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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기 :
영화 저편, 길을 나서다 (부표/ 총 263쪽)
간혹 그런 때가 있습니다. 책 곳곳에 내가 생각하던 그대로를 옮겨 놓은 듯, 내가 보고 느꼈던 것들이 그대로 옮겨져 있는 듯 착각하게 되는 책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혼란은 혼동을 일으켜 내가 써놓은 게 아닌가, 의심이 되어서 자주 글쓴이의 활자로 박힌 이름 석 자를 확인하게 되는 책이 있습니다. 행복한 거죠. 그런 행복한 책을 부표 출판사에서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저편, 길을 나서다>(이하 <영화저편>)가 바로 그 책입니다. 여행정보와 감상에 균형을 잘 지켜낸 책. 그리고 영화 이야기가 담백하게 담긴 책. 사진이 아름다운 책 <영화 저편, 길을 나서다>입니다. 책의 부제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여행이야기"가 책 전체를 잘 대변해 주는군요.
안홍기 씨는 떠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그저 여행이 좋아서 떠난다. (...) 얻은 만큼 두고픈, 어떻게든 나의 한 부분을 그곳에 살게 하고 싶은 나의 객기(머리카락을 뽑아놓고 돌아온답니다.^^) (...) 때때로 우리는 시공간을 초월해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여행 이야기도 마치 어제 본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기억에 관한 것이다. 나의 기억이 타인의 기억이 되기도 하고, 타인의 기억이 나의 추억이 되기는 하는, 여행과 영화가 가지는 힘이리라. 이 책의 모든 여행과 영화는 한 줄이 될 수도 있다. (...) 한 줄이 되고도 남는 마음을 한숨처럼 술 한 잔에 내려놓기만 해도 족하다."
우리의 이야기는 안홍기 씨의 말씀처럼 '한 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먼저 훑어봤을 때 유독 사진에 눈이 끌립니다. 그래서 이름도 그렇고, 사진의 느낌도 있고 해서 저자가 남자일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보기 좋게 틀렸더군요. '여자로서 여행하기'가 힘들다는 말씀에, 옆에 누군가 함께 있었나? 여동생에 호칭이 '언니'? 여성분의 책이라 여기니 존경이 샘솟더군요. 여자로서, 그 넓은 길을 걸었다 생각하니 존경스럽더군요. 하지만 존경해야 할 일은 성별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써내려가는 여정과 감상은 편협하지 않고 절제하며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없이 온화하고 깊고 따뜻한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한 내용이 영화와 한 치 어그러짐 없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영화 저편>을 읽으면서 목마름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그 착각은 감동이겠죠.
"영화는 영화로 그냥 두는 편이 더 좋다. 내 여행을 하자." 누구나 사랑하게 된다는 도시, 파리에서 안홍기 씨는 현실과 이상의 벽을 인정합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걷던 길을, 극적환상에서 깨어나 자신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있는 곳에서의 우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피력하고 있습니다. 파리에서 <아멜리에>를, <비포 선라이즈>의 두 연인을 찾으려는 허망한 걸음 억누르고 그는 그의 여행에 몰두합니다. 이러한 고찰은 <여행 저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노트에 옮겨 적다가 아예 책을 노트 삼기로 할 정도로 많은 말들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 지는 해는 그들에게 슬픈 것이 아니라 편협한 관광객에게나 슬프다. 변변한 일거리 하나 갖지 못한 그들의 삶을 바라보는 여행자에게나 슬픈 해다.(...) 부자의 여행자가 되기보다 긴 여정의 여행자이기를 선택한 나는 한 번도 나의 가난이 창피한 적이 없었다. 모두 함께 가난하면 가난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난으로 지는 해는 슬프다. (...) 그들은 자신의 가난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고 웃는다. (...) 경제의 풍요가 만들어 낸 우습지도 않은 아이러니다. (...) 해가 지기 전에 (...) 동네를 나와야 했으므로, 버리고 떠날 수 없는 여행자의 가련함이다. 허나 그들에게는 나도 부자였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저자는 이러한 감상을 털어놓는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생활을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으면서 그들과의 거리를 알맞게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러브 인 아프리카>를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영화 <러브 인 아프리카>가 고마운 것은 아프리카를 전혀 미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 그저 바라볼 뿐이다. (...) 문제가 (...) 무겁지만 섣부른 결론을 도출하려 하지도 않는다. 모든 갈등의 화해는 초원이 대신해 준다."
