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등 sns를 보면 가끔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후손을 도와달라는 광고가 보인다. 후원을 해주면 기념품을 준다는 등의 글인데 이런 광고를 해서 후원을 모아야만 할 정도로 그들이 그렇게 어렵게 사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독립운동 유공자들의 후손이라면 나라에서 어느 정도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일까. 그렇게 하지 못하는 데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본 시사 잡지의 기사에서는 유공자의 후손도 아니면서 후손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냥 일반적으로 조용히 살아간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이다. 자신들이 후손임을 주장하며 그것을 이용해서 옳지 못한 일을 했기에 그런 기사가 났을 것이다. 소설 속의 대사가 얼마나 정확성을 띄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정확한 통계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일본의 치하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한 것은 다 저런 친일파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들만 없었다면 동포가 동포를 괴롭히는 저런 만행만 없었다면 우리는 훨씬 더 빠르게 독립을 외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더 열받는 것은 저들이 그때 모아둔 재산이나 그런 것들로 후손들도 아주 잘 살고 있다는 점이다. 저들의 재산은 몰수된 일도 없고 저들이 친일파라고 해서 무슨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어찌 그럴 수가 있는가. 당한 사람만 억울할 뿐이다.
한강 1권에서 학생이었던 유일표 유일민 형제는 각각 결혼해서 가정을 일구었다. 아무것도 없이 서울로 올라와서 이제는 자리를 잡은 그들의 인생이 값져보인다. 그들이 그렇게 성장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한 축을 담당한 그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변의 시기였다. 그 시대를 살아낸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잘 살아왔다고 잘 이겨냈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할 것이라 생각된다. 공장에서는 노조를 해산시키기 위해서 성폭력이나 강압을 계속하고 친일파들은 여전히 잘 살고 경기는 어렵고 아무리 일해도 집 한칸 장만하기 어렵고 있는 사람들만 부유함을 누리고 그런 일이 계속되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은 여전히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르지 않다. 이야기는 광주로 간다고 하며 끝이 난다.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 시기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도 많다. 한강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는 여전히 한강처럼 흐르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용히 흘러가는 한강은 말이 없다. |
| 처음 이 책을 잡았을땐...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한 권 한 권 읽으며, 나도 모르게 책 속에 빠져 버리고 10권을 다 읽고 나서는 아쉬움에 한참을 아무 책도 손에 잡지 못했다. 분명 조정래 선생님은 한강 다음의 이야기를 또 우리에게 써 주실거라 기대하며..... 책 읽는 동안 나는 없었다.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특별한 주인공이 없는 이 책 속의 모든 주인공이 되어.. 나도 모르게 그들의 고통을 즐거움을 행복을 좌절을... 같이 느끼고 있었다. 경제 발전이란 틀 속에.... 가난이란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사람들... 하지만 더 깊이 빠져들수 밖에 없는... 가난의 늪.. 그 시댄 왜그렇게.... 권력앞에 모두가 무녀져 버려야 했는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돈과 권력이면 뭐든 다 이룰 수 있는 세상... 그 세상을 바꿔 보겠다고 나섰다간... 펴어보지도 못하고 져 버리는 꽃봉오리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싸워 보지만... 결국.. 권력앞에 자기 삶을 포기 할 수 밖에 없던 사람들... 아직도 우린... 권력이란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이 씁쓸하다... 나 자신도... 그 틀에 익숙해져.. 변화를 두려워 하는 건 아닌지... 권력과 돈의 편안함을... 놓치 못하고... 세상의 어두운 곳에서 눈을 돌려 버리고 살고 있는 것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권력의 틀이 결국 돈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때나 지금이나.. 앞으로 우리의 자식들이 살아야 할 세상에서 조차도.. 변하지 않을 것 같아.. 눈물이 나려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돈은 중요한게 아니야..."라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 있을까...? 물론 말은 하겠지만... 돈으로 아이들을 만들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아이들은 그 모습을 자연습럽게 배울 것이고... 결국 "이 세상에선 돈이 젤 중요해..." 라고 말해 버릴 것이다. 이 책에서도.... 나 스스로도 그 해결 방법을 모른다.... 결국 우리는... 계속 반복되는... 돈의 지배 속에... 어떻게서든... 그것을 얻기 위해... 남들보다 많이 얻기위해.. 세상과 싸우는 방법만을 알아 갈 뿐이다. 물론 한강 속 우리 부모님들이... 절대적인 권력 앞에 고개 들지 못한 시절에 비해, 지금의 권력은 함부로 남용하진 못하고... 국민들이 이젠 조금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권력속의 돈 앞에선 아직까지 고개 숙여야 하는 우리아닌가... 하지만... 언젠간 그 돈 앞에 당당히 고개들고... 돈이 전부가 될 수 없는 날이 올거란 기대를 가져볼 수 있기에... 지금의 현실에서도 꾿꾿이 견뎌야 하지 않을까...? |
