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에 메모를 해뒀다. 나중에 서평 쓸 때 써먹으려고 나름대로 멋있는 말이랍시고 적어 둔 것이다. "政者正也(정치란 바른것이다)란 말은 한번도 정치에 참여한 적이 없는 사람이 했다. 그러나 현실의 권력관계를 직시한 韓非 역시도 제명에 못살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디 제명에 못살기만 했나. 따지고보면 그 역시도 주군을 찾아 헤맸을 뿐 한번도 정치에 참여해 본 적은 없다. 그렇게 정치에 참여하지를 못했으니 한가하게 글이나 쓰고 있었을테고, 그덕에 오늘날 내게 그 생각의 일단을 들려주고 있다. <孫子兵法>을 원문으로 읽은 여세를 몰아 <韓非子>도 원문 그대로 한번 읽어보려는게 당초의 계획이었는데, 정작 책을 손에 쥔 직후에 깡그리 포기해버렸다. 양적인 면에서 손자병법과는 비교도 안되는 방대한 저작이다. 그러나 그 내용이나 책 전체를 꿰뚫는 철학이라는 면에서는 어쩌면 손자병법보다 간단하다. 철저하게 비판적인 인간관, 그리고 그 이기적이고 못믿을 인간들과 살아가면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한 얘기들이다. 비내(備內)편의 이런 말은 한비자의 인간관을 대변한다. "의원이 다른 사람의 종기를 빨거나 그 나쁜 피를 입에 머금는 것은 골육간의 친애하는 정 때문이 아니라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마 만드는 사람은 사람들이 부귀해지기를 바라고 관 짜는 사람은 사람들이 요절해 죽기를 바란다. 가마 만드는 사람은 어질고 관 짜는 사람이 잔혹해서가 아니다. 사람이 귀해지지 않으면 가마가 팔리지 않고 사람이 죽지 않으면 관이 안팔리기 때문이다." 맹자는 기껏 잘 대접해주는 군주에게 "하필 이익을 말하느냐"며 혼자 고고한 척 하지만, 한비자는 바로 그 이익을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휘어잡는 키워드로 제시하고 있다. 이같은 인간관이 전제된 상태에서 제시되는 통치술이란, 익히 고등학교 시절부터 들어온 바와 같다. 철저한 신상필벌이다. 그러나 그 상과 벌이라는 것도 상식과는 다소 다른 차원에서 주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애초에 해내겠다고 말했던 것보다 더 큰 일을 해낸 자는 오히려 벌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이다. 이는 과장된 업적을 경계하는 바도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법과 제도에 의한 정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몇몇 뛰어난 인재들에 대한 과분한 대접이란 곧 군주에 대한 위협에 다름 아니라는 인식하에, 요즘 말로 하면 철저히 시스템 속에서 부속품으로서의 신하만을 강조한다. 김대통령이 유심히 바 뒀더라면 좋았을 법한 말도 있다. "도대체 군주가 되어 백관이 하는 일을 자신이 직접 다 살피려 한다면 시간이 부족하고 능력도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또한 군주가 자기 눈으로 보려고 하면 신하가 겉을 보기좋게 꾸밀 것이고 군주가 자기 귀로 들으려 하면 신하가 듣기 좋게 소리를 잘 가다듬을 것이고 군주가 자기 생각으로 판단하려고 하면 신하가 빈번하게 언변을 늘어놓을 것입니다" 군주 자신에게마저도 개인 능력에 의한 인치(人治)가 아닌 제도에 의한 법치를 강조하고 있는 대목이다. 다만 이같은 정치관이 실생활에 적응되기 시작하면 다소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한비자의 유세 자료집이라고 할 수 있는 설림(說林)에는 주로 이런 얘기들이 가득차 있다. 하나라의 폭군 걸왕을 멸망시킨 은나라 탕왕이 낼름 나라를 집어삼키기에 명분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무광이라는 자에게 왕좌를 받아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광이 냉큼 왕좌를 받아들일까 두려워서는 "탕이 군주를 죽이고 악명을 자네에게 떠넘기기 위해서 천하를 자네에게 물려주는 것"이라고 귀뜸했다. 새가슴 무광은 스스로 황하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우리가 안방 사극에서 흔히 보는 권모술수의 축약본이라고 할만한데, 주의해야 할 점은 이 권모술수가 그냥 나온게 아니라 논리적 추론을 거쳐 최종 단계에서 실생활에 적용된 것이라는 점이다. 근본도 모른채 그저 권모술수만 배웠을 때 그것이야말로 모래위의 성과 다름없다.韓非子>孫子兵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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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는 스승인 순자의 유물론적 세계관을 토대로 하여 인간을 본질적으로 이지향적인 동물로 파악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해가 서로 엇갈려 모순 대립한다. 그것은 결코 사랑과 미움 때문에 일어나는 반목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공리적인 치밀한 계산에 의하여 전개되는 일종의 투쟁상태다. 여기서 그는 시시비비, 즉 선과 악이라는 도덕적 가치평가를 일체 배제하고 오로지 진이냐 위냐 하는 사실인시만을 문제삼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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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제자백가 중 법가로 알려진 한비자이다. 法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고 術을 가지고 신하를 다룬다. 춘추전국시대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왕위를 지킬 수 있는 책략을 적은 글이다.
진나라 왕에게 보내는 서한으로 시작하는 책은 짜여진 틀은 없고 다양한 주장과 사례를 적었다. 한비자의 주장을 간략히 보겠다. 변설, 즉 남을 설득하여 내가 생각하는 정책을 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지식을 쌓았다고 함부로 나서 죽음을 자초하지 말라. 옳은 말도 임금의 신임을 받는 자가 해야만 받아들여진다. 어떻게 하면 임금의 신임을 받을 수 있는지 자세히 적었다. 임금의 신임을 받은 자가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법을 세우는 것이다. 국가를 다스리는 것은 법을 기준으로 신상필벌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사람은 누구나 이득을 원하기 때문에 법에 따른 신상필벌이 지켜지면, 사람들이 그에 맞추어 자기의 재능을 발휘하여 국가가 부강해진다. 따라서, 올바른 기준을 가지고 일의 결과에 따라 처분을 하면 족하다. 왕은 신하들을 다스려야 하는데 술(術)을 익히고 행해야 한다. 왕은 자신의 뜻을 밝히지 않음으로써 아첨하는 자들을 경계할 수 있고, 虛靜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신하는 성과로 다스려야 하지만 군주는 명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왕의 입장에서 보면 백이숙제와 같은 고매한 자들은 이득에도 무심하기에 다스릴 방법이 없고, 나를 위해 일하는 신하로 쓸 수 없다.
고전이라고 하기에는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이 없어 부족한 감이 있다. 하지만, 성공하고 싶은 현대인에게 도움은 준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 같은 것이 많이 들어있다. 여덟가지 간사함 (八姦), 열가지 잘못(十過), 세가지 지킬일 (三守), 여덟가지 경(八經) …. 시대가 바뀌어도 지도자와 평민이 있고, 사람의 근본 속성은 크게 변하지 않으므로, 여기에 적힌 술들을 잘 익힌다면 이득이 분명히 있다.
번역은 보통이다. 군데 군데 문맥을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대의를 따라가는데는어려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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