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여의도에서 열린 음악회가 있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홀안에는 열기와 기대로 가득차 있었고 이윽고 시작된 공연은 피아노 두드리는 거구의 신관웅님과 더블베이스 장응규, 드럼의 김희현 선생님으로 구성된 거장급 트리오의 기대에 벗어나지 않는 음악을 온몸으로 들을 수 있었다. 재즈는 생활의 음악이다. 가장 슬프거나 기쁠 때 빠질수 없는 술과함께 술집에서 성장한 거리의 음악이기 때문에 듣는 순간의 즉흥적인 감정을 표현할수 있다. 연주중간에 박수소리나, 기침소리, 술잔이 부딪히는 등의 일상적인 소리들이 배제된 클래식과는 반대로 그런 소리들과 어우러질 때 재즈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 음악인들의 공연이나 음반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외국의 굵직한 거장들이 공연할 때 대형 콘서트 홀이 비싼 표 값에도 불구하고 만원으로 미어터지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 연주가들의 공연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생각과 사상은 앞선 것을 따라 할 수도 있고 배울 수도 있지만, 사람의 정서란 것은 머리로 배워지지 않는다. 직접 경험하고 먹어보고 잠도 자보고 만져보아야만 어슴프레 가슴으로 퍼져드는 감정 같은 것이라 음반으로 듣던 거장들의 연주는 가슴을 뭉클하게도 하고 흥겨움에 젖을 때도 있지만 매번 잘 차려진 정식을 먹는 기분을 피할수 없었다. 밥도 아침, 점심, 저녁마다 반찬도 다르고 차림의 형태도 다르다. 또, 우리는 간식도 먹고, 야참도 먹고 가끔 있는 술자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여러음식을 균형있게 먹을 때 몸에 균형이 오듯 가장 기본적이고 본능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고차원적일수 있는 음악도 다양한 것을 맛보고 섭취할수 있을 때 마음의 균형을 줄것이라고… 나에게 있어서 신관웅님의 음반은 무엇보다 우리의 몸으로 구현한 재즈를 쉽게 들을수 있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기뻤고, 낯선 지명과 이름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내가 사는 도시와 ‘나라’란 이름을 가진 소녀의 이야기가 담긴 재즈음반이라 더욱 귀하다. "Family & Friend" 2장으로 구성된 앨범중 Family는 신관웅의 곡들과 우리나라 재즈계의 대부인 길옥균, 이봉조선배들을 기리는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40년에 걸친 음악인생을 정리하는 기념비적인 면도 보이지만, 그것못지않게 약간 감상적인 느낌의 서울4부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한강을 중심으로한 서울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연주로 담고있어서 의도한 대로 파리의 세느강변보다 아름다운 한강변을 발견할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