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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과거로부터 존재에 대해 고민해 왔다. 왜 존재하나, 무엇으로 존재하나, 어디에 존재하나, 그리고 어떻게 존재하나. 고대 철학자들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나름의 풀이를 합리적으로 제시하였지만, 그 무엇보다도 진화만큼 "어떻게"에 대하여 강력한 답을 준 개념은 더 없다. 개인적으로 진화를 진화설, 진화론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몹시 거부감이 든다. 과학으로 사고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미 가설이나 이론 단계를 훨씬 넘어간 개념이기 때문이다. 찰스 다윈의 영감으로 밝혀진 진화라는 사실에 힘입어 인류는 비로소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모든 생명체들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의 발자취를 안다. 수많은 책들이 인류의 기원을 설명하여 어떻게 우리가 존재하는지(온:ón)를 규명하였으며, 많은 이들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고 이를 깨달았을 것이다. 다른 책 <빅 히스토리>나 <사피엔스> 또한 마찬가지다. 그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의 질병은 어떻게 탄생하였는가를 이 책 <질병의 탄생>은 그리고 있다. 얼마 전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에 대한 리뷰에서, 그 책의 저자 제임스 르 파누가 미지의 생물학적 요인 (대표적으로 위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균)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그에 대한 훌륭한 논거로, 이 책 <질병의 탄생> 전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진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한다는 사람도 바로 현재의 인간이 최종 진화의 산물이라고 쉽게 오해하곤 한다. 이는 절대 아니다. 현재 인류, 나와 우리의 몸은 선조들이 치열하게 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자연선택 된 결과이다. 이 과정은 지금 우리도 겪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현대인의 질병이 출현하였다. 질병은 개체와 환경이 매끄럽지 못한 관계를 맺는 과정이며, 일종의 반응이다. 화학 반응으로 유비하자면 연소반응과 마찬가지다. 매끄러운 관계를 맺기 전까지, 치열한 변화가 활활 타는 불과 같이 일어난다. <총,균,쇠>에서 지적한 남미의 천연두, 중세 유럽의 흑사병, 근대의 스페인 독감이 대표적 사례이고 최근의 에볼라와 메르스도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부조화의 기원을 알았으니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선사인류와 수렵채집인은 길어봤자 지금 내 나이만큼 살았다. 나를 있게 한 자연선택은 이미 내 수명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인의 질병 - 고혈압, 당뇨, 뇌심혈관계질환, 암, 우울증 등은 맹자가 말한 순천자존역천자망(順天者存逆天者亡)과 다름없는 것이다. 하지만 1만 2천년 전부터 문명을 이룩한 현세 인류는 지성과 이를 기록하는 도구가 있으며, 이는 우리가 아는 우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를 통하여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역천자(逆天者)가 반드시 망(亡)하도록 관망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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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테베 서쪽 지구에 있는 기원전 13세기 전후 묘지 관리인 센네젬의 무덤안에 그려진 벽화. 가축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이집트인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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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 만성병이 만연하게 된 근본원인을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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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은 의사와 환자의 1대 1 면담을 통하여 증상과 징후를 파악하여 진단을 내리고 어떤 치료를 제공해야 하는가 배우는 것이 주요한 과정이다.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실제 환자들을 보는 의사들도 그 사람의 증상과 징후, 진단에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보니 사회적인 질환군의 분포나 발생 과정, 역학에 대해서는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게 된다. 그리고 현재 아픔을 호소하는 환자들만 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방의학이나 보건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해지기 쉽다. '질병의 탄생'은 그런 매너리즘을 깨뜨리고 질병이 우리 인간들에게 어떻게 문제를 일으키기 되었는지 확인시켜주는 의미에서 뜻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질병의 탄생'은 우리 현대인이 가지고 현대 질병들이 어떻게 하여 현대사회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지 짚어주는 책이다. 