| 한강을 읽으면서 절실히 느꼈던 생각은 내가 태어난 나라, 대한민국에 대해선 관심의 밀도가 너무 미미했다는 것이다. 전쟁이 끝난 후 해방후로부터 박정희 대통령 시해 당시까지 그 시대적 파도에 부딪쳐야 했던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의 자화상과 거대한 한국 근현대사의 발자취를 체험할 수 있다. 역사책에는 실리지 않은 진실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했던가. 한강은 아래로부터 끌어올린 팍팍한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조정래는 어떤 달란트를 부여받았길래....하지만 작가의 후기를 읽어본 후.온 생애를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싸워야 했던 인간의 거대한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고통이라는 단어조차 미흡하게 느껴질 정도였던 작가의 삶. 자기의 숙명을 사랑하고 거기에 빠져들었던, 중독된 삶이 무엇인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정래의 작품은 노벨상의 가치마저 하찮은 것으로 전락시켜 버린다. 그깟 상 하나 없어도 조정래의 위신은 흔들리지 않는다. 조정래의 작품은 우리 한민족 삶을 투영한다. 어리석은 세계화의 전략에 흔들리지 말 것은 말한다. 분단현실의 왜곡된 이미지를 곧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던 등장인물들의 삶은 이 땅의 현실이고 민중의 고단함 그것이었다. 그 삶의 고단함들과 작가가 버무려 낸 '한강'은 도도히 흐르는 한강의 세월만큼이나 넓고 깊다. 지금 한강은 너무 더렵혀져 있다. 개발의 이기심 속에 세파의 무관심 속에 말없이 고이고이 흐르는 한강은 물줄기는 결국 바다로 흘러가지만 그 바다와 한강의 최초의 수원을 잇고 있듯이 넓은 미래와 이 나라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잇는 단초가 되고 있다. 과거의 미래를 이어가는 세대와 세대를 이어가는,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사이에 놓인 경계를 뚫고 한강은 흐른다. 내 정신에도 흐른다. 무지에서 앎으로, 불신에서 믿음으로 그리고 확신으로 한강을 따라 흘러흘러 간다. |
| 마지막부분을 읽고나니 웬지 허전하다는 느낌이 있다. 애착이 가는 주인공부터 시작해서 살아서는 안되는 사람들까지의 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로 하여금 생각을 해보라는 메세지를 보내주는듯 하다. 역사가 그러했듯이 전혀 정리되지 않은 부분을 조금은 소설적인 부분으로 이해시키려 했다. 태백산맥,아리랑,한강을 통한 역사는 과연 무엇일까? 고민을 해본다. 승리자들의 역사와 그 승리자들의 뒷편에서 묵묵히 지켜만 봐왔던 역사중 지금의 승리는 누구에게 있는것일까? 감히 생각해보건데 아직도 이싸움은 끝나지 않은듯 하다. |
| 마법에 걸린 것 같다. 조정래의 책은 한번 놓으면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그의 책 아리랑도 시간 없다던 고3때 읽었다. 한강..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일단 읽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었고,10권이 한번에 나온 것이 아니라 1부를 읽고 손꼽아 2부를 기다렸다. 마지막 10권을 보다가 나온 갑자기 나온 <끝>은 다소 나를 당황스럽게 했지만 오히려 한강이라는 제목이 머릿속을 지나 갔다. 처음부터 특정한 사건과 시간을 두고 적은 것이 아니었다. 우리 삶의 부분을 담아 내고 슬며시 제자리도 돌아 온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도 시간이 흘러도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며 유유히 흐르는 그 모습 힘든 격변기를 이겨낸 민초들의 유연하고 끈질긴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리랑을 읽고 일제에 대한 반감이 더 생겼다면 한강을 보고 권력에 대한 반감과 불신이 더 커졌다. 그렇게 권력 다툼으로 자리를 뺏고 뺏기는 이 역사는 계속 이어질 건가 보다. 미처 알지 못했던 힘겨웠던 부모님 세대의 위대함에 다시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올바른 세상을 위해 몸을 내 던졌던 그 시대 지식인, 대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내 대학 생활을 다시 돌아 보게 만든다. 조정래의 소설은 재미만을 느끼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 온 국민의 필독서로 지정해도 마땅할 것이다. 읽고 나면 왠지 모를 가슴 뿌듯함과 넉넉함이 생기고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끝> |
|
'한강'이라는 책을 손에 잡아 10권을 하루에 한권씩 10흘만에 다 읽었습니다. 이책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전 26세의 직장인으로 전문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강'의내용이 너무 생소했습니다. 4.19는가 나오는 1권이 저에게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와 이책을 끝까지 읽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소시민들의 가난한 삶과 지친모습에서 우리 부모님들이 살아오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내가 그시대에 태어났다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저의 엄마,아빠가 너무 위대해 보였습니다.
