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게 지식보다는 감성을 먼저 심어주고 싶다. 그래서 박물관이나 미술관 나들이, 여행을 많이 하고 싶지만 생각만큼 그 것이 쉽지않다. 이런 것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은 책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미술관'시리즈는 미술가의 생애와 예술세계를 동시에 볼 수 있어 아이들, 어른 모두에게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작품해설에 대한 이해가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려운 단어에 대해서는 해설을 달아 놓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 부모님과의 대화가 많이 필요할 듯하다. 내가 '어린이 미술관'시리즈 중 이 책을 가장 먼저 읽게 된 이유는 장애를 딛고 선 화가의 의지, 실험, 도전정신때문이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으며 화가의 정신세계와 미술세계에 흠뻑 빠져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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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꾸로 미술을 즐기고 있는 듯 하다. 화가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들을 배우고,그림을 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일텐데...나는 그림을 먼저 보고,무언가 느낌이 오면,그 화가에 대한 또 다른 것들을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
몇해전 조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재미있고,내용도 알차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데,그렇게 선물을 해 주면서 나는 정작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아마도 아이들의 눈높이 책이라 유치하지는 않을까 하는 건방진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마침 다시 이 책을 볼 기회가 생겨서, 책장을 넘기며 그림을 보는데 어린이들만 볼 책은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 우선 책 속에 나오는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었고,간단한 스토리들이나,핵심이 되어 줄 만한 이야들의 구성이 알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림을 어떻게 그리게 되었는지,그림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운보가 생각하는 그림이란 어떤 것인가 등에 대한 화두들을,어떻게 보면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그림에 담겨 있는 철학들을 알기 쉽게 설명 해 주고,그림을 통해 한 번 더 이해를 도와 주고 있었다.
어린이들의 눈 높이에 맞는 어투에 당황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아이들 모르게 먼저 읽어 본 후, 약간의 살들을 붙여 함께 넘겨 보아도 좋은 책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또한 그림이 보고 싶어지는 날엔 커다란 화집은 아니지만,그림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책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운보의미술관으로 나들이도 해 보면 어떨까? |
| 어린이미술관 시리즈를 보면 참 뿌듯하다. 가만히 앉아서 유명한 화가들의 삶과 생각, 훌륭한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원작을 보는 기쁨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책을 통해 작가와 작품 세계를 소개받은 후 기회를 봐서 전시회에 간다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끄러운 세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였는지 운보 김기창의 그림에는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순박한 소년과 우직한 소의 평화로운 모습, 복사꽃 아래 귀엣말을 주고받는 아이들의 모습, 새참을 나르는 누이와 소년의 친근한 모습, 기세 등등한 싸움닭의 모습, 아이를 데리고 물건을 머리에 인 아낙들의 모습, 장구와 꽹과리를 치며 흥겨워하는 농부들의 모습, 별당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는 주인의 모습, 엿장수를 반기는 동네 아이들의 모습, 피리 불며 가는 소년이 모습 등을 보면 그가 읽은 세상의 여유가 저절로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해 운보가 만 원짜리 지폐 속의 자상한 세종대왕의 얼굴을 그린 것을 처음 알았다. 게다가 두루마기 입은 예수의 모습(최후의 만찬)을 그린 이유와 말 그림을 즐겨 그린 이유, 추상화를 그린 이유도 알게 되었다. 또한 그가 팔순 기념 대회고전 때 쓴 글은 내 마음을 진하게 울렸다. "고맙습니다. 화가는 죽는 순간까지 붓을 놓지 않습니다." |
