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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조용히 밀어주며 토닥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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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관현악 모음곡이라 부르는 이 곡들은 바흐가 당대 프랑스식 'ouverture'를 확장해 중심으로 삼아 춤곡들을 자유롭게 묶어 만든 곡들이라 독일어나 영어로 그렇게 부르면 옳을 것 같았는데, 'orchestral suites' 아닌 'overtures'라고만 쓰인 이 표지에서부터 일단 고집스러움이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original instruments 연주에 간결한 편성이라 바흐의 전형적 대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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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관현악 모음곡이라 부르는 이 곡들은 바흐가 당대 프랑스식 'ouverture'를 확장해 중심으로 삼아 춤곡들을 자유롭게 묶어 만든 곡들이라 독일어나 영어로 그렇게 부르면 옳을 것 같았는데, 'orchestral suites' 아닌 'overtures'라고만 쓰인 이 표지에서부터 일단 고집스러움이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original instruments 연주에 간결한 편성이라 바흐의 전형적 대위법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작곡한 때가 확실한 곡은 하나도 없는데 1번에서 4번 순서 구조가 묘하게도 마치 거대한 교향곡 악장을 이룬듯하다. 오보에와 바순이 들어간 1번은 가볍게 시작하고, 플루트가 인상적인 2번은 유일한 단조로 좀 슬프고, <air>가 있는 3번은 트럼펫과 팀파니가 등장해 분위기를 다시 띄우더니, 4번은 1번처럼 다시 밝은데 그동안 등장한 악기가 다 나와 화려하다.

 

표지 그림은 작곡 연대로 추정된다는 쾨텐에 머물던 시절(1717~23) 그 궁정 그림이라는데, 영주와 친구처럼 지내며 자유로운 작곡을 하기도 하고 무려 16살 어린! 새 아내를 맞기도 했지만, 첫 아내의 죽음에다가 자신이 어릴 때 부모가 떠난 아픔이 있어 아이들 걱정도 났을 테고 그때까지 살면서 이리저리 치인 경험 등도 또 떠올랐을 테니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감정이 <air>에 드러난 걸 거로 추측해본다. 떠나보내기 싫지만, 끝난 듯 다시 시작하길 반복하는 곡처럼 못 놓아주다가 결국 어렵게 인정하고, 아내가 떠나간 하늘을 향해 "사랑했어요, 이젠 편히 쉬어요..." 하고 공허한 메아리는 대위 선율로 울리는 듯, 작별의 헌사를 바친 헌정 곡이라고 여기고 싶다.

 

<G선상의 아리아>가 되기도 한 <air>는 전체에서도 가장 잔잔한데 앞뒤 곡이 힘찬 트럼펫과 팀파니로 맺고 시작해서 더욱 구슬프다. 역시 전곡을 들어야 이 곡의 영롱함을 알 것이고, 또 이 곡 덕분에 대조적으로 다른 곡들도 더 찬란함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바하, 사선상의 아리아'라고 불렀던 과거에든, 미래에 혹시 전곡을 '밯, 여는곡들'이라고 부르든, 곡 자체의 아름다움은 영원하리라. 명곡이면서도 마침 누구네 연주인지도 이 곡이 대표적으로 잘 드러낸다.

 

피노크가 하프시코드로 지휘하는 잉글리쉬 콘서트네는 유난히 애절하여 눈물이 조용히 흐른 다음에야 난 것을 알 정도. heart touching 간호사가 어루만져주는 기분이다. 주선율 바이올린을 솔로로 한 이런 연주는 조금이나마 들어본 중 유일하다. 그 덕에 꾸밈음에 자율성도 많고, 비브라토도 깊게 느껴진다. 하프시코드는 '날 믿고 따르라!'라며 이끈다기보단 보조로 받쳐 뒤에서 토닥이며 밀어주는 느낌인데 구성원을 먼저 믿어주는 중소기업에 신뢰형 상사 같다. 이는 전곡에서 마찬가지고, 음 하나하나 나긋나긋 이어가는데, 늘임표를 종종 붙인 것 같아도 전체 템포에 큰 차이는 없어 적당한 편이다.

 

2번 후반에서 3번 초반은 익숙한데, 얘기를 안 할 수 없는 네빌 마리너네는 반면, 웅장한 느낌의 대규모 편성 같다. 이 곡에선 하프시코드 튕기는 소리가 아예 안 들리는 대신 목관 음도 나오고, 튕기는 매력은 베이스에 있는 것이 독특하다. 오보에나 플루트 등보단 바이올린 부가 거의 끼어 있어 독주보단 합주미를 강조한 느낌이다. 잘 통제된 조직력을 앞세워 이끌어나가는 대기업 선봉장 상사 같다. 전체 템포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호그우드네나 톤 쿠프만네는 위 둘의 중도에 선, 하프시코드도 살아 있는 적당한 편성 같고, heart moving 의사가 맑게 치유해주는 기분이다. 그밖에 예후디 메뉴인네도 무난한데, 알렉산더 티토프네는 상대적으로 너무 빠르다. 개인적으론 북독일 내륙의 바흐는 햇살 가득한 이탈리아의 비발디완 다르니, 좀 차분한 피노크네가 바흐네 동네들 기후에 어울리는 것 같다.

 


라이프치히에 있는 Bach Archive Museum

 

참고로 상품 이미지에 Edison Award 딱지는 포장 비닐에 붙은 게 아니고 케이스 뚜껑에 붙은 것이며, 78년(4번은 79년) 녹음해 79년(4번은 80년) 발매한 음원이다. 이 음반에는 ADD라고 나와 있는데, 3번에서 <air> 끝난 다음 '가보트'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직전에는 LP 끄트머리에 바늘을 갓 올렸을 때 소리가 미리 아주 작게 들리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있다. 그래서 트랙별 정보를 찾아보니 모두 AAA라고 나왔다. 고로 세션 믹싱과 마스터링을 디지털로 새로 한 음반은 아닌 것 같고, 단지 3번까지 담았던 음반과 다른 음반에 있던 4번을 엮어서 만든 것만 디지털로 했다는 것 같은데, 맞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_- LP로 듣는 기분이 난다. 음질은 강약 밸런스도 잘 맞았고, 호흡 소리에선 마치 구운 콩 냄새가 날 것만 같을 만큼 깔끔하며, 1번에 '부레'에서는 운지하는(?) 소리마저 쉽게 들린다. 속지는 괜찮은데 꺼낼 때 앞장이 끝까지 버티(!)다가 구겨지고 마는 단점이 있다. 반대쪽으로 꺼내야겠다.^^

b*****r 2011.05.11. 신고 공감 4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