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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1900년을 전후해서 문학사를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 무렵 외세에 의해 국권을 빼앗기고, 끝내 식민지 하에서 살아야 했던 상황으로 인해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은 전혀 별개인 것처럼 여겨지던 관점이 형성되었다. 무능한 권력자들로 인해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게 되었고, 그들이 주도했던 고전문학의 유산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거부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당시에는 특히 한문으로 작성된 작품들은 한국문학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배타적인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고, 문학 역시 재래적인 방식이 아닌 서구의 양식을 받아들여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그것이 이른바 ‘이식문화론’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었고, ‘근대 문학’은 ‘근대 이전’의 문학과는 달라야 한다고 여겨졌다.
이러한 움직임이 해방 이후까지 영향력을 까쳤고, 한국문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던 1950년대가 되어서야 ‘근대 이전’의 문학 모두를 문학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관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20세기를 전후하여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구분하고, 그들이 전혀 별개의 문학 현상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잔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고전문학과 현대문학 사이의 문학적 유사성에 초점을 맞추었던 ‘전통 계승론’의 관점에서 더 나아가, ‘진정한 연속성은 차이성의 인식을 통해 더 선명하게 밝혀질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자 한 연구 결과이다. 특히 고전시가와 현대시를 연구 대상으로 삼아 미학적으로 접근하여 각각의 문학 현상들이 지니고 있는 특징들을 살펴보고자 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고전시가와 현대시를 전공하는 5명의 연구자들이 한국시의 ‘시학적 전통성’을 구명하려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학문적 장벽’이 여전히 강고하게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작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여겨진다. 1부에서는 ‘한국시의 미학적 패러다임과 시학적 전통’이라는 제목으로, 고전시가와 현대시를 관류하는 면모를 이론적으로 탐색하는 연구 결과물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서 ‘수사적 전통과 패러다임이 변모’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수사학의 관점에서 상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기존의 작품을 토대로 새로운 작품으로 지어내는 ‘패러디’, 비유를 기반으로 원관념을 추론하게 만드는 ‘알레고리’, 그리고 같거나 비슷한 표현들을 나란히 제시하는 ‘병렬’ 등의 수사법이 한국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계승되었는지를 고찰하고 있다. 수사법을 통해서 고전시가와 한국시의 특징을 고찰함으로써, 서정 갈래인 시에 드러난 특징들을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자연시의 전통적 세계관의 변모’라는 제목으로, 고전시가와 현대시에서 자연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를 살피고 있다. 특히 시조와 가사 등에서는 자연이 주요한 시적 대상으로 등장하며, 조선 전기 문학사에서는 이를 ‘강호시가’라는 용어로 규정하고 있다. 현대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른바 생명파와 청록파 등의 작품에서 자연이 중요한 시적 대상으로 자리를 잡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대상으로 삼은 작품들을 ‘자연시’로 규정하면서, 그것이 한국시의 전통으로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시의 미학적 패러다임이 온전히 규명되었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이론과 작품 분석을 통해 그 실체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결과를 도출했음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전통계승론’과 ‘전통 단절론’이라는 용어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여겨지는 시점에, 이 책은 이론과 분석을 통해 한국시의 시학적 전통을 구명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