이제는 <러브 인 아프리카>의 내용도 가물가물한 내게 이렇게 상세하고 정확한 영화평으로 짚어주고 있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안홍기 씨의 약력을 살피게 되었다. 책표지에 있는 그의 사진, 아 이것이 그의 사진이구나.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을 옮겨 놓았다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사진의 주인공이 안홍기 씨이다. 그에를 선망하며 자주 이 책 <여행 저편>을 찾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저편>에서 소개해준 영화를 시간 나면 짬짬이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안홍기 씨의 영화평을 따라하며 정리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사람들이 왜 자꾸 떠나느냐고 묻는다. (...) 정말로 나는 대답할 말이 없다. 그저 여행이 좋아서 간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 머리말 <타인의 기억으로 남기> 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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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맨처음 본 순간... 표지가 너무 이뻤다. 먼 타지에서 한없이 걸어가면서
앞으로 가는 사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음악을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고, 책을 좋아
하고, 음식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한다.
나 역시 이 모든것들을 좋아해서 떠난다.
이 책은 뭔가 나와의 인연이 있었나보다...
내가 여행가서 하는건 항상 그 지역에 똥누기..
전에 20대에 꼭 해야할일이라는책중 한 항목이 "많은 곳에서 똥을 누어라"였다.
근데 항상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서 ... 마려웠다. 반듯이 해야하는 절차처럼..
이책의 필자 역시 그 구절을 기억하지만,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방문을 표현했다.
머리카락 뽑아놓고 오기....
또 하나의 우연은 '카페 뎀셀브즈'
카페 뎀셀브즈의 추억하는 필자의 글을 읽는 그 순간. 난 이책을 카페 뎀셀브즈에
서 읽고 있었다.
억지 우연인가?? 그래도 뭔가 기분이 좋아 입이 쭉~~ 늘어졌다.
내 여행에는 반듯이라는 단어가 있다.
반듯이 목표한 것들을 봐야하고, 반듯이 목표한 음식을 먹어야하고, 반듯이 목표
한 숙소에서자야하고, 반듯이 그 루트로 가야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반듯이라는 말에 집착하는 내 자신을 한번더 돌아볼수 있었다.
영화와 여행..
여기 나와는 장소들이 다 아는 곳이 아니었다. 거의 모른다고도 볼 수 있다.
영화를 좋아하지만 장소보다는 음악에 집중하고, 막연히 터키에 가고 싶다...
그러나 그 나라에
유명한 곳이 어딘지는 모른다. 그냥 터키라는 나라에 가고 싶어하는 나를 봤다.
책을 읽으면서, 아 그 장소가 거기 였구나. 그 나라에는 이런게 있구나... 더욱
배우면서 책속story에 빠져든다. 마치 내가 여행하듯이... 그리고 더욱더 여행하고
싶어진다.
현대인들에게 여행은 사치스러운거라고도 할 수 있다.
다들 직장에 다시며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노력할때, 여행자들은 타국에서 자
유를 즐긴다.
하지만 이 자유안에서 더 많은것을 즐기고, 느끼고, 만나며, 배울 수 있는 것임을
다시한번 느끼게해줬다.
이책의 시작에 이런말이 있다.
떠나자. 매번 돌아와야 할 것을 알면서도 떠나자 마음먹는다.
그것이 이틀이 되건, 일주일이 되건, 달포가 되건, 일년이 되건 간에...
그리고 돌아오는 것이다..
돌아와야 여행이다..
돌아올 곳이 있어야 여행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낯선 즐거움이 돌아올 곳이 있따는 안도가 교묘히 뒤섞이는 감정
이다.
정말 매력적인 문구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 몸은 비행기안에 있는것 같았다.
또 하나의 문구..
값비싼 카메라를 들고, 꿈도 꿔보지 못할 만큼 큰돈을 주고 비행기를 잡아타 그들
의 가난을 구경하러 온 여행자였다.
아프리카편에 있는 말이다. 이런생각을 해보지 않았었다. 물론 아프리카에 간적은
없지만, 여행에이런 느낌이 들까하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우리보다 후진국에
가면 단지 물가가 싸다는 이유로 즐거워만 했다.
영화에서는 1시간 반동안 스크린을 통한 여행이 시작하고 끝난다. 장면장면들의
장소에 마치 내가 서있는듯하고, 그곳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나는 앞장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소개된 영화와 여행
가보지 않은곳들이 대부분이기에 다시한번 느끼려고한다.
주말에 나만의 영화를 위해 여행을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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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희망이 커지는 것을 느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마음속에 희망이 자라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 레드는 희망이란 위험 한 것이라고 하지만 앤디는 희망은 좋은 것이라고, 희망이 없다면 사람은 죽은 것과 같다고 한다.