| 사람의 인생은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어떤 줄거리를 담고 있든지.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예술가의 작품은 그이의 파란만장한 내면이 피워낸 꽃이요 열매이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것들을 즐기며 또다시 나의 내면을 채우는 힘을 얻어가려 하기 때문이리라...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었지만 마치 그것이 조금 불편한 옷이기라도 한 듯 살아간 한 화가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히며 나는 우리 아이들이 그 꽃과 열매를 나처럼 담담하게 즐겨주었으면 했다.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사람인 운보 김기창은 191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21년에 장티푸스를 앓아 청각을 잃었다. 일제시대였지만 신식 교육을 받은 어머니 덕분에 일찌감치 그림에 대한 소질을 발견하고 좋은 스승을 만나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김기창은 세필화로 그림을 시작한 이후 수묵화, 추상화, 입체파, 산수화를 넘나들며 작품세계를 확장했다. ''장애를 닫고 선 천재 화가 김기창 (심경자 지음, 나무숲,2002)''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면서 화가로서의 김기창의 일생을 그의 대표작과 함께 잘 엮었다. 이 책은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성공적인 예술가의 삶을 살아간 운보 김기창의 작품세계를 인물이야기 형식으로 썼다. 청각을 잃고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어머니 외할머니 아내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한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평범한 사람이 감히 넘어설 수 없는 천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다. 또 장애를 그가 가진 특별한 환경으로 설정하여 어린이 독자가 주인공의 능력에 위압감을 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다. 운보 김기창의 일생은 한 가지 기법에 머물지 않는 실험 정신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작품의 변화를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와 맺음하여 보여준다. 시대상황이나 주변환경이 주인공의 내적 변화에 끼친 영향을 작품의 흐름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다룬 어린이 책에서 꼭 필요한 예술가와 예술의 관계를 주인공의 일생을 통해 일어나는 일화 중심의 토막글로 써서 어린 독자들의 집중력을 흐리지 않아서 좋다. 운보 김기창은 스승 김은호의 영향으로 일본화 풍의 세필화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가 된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해방 이후에는 힘찬 먹선이 감동적인 수묵화 작품을 발표하였다. 해방이라는 역동적인 사건이 주인공의 내면에서 어떻게 승화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6.25전쟁을 겪은 후로는 민족의 주체성이라는 관점에서 성화를 그려 두루마기 입은 예수를 그리는 등 우리나라 전통을 아우르는 작품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이후 역사의 뒤안길에서 고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꿋꿋한 모습을 입체파 형식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추상화 수묵화 등 끊임없는 변화와 실험 정신으로 ''한국의 피카소''라고 불릴 정도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한다. 아내이자 동료인 박래현과의 사별 이후에는 동양적인 해탈의 정서가 청록을 바탕으로 배어있는 독창적인 산수화를 완성한다. ''바보산수'' ''바보화조'' ''청록산수'' 등의 개성있는 그림세계가 그렇다. 이 책은 이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른 김기창의 작품세계를 화면 가득 힘있게 펼쳐놓아 어린이 독자가 혼란스럽지 않게 여러 쟝르의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편집에 있어서도 몇가지 장점이 돋보인다. 운보 김기창의 제자이고 화가인 심경자 교수가 가까이에서 바라본 스승의 일생과 작품을 글로 썻음에도 불구하고, 주관이 섞일 수 있는 삽화가 배제되고 사진이나 당시의 신문기사 등 사실적인 자료만을 수록하여 어린이 독자가 인물의 이야기를 현실로 받아들이는데 방해받지 않게끔 배려했다. 요즘의 인물이야기가 현실감과 사실성을 중요한 관점으로 취급하는데 부합한다. 또, 만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세종대와 초상화를 비롯하여 을지문덕, 김정호 등 역사적 인물 6명의 표준영정을 그린 점을 설명하면서, 표준영정 제작과정을 덧붙였다. 인물이야기가 정보책으로서도 역할하것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김기창의 그림이 화풍을 옮아가면 아주 기본적인 해설만을 제시하고 있다. 글쓴이는 지나치게 친절하고 자세한 그림설명은 자칫 인물이야기의 촛점을 흐릴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운보 김기창이 말년에 장애를 가진 사람의 정체성을 농아후원활동으로 드러내는 일화도 소개하여, 개인적 성취에 걸맞는 사회적 참여에도 게으르지 않았음을 부각시키고 친일파라는 구설에 대해 책임있는 변명을 대신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에게는 성장해 가면서 모범이 될만한 좋은 본보기가 필요하다. 장애를 가졌거나 특수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극복의 동기와 동력을 부여해 줄 어떤 것을 자신과 비슷하지만 훌륭하게 이기고 성취한 인물에게서 찾아내어 자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복과 실험의 꽃과 열매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보는 힘있는 시각을 마련해 준다. 잘 만들어진 인물 이야기 한 권의 미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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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68
그런데, 예술쟁이나 문화쟁이가 될 때에만 가장 아름다운 꿈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아니에요. 김치를 담그고 밥을 짓는 손놀림 또한 무척 아름다운 꿈이라고 느껴요. 밭자락에서 풀을 뜯는 손길 또한 더없이 아름다운 꿈이라고 느껴요. 아이들 어루만지는 손가락 또한 매우 아름다운 꿈이라고 느껴요.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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