인간은 계속 의학을 발전시켜 왔고 실제로 평균수명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되었지만 우리가 어떤 병을 정복하면 다른 병이 다가오는 방식으로 질병과의 사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급성 감염병을 중심으로 인간의 질병이 생겼다면 오늘날에는 위생 개념이 바로 잡히고 항생제의 발명으로 급성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은 줄었다. 하지만 암, 심장혈관질환, 당뇨, 고혈압 등 만성적인 질환의 비율은 상당히 증가하게 되었다.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만성 질환이 전체 질환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인류의 전체 역사를 통틀어봐도 유례없을 정도로 상당히 높다. 이러한 이유를 저자는 인류의 근원부터 시작하여 찾아보는 시도를 하였다. 질병의 역사는 환경의 변화 역사와 같이하고 인류의 두 차례의 큰 변화는 질병을 '만들어내는' 데 크게 일조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1차 혁명인 농업 혁명은 채집수렵으로 살아온 인간이 정착을 하면서 농경사회를 이룩하게 되는 과정이다. 농업 혁명은 사람들을 밀집하게 만들었고 가축과의 공생을 시작하게 하였으며 식습관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의 밀집은 위생의 문제를 일으키고 사람과 사람간의 균의 전파를 쉽게 만들어 전염병이 창궐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 가축과의 공생은 가축에 숙주로 살던 병원체들이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야채, 과일 중심의 식습관에서 곡류로 주식이 변한 것은 특정 영양소의 결핍을 가져와 면역력을 약화하여 질병에 더 쉽게 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이다. 2차 혁명인 산업 혁명은 농업 혁명이 가져온 변화의 수십배의 변화를 인류에게 가져오게 된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면서 환경 오염이라는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는 것이 이 때부터다. 인간이 개발하게 되는 많은 물질들은 인류가 단 한번도 노출해본적이 없는 물질이다. 도시는 더욱 더러워져 보건학적으로 가장 문제가 심한 시기도 이때다. 이동 수단의 발달은 인간의 움직임을 많이 줄이게 되었으며 전구의 발명은 낮과 밤의 경계를 완전히 애매모호하게 만들었다.이런 엄청난 환경의 변화에서 인간은 질병에 쓰러져갔다. 저자는 질병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이런 극적인 환경의 변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전에도 환경의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빙하기가 있었고 인류의 대이동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를 예전에도 맞이하였다. 하지만 이때는 환경의 변화를 적응하는 데 매우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수천수만년의 시간동안 환경의 변화에 맞써 유전자의 발현 변화, 환경에 적응하기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는 방식으로 하여 인류는 적응하며 살아왔음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수만년을 적응한 우리 유전자가 최근 300년 남짓하는 시기동안 급속하게 바뀐 환경에는 대응할 시간이 없어 새로운 질환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3차 혁명에서 그 이상의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더욱더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고 인류 역사에 있어 유례없는 물질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시대에 살고있다. 인터넷을 통한 가상 네트워크의 발달은 오히려 우리를 더욱 고독하게 하여 정신적인 혼란까지 오게 만들고 있다. 이는 부족의 시대에 적응한 우리의 몸과 유전자가 한번도 겪지 못한 환경이다. 만성질환이 이 시대에만 있었던 것은 물론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진단기술의 발달, 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퇴행성 질환의 호발도 만성질환의 질병 비중을 크게 늘린 것도 있지만 환경의 변화가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 우리 몸의 건강을 해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이 다시 구석기 시대의 생활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류가 오랫동안 부족한 환경에 적응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식습관은 과하다는 느낌이 강하니 더욱 다양한 영양소 섭취를 위해 곡물을 줄이고 채소, 과일, 견과류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신체활동도 문명화 전의 인류의 생활만큼은 아니더라도 적당히 늘릴 필요가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환경 파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며 이는 범국가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당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도 중국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 알려졌고 이는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환자 한 명이 가지고 있는 잘병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회적으로 인류가 가지고 있는 질병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뜻깊은 책이었다. 환경의 변화로 인해 가지고 온 우리 생활 습관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나의 삶에 그리고 환자의 삶에 적용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