- 책 214 페이지, 쇼생크 탈출, 시간의 정지를 희망한다 에서 - 영화 < 지중해 >를 감명 깊게 보고 < 웰컴 투 동막골 > 과는 또다른 감동을 하였는데, 이런 좋은 영화의 감동을 떠올리는 여행 이야기와 함께 삶의 낭만과 자유를 누리는 행복한 책이 있습니다. 여기, 길에서 찾게 되는 좋은 영화의 감동이 여행의 즐거움도 늘리고 영화의 깊은 의미도 되새기게 하는 여행과 책이 만나는 환상적인 콤비를 이룬 멋진 책입니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도는 것을 낙으로 삼는 저자가, 자신의 행복함을 나누려는 기획 의도 아래 펼쳐진 이 책은, 도피를 갈망하는 이 땅의 로맨티스트들에게 권하는 한 권의 아름다운 선물처럼. 감명 깊은 영화의 한 장면과 오래도록 기억되는 여행의 추억이 오묘하게 만나서 그 빛을 반짝이는 별빛을 닮은 아름다운 책입니다. 세계 곳곳으로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과 낭만이 멋진 영화 장면과 함께 엮어진 내용이, 일상을 날마다 축제로 만드는 달콤한 칵테일처럼 잘 섞여져서, 그 섬세하고 깊은맛을 내면서 일상의 단조로움을 활기차게 바꾸는 인생 활력소로 변화시키는 점이 여행과 영화의 매력을 절묘하게 살려낸 독특함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떠올리는 <굿 윌 헌팅 >의 윌 얼굴을 시작으로, <프라하의 봄 >이나 < 델마와 루이스> 등 숱한 영화들의 명장면을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추억을 만들어 낸 이야기가 책 속에 오롯이 들어 있어서, 마치 함께 사막을 거닐거나 카페와 공원 벤치에서 쉬던 것처럼 그 느낌 그대로 자유롭게 펼쳐내고 있습니다. < 올드보이 >와 <웰컴 투 동막골 >이 우리 영화 소개의 전부지만, 다음 여행이 끝난 후에는 좋은 우리 영화 소개가 더욱 많아 지리라 기대하며, 스크린의 감동을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멋지게 소화시킨 감동과 흥미를 함께 안겨주는 동안에 세상을 다시 보게 하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희망이 담긴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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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배낭여행에서 경유지 프랑크푸르트에 착륙하려고 비행기가 감속할 때였다. 창밖으로 내려다 본 풍경은 정말이지 액자 속 그림을 보는 듯했다. 마치 인형의 집처럼 벽돌색 지붕이 일정한 간격으로 따닥따닥 붙어 있었다. 159페이지의 사진이 잠시 동안 옛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산토리니 이아 마을의 사진 또한 그리스를 여행하던 때의 두근거림과 환희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불투명한 파스텔 톤의 표지가 마음에 든다.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여행하는 이들의 사진 같기도 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진과 여행을 한 묶음으로 생각하기는 하지만 영화와 여행을 연결 지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영화는 여행과 같다.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짧은 여행을 실컷 하고 돌아올 수 있는 기분이 된다. 책을 덮고서야 동감(同感)했다. 저자의 여행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영화를 본 듯했고, 영화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여행을 다녀온 듯했다. 영화와 여행, 사진, 글쓰기 등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 것이며 그 모습 또한 얼마나 멋진가.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저자의 추억까지도 부러웠다.
스물아홉 편 중에서 내가 본 영화는 거의 없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책으로 두 번 읽어서 그런지 내용이 머릿속에 영상으로 남는 듯한 착각이 든다. 제목만 들어본 영화까지 합해도 열 편 정도다. 여행이야기와 적절하게 섞어준 덕에 책에 소개된 영화를 비디오로 쌓아놓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내게는 꿈 같이 황홀하고 즐거우면서도 몸살 같이 힘들고 피곤한 경험이다. 두 시간 동안 영화를 보면서 그만큼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고 느끼는 저자의 모습이 밝게 비춘다.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 냄새나는 여행 사진을 보며 세계 곳곳에 있을 그림 같은 장소와 환하게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있을 마음 따뜻한 사람들 생각에 내 마음 역시 훈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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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저곳 많은 곳을 다녀보지도 못했고, 많은 영화를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처음 들어보는 도시들도 많았고, 소개된 영화들도 거의 대부분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어 나가는 것이 흡사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페이지 한장 한장을 넘기는 속도가 서서히 느려졌다. 내용이 어려워서도 아니었고, 지루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여행지와 영화를 머리속에, 가습속에 떠올리고 세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한자, 한자 글을 읽어 나가면서 책과 동화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저자가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이 나에게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을 강하게 느끼게 했다. 나도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었고, 책에서 소개받은, 영화에서 등장인물들이 지나다녔던 거리와 머물었던 카페 등에 가보고 싶었으며, 내가 지나간, 여행을 다닌 곳에 나의 흔적을 남겨두고 싶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라면 누구나 영화를 보러 가게 될것이다. 책에서 소개한 영화를 보지 못한사람이라면 새롭게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가 그리워져 다시 한번 더 영화를 보게 할것이다.
