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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든 시기를 놓치면 안되는 일이 반드시 있었나보다. 이 책의 단행본이 한참 돌고있을 무렵엔 구매력이 없기도 하였거니와, 소장하고는 싶지만 그 대상이 만화책? 이라는 스스로의 저울질 상태에 있어 미적미적 구입을 미루기도 했었다. 그 결과 내 손에 남은 것은 [소년별곡] 1~2권. 3~4권은 절판이어서 구할 수 없습니다-라는 과거 어느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답변. 지금의 나는 후회하고 있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분명 어떤 책이든(비단 만화책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한번 읽어보면 족할 일회성 책이 있고, 두고두고 곁에 두어 읽음이 좋은 책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개개인의 다양성만큼이나 개별적이고 무규칙할 것이며, 적어도 내게 있어서 이 책은 일회성의 그것은 아니었다.
스스로가 만화를 그렸었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쪽계의 친구들이 많은 덕에 나는 이 만화의 특이성을 일찌감치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책방에서 특별히 찾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확인하기 어렵겠지만. 이 [소년별곡]이란 작품에는 흔히 음영의 표현이라던가 하는데에 쓰이는 톤이 전혀 들어가있지 않다. 오로지 펜선으로 모든 톤을 대체했으며, 그런 이유로 찬찬히 작품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다른 만화들과 차별화된 기법에 의한 즐거움이 있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곁에 두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 뿐일까. 비단 이 작품에서 뿐이 아니라, [M & M]과 같은 작품에서는 윤곽선을 그리지 않은 상태로 음영만을 드러내어 물체를 표현하는 기법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만화-와 미술작품-의 중간쯤..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상당히 인상적이었고, 그것이 나에게 있어 '김은희'라는 작가의 개인특성을 인지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또 한가지. 이 작가의 컬러링은 상당히 독특하다. 개인적 바램으로는 일러스트집이 꼭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치 유화를 보는 듯한 컬러링. 특히나 소년별곡은 남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만큼, 인물들의 일러스트가 많은데 그 인체의 색감이라던가, 그것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라던가 하는 것에 첫눈에 반했었다. 물론 지금 보아도 가슴이 뛰는 건 여전하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글쎄. 남장여자의 눈에 들어온 남학교의 풍경-이라는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일지도 모르지만, 같은 소재라도 풀어가는 방식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어쨌건간에 끝까지 다 읽고 났을 때, 따스함과 잔잔한 흐뭇함을 느끼며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정도라면- 그 책의 선택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만 세월의 흐름을 감안하더라도, 책의 종이질이라던가 제본상태는 좀 아쉽다. 상당히 아껴가면서 본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비록 책을 포장해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누렇게 변색된 책장이라던가, 군데군데 갈라진 제본이 마음아프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책을 만들어주었다면 나같은 소장파들에게 작지않은 큰 기쁨이 되었을텐데.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아픔에 비하리요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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