봉재공장에서 먼지를 마시며 14시간씩 손이 뒤틀리도록 일하면서도 한달생활비에도 못미치는 돈을 받고 그 휴유증으로 죽어가는 여공의 모습은 너무마음이 아팠습니다. 학교다닐때 스치듯 지나가던 박정희대통령의 얘기는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제 의식속의 대통령은 어쩌면 사람들이 만들어낸 우상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그래도 박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이정도로 만들었지"라는 얘기를 들으며 컸던 저는 다른 모습의 박대통령을 보았고 그 모습에 실망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부푼희망을 안고 한강을 건너와 현실앞에 좌절하면 무너져간 사람들의 결실일것입니다. 지금도 변하지 않고 그때와 같은것이 하나 있다는것을 이책을 읽으면 뼈저리게느끼며 마음아팠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그들의 모습은 1960년대나 2000년대나 어찌 이렇게 닮은꼴인지....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우리부모님의 발자취를 저에게 일깨워준 이책은 저에게 큰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좋은책,머리가 아니라 마음에 남을 책을 추천해달라고한다면 전 '한강'을 추천할 것입니다.
전 다음주부터 '태백산맥'을 읽을것입니다. 그책에서 새로운 우리 역사를 알것같아 굉장히 기대됩니다. [인상깊은구절] |
| 나는 학교다닐때 암기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시험전 외우고 나면 그때뿐이고 시험이 끝나면 거짓말같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마 그런 경험은 나뿐만이 아닐것이다. 국사도 싫어하는 암기과목중 하나였다. 오랜 시간을 흘러 지금까지 와 있는 역사를 그 얇은 책속에 담아 놓았으니 그 수많은 옛얘기들이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처럼 머리속에 녹지 못하고, 굳어버린 돌빵처럼 딱딱하게 느껴지는것이 당연한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흐르는 역사 속에 있고 그 역사를 만들어 가지만 그렇게 역사와 나의 관계는 평행선을 그리며 서로 모른척 제 갈길만 갔다. 어느 할일 없는날 책방에서 우연히 조정래 선생님의 태백산맥을 접하게 되었다. 열권을 쉬지않고 읽었다. 마치 열권이 아니라 역사라는 장편소설 중에서 한권을 읽은 느낌이다. 그 후 아리랑과 한강에 이르기까지 조정래 선생님의 책을 읽는 느낌은 언제나 그렇다. 그 많은 얘기가 교과서에서는 단 몇페이지에 지나지않는다니 정말 딱딱해도 이런 돌빵은 없다. 조정래 선생님의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내 아버지며, 내 누이고 내 형이다. 그들은 태백산맥에도 아리랑에도 한강에도 있다. 태백산맥과 아리랑은 내가 태어나기 전 이야기지만 한강은 내 어린시절과 겹쳐진다. 할머니댁에 놀러가면 아침마다 온 마을에 울려퍼지는 새마을 노래, 마을 사람들이 일터에 나가실때나 약주를 드실때마다 쓰고 계시는 새마을 모자. 박태통령 서거때는 노란모자를 쓴 유치원 어린이들이 영전에 꽃을 꽂아 주었다. 나도 그중에 한명이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자라났다. 눈과 귀가 막혔다는 핑계보단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고 나만 생각하며 자랐나 보다. 우리 형제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조정래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 눈물이 난다. 아마도 머리보단 가슴이 먼저 읽기 때문일 것이다. 조정래 선생님의 책은 그렇게 나의 아둔한 머리와 가슴을 깨워준다. 한강을 기다렸듯이 또 다음작품이 기다려진다. |
|
대학생 때의 "태백산맥", 신입사원 때의 "아리랑", 이제 두 아이의 아빠로서 "한강"을 읽었다. 한강의 마지막 권까지 오는데 거의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마지막 권을 밤새 읽으면서 조금씩 정리되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한숨으로 끝을 맺었다. 다시 한강을 건너 려고 서울역에서 만나는 유일표의 모습을 보면서 첫권의 기차안을 생각하게 했다.
