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공사에서 나온 95년 초판과 2002년 개정판을 모두 읽어보았다. 르귄이라는 작가의 상상력과 생각의 깊이와 폭과 감성과 지성에 완전히 폭 빠져버렸기 때문에, 곧 무리해서 돈을 마련해서 미국 사이트에 구할 수 있는 르귄의 작품을 모조리 주문했었다. 그런데 이 책 'The Left Hand of Darkness'를 읽지도 않고 아는 사람에게 빌려주었다가 잃어버리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는 바람에 안타까워하다가 yes24의 외서코너에서 다행히도 다시 책을 구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책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와서 1달러가 올랐지만 yes24에서는 가격이 많이 오른 것 같지 않다. 아무튼, 어렵게 다시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을 게걸스럽게 읽어댄 결과, 역시 문학은 본래 작가에 의해 쓰여진 언어로 향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나처럼 고등학교 마치고 영어(혹은 다른 어떤 언어든간에)를 공부하지도 않았고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말이다. 시공사에서 이 책을 번역하신 분께 절대 유감은 없다. 하지만 지금 보아도 역시 너무나 오역이 많다. 원어를 자세히 보면 착각할 수가 없는 내용인데도 정반대로 해석해서 마음대로 고쳐버린 구절이 있을 정도다. 약간은 거칠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번역 때문에, 번역판에서 얼마나 많은 소설의 실마리와 주인공의 감정, 갈등을 놓쳐버렸는지 모른다. 또 역시 겐리 아이와 에스트라벤의 대화에는 존댓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 양성성과 남성성의 갈등을 드러내는 대화의 맛을 무디게 해 버리는 것이다. 전 우주 행성들의 동맹 에큐멘에서 파견된 엔보이(사절)인 Genly Ai는 일년이 전부 혹독한 겨울인 행성 '게센'을 에큐멘의 일원으로 만들고자 게센의 한 나라인 Karhide에서 사절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다. 행성 게센은 전 우주에서 유일하게 양성인간이 살고 있는 행성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열성적으로 그를 도왔던 Karhide의 수상 Estraven이 모호한 태도로 원조를 중단하더니 국왕 Argaven에 의해 국외로 추방당하고 만다. 이렇게 사건이 전개되는 '어둠의 왼손'은 그 특이한 설정보다도 여성학, 사회학, 동서양의 철학에 능통한 작가의 깊은 통찰이 여실히 드러나는 소설이다. 나로서는 끙끙거리며 읽긴 했지만, 외서를 평소 읽는 사람이라면 더욱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라고 해도 공부하는 셈 치고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