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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번역된 "기다림"을 먼저 읽었기에, 스토리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번역본을 읽으며, 이 작품이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인 작가가 원작을 영어로 썼다는걸 알고 놀랐다. 한글로 이미 읽었음에도, 중국인 작가가 영어로 쓴 소설은 느낌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다시 영문본을 찾게 된 주된 이유이다.
길고 긴 기다림만큼 책의 분량도 만만치 않다. 전체가 3부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12장씩으로 다시 구성되어 있다. 책이 두껍지만, 각 장이 열페이지 남짓하게 나뉘어있기에 잠깐씩 시간을 내어 읽어도 이야기가 끊기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작은 글씨들이 촘촘하게 인쇄되어 있지만, 그 자체가 큰 부담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작가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영어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편안한 느낌은 문장의 난이도와 관련된 것이고, 어휘는 오히려 만만치 않다. 내용 자체에 설명이나 묘사가 많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하긴 하지만, 신기하게도 단어 뜻을 모르면서도 큰 부담 없이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독서법 때문에 놓치고 지나간 좋은 표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글은 Lin과 Manna, Shuyu 세 사람의 결혼과 인생이 담겨있다. 각 인물이 처한 시대상과 사회적 위치 때문에 18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을 힘들게 보내야했던 이야기가 각 인물의 삶과 맞물려 전개된다. 재미있는 것은, 각 인물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것을 미처 느낄 틈도 없이 그 인물에 녹아든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 '아.. 각 인물이 이렇게 변했구나'하는 느낌이 드는건, 그만큼 스토리에 몰입했었다는 것이겠지.. 또한, 20년이 넘는 세월을 다루는 내용이니 만큼, 글의 무게도 그리 가볍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이 책을 통해서 삶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삶을 송두리째 걸고 기다리고 지켜낼 만큼 중요한 것이 나에게 있을까.. 과연 그것을 지켜냈을때 나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삶은 누군가의 말처럼 "모순덩어리"가 아닐지...
나에게 있어 이 책의 결말은 어쩌면 진부하고 상투적인 "~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는 맺음보다는, 두꺼운 책을 열심히 읽어낸 것에 대한 선물처럼 느껴지는건.. 내가 너무 엉뚱하기 때문일까...
시간을 제법 투자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삶에 대해 한번쯤 깊은 생각을 해보고 싶을 때나 아이러니라고 감히 부를 수 있는 결말을 지닌 책을 읽고싶을 때 쥐고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감히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