만약 내가 훗날 여행을 다녀와서 그 이야기를 쓸 때에도 이런 이야기를 쓸수 있을까? 처음 여행을 시작했을때, 비행기를 탔을때, 공항에 도착했을때의 느낌과. 마지막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고 떠나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밑줄친 구절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구절을 적고자한다.
영화는 두 시간 동안 반짝이다가 사라지고, 여행은 돌아옴을 기점으로 끝이난다. 하지만 곧바로 우리는 다음을 시작한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으로 그것은 끝이 아니다. 영화 속의 쓸쓸한 자막처럼 어떤 것에도 끝은 없는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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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의 내용을 들었던 그 때, 순간적으로 아~하는 한숨이 먼저 터져나왔다. 예전부터 소설 혹은 영화와 장소를 연결지어, 책을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종종 해왔는데. 그걸 실제로 이루어낸 사람이 있다니.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집어들었을 때, 파란 하늘과 사막의 그림이, 밝다기보다는 뿌옇고, 조금씩 어둠이 걷히는 느낌이라고 느꼈다. 당시, 왠지 삶이 고달프고 힘들어서, 이 책을 읽으면 내 인생도 조금씩 뿌옇게 걷힐까- 라고 생각했다.
다른 책들처럼 화려하지 않아, 오히려 선뜻 손이 갔는데, 기대보다 내용이 훨씬 충실하고, 치유력이 있어 좋았다. 한 도시, 한 도시, 한 영화, 한 영화를 거쳐가면서, 다른 사람의 여행의 낭만과 동시에, 어려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수다를 떨듯, 마치 작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글들은, 오히려 약간의 어색함과 더불어, 살며시 미소짓게 하기도 하고, 애잔하게 하기도 했다. 책 한권이 내내 그런 느낌이었다. 막 떠나야겠다는 강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책 자체로 마음을 치유해주는 느낌.
내가 아는 도시...모르는 도시... 아는 영화...모르는 영화... 아는 영화와 도시는 내 나름의 추억과 생각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았고, 새로운 도시와 영화는 새로운 친구를 소개 받은 것 처럼 반가웠다.
막판에 가서는 책장 한장 넘기는 것이 아까워 망설여졌지만, 오히려 책을 덮고난 지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았나 싶다.
떠나자. 매번 돌아와야 할 것을 알면서도 떠나자 마음먹는다.
왠지 떠나는 여행보다...돌아와서 느끼는 안도가 더 부러운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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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영화를 보고 나서, 또는 멋진 책을 읽고 나서 그 배경이 된 곳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영화든 소설이든 드라마든 모든 사건과 행동은 지리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영화의 기억은 도시에 고스란히 녹아들게 된다. 길을 떠나는 준비에서부터 여행지에서 만나는 유혹과 존재, 게으름, 여자로 산다는 자각, 기억과 돌아옴까지, 여행의 한 사이클은 그 상황에 맞는 수많은 영화들의 한장면과 함께 펼쳐진다. 어디에 갈 때마다 자신의 분신을 남기는 심정으로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남기고 오는 그는, 지금 머리카락이 살고 있는 곳으로 43개의 도시를 꼽을 정도로 여행을 많이 다니는 사람이다. 여행은 현실에서 잠깐 떠오르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 직장에 묶여서 여름 휴가때에야 맘먹고 국내 여행을 겨우 다니는 나로서는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몇 시간의 아스라함과 돌아오는 발걸음의 무거우면서도 힘있음이 참 막연하기만 하다. 그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여행과 영화는 그 길이만 다를 뿐 타인의 기억을 나의 기억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그래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듯 그의 여행 일부를 함께 할 수 있었고, 곁들여 설명하는 영화들, 본 것도 있으나 거의 대부분 보지 않은 영화들의 소개를 보면서 언젠가는 이 영화를 꼭 보아야겠다 적어두기도 했다. 우리는 여행기를 왜 읽는 것일까? 세계일주를 하려면 이런 코스가 있고, 이때쯤 가면 이런 축제를 볼 수 있고, 비행기표를 싸게 사기 위해서는 이때쯤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 좋다는 구체적인 정보를 다루는 책이라면, 앞으로 가게 될 여행을 미리 준비하기 위하여 읽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정보의 목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며 그가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실은 여행기를 읽는 이유는, 그의 기억을 매개로 하여 함께 여행을 하고 돌아온 듯한 감흥을 느끼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 <영화 저편, 길을 나서다>는 전적인 여행기가 아니고, 책에서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화보다 적다.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한 도입 정도로만 여행을 언급한다. 여행기라고 하기에도, 영화책이라고 하기에도 어정쩡한 내용이었으나, 영화라는 효과적인 중간체를 통해 더 넓은 여행으로 안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의 시선 대신 내 시선으로 영화를 보아야겠다. |