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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한테 정신이란게 있어?
"사무라이한테 정신이란게 있어?" 내용보기
야심한 숲 속. 초승달은 대나무 사이에 걸려있고, 2 명의 사무라이가 서로 칼을 들고 상대방을 응시하고 있다. 상대방의 미세한 소리와 움직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서로 맞서고 있다. 어느 순간, '쨍'하는 금속이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공중에서 한데 엉켰다 땅으로 떨어진다. 침묵이 잠시 흐른뒤, 한명이 풀썩 땅위로 쓰러진다. 이윽고, 다른 한명
"사무라이한테 정신이란게 있어?" 내용보기
야심한 숲 속. 초승달은 대나무 사이에 걸려있고, 2 명의 사무라이가 서로 칼을 들고 상대방을 응시하고 있다. 상대방의 미세한 소리와 움직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서로 맞서고 있다. 어느 순간, '쨍'하는 금속이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그림자가 공중에서 한데 엉켰다 땅으로 떨어진다. 침묵이 잠시 흐른뒤, 한명이 풀썩 땅위로 쓰러진다. 이윽고, 다른 한명은, 피가 흐르는 칼을 닦아 칼집에 넣는다. 이내 쓰러진 쪽을 힐끔 한번 쳐다보고는 서둘러 갈길을 떠난다. 이런 모습은, 우리가 지금까지 영화나 소설 속에서 경험해왔던 전형적인 사무라이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무라이가 담당했던 업무중의 하나인 전투를 마치 사무라이의 전부인 양 왜곡시킨 것이다. 사무라이는 밥만 먹고 칼만 휘두르는 '프로칼잡이'가 아니다. 일본에서 16세기 성리학이 보급된 이후, 조선과 마찬가지로 유교사회적 계급으로 계층화된다. 조선의 사농공상이 일본에도 존재하였고, 조선의 선비계층이 바로 일본의 사무라이 계층인 것이다. 물론 일본내 학문적 지식 계층은 존재하였지만, 사회기능적으로 사무라이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 기원은 지방 영주를 호위하던 '전문 경호원 겸 투사'로 출발하지만, 나중에 쇼군과 지방호족의 대결 구도에서 지방호족의 참모 역할까지 맡고 현실 정치 참여까지 하게되는 사회의 엘리트 계층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 책을 쓴 니토베 이나조는 만원짜리 엔 지폐의 초상화가 실려있는 근대 일본의 결정적인 역할을 한 19세기 일본 개화기의 문학작가이다. 19세기에 사무라이를 서양에 소개하기 위해, 영어로 써서 출판하였다고 한다. 니토베 이나조에 의하면, 사무라이의 신조는 하루아침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유교와 불교와 전래종교인 신도 3개 종교의 교리에서 영향을 받아, 대를 거듭하여 전통을 세웠다고 한다. 이밖에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무라이의 생활상과 일본의 민간상을 파악할 수 있다. 니토베 이나조는, 사무라이의 계율이나 정신적인 면을 설명하면서, 기존의 동양사상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 아니라, 서양 사상의 개념들을 대입하여 그럴듯하게 풀이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럴듯한 매칭이나 논리전개가 약 100년전 책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비약적이거나 비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이, 이 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트집을 잡고싶기에는, 이나조가 인용하고 있는 서양 사상가의 이론과 주장은 매우 정확하고, 동양 사상에 대한 이해도 깊다. 어찌 보면, 서양의 눈높이에서, 동양을 아니,특히 일본을 이해하려고 시도한 최초의 시도인 것이다. 19세기 한반도에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 현해탄 건너 일본 사람에 의해 시도되었다는 사실이, 오늘날 무척 안타깝고 분한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훌륭한 점은 배워야 할것이다. 근대 일본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m****y 2002.09.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