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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모프의 바이블 구약 - I 아시모프, 박웅희 譯
"아시모프의 바이블 구약 - I 아시모프, 박웅희 譯" 내용보기
대략 9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문득 다시 생각이 나 꺼내 들게 되었습니다. 영어 원문도 꽤 쉬운 편이라서 원서로 읽으셔도 좋을 듯한데,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현재 이 박웅희씨 번역본이 구약편은 절판되었기 때문입니다(다만, 제가 며칠 전 들른, 강터 모 대형서점 어느 코너에는 아직 비치된 걸로 봤습니다). 본래 아시모프의 대중서들은 정말 독자(수준 낮은 이들까지도)를 철저히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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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9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문득 다시 생각이 나 꺼내 들게 되었습니다. 영어 원문도 꽤 쉬운 편이라서 원서로 읽으셔도 좋을 듯한데,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현재 이 박웅희씨 번역본이 구약편은 절판되었기 때문입니다(다만, 제가 며칠 전 들른, 강터 모 대형서점 어느 코너에는 아직 비치된 걸로 봤습니다). 본래 아시모프의 대중서들은 정말 독자(수준 낮은 이들까지도)를 철저히 배려해서인지 문체만큼은 간략, 간결한 편입니다.

그럼 그 안에 담긴 사상과 통찰은 심오한 편인가? 아마도 그의 SF <파운데이션> 등이 이처럼 오랜 동안 사랑 받는 걸 보면 그렇다고 해야겠지만 개인적 느낌은 솔직히 좀... 여튼 저술가로서의 그의 장점은 천재의 솜씨 답게 매우 날카로운 분석과 발견이 돋보인다는 정도입니다. 성경의 허점이나 모순은 천 수백 년 동안 여러 지성인들에 의해 지적되어 왔으므로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새삼스러울 것은 없습니다만 이 책에도 역시 그만의 따끔한 지적이나 예리한 포인트가 여럿 나옵니다. 물론 상당수는 그에 앞선 저자들이 이미 주목한 사항들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열왕기나 역대기는 하나의 스토리로 묶어 전달하는 책을 읽고 개념을 먼저 잡은 후에 성경 본문을 읽는 편이 낫다고 봅니다만(신도들이건 무신론자건 간에 그럴 마음을 일단 먹은 이들이라면), 그럴 경우 이 아시모프의 책이 추천 목록 중 꼭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선 순위에 놓일 정도는 아니겠으며... 열왕기, 역대기 등은 어린이용 만화책으로도 좋은 교재가 여럿 있고(한국어로 된 것들도 그 역사가 수십 년이 넘습니다), 대략 1년 전쯤에 어느 한국 목사님이 집필하신 책을 읽고 제가 리뷰한 것( https://blog.naver.com/gloria045/221314048367 )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 개념이 잡힌 후에, 아 역시 아시모프 같은 천재는 일반 독자가 못 보는 구석을 자신만의 혜안으로 보는구나, 뭐 그 정도를 느끼면 책 읽은 보람이 있다고나 하겠습니다. 역사는 분류사를 보는 안목이 따로 트이고 자신만의 관점을 갖는 계기, 혹은 phase가 반드시 한 번은 찾아 와야 하는데, 거기에는 이런 책이 어느 정도 기여를 합니다.

구약 성경 전체를 통틀어 "동물이 말을 하는 장면"은 여기가 유일하다... 민수기 中 발람의 나귀 대목을 두고 이르는 말인데, 물론 그가 처음 발견한 건 아니고 아시모프 이전에도 얼마든지 나왔던 지적입니다. 이 이슈는 그저 호사, 가십과 관련한 게 아니라, 어떤 교리의 이단성 여부를 두고 심각한 논쟁이 벌어졌을 때(중세 이전) 아마도 신학자, 성직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지 않았겠습니까.

"신명기"의 경우 특히 한자어 번역어도 어렵지만(신명이 대체 무슨 뜻인지의 문제), 영어 번역어인 Deuteronomy 역시 말도 탈도 많은 경우이겠습니다. 아시모프는 여기서 70인 역자들이 히브리어를 헬라어로 잘못 옮겨, 그저 출애급 십계명의 "사본"에 불과한 걸 "두번째 법"으로 파악했다고 하는데, 아시모프뿐 아니라 역시 이전부터 많은 학자들이 그렇게 지적해 왔습니다. 다만 "사본"일 뿐 "두번째 법"까지는 아니라는 점에서 오역이라는 것이며, 예컨대 윅셔너리 어원 항목에서 "이 법의 한 사본"이라고 해야 할 것을 "그 법의 이 사본"으로 번역했으므로 오류" 운운한 건 저 개인적으로는 터무니없다고 여깁니다. touto라는 한정사가 "법" 앞에 붙건 "사본" 앞에 붙건, 과연 이 맥락에서 무슨 차이가 생기겠습니까?

이 구약 편 말고 신약편에서라면 역시 그 유명한 "요한의 콤마" 이슈가 또 등장할 만합니다. 삼위일체 교리를 성경이 직설적으로 언표하는 건 그 부분이 유일하다는 건데, 안타깝지만 많은 학자들은 후대의 가필 가능성이 크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것을 영어로는 "interpolation"이라고 부릅니다. 다만 여기서 "콤마"는 문장 부호가 아니라(어원상으로는 관계가 있지만), 그리스어로 "구절"이란 뜻입니다.

