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초에 쥘 르나르라는 작가를 인지하기 시작했던 것은 아주 어렸을 적 들었던 "세상에서 가장 길고도 가장 짧은 시는?"이라는 수수께끼였다. 넌센스같기만 했던 정답은 '뱀, 너무 길다'였고, 그때는 정말 그게 웃자고 하는 얘기인 줄로만 알았었다. 몇년 전이던가... 글을 쓰는 후배가 '뱀, 너무 길다'를 말하는 것을 듣고 쥘 르나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는 어릴 적 동화 전집에서 보았던 '홍당무'라는 동화를 쓴 사람이기도 했다.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TV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 이 책은 간간이 삽화가 들어 있긴 하지만, 삽화보다도 오히려 시에 가까운 글들이 더 그림같이 느껴진다. 오리, 박쥐, 자고새, 개, 암소, 그리고 심지어 지붕 위에 세워진 나무 수탉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묘사하는 그의 글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 대상이 되는 동물을 바로 눈 앞에 두고 생생히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 안에는 유머와 애정이 담뿍 담겨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하거나 낄낄대며 웃게 만들기도 한다. 비록 가본 적은 없지만, 그가 '나의 유일한 고향'이라고 인정하는 그 동네의 모습이 너무나도 선연히 그려진다. 책 제목은 너무나 밋밋하고 재미없는 걸로 붙어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정말 독특하고 재기발랄하며 사랑 가득한 시선을 담고 있다. 차라리, '뱀, 너무 길다'를 제목으로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