수없이 많은 등장인물 중에서 유일민을 나름대로의 주인공으로 생각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러나 동생인 유일표의 행동으로 내용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주변의 이상재, 원병균 등의 마음을 생각했다. '정의'라는 관점에서 한없이 힘없는 유일표의 출신과 부모님의 배경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민의 길을 주저없이 선택한 그의 결심에 숙연해진다.
소신민으로 살아가는 나의 처지를 보면서 일상의 사소한 것에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무언가 대의를 두고 살아간 적이 없었기에 그런 유일표의 마음에 존경심을 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자신의 앞가림에 사회의 정의는 애써 외면하고 살고있겠지 하고 스스로를 위안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쓴웃음이 지어지곤 한다.
이제 "아리랑", "태백산맥", "한강"의 순으로 다시 조정래님의 책을 다시 읽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인상깊은구절] "박정희. 그사람 대통령을 하기 전까지의 생애도 한마디로 하기 어렵게 복잡한데. 대통령을 한 동안의 공과도 한마디로 하기 어렵게 복잡해요. 그런데 잘못한 것 중에서 유신독재 다음으로 꼽혀야 하는 게 바로 그 지방색을 뿌리깊게 박은 지역 차별주의지요. 그것도 독재체제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한 방편으로 필연적인 산물인데, 어쨌든 그건 박 통이 크게 잘못한 거고, 나라 꼴을 위해서도 하루빨리 일소시키지 않으면 안돼요." |
|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문득 도도히 흘러가는 한강물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어떤 소릴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따글따글 들볶아대는 소리가 날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거대한 물줄기에 휘말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도 같다. 드넓은 한 줄기 강물에 수없이 내리꽂히는 빗방울들을 상상하노라니 흡사 걸작 <한강>을 이루어낸 숱한 민중들의 아우성 같기도 하다. 그렇게 대하소설 <한강>은 작지만 뭉치면 엄청난 힘을 발하는 작은 물방울 같은 삶들이 모여 영원토록 마르지 않을 새로운 역사의 강을 이루어 내고 있었다.
잇따른 분신과 투쟁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던 90년 대를 대학생 신분으로 보냈던 나는 <한강>을 읽는 내내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특히 감동적인 4.19 묘사 장면을 읽으며 나의 대학 생활은 얼마나 진중하고 실천적이었던가, 하는 부분에서 쉽게 세상과 타협하면서도 제 몸 하나 꿋꿋하고 당당하게 세우지 못한 자신이 그렇게 못나 보였다. <한강>은 적어도 내 생의 최초의 제대로 된 역사서이다. 역사는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라 하지 않았던가. <한강>은 귓속말로 소곤거렸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동시에 세상을 좀더 넓고 깊게 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물론 내 삶의 거울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6월 한달을 뜨겁게 달구었던 대~한민국! 아직도 그 함성이 귀에 쟁쟁하다. 세계가 놀랐으며 스스로도 우리의 저력이 놀랍기만 했던 붉은악마의 힘. 그 붉은 색은 산문집 <두부>의 박완서 작가의 말처럼 '역동적이고 정열적이고 아름다운 기쁨이 색'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것은 전쟁과 이데올로기 갈등을 겪지 못한 전후세대들만이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뿐이다. 부모님 세대들은 그 붉은 물결을 보면서 잠시나마 빨갱이, 북 등의 금기시 되어 온 말이나 금단의 땅을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더군다나 북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이나 월북한 가족이 있는 이들은 그 넘쳐나는 붉은 빛을 보고 어떤 감회에 젖게 되었을까. 나는 유일민, 유일표 형제에게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혀놓고 잠시 엉뚱한 상상에 빠져든다.
