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루미의 은혜 갚기. 뭘 알까 싶었던 5살짜리 장난꾸러기들도 숙연해하며 들었던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건 기쁨이지만 가끔은 힘든 일일 수 있다. 하긴 두루미가 그 사내를 사랑했는지 모르지만 목숨을 구해준 사람과 사랑의 빠질 확률은 그저 도움을 준 사람보다는 더 높을테니까. 자신의 털을 뽑아서 비단을 짜는 아내와 그것도 모른 채 부탁을 거듭하는 남편. 사랑하는 데는 얼마만큼의 비밀이 필요한지 늘 궁금하다. 비밀은 얼마나 필요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감춰야 할 일과 솔직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비밀은 왜 생겼는가. 모두 다 비밀이지 않을까. 비밀이란 아마 불확실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생겼을 수도 있고, 자신의 결점을 가리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여기선 은혜를 갚기 위해서 비밀이 필요했나보다... |
|
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377 《두루미 아내》 야가와 수미코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김난주 옮김 비룡소 2002.2.8. 제금을 나서 살던 열아홉 무렵부터 집일을 도맡습니다. 집일을 누구한테서 배운 적은 없으나, 어깨너머로 어머니 살림결을 지켜보았고, 날마다 이래저래 거들면서 천천히 몸에 밴 길을, 제 나름대로 요모조모 가다듬어서 꾸립니다. 제 손길을 바라보는 둘레에서는 이때에는 이렇게 저때에는 저렇게 하라면서 알려줍니다. 때로는 빙그레 웃으며 “어쩜 그것도 모르네?” 하고 가볍게 핀잔하는데, 웃음짓는 핀잔으로 부드러이 알려주는 마음씨란 참 곱구나 싶어요. 아직 사내보다 가시내가 집일을 도맡는 곳이 많지 싶은데요, 먼먼 옛날부터 사내가 집일을 도맡거나 나누었다면, 사내도 숱한 할머니처럼 어질고 부드러이 타이르거나 다독이는 마음씨가 되지 않을까요? 집안일을 즐기는 사내로서 가시내를 마주하는 삶길을 오래오래 걸었으면 온누리 어디에나 넉넉히 어깨동무하는 보금자리를 이룰 만하지 않을까요? 《두루미 아내》는 두루미인 몸이지만 따사로운 사랑이고픈 넋으로 ‘바보스러운 사내’를 보드라이 일깨우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두루미 사내”라면 어떠했을까요? “두루미 사내”도 어질면서 보드랍고 착하면서 사랑스러운 눈빛이며 마음이 될 만한지요? 온누리 사내들이여, 집밖으로 그만 나돌고 집안에서 사랑을 함께 지읍시다. ㅅㄴㄹ . #つるにょうぼう #赤羽末吉 #矢川澄子
|
|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받아 온 권장도서 목록에 이 책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본동화라고 하기에 내용도 우리와 친숙할 것 같고 또 그림이 무척 예쁠 것 같아 다른 책 몇 권과 함께 주문했다. 며칠 후에 도착한 책을 펴보며 기뻐하던 우리 딸, 이 책을 엄마, 아빠와 함께 읽고는 별로 밝은 표정이 아니었다. '당연하지, 그런 결말을 보고 기쁜 표정이 나온다면 어린이가 아니지.' 우선 그림 하나하나가 너무 곱고 아름다워서 짧은 동화책에 마치 우리 가족이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들이 어려서 들은 동화와 비슷한 스토리라서 새로운 느낌은 좀 부족하지만 가족 간에도 약속은 지켜야 하며 한 번 깨진 가정의 평화를 되돌리기에 얼마나 큰 고통이 따르는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동화책은 딸 아이 교실에서 여러 아이들이 돌아가며 읽고 있다. 혹시 우리 집으로 이 책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다시 한 권을 사주어야겠다. |
|
