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덥다. 5월 밖에 되지 않았는 데, 하는 걱정이 들어 되도록이면 나가보려고 애를 쓰지만 어느새 나가려는 생각은 사라지고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만들어 집에서 뒹굴기 시작한다.
그러나 사실 집도 덥다. 커피를 다 마시면 꾸물꾸물 에어컨을 찾는다. 벌써? 싶지만 선풍기 청소는 아직 안 끝났으니 상대적으로 청소가 끝난 에어컨 밖에 수가 없다. 그런데 키면 또 춥다. 껐다 켰다, 계속되는 반복. 집이었으면 욕 먹었을 테지만(아니 그 전에 키지도 못했겠지만).
여하간 그런 속에서 꾸물꾸물 일어나 읽은 『샘터』 5월호.  항상 느끼는 건데 매번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의 좋고 탄탄한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텐데도 샘터는 단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냥 수월하게 넘기며 웃을 수 있는 일상과 많은 정보들, 그리고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총망라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점도 장점이다.
5월의 표지는 상당히 강렬한 편이라서 그런가,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나는 전시회 보는 것을 좋아한다. 소위 말하는 문화 예술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그것들에 대해 지식이 풍부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공부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머릿속에 오래 기억해두진 않는다. 그림이나 공연을 볼 때도 내 식대로 본다. 남들의 이야기를 수용하긴 하지만, 내가 보기에 아니면 그냥 아닌가보다로 생각해두고 끄적인다. 어차피 그 작품을 만든 본인이 아니고서야 해석은 보는 사람 마음대로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여하간 그래서 이번 샘터에 처음 들어보는 화가, 이인성에 대한 글이 실려 상당히 흥미롭게 보았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31년 일본으로 건너가 신문물을 배운 사람. 18세 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후 불과 25세 때 추천작가가 되었으며 일본 궁내성에 작품이 팔리는 등의 탄탄대로를 걸었던 화가. "회화는 작가의 미의식이 드러나는 별(別)세계" 당시 이 정도의 성과면 떵떵 거리며 살았을 텐데, 싶지만 아내와의 사별, 아이들의 죽음, 재혼,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갖고 있었던 인물이란다. 상당히 흥미롭다. 짧은 기사라 그 뒷이야기는 알 수 없었지만 호기심을 자아낸다. 이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고, 무슨 작품을 그렸을까?
국립현대미술관에 <계산동 성당>이란 작품이 있다고 한다. 여러번 가보았지만 본 기억은 없다. 항상 상시 전시가 아니라 특별 전시만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언젠가 이 작가의 작품 전시를 보고 싶었다.  가끔 티비에서 샌드 아트를 본 적이 있다. 한 번도 눈 앞에서 본 적은 없지만 라이트박스와 모래로만 이루어진 샌드 아트는 볼 때마다 신기했다.
주변에 이와 관련된 취미나 일을 하는 사람도 없으니 더욱 신기한 직업에 불과했다. 하긴 샌드 아티스트가 주변에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지도 모르겠다. 이번 샘터 5월 호에서는 샌드 아티스트 하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가 왜 샌드 아티스트가 되었는 지, 그 과정에서 겪은 고난과 고뇌는 무엇이었는 지 등에 대해서 가득하다. 2장 분량의, 길어보이진 않지만 분명 샘터 내에서는 상당히 긴 길이를 갖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조금은 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 앞 날에 대해 조금은 힘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일본 아베 총리를 위시한 일본 우익 세력의 거침없는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말로만 열심히 제지하고 결과적으로 일본에게 휘둘리고 있는 한국 정부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여하간 기사를 볼 때마다 화딱지가 난다.
근데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왜 우리는 일본 아베 총리를 위시한 일본 우익에게 사과하라고 하는 데, 친일파 후손들에게는 사과하라고 하지 않는가?
샘터에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와 그리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원죄'이야기를 한다. 최초의 인류 아담과 이브가 지은 원죄처럼 후손들에게 상속되어 그 죗값을 치르고 있는 원죄 말이다. 내가 한 일은 아니지만 내 조상이 했기 때문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원죄.
필자는 그러면서 친일파 후손들의 문제에 대해 거론한다. 상당히 인상 깊다.
물론 일본 아베 총리가 역사 문제를 비롯하여 여러 문제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리고 요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한편으론 대한민국 건국 초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채로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는 친일파 후손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그들도 사과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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