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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9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문득 다시 생각이 나 꺼내 들게 되었습니다. 영어 원문도 꽤 쉬운 편이라서 원서로 읽으셔도 좋을 듯한데,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현재 이 박웅희씨 번역본이 구약편은 절판되었기 때문입니다(다만, 제가 며칠 전 들른, 강터 모 대형서점 어느 코너에는 아직 비치된 걸로 봤습니다). 본래 아시모프의 대중서들은 정말 독자(수준 낮은 이들까지도)를 철저히 배려해서인지 문체만큼은 간략, 간결한 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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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목은 Guide이다. 즉 기독교의(그리고 유태교의) 경전의 내용을 주석을 통해 상세히 해설하거나, 펄 벅의 한 작품처럼 이야기로 풀어 쓴 것이 아니라, 본문에 나오는 지명, 인명, 개념들을 종교적 입장을 떠난 역사, 과학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해명한 토막글을 모아 놓은 책이며, 간간히 펼치는 성서본문비평의 기초 방법론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영미에서는 무슨무슨 컴패니언이란 제목으로 참고서류가 많이 나와 있는데 아시모프의 이 시도도 그 비슷한 것이나 다만 항목의 나열이 ABC순이 아니고, 성서 권별 목차에 의했다고는 하나 그 항목 선별에 있어서는 저자의 주관에 치우쳤다.
아시모프는 본래 성서학자가 아닌 만큼 그만의 독창적인 시각과 주장은 별로 많이 들어 있지 않고, 다만 과학자이자 과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고고학적 연구 성과를 충분히 이해할 능력이 되는 그의 판단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개연성 높다 싶은 학설을 골라 논리적이고 요령 있게 전개해 나간다. 아시모프처럼 다방면에 걸친 풍부한 지식들이 뛰어난 두뇌 속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는 저자가 아니라면 저술이 불가능한 저작이라는 면에서 의의가 있고, 평소에 성경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의문이 쌓인 독자에게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장점도 가졌으나, 이 시대의 polymath라 불릴 만한 그의 손끝에서 나온 책치고는 사고의 깊이나 상상력 면에서 좀 심심함이 느껴진다는 게 아쉽다.
그가 손댄 다른 분야 중 하나인 추리소설에서도, 치열한 고뇌의 산물일 피와 살(주제의식, 다채로운 스타일)이 부족한 채 앙상한 골격(모범적으로 빈틈 없는 플롯)만 구경했던 독자는 여기서도 비슷한 푸념을 하게 된다는 뜻이다. 어느 분야에서나 항상 깔끔하지만 왠지 허전함을 남기는 게 그의 솜씨이다(피상적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다). 율법서 부분은 그저 무난하고(에덴 동산의 위치 고증에서 좀 무리를 하고 있긴 하나 넘어갈 만하다), 역사서 부분이 타 지역 고대사 해설과 통합되어 술술 잘 읽히지만 이 책에 앞서 구약 해당 본문을 먼저 읽어 두는 게 능률을 올려 줄 것이다.
지도는 2색이나 보기 불편함이 없고 경계 표시가 분명하며 시대별로 여러 컷이 나온다는 점이 좋다. 기독교 신자로 짐작되는 역자가 특정 교파의 입장에 치우치지 않음은 물론 비기독교도에게도 부담을 주지 않는 담백한 주석을 곳곳에 달고 있어 읽기 편하다. 번역은 매끄러우나 serpent 등 영어 철자 오식이 몇 군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