부드러운 동양화풍의 그림이 인상적인 그림책이다. 우연히 일본의 전래 동화를 그린, 은은하고 정겨운 동양화풍의 그림을 추천하는 글을 읽고 구입한 책이다. 공주나 여자 이야기라면 질색을 하는 아이는 사기를 망설였지만 나는 그런 이유 때문에 더 사 주고 싶었던 책이다. 나도 동물이나 남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좋아하다 보니 좀 부드럽고 균형 감각을 길러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책을 받고 보니 나는 참 마음에 드는데, 아이는 역시나였다. 어느 눈이 많이 내린 날 화살에 맞은 두루미를 구해 준 요헤이에게 밤늦게 아리따운 아가씨가 찾아와 아내로 맞아달라고 한다. 가난한 살림에 먹을거리마저 동이 나자 아가씨는 사흘 밤낮에 걸쳐 아름다운 베를 짠다. 베를 비싼 값에 팔아 오순도순 살지만 돈은 곧 떨어지고 아가씨는 이번에는 마지막이라고 하며 나흘이 걸려 베를 짠다. 한 번 더 베를 짜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혹한 요헤이는 베를 짤 때마다 수척해지는 아내에게 한 번 더 베를 짜기를 원하게 된다. 그런데 닷새가 걸려도 나오지 않는 것이 이상해 가리개 뒤를 넘겨다 본 요헤이는 그만 기절하고 만다. 피에 젖은 두루미 한 마리가 자기 깃털을 부리로 뽑아 베틀에 거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린 요헤이의 손에는 베 한 필이 남겨져 있고, 아가씨는 마지막 인사를 남긴 채 두루미가 되어 멀리 날아가 버린다. 요헤이는 자신에게 찾아온 행복 앞에서 더 큰 욕심을 부린다. 하기는 욕심을 부리는 것이 인간다운 것이기는 하지만 수척해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도 욕심을 절제하지 못한 그는 마침내 모든 행복을 잃게 된다. 언제나 후회는 한 발씩 늦는 듯하다. 욕심을 부려야 할 때 욕심을 부리지 않아 후회하고, 또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할 때 욕심을 부려 후회한다. 그리고 우리들의 호기심이란 늘 넘어서는 안 되는 경계선 너머의 세계를 기웃거린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할 때 우리들의 욕망과 호기심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도덕과 양심의 경계를 발견하는 일이 필요할 듯하다.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듯한 은은한 색과 부드러운 그림의 선이 마음에 와 닿는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이야기나 그림체가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아이들이 좀 더 좋아할 듯하지만 참 우아하고 멋진 그림책이다. |
| 출판사는 이 작품을 <선녀와 나무꾼="">에 비교했지만 그보다 더 많이 닮은 이야기들, 즉 동물이 사람의 아내가 되어 살다 결국 떠나게 되는 이야기는 우리 옛이야기에 상당히 많은 것 같다. "우렁 각시"도 그렇고, 선비의 피리소리에 반해 여인의 모습으로 찾아와 선비의 아내가 된 물고기 얘기도 그렇고, 또 주인공이 새인 이야기도 있었을 성 싶다. 거기에 더해 이 이야기는 아마도 어린 시절 보던 전집 속의 일본 이야기편 속에 들어있지 않았나 싶다. 그만큼 친숙했기에 더더욱 우리나라 얘기 같았는지 모르겠다. 또 게다가 그림까지 우리나라 동화책 그림을 빼닮았다. 주인공들이 기모노를 입고 있지만 얼핏 보면 한복처럼도 보일만큼 우리나라 그림책들과 구별이 안 가는 화풍이다. 아마도 그만큼 우리 책들이 일본책을 많이 참고했다는 얘기가 아닐까. 구체적으로는 동양화 기법의 사용이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다. 그동안 참신하다고 생각해 온 우리 그림책의 동양화 기법에서조차 일본 것을 참고해온 것은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선녀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