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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같은 시리즈인 <여신>이라는 책이 매우 흡족했기에 나는 큰 망설임없이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책을 구입하며 내가 기대했던 것은 인간의 존재를 압도하는 대자연의 신성함과 경이로움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다룬 것은 내 기대와 달리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이 지구에 새겨온 역사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때로 아득히 먼 과거에 인간이 신의 존재라 믿었던 자연 현상이나 자연의 일부일 때도 있고, 때로는 가까운 과거에 신을 기리기 위해 혹은 신을 압도하기 위해 인간이 축조했던 거대하거나 의미깊은 무엇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들은 매우 어설프고, 너무 많은 내용을 다룬 대신에 깊이가 없으며, 많은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며, 때로는 그 설명이 불친절하기도 하다. 그래서 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기대를 하지 않고 킬링타임용으로 혹은 머리맡에 두고 잠이 오지 않을 때에 잠시 동안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러나 이 책에 실린 대다수의 사진들은 눈을 깜박하는 찰나조차 아까우리만치 오묘하고 아름다워 가슴이 먹먹해지고는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표지에 실림 사진으로, 그것은 30~31쪽에 걸쳐 본문에 다시 실려있다. 그것은 애리조나 사막에 위치한 협곡이라고 하는데 그 협곡에 새겨진 무늬들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켜켜히 쌓여진 지층처럼 보이기도 하고, 모래사막에 새겨진 바람의 정교한 손길같아 보이기도 해서, 마치 누군가 의도하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하나의 작품과 같이 생각될 정도이다.
그렇게 때문에 글로써 지어진 이 책의 죄와 업보는 그 아름다운 사진 몇장만으로도 나를 압도하고 이 책의 과오를 용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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