한 뭉텅이나 되는 진술을 놓고 "콤마" 운운하고 있으니 정말로 이걸 쉼표로 착각했다면 헛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그래서 "썰을 풀" 때에는 제발 한 단어 한 구절을 좀 정확히 알고(공부 제대로 마친 후에야) 뭔 소리를 해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설령 가필이라고 해도 수사적 대구는 그럴싸하게 맞춘, 어떤 풍취가 느껴지는 가필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종교의 경전이라면 고작 문학적 풍취 정도가 아니라, 영성의 깃듦, 신학적 구조의 완결성 등 여러 까다로운 조건을 더 충족시켜야 함은 두말할것도 없겠지만 말입니다.

명저의 경우 그저 내용만 우수한 게 아니라 이면에 숨은 풍자, 위트 같은 게 고루 담겼고 그래서 퓰리처 상도 받고 하는 것입니다(이 책은 수상작이 아니지만). 어떤 역본에 부분적으로 오류가 있다고 해도 대개는 원저의 분위기, 대강의 내용을 잘 전달하며, 하드 팬들은 원서까지 다 섭렵하고 번역의 오류가 혹 눈에 띄어도 건설적인 마인드로 이를 감싸기도 하죠. 헌데, 원서건 번역이건 아무것도 이해할 수준, 능력이 못 되면서, 그저 (앞의 것이 절판된 후) 최신판만 나오면 "앞에 엉터리 번역을 읽고 좋았다는 사람은 대체 뭔지 모르겠다" 같은, 그야말로 절망적 노답의 무식, 흑백논리로 폭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아둔한 지능(이에는 보통 열등감이 결부되죠)으로 과학, 더군다나 자연과학을 어떻게 탐구하겠다는 건지, 내가 낸 세금이 아깝기만 하네요.

박웅희씨의 번역은 매우 좋습니다. 번역은 그저 번역이 아니라 특히 이런 책의 경우에는 역자가 본문 이해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풍부한 지식을 갖춰야 하는데, 역자께서는 각주뿐 아니라 서문, 후기 등에서 독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관점을 제시합니다. 박 선생의 각주나 짧은 아티클만 읽어도 남는 게 있을 정도라고 느꼈네요.

v*****7 2019.06.2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Just a gu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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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Guide이다. 즉 기독교의(그리고 유태교의) 경전의 내용을 주석을 통해 상세히 해설하거나, 펄 벅의 한 작품처럼 이야기로 풀어 쓴 것이 아니라, 본문에 나오는 지명, 인명, 개념들을 종교적 입장을 떠난 역사, 과학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해명한 토막글을 모아 놓은 책이며, 간간히 펼치는 성서본문비평의 기초 방법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영미에서는 무슨무슨 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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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Guide이다. 즉 기독교의(그리고 유태교의) 경전의 내용을 주석을 통해 상세히 해설하거나, 펄 벅의 한 작품처럼 이야기로 풀어 쓴 것이 아니라, 본문에 나오는 지명, 인명, 개념들을 종교적 입장을 떠난 역사, 과학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해명한 토막글을 모아 놓은 책이며, 간간히 펼치는 성서본문비평의 기초 방법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영미에서는 무슨무슨 컴패니언이란 제목으로 참고서류가 많이 나와 있는데 아시모프의 이 시도도 그 비슷한 것이나 다만 항목의 나열이 ABC순이 아니고, 성서 권별 목차에 의했다고는 하나 그 항목 선별에 있어서는 저자의 주관에 치우쳤다.

 

아시모프는 본래 성서학자가 아닌 만큼 그만의 독창적인 시각과 주장은 별로 많이 들어 있지 않고, 다만 과학자이자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고고학적 연구 성과를 충분히 이해할 능력이 되는 그의 판단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개연성 높다 싶은 학설을 골라 논리적이고 요령 있게 전개해 나간다. 아시모프처럼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지식들이 뛰어난 두뇌 속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저자가 아니라면 저술이 불가능한 저작이라는 면에서 의의가 있고, 평소에 성경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의문이 쌓인 독자에게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장점도 가졌으나, 이 시대의 polymath라 불릴 만한 그의 손끝에서 나온 책치고는 사고의 깊이나 상상력 면에서 좀 심심함이 느껴진다는 게 아쉽다.

 

그가 손댄 다른 분야 중 하나인 추리소설에서도, 치열한 고뇌의 산물일 피와 살(주제의식, 다채로운 스타일)이 부족한 채 앙상한 골격(모범적으로 빈틈 없는 플롯)만 구경했던 독자는 여기서도 비슷한 푸념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항상 깔끔하지만 왠지 허전함을 남기는 게 그의 솜씨이다(피상적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율법서 부분은 그저 무난하고(에덴 동산의 위치 고증에서 좀 무리를 하고 있긴 하나 넘어갈 만하다), 역사서 부분이 타 지역 고대사 해설과 통합되어 술술 잘 읽히지만 이 책에 앞서 구약 해당 본문을 먼저 읽어 두는 게 능률을 올려 줄 것이다. 

 

지도는 2색이나 보기 불편함이 없고 경계 표시가 분명하며 시대별로 여러 컷이 나온다는 점이 좋다. 기독교 신자로 짐작되는 역자가 특정 교파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음은 물론 비기독교도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 담백한 주석을 곳곳에 달고 있어 읽기 편하다. 번역은 매끄러우나 serpent 등 영어 철자 오식이 몇 군데 있다.

s****o 2009.12.31. 신고 공감 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