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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폴 오스터의 책을 또 읽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뉴욕통신>으로, 지금까지 그가 써온 서문들,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고 쓴 그의 에세이, 그의 작품세계 전반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인터뷰들을 모은 것이다.
오스터의 문장은 아주 지적이고 현학적이라 사실 그 두꺼운 <뉴욕통신>을 읽으며 나는 가끔 현기증이 나기도 했다^^; 누가 나에게 "지금 뭐하냐"고 물으면 "나는 지금 고통을 읽고 있어..." 라고 답할 만큼.
그런데 신기하게도 처음 한 번 읽었을 때 느껴지던 어지러움이 두 번째 책을 읽을 땐 명쾌함으로 바뀌더란 거다! 내가 접하지도 않은 작가의 서적을 읽고 싶게끔 만들고, 그 작가의 전 서적을 읽은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건 전적으로 오스터의 힘일 거다. 그래서 이젠 그 지긋지긋한 현학적 문장들이 아주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다.
개인적으로 이번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오스터의 인터뷰를 모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이 인터뷰들을 통해 오스터의 작법, 그의 작품 세계 전반에 대해 두루 살필 수 있었는데 - 오스터가 다른 작가를 인터뷰한 것, 오스터를 다른 인터뷰어가 인터뷰한 것을 읽으며 그동안 몰랐던 인터뷰 스킬에 대해서도 좀 더 배울 수 있었다! -'기억과 우연'의 힘에 기대 작품을 쓰고 그 세계를 보여주는 그의 문학세계는 흥미롭기 그지 없었다.
그의 딸 소피 오스터는 16세 때부터 가수로 활동한 - 그것도 오스터를 쏙 빼닮아 초절정 미녀다.......... 아아.. 신이시여..... - 아티스트고, 미술 에세이를 쓰던 그의 부인 시리 허스베트도 이젠 소설을 쓴다 한다.
그의 삶, 그의 가족 역시 그의 문학만큼이나 흥미롭지 않은가!
ⓒ Hyang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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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 책이 베스트셀러 였다. 안다는 놈년들은 다 한마디씩 하는 폴 오스터였다는게지.
이 책이 나올때, 그의 모든 책을 섭렵했다는 나의 눈을 의심했다. (나는 이래뵈도 전작주의를 고집한다. 물론 몇몇 특별히 편애, 관리하는 작가나 사상가, 작곡가들..)
폴 오스터 신드롬은 어찌보면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변주곡 연주처럼, 부유하는 유행의 첨단이고, 저잘난 시대의 광풍일 수 있겠다.
그런데, 예전의 책 제목이 뭐였드라.
굶주림의? 굶주림의 예술?? 이었을 거다. 절판되지 않았다면 예스에도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이책을 이전 버전으로 보았다. 나쁘진 않았다.
그의 개성이 아직 드러나기 이전이었던지, 아니면 그의 장기라 할 장편소설이 아니고 가졌던 생각과는 달리 시인이자 번역가, 문학비평가로서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한 계기였다.
결국 제목부터가 빈티나는 굶주림으론 도저히 출판의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였다는게지...
폴 오스터를 많이도 팔아먹는다는 생각을 감추지 못하겠다.
나로서도 뉴욕3부작을 깃점으로 그의 책 대부분을 구해봤다고 하겠지만, 류, 하루키, 배수아, 카버 처럼 뭔가 흡인하는 매력으로 이제까지 그를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 책은 그가 한때 시인을 꿈꾼 프랑스 유학생으로 문학비평가로서도, 한때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접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 속에서 기이한 우연들의 스토리 텔러로서 문학적 입지를 굳히는데 꽤많은 도움이 된 내공쌓기 공부기간 중의 결과물이다.
바로 말해, 그의 젊은 시절의 탐색전, 열기에 들뜬 가능성의, 암중모색 시기에 타 작가를 통해 계발되고, 들뜨던 시절의 독서기가 아닌가.
공부시절이 지나, 미국소설문학의 금자탑을 세우고, 어느때부터인가, 사자처럼 당당하던 그가 벌써 노쇄한것인지. 본격문학을 포기한 건 아닌지. 안타까울때가 있다.
난데없는 뉴욕통신 출판에 뿔따구가 나서 한마디 덧붙여 본다.
(추신: 크리스마스 일화를 영화화한 스모크 한번 꼭 보세요. 오스터가 원작이기도 하지만, 거기 나오는 실의에 찬 소설가에서 굶던 시절, 뉴욕의 오스터를 연상케 합니다. 실제의 오스터는 불의의 총격사고로 아내를 잃지 않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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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뉴욕통신]1970년부터 1997년까지 폴 오스터가 쓴 에세이, 서문, 인터뷰를 모은 평론집이다. 제1부는 크누프 함순, 사무엘 베케트, 카프카, 루이스 울프슨, 로라 라이딩, 찰스 레즈니코프, 파울 첼란 등 20세기 소설가와 시인에 대한 평론이다. 대개 1970년대 중반에 발표한 글로, 저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현대 작가들에 대한 평론이기에 폴 오스터의 독서 취향을 세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다다의 핵심 창립자 후고 발의 일기집 [시간으로부터의 탈주]에 대한 글이 흥미로웠다. 제2부는 저자가 번역한 시나 소설의 서문과 후기를 수록하고 있다. 한국독자들에게는 매우 낯선 프랑스 '객관주의' 시인들, 예컨대 자크 뒤팽, 앙드레 뒤 부셰, 조지 오펜 같은 시인들에 대한 글이 주종을 이룬다. 그중 가장 뛰어난 글은 필리프 푸티의 [고공 줄타기]이다. 제3부는 번역과 저자의 작품세계에 대한 4편의 인터뷰글이다.
역자 이종인은 <자베스와의 대화>와 <매커퍼리와의 인터뷰>를 먼저 읽을 것을 조언한다. 나는 그의 조언을 따르려 했다. 그러나 결국 순서대로 읽었다. 무의식적 독서습관 때문이었다. <굶주림의 예술>부터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뒤이어 전개되는 이야기에 만족했다. 폴 오스터는 '굶주림의 미학'을 예술미학의 한 전형으로 이해한다. 카프카의 [단식 예술가]는 실존의 예술이자 굶주림의 미학의 구체적 재현이었다. 크누트 함순의 [굶주림]도 예술의 성격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내비쳤다.
"예술이란 굶주림의 예술, 혹은 결핍, 필연, 욕망의 예술인 것이다. 이 예술 속에서 확실함은 의심스러움으로 바뀌고 형태는 과정에 의해 밀려난다. 이제 임의적으로 질서를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런 만큼 어떤 명료성을 획득하려는 의무는 더 강해진다. 그것은 이 세상에 정답은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출발하는 예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을 제대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질문을 직접 살아 본 사람만이 그것을 발견한다."(19쪽)
사실 2부에서 소개된 20세기 프랑스 객관주의 시인들에 대한 글에서는 그렇게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3부 저자와의 인터뷰는 폴 오스터가 걸어온 문학적 자취를 더듬는데, 그가 한 번역의 의미, 시와 산문, 그리소 소설간의 차이와 초기 작품 세계의 특징 등을 다룬다. 전반적인 작품에 걸쳐 두루 나타나는 기억, 환상, 우연, 고독 등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리고 모순어법으로 점철된 작가의 글쓰기 특징에 대해 보다 소상히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