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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법학과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가 2010년에 쓴 책으로 원제목은 "The Force of Law"이다. 사실 이 책은 중학교 3년 내내 자치법정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한 우리 첫째 딸과 함께 읽게 되었는데, 비교적 얇은 책 속에 생각하고 곱씹어 보아야 할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크게 보면 법치 제도와 법의 공정성 문제, 그리고 법의 집행과 관련된 역사와 이슈들을 언급하고 있다. 우선 법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원리는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구체화 되어 왔다면서, 책임감과 공정성, 법이 평등하게 적용되면서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원리가 법치 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책임감이란 각국의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행동을 취해야 할 의무를 가지며, 또 정책과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국민에게 만족감을 주어야만 한다는 원칙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법이란 특정 단체나 개인에게 특혜를 주는 일 없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하게 집행되어야 한다는 게 원칙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이런 공정성이 제대로 적용되기 위해선 때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예를 들어 소득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액수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보다 더 공정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한편 법이 불완전한 인간에 의해 집행되기 때문에 편견과 게으름, 무지나 개인적인 호감, 또는 개인적인 그날의 기분 등이 개입될 수 있으며, 인간의 삶 자체가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 넣을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기 때문에 특정한 상황들에 대해 일반적인 규칙과 원칙들을 적용하는 일에는 언제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고 언급한다. 물론 정부나 권위를 가진 이들의 지나친 개입에 대항하여 국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헌법을 만들어 기본 원칙들을 위반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중반부에는 성문법과 관습법의 차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우리는 보통 대의정치와 법치 제도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법의 적용을 판단할 수 있는 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며 올바른 법은 문자로 되어 있는 법이며 입법기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성문법 체계에서도 판사에게 재량권을 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관습법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해석에 정치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고 언급한다. 게다가 누군가 우리를 강제로 몰아붙이지 않아도 우리는 이미 정해진 문화적 유형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이런 행동의 규칙과 규범들이 딱딱한 법조문들보다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특히 금주법과 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법은 법의 효력을 얻지 못하게 되며 이런 법을 강제로 집행하게 되면 국민들의 법에 대한 인식 전반에 걸쳐 문제점만 불거지게 된다고 언급한다. 또한 사회적 규범과 법 사이의 상관관계는 각기 다른 규범을 지닌 집단들이 모여 사는 사회일수록 더 어려운 문제로 부각되기 마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21세기 초 프랑스 국공립학교에서 모슬렘 신도들이 자신들의 전통에 따라 머리 가리개를 쓰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 논쟁이 커졌는데, 프랑스에서는 19세기에 프랑스 교육제도 내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가톨릭 교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투쟁해온 전력이 있던 터라 국가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 어떤 특정한 종교적인 집단이 자신들의 종교를 표현하는 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특수 상황이 존재했다고 한다. 사실 전통과 관습이 문화적으로 풍족하다는 것은 근대의 법 체계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싸워서 깨뜨려야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19세기와 20세기 대부분에 걸쳐 전통과 관습은 법치 제도를 이행하는 데 방해물로 여겨졌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종교적이든 세속적이든 전통적인 문화를 배경으로 한 대개의 행동들은 귀중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논의하고 있는 부분은 법과 정의에 대한 것이다. 우선 정형화된 성문법이 등장한 이후로 사법체제가 실제로 정의를 행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하나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수많은 경범죄자들이 감옥에 가게 되는 주요 원인은 벌금을 낼 형편이 못 되거나 재판 날짜를 놓쳤거나 애초부터 자신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범죄학자들은 이런 수많은 소소한 범죄자들에게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논쟁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말이다. 특히 지금의 사법체제에서는 일단 법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이 하나의 형식으로 굳어버리고 나면 정의가 제대로 실현될 여지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고 말한다. 나치 독일 시절에 정부에서 시행하는 법률이라면 무조건 올바른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 했었다고 한다. 설령 그 법안이 인권을 제한하고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해도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면 그것은 분명 당시 사회에서 그런 일들을 요구했기 때문이란 인식이 팽배 했었다는 말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 역시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대명제를 앞세워 정식 미국 시민이 아닌 사람들과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법적 권리를 엄격히 제한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법치 제도에 따라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지만 기본적인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폭력적인 조치들은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 따라 그대로 용인되었다고 한다. 또한 우리의 사법 제도는 자동차 사고를 당한 누군가에게 보상을 약속하는 데는 적합하지만 거대한 역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같은 시기, 같은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항상 정의가 요구하는 일이 행해지기를 바라고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환경문제를 중시하는 법학자와 철학자들은 쓰레기를 처리할 때 매기는 세금을 결정할 때 정부가 미래 세대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개발도상국가의 정치가들은 생산과 고용을 늘리는 일이 현재 자국의 실정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환경에 대한 부담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법학자나 철학자들이 생각하는 정의란 미래의 인류와 지구를 생각하는 것이며, 정치가들이 생각하는 정의란 발전을 통해 국가 간의 불균형을 줄이는 것이라 언급한다. 또한 넬슨 만델라는 1960년대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는 특수한 상황 아래서는 오직 폭력을 통해서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국제적인 압력 같은 조치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법 제도를 필요한 만큼 충분히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사회정의 운동을 대변하는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폭력은 어떤 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아무리 그 이유가 타당하다 하더라도 폭력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신을 더럽히고 마음을 부패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다른 이들과 더불어 정의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귀를 기울여야 할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며, 우리의 법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정의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누가 법을 실제로 지배하고 집행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우선 근대의 사법 제도는 개인과 집단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폭력과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그 의미가 있기에 대다수의 민주국가는 사법 제도를 통해 국가로부터 인정을 받은 기관만이 엄격하게 제한된 상황 하에서만 국민들에게 강압적인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경찰의 부패 문제와 민간인들에 의한 군사력 남용, 취약한 민주정치제도를 가진 콜롬비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이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 나간다. 콜롬비아의 경우 사실상 무력 사용 자체가 적법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구분조차 불가능한 상황 속에 있으며, 경찰이 하지 못한 법 집행의 업무를 비정규 군사조직들이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일반적인 경찰 업무의 많은 부분들이 우리가 TV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나쁜 범죄자들을 일망 소탕하는 모습이 아니라고 하면서, 가장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회에서조차 경찰은 시민들에게 실제적으로 위협이 되는 중범죄자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는지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법을 어긴 사람들을 체포하는 일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사회적으로 차별 받고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대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아직도 의문의 여지가 많다면서 현재 경찰의 기능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 경찰 업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많은 시간을 경찰서에 앉아 동료들과 잡담을 나누거나 서류작업을 하고 외부기관의 요청에 따라 정보를 내보내는 일에 할애하고 있다거나 공공의 경찰 업무가 개인 사업과 연결되면 부정한 뒷거래가 생기기 마련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경찰 조직을 시민이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법 집행에 관련된 정책들이 종종 부작용을 일으켜 새로운 해악을 만들어내는 사례로 성매매와 마약과 관련된 엄격한 법 적용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하나를 금지라면 또 다른 하나가 고개를 들고 나오는 이런 문제들은 아직 실제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못했다면서 말이다. 법 적용과 집행에 늘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