다.
사원아파트 추첨에 떨어진 뒤 관리자들에 불만을 품고 신문사에 풍자화를 보낸 샤오 빈. 심기가 불편해진 상사와 동료들의 구박에 반발하여 빈은 더 높은 관리자들에게 편지를 쓰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롱과 멸시뿐. 이제 아파트가 문제가 아니라 서화와 전각에 능한 자신을 멸시하는 답답한 사회주의와 사리사욕에 눈이 먼 관료들에 대한 저항과 피억압자들의 연대, 그와 더불어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은 개인의 가치 실현의 욕망이 어우러져 일대 소동극이 벌어진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집에 대한 욕구에서 시작해, 관료주의를 넘어, 개인들의 연대와 자아 실현이라는 주제로까지 이어지는 소설은 근대 중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며,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 미스터 빈은 중국판 돈키호테라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다분히 영국 코미디 미스터 빈을 의식한 책 제목은 엄청난 집착과 그러면서도 끝까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야 만다는 점에서 원조 미스터 빈에 전혀 뒤지 않으며, 시종일관 담담한 문체로 코믹한 상황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훌륭한 풍자극이라 하겠다. 물론 원제인 'In the pond'가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은 주인공의 처지와 욕망을 더 잘 드러내 주긴 하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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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작가 하진에 대해서 알아본다. 하진은 중국에서 태어나 헤이롱지앙대학과 산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브랜다이스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붉은 깃발 아래에서>, <광인>, <전쟁쓰레기>등이 있으며 2회에 걸쳐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오른 유명작가이다.
미스터 빈은 중국 하마성 화학 비료공장의 6년차 최고참 노동자다. 그와 그의 가족은 아파트가 간절히 필요했다. 아내의 회사 기숙사에 딸린 단칸방에서 세 식구가 살고 있는데, 아내의 바가지는 점점 심해지고 아이는 쑥쑥 자라나고 있으며, 무엇보다 아마추어 예술가인 미스터 빈이 맘 편히 서예와 그림에 몰두할 수 있는 작업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는 공장에 새로 할당된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으리라는 꿈에 부푼다. 그런데 주택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입주자 명단에 미스터 빈의 이름은 빠져 있다. 그는 절망하고 분노한다. 언제나 그래왔듯 이번에도 지도자 동지들의 농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비리와 부패 속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당한 미스터 빈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이것을 알리려고 한다. 인민 공사의 양 첸 당서기, 비료 공장의 리우 슈 당서기, 비료 공장의 마공 공장장이 빈을 무시하고 절망에 빠지게 하는 3인방이다. 상사들의 처사에 화가 난 빈은 풍자화를 그려 지역 신문에 싣는다. 풍자화로 상사들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데는 성공하지만 상사들에게 더욱 더 눈엣가시가 되고, 빈은 또다시 풍자화를 그린다. 빈은 모든 노동자를 대신해서 부패한 관리들에 맞서는 투사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관료주의에 맞서 싸우는 빈의 행동은 문화 대 혁명기에는 위험하기만 한 것이지만, 빈이 그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소설은 해학과 풍자, 신랄한 블랙 유머가 가득한 한 돈키호테적 인물의 이야기가 된다. 작가는 노동자의 천국에서 한 노동자가 꿈을 실현할 수 없도록 하는 관료주의를 냉소적으로 그리면서 의외의 반전으로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한다. 자신의 불합리한 대우를 밝히고 고발하는 미스터 빈이 너무나 부럽고도 존경스러웠다.
미스터 빈이 주목을 받기 위해, 또 복수심으로 인해 사건을 크게 만든 일이 가슴 아픈일 이지만 우리 세상은 그렇게 과잉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주목하지 않고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미스터 빈의 행동에 도덕적인 문제가 있긴 했지만 나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고위층이 소시민인 미스터 빈을 이용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는 것 또한 불합리한 일이다. 물론, 언론의 힘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가 있었지만 고위층이 미스터 빈에게 그 권리를 준 것은 자신이 미스터 빈을 이용하기 위해서 였다. 그것이 참으로 가슴 아팠다.
미스터 빈을 통해서 많은 것을 느낄수 있었다. 불합리한 대우를 당하면 그 즉시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익숙하지 않지만 그 말을 당당하게 내뱉게 될 그 날을 상상해본다.
조만간 내 가족을 위해 좋은 아파트를 얻어내고야 말겠다! 그들이 아파트를 주지 않으면 끝없이 물고 늘어질 것이다! (p.63) 친구들이 깊은 물과 뜨거운 불 속에 들어가 있는데, 어찌 그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랴?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더 이상 꾸물거릴 여유가 없었다. (p.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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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빈씨... 재미있는 제목이다. 영국 코메디인 미스터빈도 떠오르고, 니하오로 시작하니 중국이야기구나 알기도 쉽고. 여러 신문에서 소개되기에 읽어봤는데, 읽는 동안 힘없고 소심하기만 하던 빈씨의 오기어린 반항이 눈덩이처럼 커져선, 적도 많아지고, 아군도 많아지는 그래서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부조리에 도전하는 듯한 심각한 상황에 빠져드는 것을 따라가다보면 "오호~, 오호~"를 연발하게 되는 즐거운 책이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결국 작가는 각자의 치기어린 작은 행동이 모여서 큰 사회가 만들어짐을 공산주의 사회나 자본주의 사회나 개인의 영웅적인 행동으로 세상이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책속 미스터 빈의 역정을 지금 내가 격지말라는 법이 전혀없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지만 자꾸 곱씹게 되는 내용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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