월북한 아버지로 인해 연좌제의 늪에서 청춘과 희망을 봉쇄당한 유일민과 유일표 형제의 상경으로 시작되는 <한강>은 유일표가 광주항쟁의 피비린내 나는 슬픈 잔해 속으로 다시 귀향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다. 유일민 형제를 주축으로 하여 굵고 잔 가지들을 쳐서 수많은 인물과 해외로까지 뻗어나간 방대한 스케일로 우리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작가 스스로가 현대사를 '분단의 강화 속에서 경제 발전을 이룩해 낸 시대'라고 표현했듯이 <한강>에서는 어떻게 정치적으로 분단을 강화시켜 왔으며 그 속에서 어떻게 경제가 발전해 왔는지 여러 인물 군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시켜 보여 주고 있다. 유일민 형제는 분단시대의 희생양이면서 역으로 연좌제의 올가미 속에 갇혀 철저히 정치적으로 이용당한다. 비단 유일민 형제 뿐 아니라 배상집 교수처럼 평범한 사람도 빨갱이라는 단 한마디에 양심을 버리면서까지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싸잡아 빨갱이로 몰아부치며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 쯤이야 식은 죽 먹기가 아니었을까.
<한강>의 또 하나의 거대한 축인 경제발전에 관한 해석과 묘사는 우리 경제가 단순히 한 지도자의 탁월한 경제개발 정책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으로 독일로 사우디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수많은 간호사, 광부, 군인, 노동자들이 눈물겹게 보내주었던 달라. 고 전태일 열사를 끝내 산화하게 만든, 최소한의 근로기준 조건조차 묵살해 버린 현장에서 하루하루 생존싸움을 벌이며 일했던 어린 노동자들의 희생. 무작정 상경한 시골처녀들의 모욕적인 차장생활과 매매춘의 손길을 쉽게 맞잡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 이 모든 것을 딛고 일어선 경제 발전인 것이다. 물론 경영자들의 입장과 고질적인 모순도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국가의 경제발전 뿐만이 아니라 개인의 출세를 위해 악착같이 일어서다 밟히고 또다시 일어서는 민초들의 삶과 쉽게 세상과 타협하는 지식인들의 비굴한 모습까지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칫 소외되기 쉬운 계층-양공주, 매매춘, 깡패, 넝마주이 등-과 주한 미군부대 내의 미군과 카투사에 대한 내용까지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도 <한강>의 중요한 특징일 것이다.
<한강>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먼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 친구들 부모님이 주인공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월남전의 후유증으로 돌아가신 삼촌이나 늘 사우디에 가신 아빠를 그리워했던 친구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한강>은 매순간 살아 꿈틀거리는 산역사로 다가왔었다. 마르지 않는 강물처럼 <한강>도 오래오래 쉼없이 우리의 의식 속으로 흘러들어 제4부는 '화해와 평화의 시대'로 마무리되어지길 기도한다. 결국, 작가가 그 기나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던 힘도 올바른 역사 인식이 오늘과 내일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으로부터 출발했을 것이 분명하므로. [인상깊은구절] 아마 동종끼리 싸우기로는 인간 당할 게 없을 거요. 종족이 다르다고 싸우고, 색깔이 다르다고 싸우고, 나라가 다르다고 싸우고,종교가 다르다고 싸우고, 이념이 다르다고 싸우고. 어찌 보면 인간의 역사라는 건 가장 잔인하고 가혹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싸워온 되풀이일 뿐이오.한강>한강>한강>한강>한강>한강>한강>두부>한강>한강>한강>한강>한강> |
| 3부까지 있는 책이야... 59년부터 시작하는 격랑시대와 서독의 원조를 찾아떠나는 유형시대 80년 5월 광주를 보러 내려가는 불신시대로 이책이 끝나.. 근데, 참 안타까운 것이 아직도 불신의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땜에 가슴이 아프더라... [아리랑]을 덮으면서 그 마지막의 허허로움과 그 다음의 역사는 무엇인가 늘 궁금했는데... [한강]의 마지막을 덮으면서는 이렇게 편지를 쓰지 않고는 베길수 없는 슬픔들이 있다... 우린 70년대에 태어나 배고픔은 모르지만 가난이 어떤 것인지는 대강을 알고, 먹고 사는 문제보다는 늘 사치스러운 고민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을 했다.. 누군가의 피땀으로 이룩해진 이땅에 어쩌면 나또한 그들의 피를 빨아먹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 뻔뻔함으로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역사라는 것을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인것 같다.. 엄마의 역사관이나 철학이 자식을 어떻게 키운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지금 네게 이 글을 보낸다... 59년부터 80년대까지 읽으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정말 편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한강]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다시 계획을 세운다... [아리랑]을 맨처음읽고 그다음 [태백산맥] 그리고 [한강]을 다시 한번 더 읽으려고 한다... 나의 계획이 또 나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한강]을 다 읽는 날 연락해라... 뭔가 해야할 일이 꼭 있을것 같지 않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