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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잘 자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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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결손가정’이라는 말을 한다. 어머니나 아버지 중 하나라도 없는 가정을 그리 부른다. 결손가정이라는 말 속에는 그 구성원에 대한 인격적 결손에 대한 편견도 은근 포함되어 있다. 결여된 가정에서 자라 뭔가 부족할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폭력적인 추측.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사회에서 소위 ‘정상’이란 부류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 ‘정상’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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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결손가정이라는 말을 한다. 어머니나 아버지 중 하나라도 없는 가정을 그리 부른다. 결손가정이라는 말 속에는 그 구성원에 대한 인격적 결손에 대한 편견도 은근 포함되어 있다. 결여된 가정에서 자라 뭔가 부족할 것이라는 막연하고도 폭력적인 추측.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우리 사회에서 소위 정상이란 부류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정상의 부류에 들지 않으면 뭔가가 결핍된 사람으로 치부된다. 예를 들어 여자가 나이 들어서도 애를 안 낳으면 뭔가 문제 있는 여자다. 애를 낳는다 해도 반드시 결혼을 했어야 한다. 결혼도 안 하고 애를 낳으면 건 더 큰 문제다. 결혼하고 애를 낳았어도 혼자 키우면 안 된다. 배우자가 있어야 한다.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애를 낳아도 그 배우자가 동성이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이성이어야 한다. , 일정한 나이가 되지 않았는데 애를 낳는 것도 문제다.

다시 정리해보면, 나이가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사람이 이성인 사람과 결혼하여 헤어지지 않고 아이를 낳고 사는 것. 이게 일명 정상적인 가정이자, ‘결손가정이라는 딱지를 피하는 길이다. 그렇다고 이 조건을 다 갖추면 메이저 반열에 오르는가? 건 아니다. 그러려면 일정한 수입과 학벌이 있어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시덕이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산다. 물론 가난하다.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는 해외로 취업을 갔다. 우리 사회 전형적인 빈곤층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지는 않지만 엄마의 가출에는 가난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무능한 아버지는 엄마가 집을 나간 후에 해외 일터를 찾아 떠났다고 하는데, 넉넉지 않은 생활비를 겨우 보내주는 것으로 보아 그리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경제력이 부족한 남편과 빈곤한 가정을 꾸리다가 어찌어찌한 이유로 보따리를 쌌으리라. 시덕이의 대답으로만 묘사되는 전화상 대화로 보아 아버지의 성품은 그리 자상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 역시 시덕이 엄마가 보따리를 싼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다 할 롤모델 없이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경제적 부양의무만을 떠안은, 잘 해도 문제고 못하면 더 문제인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

 

시덕이는 활발한 아이이다. 마트에서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고집할 줄 알고, 카트를 밀고 뛰어다니다가 다치기도 한다. 억울한 일을 당하면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도 할 줄 안다. 물론 잘 안 먹히지만. 사람들은 시덕이를 말썽꾸러기라 부른다. 어른들이 말하는 착한 아이가 아니다. 학교에서 조용히 공부나 하고 집에 오면 또 조용히 공부나 하는 그런 아이가 아니다.

그렇다고 시덕이가 아주 막무가내인가 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누울 데 보고 다리를 뻗는다. 학교에서 피를 뽑은 날, 기운이 없다고 거실에 누워 할머니께 엄살을 피워대지만, 마트 가잔 말에 벌떡 일어나 피는 금방 다시 만들어진다고 너스레를 떨며 따라 나선다. 동갑내기 사촌의 깐족대기쯤은 얄밉지만 꾹 참을 줄도 안다.

고모네에서 카레를 먹 던 날, 고모의 두 딸에게만 추가된 카레에 시덕이는 그냥 일어나 나온다. 아무리 그래도 한그릇은 족히 먹었을 텐데 시덕이는 배가 하나도 안 찬 것 같다. 허기와 포만감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속담이 영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포만감 허기 이 모두가 뇌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시덕이의 포만감에 필요한 건 엄마의 사랑이 담긴 음식임에랴.

 

우리 사회 일반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시덕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아이가 있다.

해룡반점 동철이.

새엄마와 아빠가 헤어진 후 해룡반점에 맡겨졌다. 학교도 안 다닌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노랑머리 철가방으로 동네를 누빈다. 시덕이는 이런 동철이 형이 멋있어 보인다. 가끔 얻어 먹는 짜장면과 탕수육도 그 부러움에 한 몫을 한다. 일명 결손가정의 할머니는 시덕이가 동철이와 어울리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 시덕이보다 더 못한 환경에서 학교도 안 다니는 동철이는 할머니의 시각에서 봤을 대 더 아랫급인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가 그런 것처럼 이 책에도 러브라인이 드러난다. 늘 새초롬히 앉아 있는 민지. 물론 공부도 잘 하고 얼굴도 예쁘다. 시덕이는 학교에 가면 늘 민지를 의식하지만 민지는 별 반응이 없다. 강화도로 체홈학습을 가던 날 시덕에게는 민지 머슴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민지의 손도 잡아주고 물도 주고 한 일이 청하고 늘 의식한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그 많은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도 잡아주고 내 물도 먼저 내주며 머슴이 되기를 마다 않는 남자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시적이는 그런 남자다.

제목 그럭저럭 잘 자람은 시덕이가 아빠와의 통화중에 하는 말이다. 가끔씩 아빠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빨리 오라고 졸라대던 시덕이가 어느 날부터 아빠에게 걱정 말라고 안심시킨다. 할머니 걱정도 말라고 하며 나는 그럭저럭 잘 자란다고 한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거실에 무턱대고 누워 땡깡을 피우던 시덕이에서, 어른을 안심시키는 시덕이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글은 성장동화이다.

 

쌍팔년도에 만나 지금까지 간헐적인 만남으로 질긴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 장경원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감정의 군더더기를 용납하지 않는 깔끔한 성품의 작가이다. 이 작품에서도 작가는 더도 덜도 아닌 딱 시덕이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세상의 마이너리티를 보는 작가의 인간적 감수성이기도 하고 이에 더하여 탁월한 작가적 감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작가 장경원이 시덕이를 동철이를 껴안는 방식을 보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50줄을 넘어선 자금, 나도 그럭저럭 잘 늙고 있다.

 

YES마니아 : 로얄 s*****p 2016.05.07.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