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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학에는 기필코 고전을 읽히리라 굳은 각오를 하며 처음 펼친 책이다. 책을 읽으려는 마음보단 5학년 아이에게 어떻게 읽혀야 할까?를 고민하며 읽어서인지 첫 부분에서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무 생각없이 옛날 이야기려니 하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인목대비에 대한 내용이었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광해군편이나 이야기역사스페셜 광해군과 강홍립이 생각났다. 얼마전의 TV드라마도. 예전에 접했던 책들은 광해군의 업적 중심의 서술 중심이고, 공포 정치(?)면 또한 광해군 입장에서 다루어졌다. 광해군이란 군주에 대한 토론을 할 때 이 계축일기가 좋은 자료가 되겠구나 생각되었다. 책을 다 읽고, 뒤의 자세한 해설을 읽어보니 이 일기 내용의 사실 여부나 해석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상황이나 현상일지라도 바라보는 관점이나 또 그것을 기록한 때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해설이었다. 오학년인데도 옛날 이야기를 너무 좋아하는지 우리나라 고전을 옛날 이야기라고 여기고 재미나게 빠르게 읽고 덮어버리는 아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면 어떻게 운을 떼야 할까 고민해본다. 사실인지 과장인지 황당무개한 내용 묘사 부분을 읽어주며 이게 사실인 것 같냐? 일기라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야 할 것 같다. 또 하나, 내가 궁금한 것도 물어보아야겠다. 이 책엔 해설이 뒤에 있어서 책 읽기 전에 찾아서 읽게 되진 않는데, 해설을 읽고 나면 한낱 옛날 이야기 같던 책 내용이 아주 다르게 느껴지니.. 이 고전 시리즈에서는 표지든 어디든 해설을 찾아 먼저 읽어야 책 내용을 제대로 음미하게 될 것이다...고 밝혀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엄마가 궁금해서, 조언을 구하면 아들은 진지하게 답해준다. 잘 읽었는지 추궁하고 확인하려는 질문과는 다르게. 그림 좋고, 활자체도 보기 좋고, 이야기 흐름도 매끄러워 과연 창비 책 답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해설에서 ..어린이들의 이해를 위해 이야기를 편집해 년도 순으로 넣고, 이해가 안될만한 내용에는 약간의 이야기를 첨가했다고 하는데.. 그렇게 옛이야기처럼 술술 쉽게 읽힐 필요까지 있을까...고전이라는 것이? 아님, 내가 고전이라는 것에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일까? 고전이란 모름지기 정독하며 내용을 곱씹어 이해해야 제맛이고, 또 그 곱씹음..느린 독서법을 배우기 위해 고전을 읽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내 '고전'의 개념이 무엇이든, 난 이 시리즈를 아이에게 읽히고 있고, 아이의 속도에는 따라가지 못하지만 잠을 줄여서라도 나도 열심히 읽고 있다. 서로의 방식으로 읽고 서로의 방식으로 대화를 청하다보면 우리의 '고전'의 개념이 서서히 만들어지며 서로의 독서법도 서서히 물들어가지 않겠느냐 싶은 것이다. 아들과 나의 이러한 고전 읽기 상황에서, 이 시리즈는 도움이 된다. 잘 만들어진 책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고, 그것을 무엇과 연결짓고 어떻게 다른 책들과 연결짓느냐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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